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29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297화(296/482)
마테오는 요즘 밤낮없이 HS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딸이 집을 나갔을 적에도, 이렇게까지 수소문하진 않았다.
매정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미 성인이 된 이후였고, 분명 자신이 준 용돈으로 여유자금을 충분히 마련한 뒤, 나간다고 선언했을 테니까.
그리고.
여유자금이 떨어지거나,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연락해 올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딸이었으니까.
사락, 사락-.
마테오는 상념을 떨쳐낸 뒤,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하나씩 노트에 적어 나갔다.
1. HS는 한국인이다
2. HS는 LS 엔터의 소속 작곡가다.
3. HS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작곡가다.
4. HS는 완벽주의 성향이다.
5. HS는 이상한 헬멧을 쓰고 다닌다.
6. HS는 미남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어찌 된 게 죄다 좋은 말들이었다.
하나.
그럴수록 마테오는 HS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곧장 언론사를 통해서든, LS 엔터를 통해서든 연락을 취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럴 ‘명분’이 없었다.
HS와 연결 고리라고는 제 딸 하나뿐인데, 세상 사람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까.
HS도 물론, 딸아이가 말을 안 했다면 모를 테고.
무엇보다.
딸이 했던 말도 신경 쓰였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HS한테 연락하기만 해.”
그 녀석이 뭐라고….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
이내 마테오는, 노트 위로 ‘HS가 싫은 이유’를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1. HS는 한국인이다.
↳ 만약 사라가 결혼할 경우, 한국으로 가게 될 수도 있으니 안 됨.
2. HS는 LS 엔터의 소속 작곡가다.
↳ 어딘가 소속된 작곡가일 경우, 일정 수의 곡을 뽑아 내야 해서 시간적 제약이 있을 수 있음
3. HS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작곡가다.
↳ 잘나갈수록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 쉽기 때문에, 절대 안 됨.
4. HS는 완벽주의 성향이다.
↳ 음악에 미쳐, 사라를 혼자 둘 가능성이 아주 높음
5. HS는 이상한 헬멧을 쓰고 다닌다.
↳ 정신 상태에 대한 의심이 듦
6. HS는 미남이다.
↳ 미남, 미남, 미남. . . . .
노트에 구멍이 뚫리도록 점만 찍어 대기도 잠시.
“이런, 기생오라비가 뭐가 좋다고!”
별안간 테이블을 “쿵!” 하고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 옆으로 놓인 휴대폰 액정 속에는 HS의 얼굴이 떠오른 채였다.
아마.
제 딸이 스케줄을 펑크 내면서까지 갔다는 팬 미팅에서 찍힌 사진인 것 같은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잘생긴 것도, 셔츠를 풀어 헤친 것도.
“작곡가가 무슨 팬 미팅을 해!”
지금 마테오의 눈에는 모조리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으레 딸이 데려온 남자는 성에 찰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최악이었다.
팬 미팅을 할 정도라면….
한국에서 그냥저냥 잘나가는 작곡가 수준이 아니라, 팬덤이 형성된 수준이라는 건데….
비주얼만 봐도 알 만했다.
심지어 한국 언론사를 통해 알아보니 데뷔한 지 아직 3년도 채 되지 않은 햇병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이슈가 있던 모양이었다.
선배 작곡가에게 음원 성적으로 내기를 걸질 않나, 음모라고 밝혀지긴 했다지만 게이라든가 마약을 한다든가-하는 찌라시도 돌았다지.
‘안돼.’
HS가 남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마테오에게 있어선 최악의 조건을 가진 남자였다.
어찌 보면 자신과 비슷한 조건을 지닌 사람이라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목숨처럼 소중한 제 딸이….
부디 제 아내와 같은 길을 걷지 않길 바라니까.
스-윽.
마테오는 테이블 위에 놓인 가족사진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내와 자신, 그리고 딸아이는 다정하게 서로를 품에 안은 채 웃고 있다.
저땐 몰랐겠지.
우리 가족이 이렇게 산산조각이 나 버릴 거라는 사실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마테오가 깊은 상념에 빠져들기 시작한 찰나였다.
띠링-!
별안간 들려온 알림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어?”
문자를 확인한 마테오의 동공이 세찬 바람 앞에 홀로 선 가시나무마냥 맥없이 흔들렸다.
“이, 이게 뭐야-?”
정신이 번쩍 들 만한 내용이 담긴 문자였던 까닭이었다.
* * *
홍보실이라는 부서의 특성상, 고정된 점심시간이라는 건 없었다. 그저 여유 시간이 나면 로테이션으로 밥을 먹고 오거나 잠시 눈을 붙여야 했다.
그런 그들이….
오늘만큼은 밥도 거르고, 잠도 거부한 채 곽 팀장의 자리로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그러니까….”
“근데 진짜 대박이긴 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띤 사람 반, 흥미롭다는 양 흥분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반이었다.
