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6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67화(267/482)
미국에 도착한 현승네 가족은, 유니스 측에서 지원해 준 리무진을 타고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인 만큼, 시내 중심에 위치한 5성급 호텔로 예약해 두었더니 로비부터 눈이 부시도록 화려했다.
물론.
현승은 하도 익숙해진 터라,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였지만.
“우와-!”
현아는 모든 것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휘둥그레진 눈을 반짝이며 로비를 뽈뽈 누비고 다녔다.
“오빠, 여기 모나리자 그림 걸려 있어! 대박!”
“어차피 그거 진품 아니야.”
“어? 아니야?”
“바보냐? 진품이 왜 여기 있겠어? 박물관에 있어야지.”
“아, 그러네….”
그런 현아를 보며 아버지는 따스하게 웃어 보였고.
“야, 시골쥐.”
현승은 창피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은 뒤, 여동생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덧붙였다.
“좀 쉬다가 저녁 먹으러 갈 테니까, 룸 먼저 올라가서 아버지 잘 챙겨 드리고 있어.”
그제야 현아가 제 옷소매를 꼬옥 잡으며 물어 왔다.
“먼저 올라가라니? 오빠, 어디 가?”
“잠깐 볼일이 있어.”
“설마 여행 와서 일하는 건 아니지?”
그 말에 현승이 뜨끔하기도 잠시.
“그건 아니고, 그냥 악기 좀 구경하려고.”
대충 얼버무리듯 중얼거렸다.
“악기 구경? 그럼 나도 따라갈래!”
“안 돼, 아버지 혼자 계시잖아.”
“그럼, 다 같이 가면 되잖아!”
현승이 별안간 떼를 쓰는 여동생을 향해 완강히 안 된다고 말하려 했으나….
“가족끼리 여행에 왔으면 뭐든 다 같이 다녀야지!”
현아는 순순히 물러나 줄 기세가 아니었다.
─ 오빠가 악기 구경 간다는데 같이 가는 거 어때?
─ 그래, 같이 가자.
─ 혹시 많이 피곤하면 같이 숙소에서 쉬어도 되고!
─ 오는 길에 푹 자서 괜찮아.
더군다나 아버지까지 선동하고 나서는 바람에, 현승은 더욱 난처함을 겪어야 했다.
“아니… 진짜 그냥 혼자 얼른 다녀오면 된다니까?”
“그러니까! 가족끼리 다 같이 얼른 다녀와서 쉬자!”
현승은 뭐가 문제냐는 듯, 당당히 앞장서서 걸어가는 현아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현승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여자가 한 명 있다면, 그건 바로 여동생일 터였다.
‘뭐, 괜찮겠지….’
이내 현승이 그런 여동생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야, 거대 거북이.”
“뭐? 내가 왜 거북이야!”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대체 어딜 가겠다는 건지.
“몸도 무거울 텐데, 그 등껍질은 내려놓고 가.”
“아, 맞다!”
하여간, 저런 애를 누가 데려갈는지. 현승의 걱정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었다.
* * *
빈센트는 HS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바로-.
사라 스튜어트 작업실로 오라는 연락(=통보)이었는데, 대체 왜 이곳으로 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니스 뮤직 그룹 사옥 내부에는 사라 스튜어트의 작업실보다 훨씬 더 좋은 사양이 갖춰진 컨트럴룸이 넘쳐 났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라 스튜어트의 작업실이라는 점이 제일 걸리기도 했다.
“휴….”
그러한 이유로 빈센트는 괜히 문고리와 눈싸움을 이어 나갔다.
열어야 하는데, 왠지 이 문 뒤에 사라 스튜어트가 재수 없게 웃고 있을 것만 같단 말이지.
이윽고.
빈센트는 결심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달그락, 달그락-.
하나, 문고리가 이상한 잡음을 만들며 헛돌기만 할 뿐이었다.
‘잠긴 건가?’
빈센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고리를 더욱 힘차게 밖으로 잡아당기던 그때.
끼이이익-!
별안간 활짝 열린 문 때문에 자칫하면 뒤로 엎어질 뻔했다.
“뭐냐?”
