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9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93화(292/482)
현승은 닭가슴살 도시락을 먹다 말고 제 눈앞에 가득 차오른 액정 화면에 눈매를 찡그렸다.
“밥 먹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김우현이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우선 기사는 대부분 다 내려가긴 했는데, 유니스 측에서는 애매한 입장을 발표했단 말이야.”
그의 말대로 화면에 떠오른 기사 헤드라인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다.
[ 유니스 뮤직 그룹, 사라 스튜어트 열애설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 공식 입장문 발표 ]현승이 머리를 긁적이며 “확인 불가라….” 하고 중얼거렸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뭐….
아무렴 상관없었다. 어차피 사실이 아니니까.
다만, 좀 귀찮아졌을 뿐이었다.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하니까 엄마까지 그러지 좀 마요.”
현승이 인상을 찡그린 채 휴대폰을 멀리 밀어 버렸다.
그래.
김우현까지 안 보채도 지금 충분히 귀찮아진 상태였다.
밀려오는 문자들….
[ 강하쥐 : 어여쁜.연애.하시게.된걸.축하드립니다..^^제가.해드릴.수.있는건.축가밖에.없네요..^^ㅎ ]얜 왜 이렇게 앞서나가?
[ 망아지호: 여러모로 능력자시네요 ㅋㅋㅋ부러운 건 아니에요ㅋ ]이 새끼, 울고 있는 것 같은데?
[ 효지라퍼 : 헐 너 진짜 사라 스튜어트랑 연애해? ] [ 깡통로봇 : 제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 리스트업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ㅎㅎ응원합니다! ] [ 제이라퍼 : 작곡가님 열애설 나신 거 봤어요..! 진심으로..축하드려요..! 정말 정말 잘 어울려요..! ] [ 뾰족마녀 : ㅊㅋ ]여하튼, 다들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더군다나.
[ 오!빠! 오늘은 무!조!건! 빨리 들어와서 중대 사항(★열애설★) 관련해서 가족회의 좀 해! ]여동생까지 보태고 있으니,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근데, 정말 연인 사이 아닌 거지?”
“제 취향 절대 아니에요.”
“그럼, 우리 측에서 부인 기사 내자.”
“음, 그냥 내버려 두죠.”
그 말에 김우현이 깜짝 놀라며 “왜?” 하고 되물었고.
“그냥요.”
현승은 짤막하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분명 귀찮아진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먼저 아니라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지 않은 건….
여자인 사라 스튜어트가 먼저 부인 기사를 내는 것이 그림상 낫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유니스 측에서 저렇게 나오는 건, 전략적인 퍼포먼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
현재 빌보드 차트가 그에 따른 방증이리라.
[ Billboard Hot 100 ]1위 Look at me – Sarah Stewart
2위 Black angel – Sarah Stewart
3위 More than just music – Vincent Mah
별안간 다시금 1위를 차지한 ‘Look at me’는 독불장군마냥 장기 집권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열애설의 주인공인 ‘HS’가 만든 곡이라고 하니, 대중들은 궁금해서라도 찾아 듣는 거겠지.
혹시 둘만의 사인 같은 게 담겨 있나? -하면서 말이다.
같은 이유로 Black angel 또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빈센트는 배가 좀 아프겠군.’
여하튼 그런 모종의 이유로 현승은 잠시 침묵하기를 택했다.
“umm…. lady를 위한 consideration랄까요?”
“너 말투 왜 그러냐?”
“global로 나아가려면 English를 습관화해야죠.”
“정말 별로다.”
“i am 동감이에요.”
김우현이 현승의 장난에 질려 버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떻게 매사 저렇게 천하태평할 수 있는 건지.
나름 중대한 사항이었다.
이름을 널리 알리고, 얼굴마저 알려진 마당에 열애설은 제법 예민한 부분인데….