그들이 일제히 바라보고 있는 건, 미국 뉴스 채널 CNC에 올라온 기사의 번역본이었다.
[ 작곡가 HS, 개인 SNS 통해 작곡가 ‘마테오’에게 음원 대결을 신청한 것이 화제다. ]그리고, 또 다른 창 위로는….
○ g_hs
There can’t be two suns in the sky.
♥
rmftmddl 외 86,579명이 좋아합니다.
g_hs 음원으로 승부를 볼까요? @mateo
HS, 아니, LS 엔터의 아픈 손가락 현승의 새로운 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본부장님.”
곽 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김우현을 불러 세웠다.
“흠….”
김우현은 대답 대신 책상에 허벅지를 기댄 채, 몹시 심각한 얼굴로 침음만 흘려 대고 있었다.
그래도.
이 말은 꼭 전해 줘야만 했다.
“친한 언론사 직원한테 들었는데, 요즘 안 그래도 마테오가 한국 언론사들 들쑤시고 다니면서 ‘HS’에 대해 묻고 다닌다더라고요.”
“마테오가?”
“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사소한 거라도 다 알려 달라고 했다더라고요.”
“그 사람이 현승이는 왜….”
“근데 이런 와중에 현승 씨도 이런 글을 올렸으니, 이러다 사달 나는 거 아니에요?”
김우현은 다시 입매를 꾹 다물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현승 또한 이사로 인해 부재인 상태라 이 사태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안 그래도 정신없을 텐데….’
김우현이 턱을 긁적이기도 잠시.
“그냥 내버려 두자.”
별일 아니라는 듯 모니터에 뜬 기사 창을 모조리 닫아 버렸다.
“본부장님, 잠시만요. 그래도 상황을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하는 게….”
“이렇게 된 거, 이 상황을 우리도 이용해 보는 거야. 안 그래도 지금 미국 쪽에서 HS에 대한 반응이 좋잖아?”
“그렇기야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계속 이 내용으로 기사 태워서, 둘만의 결투장을 마련해 주자고.”
“진심이세요?”
“그래, 이왕이면 규모 크게 겨뤄 보면 좋잖아.”
곽 팀장은 그런 김우현을 의아하다는 양 바라봤다.
자신이 여태 봐 온 김우현은 원래 차분히 그리고 신중히 문제를 해결하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째선지 과감하다 못해 터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질 않은가?
“흐음….”
곽 팀장이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잇지 못하고 있던 그때.
탁-!
김우현이 책상 위로 굵직한 손바닥을 짚으며, 한 번 더 강조하듯 덧붙였다.
“제대로 판 한번 깔아 봐. 판이 크면 클수록, HS라는 이름도 더 널리 알려질 테니까.”
장내를 일순간 압도하는 그의 목소리에, 홍보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으로선, 김우현이 죽는 시늉을 하라고 해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돌연.
홍보실 안으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팽배하게 흐르기도 잠시.
“어?!”
곽 팀장 옆에 서 있는 직원 한 명이 호들갑스럽게 소리쳤다.
“지, 지금 CNC에 마테오 측 인터뷰 기사 떴답니다!”
“뭐? 벌써?”
“네! 지금 바로 팀장님한테 링크 보내드릴게요!”
이윽고.
링크를 전달받은 곽 팀장이 곧장 기사창을 크게 띄웠고.
[ 마테오, 이번 논란에 “HS? 누구지?” 답변해.. ]헤드라인을 본 이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아.
마테오가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세계적인 작곡가 마테오가 이번 화제에 대해 곧장 입을 열었다.
당일 오전, 작곡가 HS는 새로 개설한 자신의 SNS에 “There can’t be two suns in the sky.”라는 의미심장한 글귀가 새겨진 사진과 함께 마테오를 태그해 “음원으로 승부를 겨뤄 보자”는 게시물을 올렸다.
HS의 게시물은 SNS상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는데, 이에 대해 마테오는 “HS라는 작곡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며, 그저 “청춘에서 나오는 패기”라 생각한다는 입장을..(중략)
김우현이 보채지 않아도, 알아서 커질 판이었다.
* * *
복잡하게 얽혀 가는 인연 속에 가장 피해를 본 이는 누구일까?
HS? 사라 스튜어트? 마테오?
아니.
빈센트 마흐였다.
“아….”
빈센트는 빌보드 차트를 바라보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1위는 자신의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1위를 했고, 1위여야 했다.
그런데 별안간 사라 스튜어트와 HS의 열애설이 터지더니 자신의 곡이 3위로 밀려났다.
그뿐이랴?
열애설로 주목받기 시작한 ‘HS’가 이번에는 마테오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사람들은 ‘HS’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일전에 챌린지 곡으로 유행했었던 ‘Villain daddy’ 또한 HS의 곡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제 곡을 추월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차트가 완성되었다.
