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2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29화(328/482)
현승의 『 The timing is off [volume. 1&2] 』앨범은 매일매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국내 차트는 물론이고, 오리온, 빌보드까지 전부 10위권 안으로 안착한 상태였고.
조예리와 사라 스튜어트는 매일 분 단위로 쏟아지는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만 했다.
아아.
물론 현승에게도 음방을 비롯해 각종 CF와 예능 그리고 라디오 섭외가 빗발치고 있었지만, 아주 가뿐히 무시하고 있었다.
더불어 마테오 또한 죽어도 라이브는 안 할 거라고, 기사를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하기야.
여타 다른 가수가 아니라 같은 작곡가인 현승과 비교해 봐도 뒤떨어지는 실력이었으니….
어디 내놓기 창피할 테지.
현승은 그런 마테오를 어떻게든 라이브를 시켜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지만, 억눌렀다.
노인 보호 차원이랄까.
무엇보다 언젠가 부르게 될 날이 분명 오지 않겠는가?
“흠.”
현승은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이번 앨범으로 또다시 천문학적인 저작권료가 통장에 쌓일 거다.
빈센트의 투자 없이도, 홀로 레이블을 차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아니.
이미 자리 잡은 레이블을 하나 인수해 버리는 방법도 있다.
하나.
그건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니, 의미가 소실된다.
물론.
다른 레이블에 대한 인수합병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자신의 레이블이 자리를 잡은 이후로 미뤄 둘 뿐이었다.
똑, 똑, 똑.
현승이 상념에 잠기던 그때.
똑, 똑, 똑.
작업실을 연신 두들기는 노크 소리에 깨어났다.
어째, 소리가 한두 사람이 아닌데?
현승이 눈매를 좁히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이내.
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문에 바싹 붙어 있던 사람들은 중력을 못 이기고 쏟아지듯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뭐 하냐?”
현승의 허리춤과 바짓단을 붙잡은 채, 간신히 넘어지는 걸 면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하, 하하, 안녕하세요.”
“작곡가님….”
“혀, 현승아, 안녀엉?”
정아린과 윤제이, 이효은.
그리고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온 강하준이었다.
“간, 간식 배달 왔습니다.”
아아.
“바보들.”
어정쩡하게 쓰러진 이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도도하게 뒤따라 들어온 뾰족지니까지.
또각, 또각.
이내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멈춘 후에야 작업실의 문이 닫혔다.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작업실.
하지만.
현승은 면박 대신 소파를 향해 걸음을 돌렸다.
“정신 사나우니까 들어와서 앉아.”
오늘 이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으니까.
또각, 또각.
제일 먼저 소파에 앉은 건 서지니였다. 이후 강하준, 정아린, 이효은, 윤제이 순서로 자리를 잡았다.
다섯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미건조한 얼굴이거나, 눈치를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거나.
우선.
무미건조한 얼굴을 한 서지니부터 들어볼까.
“왜 왔는데?”
현승이 서지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다른 이들의 시선도 서지니를 향했다.
서지니는 일순간 쏟아지는 시선에 다소 부담스러운지 흠칫 떨며 몸을 뒤로 젖혔다.
하나.
다른 이들의 시선이 그녀를 집요하게 쫓았다.
마치 총대 메고 대신 말해 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큼-!”
서지니도 그 시선을 읽었는지, 이내 목을 가다듬고는 다시금 본래의 무뚝뚝한 표정을 찾았다.
“오늘 찾아온 건….”
그러고는 단호한 입술을 열었다.
“지난번에 주신 제안을 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말에, 다른 이들이 놀라며 서지니를 휙 쳐다봤지만.
휙-!
서지니는 가만 있어 보란 듯, 한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가장 맏언니다운 포스였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LS 엔터와 계약 기간이 남았어요.”
이내 서지니는 가장 문제가 될 거라 여긴 부분부터 콕 짚으며 본론을 꺼냈다.
현승이 그 점에 대해 무어라 말을 보태려던 찰나.
“물론-!”
서지니가 한 톤 높여, 말 허리를 자르기도 잠시.
“저희가 따라간다고 하면 위약금에 대해선 책임져 주시겠죠.”
“저는 제가 책임…읍!”