아직 잘 모르는 건가?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현승은 아직 얼굴이 알려진 채로 열애설이나 구설에 휩싸이는 삶이 어떤 건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저런 얼굴과 바디 그리고 능력이라면 이젠 말 한마디만으로도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내가 차근차근 알려 줘야겠어.’
김우현이 그렇게 결심하며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아, 맞다. 저 이사하려고요.”
“응? 갑자기?”
“네, 이제 얼굴도 알려진 마당에 보안이 좀 더 철저한 곳으로 둥지를 옮겨야죠.”
“그럼 내가 알아봐 줄….”
현승이 손을 들어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이미 골랐어요.”
“그래? 어디로?”
“시그니처요.”
“어? 어디라고?”
그러고는 테이블에 늘어놓은 계약서를 대충 흔들어 보였다.
“시그니처 펜트하우스요. 이미 계약도 다 완료해서, 다음 주에 이사해요, 소피 엄마.”
현승의 입에서 나온 시그니처는 탑스타는 물론이고, 유명 사업가와 정치인들만 머무르고 있다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하물며, 그런 아파트의 최고층인 펜트하우스를 계약했다니….
‘얼굴 알릴 준비를 다 해 놨군.’
김우현은 제 눈앞에서 펄럭이는 계약서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 가진 새끼 하지만 멋진 새끼….”
그런 김우현의 표정은 상당히 황망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사라 스튜어트는 요 며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작업은커녕 집구석에 처박혀서 보냈다.
“후….”
안 그래도 열애설과 스케줄 펑크설(*사실임)로 조용히 자중하고 있으라 지시받은 차였다.
아마.
마음 좀 추스르고 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거겠지.
쨍그랑-!
사라 스튜어트는 제 눈앞에 놓인 머그잔을 집어 던졌고, 머그잔은 벽에 부딪히자마자 유리 파편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치워야 한다는 것까지 계산하고 집어 던진 건 아니었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집어 던진 거다.
“하….”
이내 사라는 산산조각난 유리 파편은 나중에 치우기로 하고, 소파에 벌러덩 몸을 뉘였다.
5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 까닭이었다.
퍽, 퍽, 퍽!
사라 스튜어트는 애먼 쿠션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열받아!”
분명 대상은 아버지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구인지 모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어쩌면….
그런 아버지에게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 버린 자신에게 분노가 차오르는 것일지도.
“이건 사라의 아빠로서 요청해도 되는 거겠지?”
오스틴이 혼자 만나겠다고 극구 말리는 통에, 안 가려다가 참지 못하고 뛰쳐 들어간 대표실에서 듣게 된 말이었다.
‘사라의 아빠.’
나에게 아빠가 있었던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친구들과 어울리는 그 안에서도….
늘 자신에게 아빠는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실이 알려지는 걸 껄끄럽게 생각하시는 듯 보여 늘 비밀로 살아왔다.
집을 나갈 때마저도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덧붙이던 사람이었으니, 분명했다.
그래 놓고 이제와서 아빠 노릇이라니….
근데.
왜 아버지는 자신을 그토록 애절하게 불렀을까.
“사라야….”
그리고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열받아!”
연락 끊은 지 5년 만에 돌연 나타나선 왜 사람 마음 약해지게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냔 말이다.
왜, 왜, 왜!
5년 사이에 바싹 말라서는, 머리카락도 다 새하얗게 세 버려선 약해진 꼴로 나타난 거냐고!
쾅-!
사라의 손에 의해 던져진 리모컨은 벽을 맞고 튕겨져, 거대한 액자를 떨어트렸다.
챙, 챙, 챙그랑-!
동시에 머그컵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파편들이 거실 곳곳에 흩어졌다.
“하, 씨….”
그 바람에 사라는 곧장 몸을 일으켜 떨어진 액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사진이 담겨 있는 소중한 액자인 까닭이었다.
“엄마….”
바닥에 떨어진 액자 속 어머니가 자신과 볼을 맞댄 채 환하게 웃고 계셨다.
“사라야!”
아직도 가끔 제 귓가를 맴도는 어머니의 목소리.
