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4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42화(341/482)
민준석은 암막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애당초 귀가 안 들리니 알람 시계를 맞추고 자 본 적은 없지만, 늘 비슷한 시각에 일어났다.
달그락.
민준석은 아무런 잡음 없는 세상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안경을 집어 들었다.
사람에겐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이렇게 총 오감이 있다고 한다.
하나.
누군가는 이 중 4개의 감각만 있을 수도, 3개의 감각만 있을 수도, 단 한 가지의 감각만 있을 수도 있다.
민준석에겐 5가지의 오감 중 청각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써, 듣는 즐거움이 사라졌지만.
여타 감각.
특히 시각과 후각적인 측면에서 여타 다른 이들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커튼 사이로 흘러들어 오는 한 줌 햇빛에 눈이 떠졌고.
방문 너머로 딸아이가 굽고 있을 빵 냄새에 저절로 몸이 반응했다.
끼이이익-.
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향하니,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빵 위에 버터를 얇게 펴 바르고 있는 딸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귀에 들리진 않지만, 미세하게 살랑이는 몸짓으로 보아….
십중팔구.
제 오빠의 노래를 듣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딸아이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빠의 방문을 열어, 존재 여부를 확인한 뒤 가벼운 아침거리를 준비한다.
만약 오빠가 있는 날이면, 빵 세 조각 혹은 계란후라이 세 개. 그것도 아니면 직접 갈아 만든 야채주스 세 잔.
그리고.
오빠가 없는 날이면, 빵도, 계란후라이도, 야채주스도 달랑 하나.
그 하나의 몫은….
본인이 아닌 아비인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녀석….’
현아는 제 오빠가 먹을 수 없다면 본인도 먹지 않기를 택했다.
그래.
제 딸아이인 현아는 어릴 적부터 제 오빠인 현승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울다가도 오빠 품에 안기면 울음을 뚝 그쳤고,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졸졸 쫓아 다녔다.
한 번은.
운동회를 하던 날, 제 오빠 학년 차례가 되자 대기하라던 선생님의 지시를 어기고 자리를 이탈하여 보러 간 적도 있었더랬다.
그러다.
두 남매가 사춘기에 접어들고 무릇 숙녀와 청년의 모습을 갖춰 갈 무렵 즈음부터는 사이가 서먹해졌었다.
사실 그건, 다 제 탓이다.
아이들은 커갈수록 엄마의 부재를 느꼈을 거고, 돈에 의해 좌절하는 날들이 늘어났을 거다.
그건 다 자신의 무능과 불운이 불러 낸 것일 터였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잠든 아이들의 방문 앞에서 중얼거린 적이 있다. 뭉개진 발음과 이상하게 들릴 톤으로.
자신의 고해성사를, 하늘이 가엽게 여겨 준 것일지.
어느 날.
아들의 굳게 닫혔던 방문이 열렸고, 늘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진 채 애써 웃던 딸의 웃음이 진짜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민준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식이 아웅다웅 잘 지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물론.
아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지만.
“어?”
그때 자신을 발견한 현아가 싱긋 웃으며 빵과 나이프를 내려놓았고.
─ 잘 잤어요, 아버지?
늘 그랬듯 따듯하고 말랑하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왔다.
제 딸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천사도 이보다 더 예쁘고 고결한 마음을 지니지는 못했을 거다.
자신에게서 이런 딸이 태어났다는 게, 새삼 믿기지 않았다.
아아.
물론 현아는 자신보다, 제 아내를 닮았다.
곱고, 아름다우며, 현명한데 지혜롭기까지 하고, 명랑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따라 웃게 될 만큼 싱그러운 미소를 지녔고….
톡톡.
민준석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어깨를 두들기는 딸아이의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 아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 아무것도 아니야.
─ 그럼 얼른 앉아서 토스트 한 조각 드세요. 목 막히지 않게 우유도 같이 마시면서.
오늘은 이미 버터가 발려진 빵과 올려진 머그잔이 총 세 개씩인 것으로 보아, 아들인 현승이 집에 들어온 모양이다.
─ 현승이는?
─ 세상 모르고, 자요.
그 말에 민준석은 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아들의 방문을 바라봤다. 피곤한 걸 넘어서, 몸이 곤할 테지.
그래.
미국에 세워지고 있다던 사옥을, 영상통화를 통해 보여 준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리 빨리 돌아온 걸 보면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몸을 혹사하며 돌아다녔다는 걸 테니까.
아삭, 아삭.
딸아이는 제 몫의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문 채, 집을 나설 준비를 서둘렀다. 아마 저 모습을 제 오빠인 현승이 본다면 부스러기 떨어지니, 한 곳에 앉아 있으라 하겠지.
아웅거릴 남매의 모습이 그려지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기도 잠시.
딸아이가 다급하게 집을 나서면서도 오빠 일어났을 때, 꼭 토스트 먹으라고 전해 달라며 조심조심 문을 닫는 걸 보고 있노라니….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나는 뭐 하는 놈이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배한 까닭이었다.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아니.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아무것도.
끝내 그 이상의 질문은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아니.
이어 나가지 않기 위해 생각의 고리를 끊어 냈다.