그때 강하준이 옆에서 끼어들려고 하자, 서지니는 냅다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저희가 다 따라가면 과연 좋은 그림일까요?”
그러고는 제법 심각한 얼굴로 문제점을 짚어 내듯,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 찌르며 물었다.
그 물음에 현승은 좌우로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당연히 좋지 않은 그림이다.
도의적으로나, 인도적으로나 나가는 와중에 소속 아티스트까지 데리고 가는 건 분명 좋지 않은 그림이었다.
하나.
현승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데려가고 싶었다.
제 편이라 여겼으니까.
그러나 그건 단순히 제 욕심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강요할 수도, 회유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문범재도 전날 밤, 찾아와 거절 의사를 밝혔다.
“나는 너무 늙어서 어려울 것 같네.”
“목소리는 창창하시잖아요.”
“아니, 이미 내 한계를 느끼고 있어.”
아쉽지만 아주 단호한 얼굴로 딱 잘라 말하던 그에게,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이런 내 도움이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하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배웅해 주었다.
그래.
현승은 부단히 고민하고, 어렵사리 찾아왔을 이들의 선택을 그저 존중해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현승이 짐짓 태연한 얼굴로 커피를 들어 올리던 그때였다.
“저희야 뭐 따라가면 그만이지만, 작곡가님에게 막대한 피해와 책임이 따를 수도 있다고 판단했죠.”
서지니가 제 옆으로 나란히 앉은 이들을 눈으로 훑기도 잠시.
“그래서 저희는 여기서 남은 계약 기간을 채운 다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뒤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입꼬리를 매끄럽게 올리며 덧붙였다.
“물론 그때 받아 주신다면요.”
현승은 아주 조금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일부러 심드렁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뭐 이런 걸 굳이 귀찮게 찾아와서까지 말해. 그냥 톡으로….”
“그치만-!”
그때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윤제이가 별안간 소리쳤고.
“저희 다 작곡가님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이런 얘기는 꼭 만나 뵙고 오해 없게끔 얘기 드리고 싶었어요.”
이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제 말을 전했다. 아니, 모두의 마음을.
“꼭 갈게요.”
뒤이어 정아린이 방긋 웃으며 말을 보탰고.
이내 다른 이들도, 그 말에 동참하듯 연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이윽고.
“먼저 가 있을게.”
그렇게 대답한 현승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 * *
한편.
박 전무의 집무실 안에서는 한참 말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유치한 말싸움.
“잠, 잠깐만요. 뭘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요?”
김우현이 눈을 깜빡이며, 박 전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박 전무는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즉답했다.
“자네는 왜 몇 번을 말하게 하나? 아이들과 살 집이랑 학비를 지원받기로 했다니까 그러네.”
“그, 그러니까 집이랑 학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요?”
“그래, 그렇다니까? 미국 내 집이랑 학비 지원.”
귀찮은 척 거들먹거리는 박 전무의 대답에, 김우현은 더욱 집요하게 그를 붙들고 늘어졌다.
“그, 그리고요? 더 뭐 지원받기로 한 거나 연봉 관련해서는 얘기 들으신 바 있어요?”
“연봉은 아직 얘기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함께 접수해 보자나, 뭐라나? 참, 사람 귀찮게 하는 데 뭐 있다니까?”
이내 김우현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비 오는 날, 길에 버려진 강아지처럼 처연한 얼굴이었다.
“너한테는 뭐 해 준다는 말 없었어?”
박 전무는 그런 김우현의 눈치를 살피다 슬쩍 물었다.
“저, 저에겐….”
김우현은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들은 게 없었으니까.
물론, 뭐를 바라고 가는 건 아니다. 현승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기 위해, 그리고 현승을 믿으니까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박 전무에게 이런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금동이, 너무해.’
안 그래도 미국으로 가게 되면, 어머니와 함께 살 집부터 어머니가 다닐 병원은 어디로 구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때였다.
미국의 집값이나 병원비는 한국보다 더욱 높은 편에 속했으니까.
이러니.
더욱 서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냐, 김우현, 서운해하지 마.’
그러나, 김우현은 고개를 휙휙 내저으며 자신을 타일렀다.
현승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무언가를 바라고 서운해한다면….
그건 진정으로 현승을 위하는 길이 아니게 되는 거니까.
