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화(3/482)
목에는 목베개를, 눈 아래에는 시커먼 다크서클을 달고 있는 A&R 막내 조윤찬은 척 봐도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꼴이었다.
“어후, 졸려.”
입이 찢어지라고 하품을 해 보인 그가 습관적으로 A&R팀의 메일함 맨 위에 자리한 기획서 메일을 확인하고자 마우스를 움직이기를 잠시.
“엥? 이게 뭐야?”
조금 전 새로 도착한 메일의 제목을 확인해 봤다.
「 팝니다. 」
대체 뭘 판다는 걸까?
“스팸 메일인가?”
눈매를 좁혔던 그가 파일이 첨부된 메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곧장 메일을 열람해 봤다.
딸깍.
이내 메일의 내용을 확인한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얼씨구? 이 미친놈은 또 뭐야?”
메일의 내용은 간단했다.
「 데모 3곡 샘플입니다. 곡당 300만 원에 매절할 생각, 만약 구매 의사 있을 시 연락 요망. 작곡가 HS, 010-XXXX-XXXX. 」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의 샘플을 보냈으니 곡당 300만 원에 구매할 생각이 있거든 연락을 달라는 간략한 내용이었다.
한데.
곡의 퀄리티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신인 작곡가의 곡을 곡당 300만 원에 구매할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꿈도 야무지네.”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말투는 또 왜 이렇게 허세가 가득한 건데?”
윤찬은 메일을 보낸 이가 패기 넘치는 핏덩이 작곡가일 것이라 확신하며 조소를 지었다.
이런 내용의 메일을 아무리 여기저기에 보낸다고 한들 팔릴 리가 없으리라 장담했다.
팔릴 만한 곡을 만들 능력이 있는 작곡가라면 이미 진즉에 대형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겠지.
“쯧쯧.”
아마 조만간 현실을 직시하고 겸손을 배울 수 있을 터였다.
또.
스스로 재능이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지.
“야, 곰!”
그때였다.
“너 또 일 안 하고 만화 보고 있었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윤찬이 화들짝 놀라 답했다.
“예? 아니에요! 저 오늘 밤새워서 일했어요!”
A&R팀의 팀장 한인규가 건넨 말이었다.
“그래, 얼굴 보니까 그런 것 같네.”
“그건 무슨 뜻이에요?”
“한 보름은 밤새워 일한 것 같아.”
장난스레 답한 그가 되물었다.
“그런데 무슨 메일을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
“아, 어떤 미친놈이 아침부터 이상한 이메일을 보내서요.”
한인규가 “미친놈?”하고 되묻자 그가 답했다.
“데모곡 3개 보낼 테니까 샘플 들어 보고 구매 의사 있으면 연락 달라는데요? 곡당 300만 원에 팔아 주겠다면서요.”
한 팀장이 되물었다.
“좀 알 만한 작곡가야?”
“에이, 아뇨.”
“그럼 그냥 신인이야?”
“네, 신인이요.”
“그냥 무시해 버려.”
말을 마친 한 팀장이 잠시 멈칫했다.
‘음?’
조금 더 머리를 굴려 보니 그럴듯한 가설이 세워졌다.
‘뭔가 사정이 있는 기성 작곡가.’
일단 신인 기준의 적당한 매절 금액대를 알고 있었다.
‘신인 평균이 300만 원이기는 하지.’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로 가격을 매겼을 수도 있다지만 LS 엔터테인먼트가 이따금 매절 계약으로 곡을 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업계 사람일 수도 있겠는데?’
이를테면 타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상태인데 급전이 필요하다든지,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곡을 보내온 현역 작곡가일지도 모르겠다는 가설이 순식간에 세워지고야 말았고.
“아휴, 피곤해 죽겠는데 아침부터 별 미친놈이….”
윤찬이 메일을 삭제하려던 찰나.
“야 잠깐만.”
“왜요.”
“들어나 보자.”
한 팀장의 말에 윤찬은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네? 에이, 시간 아깝게 들어서 뭐 해요.”
“그냥 혹시 모르니까 들어나 보자는 거지.”
말을 마친 그가 재차 덧붙였다.
“일단 엔지니어 룸에 파일 좀 보내줘 봐.”
“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왕 들을 거면 제대로 들어 봐야지.”
이내 윤찬이 툴툴대며 사내 메신저를 통해 엔지니어 룸 측에 파일을 전송했고….
“가서 들어 보자.”
한 팀장이 윤찬을 이끌고 엔지니어 룸으로 향했다.
“파일 보내셨던데 누구 곡이에요?”
엔지니어 룸 안에 들어서자마자 주둔하고 있던 직원 하나가 건네 온 물음이었다.
“오늘 메일로 받은 곡이야.”
“메일로요?”
“응, 곡을 팔고 싶다던데.”
그 말에 윤찬이 끼어들어 설명을 보탰다.
“미친놈이에요. 곡 샘플 3개 보내면서 곡당 300만 원에 팔고 있으니까 구매할 마음 생기면 연락 달라고 번호 남겼던데요?”
이내 엔지니어 룸 소속 직원이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네.”
그가 피식 조소를 흘리며 중얼댔다.
“자, 일단 틀어 볼게요.”
그렇게 모두가 곡을 감상하기를 잠시.
“와.”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건 엔지니어였다.
“무료 툴만 사용한 것 같은데 거의 손댈 게 없는데요?”
그 말에 한 팀장은 즉각 되물었다.
“무료 툴?”
이내 그가 곧장 설명을 덧붙였다.