겨우 중심을 잡고 바로 선 빈센트가 마주한 건,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 사라 스튜어트였다.
“왜 남의 작업실 문고리를 돌려 대는 건데?”
그런데 사라 스튜어트는 왜 저런 반응이지? 설마, HS가 미리 말을 안 해 놓은 건가?
스-윽.
빈센트가 열린 문틈 사이로 작업실 내부를 흘끔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그 변태 또라이는 일도 참 변태 또라이처럼 하는군….’
곧장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던 찰나였다.
“그 곡이 어지간히 리메이크하고 싶나 봐.”
그 말에 고개를 서서히 들어 올리자, 턱을 치켜든 사라 스튜어트가 입꼬리를 쭉 찢은 채 웃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지.
내가 저, 재수 없는 얼굴을 마주할 줄 알았지.
“천하의 빈센트가 염탐하러 올 정도라니.”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면, 왜 저번부터 기웃거리는데?”
사라 스튜어트는 빈센트를 몰아붙이듯 바싹 다가와 말을 이었다.
“내가 분명 말했지. 곡의 원작자는 나지만, 편곡 비율이 높아서 그 작곡가한테 물어보라고.”
그러고는 이내 들으라는 양,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뭐, 워낙 제멋대로인 괴짜라서 허락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빈센트는 어이없다는 듯 사라 스튜어트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어 보였다.
“왜 웃어?”
“아니, 이 상황이 웃겨서.”
“뭐가?”
“그냥 이 상황이 웃기잖아.”
정말, HS가 아무 언질조차 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더 변태 또라이네.
그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 했던가?
“나 허락했는데?”
뒤통수 저편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휙 고개를 돌리니 멀끔히 차려입은 변태 또라이(*HS)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뒤로 웬 동양인 어린 여자애 하나와 중년의 남성이 휘둥그레한 눈을 한 채 바싹 쫓아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같이 온 팀인가?
그래, 자신과 작업을 하는데 작곡가 혼자 곡만 덜렁 들고 오는 것도 너무 성의가 없는 거지.
제법 생각은 있는 녀석이었나 보네.
“이제야 사건의 장본인이 왔네.”
빈센트는 귀찮다는 얼굴로 사라를 향해 턱짓하며 덧붙였다.
“그쪽이 사라 스튜어트한테 이 상황에 대해 대신 설명 좀 해 줬으면 하는데.”
그러나.
빈센트는 마치 자신이 불청객이 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제외한 HS 군단과 사라는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해 보인 까닭이었다.
“오랜만이네, 근데 작업실에는 왜 다 같이 왔어?”
“혼자 오려 했는데… 굳이 따라나선다고 하는 바람에.”
“괜찮아, 내 작업실 내부가 넓은 편이라 다 같이 와도 돼.”
하기야 사라 스튜어트 타이틀곡을 HS가 줬으니, 저 팀원들과도 함께 작업해 본 거겠지.
“야, 우선 무거우니까 이거나 받아.”
“오, 내 미숫가루!”
“아버지한테 감사하다고 해, 아버지가 너 주라고 산 거니까.”
“아버지는 미숫가루 천사신 것 같아. 잘 마실게요, 감사합니다.”
잠시 인사할 시간을 주기 위해, 뒤로 물러나 있던 빈센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
잠깐, 잠깐만… 그럼 동행한 사람들이 작업 관련자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사라 스튜어트는 어째서 HS의 가족과도 일면식이 있어 보이는 거지?
“미숫가루 천사는 뭐냐?”
“누구랑 달리, 미숫가루로 거래하지 않고 흔쾌히 내어 주시잖아. 그럼, 천사 맞지.”
“구매 비용은 내가 부담했는데, 난 왜 괴짜냐?”
“그건 내 작업실 대여 비용을 지불한 것뿐이잖아.”
더군다나 HS와도 곡 하나 작업해 본 사이가 아니던가? 마치 원래부터 알던 사이처럼 허물없어 보이는데….
설마 가족인가? 아니면 오랜 친구?
“잠깐만.”
빈센트는 이내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내 작업 건 먼저 처리하고 싸우는 건 어때.”
