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4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49화(348/482)
유단비.
그녀는 볶은 원두와 갓 구워 낸 빵의 향을 좋아했다.
그것이 그녀가 카페 ‘havit’을 차리게 된 이유였다.
딸랑─!
자신이 아침에 눈을 뜨면 버릇처럼 커피를 내려 마시고,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처럼.
다른 이들도 그렇게 습관처럼 자신의 카페를 찾아와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서 오세요. havit입니다.”
그리고 그 바람대로 단골이 제법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오셨어요?”
유단비는 싱긋 미소 지으며, 방금 막 내린 커피 두 잔을 건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맞죠? 미리 준비해 놨어요.”
카페 오픈하던 날 처음 온 손님인 만큼 기억하고, 더욱 챙겨 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더군다나, 매일 찾아 주는 단골이시기도 하니까.
“감사합니다.”
그는 늘 묵묵히 커피를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값을 치르고 먹는 것이니, 감사할 일은 아닌데 말이다.
“아침은 드셨어요? 마침 오늘 새로 신메뉴인 바움쿠헨 만들어 봤는데, 드셔 보실래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인지라, 말을 붙이기 어려웠지만….
“맛있겠는데요? 근데 맨날 이렇게 얻어먹기만 해서 어쩌죠….”
몇 마디 나누다 보니, 그 또한 잔잔한 미소로 화답해 오곤 했다.
무엇보다.
어느 날부턴가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와서인지, 인상이 더욱 부드러워진 것도 사실이고.
─ ♬ ♬ ♬
유단비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편안한 이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바움쿠헨을 담는 이 순간마저도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오늘 담은 신곡 리스트인가?’
유단비는 곡이 참 좋다고 생각하며, 가장 맛있게 구워진 바움쿠헨 몇 조각을 담아, 그에게 건넸다.
“여기 바움쿠헨이요.”
그때였다.
“커피도, 바움쿠헨도 감사합니다.”
─ 커피는 ‘커’로 시작하고.
같은 단어가 동시에 같은 목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한 게.
─ 라떼는 ‘라’로 시작하는데.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그는 자신을 오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 왜, 행복은 ‘너’로 시작되는 걸까.
부끄럽다는 표정일까? 아니면 혼란스러운 눈빛일까?
─ 그리고, 왜 아픔 또한 ‘너’로 시작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유단비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묻고 싶어졌다.
혹시 이 노래에 나오는 목소리가 그쪽이신가요?
그러나.
귀까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다, 단비 씨─.”
그리고 지금 그의 떨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무슨 말을 할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고.
“이, 이 곡은… 단비 씨를 위한 곡입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고.
“네?”
유단비가 놀라서 되묻자, 그는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더니 정확히 시선을 맞춰왔다.
사정없이 떨리는 눈동자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아, 이 남자 나를 좋아하는구나.
“비록 제가 만든 곡도, 제가 가사를 적은 곡도 아니지만 처음에 나온 말들은 모두 제 진심입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커피를 참 좋아하시고, 부지런한 분이시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요즘 제 행복은 단비 씨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위한 곡이라는 말도, 행복이 자신이라는 고백도 너무 갑작스럽게만 느껴졌다.
“우, 우현 씨….”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제,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고….”
“저번에 입금 내역 보고 알고 있었어요. 우현 씨도 그래서 제 이름 아시는 거 아니에요?”
“그, 그렇습니다.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황한 것 같은 눈치를 보이자, 그는 되레 정중하게 선을 그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괜스레 웃음이 났다.
냉철해 보이던 모습과 달리, 숙맥의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게 꽤 귀엽게 보인 까닭이었다.
“근데 왜 아픔도 저로 시작되는 거예요?”
유단비는 그런 김우현에게 장난을 쳐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 그건….”
하지만, 그는 지금 모든 상황이 진지한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 단비 씨에게 프러포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 프러포즈요?”
“저는 조만간 떠날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단비 씨에게 프러포즈할 수 없습니다.”
고백을 넘어서, 바로 프러포즈라니.
이 남자….
너무 매력적이잖아?
“저기….”
유단비가 호기심이 섞인 얼굴로 그를 불러 세우려던 찰나였다.
“그냥 더 이상 말 안 하셔도 됩니다. 제 마음만 알아 주십쇼. 나중에 더 멋진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는 황급히 카페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평상시처럼 “그럼, 수고하세요.” -라는 인사말도 없이.
“흐음….”
유단비가 그런 김우현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기도 잠시.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으시네.”