[ Billboard Hot 100 ]1위 Look at me – Sarah Stewart
2위 Black angel – Sarah Stewart
3위 Villain daddy – 문범재 (prod. HS)
4위 fuckkkkkk – Sarah Stewart
5위 Black angel – Vincent Mah
6위 More than just music – Vincent Mah
이럴 수는 없었다.
하물며 사라 스튜어트의 곡인 ‘Black angel’을 리메이크해서 발표한 곡보다 ‘More than just music’의 순위가 낮은 상황.
아무래도, 이건 모두 ‘HS’의 영향일 터였다.
‘HS….’
지금 빈센트는 ‘어쩜 자신의 곡도 ‘HS’라는 활동명으로 발표했다면 결과가 좀 달라졌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마저 들었다.
본래 빈센트라면 절대 하지 않을 핑계였다.
지금껏 내로라하는 작곡가나 프로듀서와 작업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 덕분에 성공한 거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래, 순전히 빈센트가 지닌 경이로운 보컬 실력과 목소리 덕분이다.
그 점에 대해선….
세상 모든 이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한데.
지금 빈센트는 자신이 ‘HS’라는 힘을 받지 못한 탓에 성적이 떨어진 것이라 여겨졌다.
사실, 일부 맞는 말이기도 했고.
빈센트는 HS의 사진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흠….”
‘사라 스튜어트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스위터에서 엄청난 알티를 타고 퍼져 나가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의 여파인지….
이미 미국 전역에서 ‘HS’의 팬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빈센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더니,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윽고.
빈센트는 곧장 HS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전화 연결음이 이어지던 그때.
─ 하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빈센트는 수화기 너머로 뛰어 들어갈 기세로 딱 붙인 채 다짜고짜 제안을 건넸다.
“HS, 나랑 손잡는 거 어때?”
─ 징그럽게, 내가 왜 너랑 손을 잡아?
“아니, 정말 손을 서로 잡자는 게 아니잖아.”
─ 그럼, 뭔데?
때아닌 정적이 흐르기도 잠시.
“나랑 레이블 차리자.”
빈센트가 음흉한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답했다.
“네가 프로듀서 겸 대표해. 내가 소속 아티스트할게. 물론, 설립 자본은 내가 다 투자할게.”
─ 너 유니스 뮤직 그룹 나오려고?
“너랑 레이블 차리게 되면 나와야지.”
─ 난 안 나갈 건데.
“왜? 내가 자본 다 댈 거라니까? 넌 망해도 손해 볼 거 없잖아.”
─ 나도 돈 많아서 자본 대 주는 건 큰 메리트가 없어.
빈센트는 그 순간 “아차!” 했다.
맞다.
저 녀석도 이제 빌보드 차트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으니, 상상치 못한 저작권료를 벌어들이고 있을 터.
고로, ‘금전’에 있어선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빈센트는 바로 다른 방안을 고안해, 말을 이었다.
“나랑 미국에 1인 레이블을 차리게 되면, 너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돈방석에 앉는 건 물론이고 대표라는 명예도 얻게 되는 거잖아. 이 정도면 엄청 큰 메리트 아니야?”
그러나 잠자코 들어 주는 듯 보였던 HS는, 제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절했다.
─ 그렇게 좋은 거면 네 친구랑 해.
빈센트는 뒤통수라도 한 대 얻어맞은 것마냥 정신이 혼미했다.
‘대체 왜….’
만약 빈센트가 불특정 다수의 작곡가를 붙잡고 이 제안을 똑같이 했다면, 그들은 단번에 수락했을 거다.
왜냐고?
잘 한번 생각해 보아라.
우선 자본도 다 대 주는 건 물론이고, 대표 자리까지 내어 주는 것이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
더군다나 어떤 곡을 불러도, 빈센트가 부르면 빌보드행이다.
그 말인즉슨.
레이블로 벌어들일 수입은 금액의 단위를 셀 수 없을 정도가 될 거라는 말이기도 했다.
하물며
‘나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인데!’
이런 제안을 고민도 안 하고 거절하다니, 빈센트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 잠깐만… 거절하는 이유가 뭐야?”
─ 1인 레이블이라며? 그럼 난 악기가 너뿐이라는 거 아니야?
빈센트는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 또….”
저놈의 악기 소리는 아직도 하는 걸로 봐선 같이 레이블을 차려도 자신을 악기라 부를 게 분명해 보였다.
하나.
그런 걸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악기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수치심보다 HS와 함께해서 얻게 될 ‘이득’이 훨씬 더 클 거라는 계산이 끝났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1인 레이블이니까 누가 볼 일도 없지 않겠나.
─ 그런 거라면 재미없지. 못 들은 걸로 할게.
“잠깐만, 너도 이젠 재미보단 더 넓은 물에서….”
─ 1인 레이블인 김에 혼자 다 해보면 되겠다. 고생해.
빈센트가 “자, 잠시만!” 하고 불러 세웠지만.
툭-.
전화는 이미 상대방 측에서 매정히 끊긴 채였다.
아, 정말….
사람을 갈구하게 만드는 데 선수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