“자꾸 말 안 들으면 오늘 페스츄리는 없어요, 없어요-.”
늘 음정을 붙여 다정하게 말하시곤 했었는데….
“우리 딸은 공주가 틀림없지요-.”
그 목소리가 무척이나 듣기 좋았었다. 왜 한 번도 녹음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후회될 정도로.
그땐, 그저….
아줌마처럼 왜 맨날 음정을 붙여서 말하느냐고 핀잔만 늘어놨었다.
그럼.
엄마는 늘 이렇게 답하셨다.
“넌 아빠만 작곡가인 줄 알지?”
“응? 그럼?”
“원래 엄마들은 다 작곡가야.”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건가 싶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길거리에 나와 아이 손을 붙잡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엄마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어쩔 수 없이 작곡가가 되어야만 했던 거였다.
“어.”
사라 스튜어트는 순간 머리 위로 번개가 친 듯,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작업실로 꾸며 놓은 방으로 뛰어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사락, 사락-.
습관처럼 오선지를 펴, 잘 깎은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
사락, 사락-.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움켜쥔 연필이 쉴 새 없이 움직이기도 잠시.
“아….”
그녀의 손이 오선지 위에 “뚝” 하고 멈췄다.
“엄마….”
막상 엄마를 떠올리게 할 음악을 만드는 게 상당히 괴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아 버린 까닭이었다.
그 순간 단번에 깨달았다.
아마 자신은 죽는 날까지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라는 것을.
“엄마는 작곡가….”
사라 스튜어트는 가사가 적힌 오선지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한편.
현승은 작업도 끝났겠다, 팬 미팅도 잘 끝마쳤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사 준비를 하기로 맘먹은 채였다.
얼굴을 밝힌 순간, 다짐한 일이었다.
지금보다 더욱 구설수라던가 사생활이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아마,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
하지만.
이건 자신의 단독적인 선택이었으니, 가족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처음 실행한 것은….
이사였다.
전생에 현승의 거처이기도 했던, 시그니처.
그곳은 연예인 중에도 탑 클래스 연예인만이 살고 있었고 그 외 정치인이나 사업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말은즉슨….
그만큼 사생활 보호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TOP3 안에 드는 매매가격을 자랑하지만, 현승이 앞으로 벌어들일 저작권료에 비하면 제법 안성맞춤인 거처였다.
하물며.
청각·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되어 있다고 하니, 아버지에게도 안성맞춤일 테고.
“좋았어.”
현승이 서류를 정리해 품에 안고는, 작업실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띠링-!
뉴욕필의 폴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마테오가 최지현이라는 작곡가에게 흥미가 생겼는지 찾더군. 혹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으면 연락 주게나. ]아, 맞다. 현승을 문자를 보고 나서야 팬 미팅으로 잊고 있던 마테오를 떠올렸다.
개인 SNS에 자신(*최지현)을 라이벌 상대로 생각한다며 글을 올렸었지.
‘흠….’
사실 악기는 아닌지라, 재미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생의 악연이었던 인물이 자신을 찾는다고 하니 또 무척 흥미롭긴 했다.
“연락이라도 한번 해 볼까….”
현승이 폴이 보낸 문자에 답장을 보내려던 그때였다.
띠링-!
다시 한번 문자가 도착했고, 이번에는 유니스 뮤직 그룹의 오스틴이었다. 다들 날 잡았나?
“흠?”
문자 내용을 확인한 현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 마테오가 HS를 찾고 있어요. 혹시 연락해 오면 절대 만나지 마세요. 사정은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마테오가 자신을(*HS) 좋지 않은 감정으로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 까닭이었다.
최지현은 좋고, HS는 싫다라….
탁, 타다닥-!
현승은 곧장 문자에 답장을 보냈다. 수신인은 ‘폴’이었다.
[ 마테오에게 제 연락처 알려 주셔도 됩니다. ]이러니까, 더 궁금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