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4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48화(248/482)
사라 스튜어트는 앤드류에게 추가 계약서 발송을 황급히 멈춰 달라 요청했다.
“왜? 얼른 발매하고 싶어 했던 거 아니야?”
앤드류는 그런 사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언제는 빨리 발매하고 싶은데, 곡이 나오지 않는다며 온갖 히스테리를 다 부리지 않았던가?
하물며.
오스틴에게 대놓고 유치하다며 얼른 계약조건을 변경하라고 지시까지 해 놓은 상태면서….
돌연 멈춰 달라니?
사라는 고민에 빠진 듯 눈을 지그시 감아 보이기도 잠시.
“도무지 그냥저냥은 안 되겠어서요.”
“무슨 말이야?”
“HS가 편곡 봐줬다는 곡 말이에요.”
“그 곡이 왜?”
“제가 스스로 녹음해 봤는데….”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덧붙였다.
“한국에서 녹음해 온 ‘Look at me’보다 별로인 것 같아서요.”
사라가 말아 쥔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니, 이 말을 내뱉는 것조차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음악적 재능만큼은 가히 천재라 불리던, 빌보드 여신이지 않은가?
그래.
사라는 음악에 있어선 누구보다 완벽을 추구했고, 본인만의 신념을 지닌 아이였기에 사측에서도 음원에 큰 터치 없이 존중해 주는 편이었다.
그런 사라가….
어찌 보면 자신보다 다른 이의 음악적 재능이 더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자존심이 상할지언정, 한국 작곡가인 ‘HS’의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걸 수긍할 수밖에 없던 모양이었다.
‘기특하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순순히 인정하는 건, 생각보다 하기 어려운 일이다.
고집 센 사라가, 이렇게 순순히 인정할 정도면 HS라는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걸까?
하물며.
대표인 오스틴도 짐짓 아닌 척하지만, 그를 무척이나 영입하고 싶은 눈치였고 말이다.
직접.
계약서 조건 설정에 개입하는 걸로 봐선 확실했다.
무엇보다….
그 조건이 ‘파격적’이라는 말로 다 표현되지 않을 만큼 아주 ‘충격적인’ 조건이기도 했고 말이다.
과연.
그 계약서를 받았을 때, ‘HS’의 반응은 어떠려나? 바로 유니스 뮤직 그룹에 온다고 하면 어쩌지?
아아.
뭘 어째, 대표가 인정한 사람이니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수밖에.
“그래, 계약서 준비는 끝났으니까 완료되면 바로 말해 줘.”
“네.”
“아, 맞다 HS가 편곡 봐줬다는 그 곡의 곡명은 정했어?”
그 물음에 사라가 HS와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해 내기도 잠시.
“black angel.”
곡명과 함께, 그날 느꼈던 감정을 나지막이 덧붙였다.
“그 사람이 악보에 손을 댄 순간, 제 곡은 타락했거든요.”
“타락? 안 좋은 거 아니야?”
“그건 아니고, 나중에 들어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그 말과 함께, 사라의 입가 위로는 오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요즘 이상하게 밝아졌단 말이지.’
앤드류는 웃고 있는 사라를 보고 있는 이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HS라는 인물을 실제로 만나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은데….’
앤드류는 미간을 찡그린 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라를 바라보다 슬쩍 물었다.
“근데 진짜 HS는 어떤 사람이야?”
“괴짜라니까요?”
“그런 거 말고, 외형적으로 말이야.”
그 말에 사라가 머릿속으로 현승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떠올렸다.
‘제법 준수한 편이긴 했지.’
동양인치고 밝은 황금빛 눈동자가 자리한 눈매는 제법 짙었고.
콧대는 매끄럽게 쭉 뻗어 있었으며, 붉은 혈색이 감도는 입술은 반듯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피지컬도 좋은 편이고….’
사실 괴짜 같아서 그렇지, 얼굴로만 따지면 누가 봐도 수려하단 느낌을 받을 만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아니, 아니야!’
하나 사라는 자신을 놀리듯 미숫가루 팩을 쪽쪽 빨아 먹던 현승의 얼굴이 떠올라 홱 인상을 찡그리며 답했다.
“그냥…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생겼어요.”
“조사에 의하면 출중한 외모를 자랑한다던데?”
“걔네 나라에서는 제법 먹히는 얼굴인가 보죠.”
적어도 사라의 머릿속에서만큼은 ‘HS’가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얄미운 사람일 따름이었다.
물론.
얄밉기만 한 건 아니었고.
“아무튼 작업 다 완료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사라는 그 말을 끝으로 앤드류를 자신의 작업실에서 쫓아내듯 등을 떠밀었다.
톡, 톡, 토독-!
그러고는 이내 HS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 편곡 봐주기로 한 거, 이왕 끝까지 봐주는 거 어때? ]자존심보단, 곡의 퀄리티가 우선이었으니까.
* * *
이효은은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를 매정히 “툭” 끊어 버렸다.
지잉, 지잉, 지잉-!
액정 위로 집착적이리라만큼 떠오르는 이름 [ 유지니 ]
바로, 채유진이었다.
결국 이효은은 채유진의 연락처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징, 징, 징-!
하나, 채유진은 전화 대신 보이스톡을 걸어왔고.
“받지 말자, 받지 마.”
이효은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자 중얼거렸다.
“모질게 살아.”
현승으로부터 진심 어린 충고를 들은 그날 이후, 딱 한 가지 맘속에 결심한 바가 있었다.
“남 말고, 너를 위해.”
이젠 오지랖을 부리지 않겠노라고. 남의 인생에 관여하지 않겠노라고. 나와 내 사람의 인생을 위해서만 살겠노라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을 매정히 끊어 낼 줄 알아야 했다.