자책하고 있어 봤자, 애석하다며 가슴을 두들기고 있어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까.
톡톡.
상념에 잠겨 있던 그때, 제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이 느껴졌다.
무심하지만, 다정함이 묻어 있었기에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들의 손길이라는 걸.
─ 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청력 대신 천운이라도 타고난 건지, 제 아들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졌다. 자고 일어나도 멋지고, 기사 사진을 봐도 멋지고, 무대에서 봐도 멋지다.
하지만, 이런 걸 전했다간 제 아들은 분명 낯간지럽게 왜 그러냐고 할 테니 참아야지.
─ 응, 아들 현아가 이 토스트 꼭 먹고 나가래.
─ 아무래도 일부러 제 것만 좀 태운 것 같은데요?
현승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토스트를 덥석 집어 들어 곧바로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민준석은….
따듯한 온기가 남아 있는 토스트를 단숨에 해치우는 아들을 바라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어디 가세요?
─ 비밀.
─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러고는 아들의 뻗친 뒷머리를 슥슥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 오늘 늦더라도 집에 들어와 줄 수 있니?
좀처럼 하지 않던 제 부탁에 아들은 조금 놀란 듯 눈썹을 들썩여 보이기도 잠시.
─ 네, 그럴게요.
아들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뒷정리는 놔두고 가. 아빠 먼저 일어날게.
─ 진짜 어디 가시려고요? 태워다 드릴까요?
─ 몰라도 돼. 우리 아들, 한번 안아봐도 될까?
─ 갑자기 왜 이러실까.
─ 그냥 얼마나 컸나 꼭 안아 보고 싶어서 그래.
민준석은 거부하지 않는 아들을 품 안에 가득 끌어안았다.
탁, 탁.
언제 이렇게 장성했는지, 이젠 품에 다 안을 수 없는 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오랜만에 집 밖을 나가 볼 요량으로, 아들이 처음 돈을 벌어 사 준 점퍼를 챙겨 입었다.
아들에게 처음으로 아비 노릇 한번 하기 위해.
* * *
현승의 하루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그랬듯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답습했다.
어찌 되었건.
지금은 LS 엔터 전속 작곡가이고, 계약 기간이 남았다.
아직 공사도, 계약도, 설립도 완성되지 않았으니 그때까진 일원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다.
아마.
그래 봤자 올해까지니, 대략 4개월 정도 남은 건가.
“커피 사 왔습니다.”
김우현도 늘 그랬듯 아침부터 커피를 사 왔다. 변한 게 있다면 적응 안 되는 말투와 커피의 홀더.
잠깐, 홀더?
“사옥 카페에서 산 게 아니네요? 여긴 어디에요?”
현승이 놀란 듯 컵 홀더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물론.
어쩌다 한번 다른 카페에서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이 아는 김우현은 그렇지 않았다.
외부 카페들은 죄다 가격이 사악하다며, 고집스럽게 사내 카페에서만 커피를 사 마시던 사람이니까.
“요 근처에 새로 개업한 카페에서 사 왔어.”
그래, 그럴 수 있지.
“커피 맛 괜찮네요.”
“그치? 괜찮지? 여기 분위기도 좋고,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깔끔하고 사람도 많이 없어.”
“그래요?”
“조만간 같이 한번 가 보자.”
아니, 그럴 수 없다.
“흐음.”
적어도 자신이 아는 김우현은 절대 카페의 분위기나 청결도를 따지며 가는 사람이 아니다.
일전에는 비싸기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사 달라고 했다가 아메리카노에 쓰이는 원두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커피의 기원에 대해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담, 정답은 하나뿐이지.
“여기 사장님 예뻐요?”
제 말에 김우현은 갑자기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맞구만, 뭘.”
“진짜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을 할 때면, 눈도 잘 못 마주치시면서 꼭 이런다.
“그럼, 말 나온 김에 지금 가 보는 걸로 하죠. 거기 사장님이 예쁜지, 안 예쁜지 보게.”
“아, 아니, 잠깐만!”
“왜요? 아까는 분위기도 좋고 깔끔하니, 사람도 없어서 너무 좋다고 같이 가 보자면서요.”
김우현은 곧바로 반박하지 못하고 눈알을 굴려 댔다.
하여간.
거짓말을 너무 못하신다니까. 그런 점이 좋은 거지만.
“너, 너, 너어-!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쩌려고!”
“헬멧 쓰면 되죠.”
“아주 엣치스라고 안내판을 들고 다니지 그래?”
“그럼 그냥 벗고 갈게요. 혹시 엣치스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참도 믿겠다. 이런 비주얼이 어디 흔하게 널린 줄 알아? 넌 네 얼굴을 자주 보니까 자각이 안 되지?”
뭘, 또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를 치고 그러신담.
“됐고, 저는 꼭 가 봐야겠어요.”
더 궁금하게.
“잠, 잠깐만-.”
김우현이 일어나려는 자신을 다급히 붙잡으며 부연했다.
“생각을 해 봤는데, 난 어차피 머지않아 미국으로 떠날 몸이니 아무래도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아.”
“그게 왜요?”