“근데 모이라고 해 놓고 정작 장본인이 왜 이렇게 안 와?”
그때 박 전무가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마 자신에게 얼른 연락해 보라고 눈치 주는 거겠지.
“연락해 보겠습니다.”
김우현은 다시금 멘탈을 붙잡으며, 가까스로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그래.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현승이 만나서 얘기 좀 하자고 연락을 보내온 까닭이었으니까.
그러다, 하필 박 전무와 둘이 집무실에서 만나게 되어 충격적인 소식마저 듣게 된 것이다.
후회해도 늦었다.
“전무님은 왜 현승이와 함께하기로 하신 겁니까?”
묻지 말걸.
“사실 아쉬울 게 없으신 분이잖아요.”
혹시나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물었던 질문에….
“내가 왜 아쉬울 게 없나?”
그렇게 파격적인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지.
“한국에서는 집도 내 돈, 애들 학비도 내 돈으로 해야 하는데 자식들 데리고 살 집 주고, 학비도 전액 지원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잊자, 잊어.
타이밍 좋게 액정 위로 [금동이]라는 이름이 떠오르자, 김우현은 애써 마음을 바로잡았다.
“너 어디야? 왜 안 와?”
─ 이미 전무님 방이세요?
“그럼, 진작에 와 있지.”
─ 아, 잠깐 일이 생겨서 이제 갑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고.
똑, 똑, 똑.
머지않아 집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모이셨네요.”
이내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현승이, 기분 좋은 얼굴을 한 채 소파 한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사람 불러 놓고 기다리게 하는 건, 취미야?”
박 전무의 비아냥에도, 현승은 마냥 좋은 얼굴로 “일이 좀 생겨서요.” 하며 넉살 좋게 받아쳤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김우현이 그런 현승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뭐, 나쁜 일은 없죠?”
왠지 생글거리는 얼굴을 보니, 심술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왜 박 전무에게만 지원해 주냐며 따져 묻고 싶었지만, 따듯한 차로 억눌렀다.
아무래도.
제 그릇이 너무 작은 모양이다.
“아무튼 이제 사옥 공사가 들어갔다고 하니, 슬슬 얘기할 차례가 온 것 같아서요.”
“대표에게?”
“네, 아무래도 그쪽이 가장 큰 난관일 테니 먼저 해결하고 가야겠죠.”
“언제, 어떻게 얘기할지 생각해 봤나? 내가 봤을 땐, 나도 함께 참여해서 얘기하는 쪽이 더….”
박 전무와 현승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더욱 심술이 솟아오르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
박 전무님은 그만큼 자신보다 연륜도 있고, 실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만한 인재상이니까.
“예, 그렇게 해서 얘기하는 걸로 하고….”
한참 말을 잇던 현승이, 상념에 잠겨 있는 김우현을 발견하곤 잠시 말을 끊었다.
“본부장님, 듣고 계시죠?”
그러고는 김우현을 불러 세우며 말을 이었다.
“이제 진짜 중요한 얘기할 차례니까, 집중 좀 해 주세요.”
김우현은 그 말에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 그래….”
바보같이 뭐 하는 거냐. 집중하자, 집중해.
“전무님은 가서도 전무님으로서 역할을 해 주시면 됩니다.”
현승이 제법 대표이사답게, 무게감 있는 어투로 박 전무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는 이내 김우현을 향해 악수를 요청하며 말을 이었다.
“본부장님은 가시면, 이사로서 전무님과 함께 레이블을 위해 힘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잠, 잠시만.
“방금 뭐라고 했어…?”
김우현이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사내 이사로서 전무님과 함께….”
“어? 사내 이사?”
“네, 미국까지 가서 본부장님 하시려고요?”
“아, 아니, 아니지.”
현승이 무게가 실린 표정으로 벙쪄 있는 김우현의 손을 맞잡았다.
“집이랑 어머니 다니실 병원은 이미 알아봐 놨으니, 사사로운 건 신경 쓰지 마시고.”
그러고는 이내 가볍게 흔들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사로서 최선을 다해 주시리라 믿을게요.”
“그, 금동아, 아니, 그저 빛, 나의 대표님….”
김우현은 왠지 그런 현승의 뒤로 후광이 비치는 듯 느껴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