“샘플이다 보니 제대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일단 들은 부분만 놓고 보면 완벽한데요? 일단 무료 소스만 사용해서 이렇게 만든 걸 보면 기본기 자체가 엄청 탄탄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제가 봤을 때는 완전 생 신인은 아니고 이 바닥에서 그래도 구를 만큼 구른 사람이 찍고 녹음 딴 곡 같은데요?”
한 팀장이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정말 기성 작곡가가 맞는 건가…?’
그때 엔지니어가 말했다.
“일단 나머지 두 곡도 들어 보시죠.”
그렇게 그들이 연달아 두 곡을 더 감상했다.
곡이 워낙 짧았기에.
두 곡을 듣는 데 총 일 분이 소요됐을 뿐이었다.
“것 참, 야박한 사람이네.”
이번에도 엔지니어가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무리 샘플이어도 그렇지 무슨 30초씩 잘라 놨지?”
“그러게, 말이야.”
“더 듣고 싶으면 돈 내고 사 가라는 것도 아니고.”
이내 한 팀장이 되물었다.
“그렇지? 샘플이어도 너무 짧은 건 맞지?”
“그럼요, 이거 완전히 배짱 장사인데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뭐, 어차피 살 거 알고서 이렇게 잘라서 보냈겠죠.”
한 팀장이 동감한다는 양 고개를 끄덕이며 윤찬에게 지시했다.
“3곡 다 구매하겠다고 말씀드려.”
“전부 다요? 곡당 300만 원에?”
“그래, 지금 당장 전화 드리고.”
세 곡 다 퀄리티가 준수했기에 ‘비상용’으로 용이하게 쓸 수 있을 터였다.
‘이 정도 퀄리티면 소속 가수 앨범에 곡이 빌 때 하나씩 넣을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그는 이 세 곡을 보내온 작곡가가 기성 작곡가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거래로 연을 터놓으면 추후에 타 매니지먼트와 전속이 종료되는 시점에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도 있을 테니….’
어디로 보나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었다.
“아니다.”
한 팀장이 재차 말을 꺼냈고.
“그냥 내가 전화할게.”
곧장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뚜, 뚜, 뚜.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를 잠시.
–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한 팀장이 웃으며 답했다.
“예, LS 엔터테인먼트 A&R팀 한인규 실장입니다.”
– 곡 사시려고?
“네, 작곡가님 곡을 워낙 인상 깊게 들어서요.”
그가 재차 말을 꺼내려던 찰나였다.
– 됐고, 일단 음원 저작권 매절 계약서부터 보내 주세요.
“네?”
– 기왕 사시려는 거 믿음으로 입금 먼저 해 주시면 더 좋고.
그 말에 한인규가 멍한 얼굴을 지어 보이던 찰나.
– 잡담은 거래 끝난 뒤에 나누도록 하죠.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마무리됐고.
띠링!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인규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도착했다.
「 계좌 번호 : 한국은행 110-353…. 」
다시 한번.
띠링!
「 예금주 : 민현승 」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였다.
‘일단 이 작곡가는 싹수도 없군.’
실력 있는 작곡가들은 으레 이런 식이었으니 딱히 괘념치는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민현승….’
이 싸가지 없는 작곡가의 이름이 민현승이란 사실이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정도 지났을 무렵.
[ Web 발신 ]한국은행.
입금 8,703,000원.
LS 엔터테인먼트.
휴대전화에 도착한 입금 문자를 확인한 현승이 미소를 지었다.
“오, 입금됐네.”
메일로 받은 전자계약서를 작성해 보내 주고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 원천징수 3.3%를 제한 금액이 칼같이 입금됐다.
“입금 한번 확실하네.”
전생에서는 단 한 번도 저작권료 정산이나 입금을 신경 써 본 적이 없었건만, 입금 알림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장비를 조금만 더 좋은 걸로 바꿀까?”
물끄러미 컴퓨터 쪽을 바라보니 아쉬운 사양의 장비들이 각 잡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쩝 소리가 나올 만큼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내 돈을 들이지 않을 방안이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금방 고개를 돌렸다.
‘굳이 내 돈을 쓸 필요 없이….’
자신이 낳은 곡이 황금알이라면 그 곡을 만든 자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다.
LS 엔터테인먼트는 자신이 보낸 3곡을 매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영입하려 들 터였다.
전속 계약을 요구해 올 게 뻔하니 차라리 그쪽에 장비 지원을 요구하면 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면 LS에 곡을 매절로 팔아넘긴 이력을 활용해서 타 매니지먼트와 접촉해도 좋을 것 같고.’
그러니, 일단 남는 돈은 모조리 가족들에게 쓸 요량이었다.
‘우선 밀린 공과금부터.’
우선 고지서부터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입금을 마친 고지서는 전부 찢어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고지서까지 모두 찢어 버린 뒤.
“좋아.”
현승이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설 채비를 했다.
기분 좋은 날이니….
간단하게나마 가족들 선물을 하나씩 사기 위함이었다.
무턱대고 가로수길에 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 선글라스라도 끼고 나올 걸 하며 걱정했지만 그건 내 지나친 염려였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원래라면 이렇게 나돌아다니기조차 어려운 일이었는데….
마치 전생에서의 삶이 정말 한낱 꿈에 불과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제일 비싸고 좋은 걸로.”
간단하기 그지없는 쇼핑 철학 덕에 잔고가 금세 바닥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처럼 방금 막 튀겨 낸 치킨도 한 마리 포장했다.
“좋아….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앞으로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터.
기대감 덕에.
집으로 돌아가는 현승의 발걸음은 마냥 가벼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