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6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65화(265/482)
현승은 현재 두 가지 고민에 휩싸인 채였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바로 어제 빈센트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게 된 이후, 별안간 해외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그건 바로 사라 스튜어트가 보내온 편지이자, 현재 진행 중인 단독 콘서트 VIP 초대권이었다.
뭐라고 쓰여 있었더라?
신세 진 건 갚아야 하는 성격이라, 숙소까지 다 지원해 줄 테니 가족들과 함께 콘서트를 꼭 보러 오라던가.
아, 맞다.
이왕이면 양손 가득 미숫가루를 챙겨 오라는 요청도 있었지.
부탁인지, 경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러한 이유로 현승은 지금 당장 언제, 어떻게 새로운 악기를 연주할 것인지와 더불어 꼭 콘서트를 보러 가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든 채였다.
우선.
곡은 완성해 놨지만, 한 번 더 편곡 볼 시간도 마련해야 하고.
또 미숫가루 챙겨다 주려면 이번에도 전용기를 타야만 할 테고.
숙소는 괜히 뒷말 나오지 않게, 개인적으로 잡아 놓는 걸로 하고.
이왕 간다면 가족과 여행 삼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 씨….”
머릿속이 여러 일정으로 뒤엉켜 산만해져 가던 찰나였다.
또옥, 또옥, 또옥-.
어째선지 귀에 익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아니고, 그렇다고 대디 또한 아니다.
그래.
이 노크 소리는 분명….
“안녕하세요.”
그럼, 그렇지. 힘없는 노크 소리가 딱 망아지호 같더라니.
“뭐냐?”
“오자마자 뭐냐니요.”
현승은 퉁명스러운 어투와 달리, 안지호에게 들어오라는 양 문 옆으로 비켜서 주었다.
“아니, 나는 그냥….”
그러고는 재밌는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비열하게 웃으며 이죽거렸다.
“새끼망아지가 어떻게 여기까지 다 걸어왔나 궁금해서 그러지.”
“붉은 실 관계 감독님들이 하도 작곡가님 한번 만나게 해 줄 수 없냐고 귀찮게 해 대는 통에 그냥 한번 들러 본 거예요. 그보다, 이제 망아지호는 잊어 주시면 안 됩니까?”
현승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붉은 실….” 하고 중얼거리기도 잠시, 이내 안지호에게 곧장 따지듯 되물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예?”
“잊는 거 어떻게 하는 거냐고.”
안지호는 사뭇 진지한 얼굴의 현승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자신이 무언가 말실수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지.
“그렇게 정 잊기 어려우시면….”
이내 안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진지한 어투로 대답을 이었고.
“그냥 시간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현승이 호응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다.
“망아지도 걷는 재주는 있다고, 꽤 괜찮은 조언이었어.”
“예? 그거 실제로 있는 속담 맞죠?”
“아마 있을걸?”
“아무튼 칭찬인 거죠?”
“뭐, 그럴 거야.”
비록 안지호가 대강 얼버무리듯 뱉은 얘기였지만, 현승은 정말 괜찮은 얘기라고 생각했다.
붉은 실 담당자….
아니지.
조나래를 마주한 이후, 한 번 꺼내 놓은 추억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계속 현승의 눈앞에 아지랑이마냥 피어올랐고.
그 덕분에 요즘 골머리를 겪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말을 듣는 순간, 거짓말처럼 머릿속이 새하얗게 정리가 되었다.
물론.
그 여자가 단번에 정리되었다는 건 아니고.
뭐….
엉켜 있던 실타래가 한 번에 탁 풀리면서 의연해질 수 있게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려나?
‘조금은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겠어.’
모든 방면에서 초연하게 굴던 현승이지만, 이런 감정적인 면에서만큼은 한없이 부족했기에.
지금은 저런 한마디, 한마디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때.
현승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던 안지호가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아무쪼록 혀, 형님께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잠깐만, 이게 무슨 말이지? 현승이 못 들을 거라도 들었다는 사람처럼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냐?”
그 반응에 살짝 주눅이 든 안지호는, 눈치를 살피다 말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고….”
“아니, 그 전에.”
“아무쪼록 혀, 형님께…?”
현승은 게슴츠레 옆으로 눈을 치켜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안지호에게 콧방귀를 뀌어 보였다.
“아….”
안지호는 그제야 직감했다. 이곳에 오기 전 몇 번이나 번복했던 자신의 최종 선택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아무래도.
다른 이들보다 더 친한 사이처럼 보이고 싶단 욕심에 너무 앞서 나간 모양이었다.
“선생님이나 작곡가님은 너무 거리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한번 불러 본 건데, 선을 넘은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이내 고개를 푹 숙여 사과를 전했다.
“그래, 말이 안 되잖아.”
“네, 정말 죄송합니다.”
안지호가 고개도 못 든 채 거듭 허리를 푹 숙여 보이던 그때.
“아무리 봐도 네가 형님이지, 내가 형님은 아니잖아.”
별안간 현승이 거울을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이 비주얼을 좀 봐라. 네가 생각해도 형님 소리 들어야 할 쪽은 아무리 봐도 너 같지 않냐?”
“예?”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내가 무슨 조폭이라도 된 것 같잖아.”
“그럼….”
“차라리 무난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냐?”
그 말에 안지호가 감격에 젖은 듯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보이기도 잠시.
“네, 형!”
이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현승은 그런 안지호를 보고 있노라니, 아무리 험상궂고 노안(?)이라 하더라도 확실히 애는 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작….
형 소리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저렇게나 좋아하다니.
딱-!