아무렴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빈센트가 가장 중요한 건, 리메이크 동의를 받아 내는 일이었다.
애초에 빈센트는 HS가 만든 곡에 기대는커녕, 관심도 없었다.
그저 ‘Black angel’을 리메이크하기 위한 수단 도구일 뿐이었다.
“아, 맞다.”
HS와 사라 스튜어트는 그제야 빈센트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동시에 시선을 옮겼다.
“이 사람한테 리메이크 동의해 준 거 맞아?”
사라 스튜어트는 손가락으로 빈센트를 가리키며 물었고.
“응, 사실 내 곡도 아닌데 허락하고 말고 할 것도 없잖아.”
“그렇지만, 편곡자로서 잘 생각해서 동의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저 사람이 리메이크해서 부르면 너한테도 좋은 거 아닌가?”
이내 HS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반박할 말이 사라졌는지, 애꿎은 입술만 달싹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빈센트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두를 뻔했다.
그래.
대선배인 자신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든 채 할 말 다 하는 사라 스튜어트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저렇게 온순한 양으로 만들 수 있다니.
대체.
HS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우선 비주얼적으로나 성향적으로나 평범한 작곡가에 그치지 않을 인물이라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그때.
HS가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두 손뼉을 맞부딪치며 첨언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며칠간 작업실 좀 쓸게.”
“저 사람이랑 작업실 쓸 거라고는 안 했잖아.”
“그럼 미숫가루도 회수할까?”
“아, 씨… 쟤가 내 작업실 쓰는 거 싫은데.”
사라 스튜어트가 눈매를 흘기며 투덜거렸지만, HS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끌고 온 군단(*가족)을 이끌고 작업실로 들어가 버렸다.
“미숫가루만 아니면….”
사라 스튜어트 또한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 가득 무거운 박스를 챙겨 들고는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허….”
빈센트는 그런 사라 스튜어트의 손에 들린 박스를 유심히 살피며 생각했다.
“대체 저게 뭐길래….”
아무래도 사라 스튜어트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무기의 이름이 ‘미숫가루’인 모양이라고.
.
.
.
한편.
얼떨결에 영문도 모르고 작업실 안으로 따라 들어온 현아는, 아빠와 나란히 꼭 붙어 앉은 채 생각했다.
속았다. 속아도 단단히 속았다.
분명 제 오빠는 악기를 보러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악기 상점이나 가겠거니 했는데….
별안간 고급지고 거대한 빌딩 숲으로 들어서더니 정신 차리고 보니, 자신의 앞에는 사라 스튜어트와 빈센트 마흐가 서 있었다.
‘꿈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보드의 황제 빈센트 마흐와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빌보드의 여신 사라 스튜어트와 한 공간에 있다니.
하물며.
두 가수가 소속된 유니스 뮤직 그룹 사옥 내부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았다.
“아야….”
현아는 제 뺨을 세게 꼬집고는, 신음을 토해 냈다. 그렇다면 이건 꿈이 아니라는 건데….
“그럼, 우선 내 곡 먼저 들어 보는 걸로 하지?”
제 오빠가 두 가수 앞에서도 기 죽지 않은 채, 당당히 무어라 얘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영어로 빠르게 얘기하는 탓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근데 오빠는 일 관련된 거였으면 미리 말을 좀 해 주지. 괜히 따라온 사람, 눈치 보게 만드냐.
“아, 아빠….”
현아는 믿기지 않는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아빠를 소리 내어 불렀고.
“아….”
머지않아 작게 탄식을 내뱉고야 말았다. 제 동공 안에 가득 차오른 아빠의 옆얼굴 때문이었다.
그래.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고 계셨으니까.
비록.
아버지는 사라 스튜어트나 빈센트 마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저들이 지금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아실 리 없었지만….
아마.
그저 아들이 사람들과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대견하고,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었다.
“아빠….”
현아는 붉어진 눈시울을 꼬옥 감은 채, 조용히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래.
살면서 오빠가 직접 가수와 작업하는 과정을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기회가 몇이나 되겠는가?
어쩌면.
눈치 없이 따라온 건, 참 잘한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