우선, 지금 까톡으로 자신의 감정을미친 듯이 쏟아 내는 채유진은 제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 효은아 정말 좀 실망스럽다 ] [ 난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 아니; 설마 나 차단한 거야? ] [ 너 이러는 거 후회 안 해? ] [ 야; 읽었으면 답장해 ] [ 너 일부러 나 엿 먹인 거지? ] [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 ]아마 이게 본성인 거겠지?
끝끝내.
채유진의 연락처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SNS 계정을 차단하고 나서야 휴대폰은 잠잠해질 수 있었다.
장내를 집어삼킨 적막 속에서, 이효은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친구를 가장한 관계였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 채유진은 ‘친구’라는 관계를 앞세워 자신을 옭매는 가시넝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르륵, 스르륵-.
과연 채유진뿐만일까? 모니터 뒤에 얼굴을 숨긴 사람들은 자신을 잘 모르면서 마치 제 엄마처럼 자신을 향해 폭언을 쏟아 낸다.
그들은 자신을 상종 못 할 쓰레기로 취급하거나, 제 자존감을 갉아먹고,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이 또한 일부의 사람들이겠지만.
‘과연 도마 위에 스스로 올랐다고 한들, 난도질을 당하는 것이 정당한 걸까?’
이효은은 가수가 되기로 다짐한 그날부터 가슴 속에 매일 새겨 왔던 그 말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답이 떠오르진 않았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문제가 맞을까?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연예인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란 거였다.
누군가.
자신을 욕하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힘을 얻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
그래.
이 세상에 욕먹어도 당연한 사람은 없는데, 왜 스스로는 욕먹어도 모두 인내해야 하는 사람이라 여겼을까.
벌-떡!
이효은은 그 생각이 들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마.
현승이 알면 또 오지라퍼라고 할 테지만, 어쩌겠나? 자신은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인 것을.
무엇보다.
이건 단순히 자신에게만 쥐어진 문제가 아닐 테니까, 더 이상 눈 가리고 모른 척할 수 없었다.
“흠, 큼-!”
이효은은 제 휴대폰의 카메라 각도를 설정한 뒤, 앞에 섰다.
그러고는 이내….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영상을 찍어 올리는 이유는 바로….”
* * *
한편.
현승은 사라 스튜어트로부터 기다리던 계약서가 아닌, 음원 파일을 받아야만 했다.
뭐, 아무렴 상관없지.
현승은 얼른 사라가 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이리 듣게 되었으니, 목적한 바는 이뤘다고 해야 하려나?
탁.
현승은 헤드셋을 뒤집어쓰며 전달받은 음원을 재생시켰다.
사라의 목소리를 활 삼아, 머릿속으로 연주하듯 고쳐 나갔던 악보가 어떻게 재탄생했으려나.
─ ♬ ♬ ♬
반주가 흘러나오자, 현승의 고개는 리드미컬한 반주에 맞춰 앞뒤로 가볍게 흔들렸다.
─ ♬ ♬ ♬
사라 손에 들린 악보 위로 수놓아져 있던 음표들이 멜로디라는 옷을 입고, 비트 위에서 춤춘다.
─ ♬ ♬ ♬
본래 좋은 곡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악보만 얼핏 봐도 음표의 배치가 상당히 흥미로웠으니까.
다만.
마지막 브릿지 구간에서 다 망쳐 버려서 그렇지.
제 기억이 맞다면….
머지않아 자신이 악보상 고쳐 준 구간이 나올 터였다.
그래.
사라 스튜어트가 어떻게 연주해 냈을지 몹시 궁금했다.
맘 같아선, 당장 소절을 넘겨서라도 들어 보고 싶었지만….
톡, 톡, 토톡-.
현승은 꾹 눌러 담은 채, 재녹음을 하면 좋겠다 생각 드는 파트를 빠르게 문자창에 입력해 나갔다.
물론.
어떤 식으로 부르면 좋을지에 대한 개선안도 함께 적었다.
이윽고.
두 번째 벌스의 코러스 구간이 지나고, 곡의 변환점이 되는 브릿지가 다가왔다.
착-.
내려앉은 사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 서늘함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 Come deep into the darkness
어떻게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어두울 수 있는 거지?
─ You can come in more.
마이너스한 단조에 목소리가 억지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느낌이랄까?
─ Don’t be scared.
그래,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 Darkness isn’t a bad thing
현승이 음원 파일명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black angel
타락한 천사들의 수장 같은 목소리와 퍽 잘 어울리는 곡명이었다.
이내.
곡이 끝나자 현승의 손이 몹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녹음본을 구간별로 잘게 잘게 잘라, 가벼운 마스터링 작업과 함께 코멘트를 덧붙였다.
웬만해선 손대지 않으려 했지만….
욕심이 끓어올라 도무지 이대로 끝내 버릴 수 없었다.
물론.
사라 스튜어트 또한 이대로 끝낼 괴짜가 아닐 터였다.
탁, 타다다닥, 탁-!
현승의 손이 타자 위를 유려하게 훑고 지나가기도 잠시.
띠링-!
조각난 음원 파일과 함께 코멘트를 달아 보낸 문자에 사라 스튜어트가 즉답을 보내왔다.
미숫사라 : ok, I’ll check.
현승은 ‘미숫사라’라는 저장명을 내려다보며 흡족히 웃어 보였다.
정말이지.
닉네임 하나는 끝장나게 잘 지은 것 같아 스스로 기특할 따름이었다.
.
.
그 순간, 뉴튜브에는 이효은의 챌린지 영상 하나가 업로드된 채였다.
[ 스스로와 함께하는 악플 근절 챌린지! ‘to me’ 모두 함께해요! ]조회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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