그때 현승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야, 나 그런 김에 딱 하나만 더 물어보자.”
“뭔데요?”
“만약 네가 해야 할 일이 3가지가 동시에 생겼어.”
“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예?”
“3가지의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순서를 따져 놓고….”
그러고는 이내 고개와 동시에 손을 좌우로 휙휙 내저으며 되물었다.
“그런 진부한 얘기 말고, 좀 명쾌한 답변 없어?”
안지호는 당황스러웠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떤 명쾌한 답변을 원한다는 건지….
하나.
아까 자신도 모르는 새, 도움을 준 덕분에 드디어 형, 동생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았던가?
그래! 이참에 확실히 도움이 되고, 필요한 동생이라는 걸 알려 주는 거야.
이윽고.
안지호는 결심했다는 듯, 이로 잘근거리던 입술을 움직였다.
“그럼 해야 할 일 3가지를 한곳에 때려 놓고 한 번에 해 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하나, 금세 입술을 다시금 거칠게 깨물어야만 했다.
자신이 뱉고도 너무 성의 없는 답변이었던 것 같단 생각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진 까닭이었다.
설마.
이대로 형 동생 사이 파기하자는 건 아니겠지?
“야.”
그러나 그런 걱정과 달리, 현승은 둥글게 말아 쥔 주먹을 치라며 쭉 뻗어 보였다.
“넌 앞으로 솔로지호야.”
이내 둘의 주먹이 공중에서 툭 하고 맞닿자, 현승은 몹시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별안간 해답을 찾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지은 안지호의 새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 *솔로지호 = 솔로몬 안지호 = 솔로지옥 ]“솔로지호라니….”
안지호는 무어라 되묻고 싶었지만, 편안해 보이는 현승을 보며 아니라는 듯 잘게 주억거렸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예, 아무튼, 별호를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도움이 된 것 같으니, 한동안만큼은 형이라 부를 수 있겠지.
“형,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드라마 측 만남 요청에 대한 건, 현승의 심신이 안정된 이후에 꺼내기로 결심한 안지호였다.
* * *
한편.
사라 스튜어트는 전미 투어 콘서트도 진행 중인 동시에, 신곡 발표에 따른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타이틀곡인 Look at me와 관련된 홍보가 가능한 채널이라면 어디든 나가고자 일정을 조율했다.
그 곡이 빌보드 차트 내 1위 자리를 3달간 유지해 내야만 미숫가루 100박스를 받아 낼 수 있으니까.
비록.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빈센트가 극찬하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앨범 내 다른 수록곡인 ‘Black angel’ 1위를 해 버렸지만….
그래도 이번 주 들어서, 타이틀 곡 ‘Look at me’가 다시금 1위에 올랐으니 유지할 수 있도록 좀 더 힘써 보려 함이었다.
“하….”
이내 사라 스튜어트는 연습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콘서트와 홍보용 스케줄에 이어 혹독한 연습도 겸하다 보니 체력이 금방 고갈되고는 했다.
역시, 이럴 때는.
사라 스튜어트는 자신이 챙겨 온 작은 손가방에서 비상용 미숫가루 한 팩을 꺼내 들었다.
아껴 먹는다고, 나름 아껴 먹었는데도 벌써 미숫가루가 바닥이 나 버려서 큰일이다.
물론.
현승에게 미숫가루를 양손에 가득 들고 콘서트 보러 오라고 초대권도 보내 놓기는 했지만, 안 올 것 같으니 기대는 접은 채였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Look at me’가 1위를 유지해야만 해.
그래야 미숫가루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음….”
이내 사라는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하면, 타이틀곡을 3달간 1위에 안착시켜 놓을 수 있을까? 아예 파격적인 챌린지 영상이라도 한 번 더 찍어 봐야 하나?
아 씨….
그럼, 회사에서 또 뭐라고 잔소리할 텐데.
슈우욱, 슈우우욱-!
상념에 잠긴 채 빨다 보니, 미숫가루는 바닥을 드러냈고, 이내 팩에서는 바람 빨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사라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며 와그작 구겨진 미숫가루 팩을 지그시 내려다보기도 잠시.
“그래!”
뾰족한 수라도 떠오른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띠링-!
그때 마침 자신을 보고 있기라도 했다는 양, 현승으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 가족들하고 콘서트 보러 감. ]웬일이래, 이 괴짜 녀석이.
띠링-!
뒤이어 바로 도착한 문자…가 아니라, 이런 건 공지문이라고 해야 맞으려나?
[ 단, 미숫가루는 공약 달성 시 제공. ]그래도 안 올 거라고 거의 반 확신하고 있었는데, 온다니 다행이다.
별안간 떠올린 묘책 또한 그 가족이 있어야 비로소 더욱 의미가 깊어질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다면야….
미숫가루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짜 먹을 때의 집념을 되살려, 제대로 한번 준비해 봐야겠다.
그래.
감히 사고라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무대를 보여 주리라.
탁-!
별안간 사라는 불길도 뛰어들 기세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이내.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던 찰나였다.
띠링-!
액정 화면 속에는 다시 한번 문자가 왔다는 알림이 한가득 떠올랐고.
끊어서 보낸 문자들을 천천히 눈에 담아내던 사라는 “에?” 하고 알 수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게.
[ 아 맞다. ] [ 숙소 제공은 됐고. ] [ 대신 네 작업실 제공 좀. ] [ 한 일주일만 사용 가능? ]전혀 예상치도 못한 부탁을 해 온 까닭이었다.
[ 요청 수락 시… ]그리고 그 부탁은….
사라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