“왜냐니? 만남과 동시에 상처로 얼룩진 이별만 주게 될 텐데.”
그의 이런 얼굴은 처음 봤다.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아련하고, 알 수 없는 설렘이 요동치는 듯한.
“흐음….”
현승은 그런 김우현을 바라보다, 사뭇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그냥 드라마 작가로 전향해 보시는 건 어때요?”
“나 지금 무척 진지하거든?”
“저도 리얼 진지하게 로맨스 작가 적극 추천.”
제 말에 김우현은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튼 난 미팅 있어서 가 봐야 하니까, 이건 남들한테 비밀로 해 주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현승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기도 잠시.
“그래요.”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 * *
현승은 퇴근 시간이라기엔 이른 지금,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아버지로부터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았으니까.
─ 오늘 늦더라도 집에 들어와 줄 수 있니?
제 아버지는 걱정은 하시더라도, 집에 빨리 들어오라거나 오늘은 들어오라는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아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들어오라고 하신 걸 테지.
‘그냥 들어오라고 해도 되는데.’
그 와중에도 조심스레 묻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얼굴 표정이 밝긴 했지만,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으니 현승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져 갔다.
이윽고.
집 안에 들어선 현승은, 곧바로 아버지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방에 없었다. 거실에도, 주방에도 없었다.
설마 이번에도 현아랑 서프라이즈 준비하신 건가?
그렇다기엔, 아직 무언가를 축하할 만한 게 없는데.
‘대표에 대한 축하는 이미 받았고, 생일은 아직 남았고.’
현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 방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였다.
“아버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아버지를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가 처음 보는 정장을 사랑스럽다는 바라보며 다림질을 하고 있던 까닭이었다.
깃 하나, 소매 하나, 단추 사이 하나.
어느 곳도 빠짐없이 구석구석 다림질을 하는 아버지의 손길이 제법 익숙해 보였다.
빨래통에 넣었던 옷이 늘 새 옷처럼 빳빳하게 잘 개켜져 돌아왔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건 그렇고, 저 정장은 뭐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현승이 조심스레 아버지에게 다가가며 인기척을 냈다. 뜨거운 다리미를 들고 있는 만큼 다칠 수도 있으니까.
─ 아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버지는 집중하고 계셨는지, 곁에 거의 바싹 다가갔을 때쯤에서야 제 존재를 알아채셨다.
─ 만약 늦게 왔으면 이 광경을 못 봤을 테니, 서둘렀죠.
현승은 그런 아버지에게 능글스럽게 대답하며 웃어 보였다.
─ 이제 슬슬 저녁 준비하려고 했는데, 조금만 기다려.
이내 다림질하고 있던 정장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레 옷걸이에 걸어 넣는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 근데, 그건 무슨 정장이에요?
그러나 제법 오랜 텀이 지난 후에야, 아버지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답을 하셨다.
─ 우리 아들 주려고 오늘 나가서 사 왔어.
그의 손에 들린 정장은 은은한 남색이 감돌면서도 디테일한 라인이 잘 자리 잡은, 아주 세련되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맞춤은 아닐 테지만, 척 보기에도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하이엔드급 정장임은 확실했다.
현승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알아보고 사 오셨을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모를 어깃장이 났다.
─ 아버지 옷 사시지, 제 건 뭐 하러 사셨어요.
─ 우리 아들이 그런 멋진 사옥을 이끌 대표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정장 한 벌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이런 와중에도 아버지는 온화한 미소로, 따사로운 눈빛으로 제 어깃장을 살살 달랬다.
─ 이건 아비로서 꼭 사 주고 싶었어.
그러기도 잠시, 멋쩍은 얼굴로 덧붙였다.
─ 물론 이것도 아들이 준 생활비 일부만 빼서 산 거지만.
그 말에 현승이 눈매를 좁히며 요청했다.
─ 아버지, 생활비 통장 한번 줘 보실래요?
설마, 설마 하면서.
현승이 조심스레 내민 아버지의 통장을 확인하고는 마른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설마는 역시 사람을 잡는다니까.’
어떻게 된 게, 뜨문뜨문 보이는 출금 내역은 죄다 ‘세탁소’ 아니면 ‘마트’뿐인 걸까.
이게 적금 통장도 아닌데, 왜 이리 입금 내역만 많은 걸까.
아.
사람 성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더니, 맞아.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분이셨지. 검소하고, 자식 돈을 절대 허투루 쓰지 않으시는 분.
─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현승은 어깃장을 부려 봤자, 부질없는 투정일 뿐이란 생각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물론, 잔소리도 곁들여서.
─ 근데, 부디 이제 이 돈은 아버지를 위해 쓰세요. 아버지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으세요.
아버지는 제 말에 대답 대신 소리 없이 웃음을 지으셨다.
이거 봐, 사람 성품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는다니까.
─ 그럼, 오늘은 아버지가 사 주신 정장 입고 우리 가족 외식이나 하러 갈까요?
현승은 아버지 손에 들린 정장을 제 품에 맞춰 덧대며 물었다.
‘아빠 아들, 좀 멋져요?’
입 모양으로 자신의 아버지만 알아들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