소리 없이 웃으며, 다시금 오픈 준비를 이어 나갔다.
* * *
한편.
김우현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느라, 목덜미가 뻐근할 정도였다.
“본부장님 맞는 거 같지?”
이곳저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통에,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던 탓이다.
“민금동….”
김우현은 오늘 아침 겪은 수치가 떠올라, 이를 아득 갈았다.
나름 복수라면 복수로, 커피 2잔도 혼자 다 마셔 버렸다.
아마 지금쯤 목이 떨어져라 커피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흥, 오늘 내가 커피를 사다 주나 봐라.”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겠노라고 단단히 결심한 터였기에 현승의 작업실 근처를 얼씬도 하지 않았다.
‘단비 씨….’
그녀의 당혹스러워하던 표정이 떠올라 괴로워진 김우현은, 벤치로 향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스르륵, 스르륵─.
그러고는 습관처럼 모니터링 작업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가 실린 곡인 만큼 대중의 반응이 궁금한 건 당연한 거니까.
스르륵, 스르륵─.
김우현은 빠르게 손을 움직여, 기사부터 음악 플랫폼 순위까지 스캔을 끝냈다.
음악 플랫폼 순위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발매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 차트 인을 완료한 상태였다.
문제는….
대중들의 반응이었다.
[ 엣치스 이제 각 잡고 웃긴 컨셉으로 가는 건가? ]⤷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이건 입장 표명을 들어 봐야 함.
⤷ 슬슬 이제 영감 고갈 나서 걍 아예 컨셉충으로 가려는 거 아님?
⤷ 곡은 좋지 않아? 난 진지하게 좋아서 계속 스밍 중임
⤷ 근뎈 너무ㅋㅋ나레이션이 팔이월드 감성이라 그렇지;
⤷ 그래서 대체 저 나레이션 하신 분 누군지 좀 보고 싶음;
⤷ 난 차라리 모르고 싶다..
곡의 성적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대중들은 HS가 이젠 하다 하다, 장난으로 곡을 만든 게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던 것이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라, 또 뭐라 반박할 말도 없었다.
“녀석이 알아서 하겠지.”
김우현은 애써 그 내용들을 무시하며,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그렇게 생각 없이 거닐다 보니….
“내 정신 좀 봐.”
자신도 모르게 현승의 작업실 문 앞에 도착한 채였다.
“하아….”
그냥 다시 돌아갈까 싶었지만, 또 신경 쓰이는 마음에 결국 김우현은 늘 그랬듯 문을 두들겼다.
똑, 똑, 똑.
딱 세 번, 그리고 나선 자연스레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다.
“현승아.”
작업실에 들어가니, 녀석은 또 늘 그랬듯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제 곧 떠날 회사이거늘 뭘 맨날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
좀 쉬었다 가도 될 텐데.
김우현은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헤드셋을 뒤집어쓰고 있는 현승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생각했다.
그래.
저 녀석이 장난으로 시작했든 뭐든 간에, 대충 만들 녀석은 아닌데.
울컥.
갑자기 대중들의 댓글이 떠올라, 울화가 치밀었다.
비록 우리 금동이가 장난은 많이 쳐도, 자기 일을 대충 하는 놈은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톡톡.
김우현이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현승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 늦으셨네요?”
그제야 자신을 발견한 현승이 헤드셋을 벗으며 반겼다.
그러고는 이내.
시선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자신의 빈손으로 향했다.
“커피는요?”
“없어.”
제 단호한 대답에, 현승은 눈을 가느다랗게 늘어트렸다.
“흐음….”
다 알겠다는 듯, 눈썹을 들썩여 보이기도 잠시.
“차여 놓고 괜히 저한테 심술부리러 오신 거죠?”
익살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정말.
오늘에야말로 꿀밤을 한 대 때려 줘야 할까?
“내가 차이긴 왜 차여!”
김우현은 아침에 마주한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울컥하는 마음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차였네, 차였어.”
“아니라니까!”
“제가 사랑의 세레나데도 만들어 드렸는데, 왜 차이셨어요.”
그러나 현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픈 곳을 푹푹 찔러 댔다.
“혹시 곡이 마음에 안 든대요? 다시 만들어 드릴까요? 혹시 수첩에 더 좋은 멘트 적어 두신 거 있으면….”
“됐어.”
“이런, 곡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게 아니군요.”
“아픈 곳 좀 그만 찔러.”
김우현이 낙담하듯 어깨를 축 늘어트리자, 현승은 덤덤히 등을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의연해지시기로 했잖아요.”
“너라면 프러포즈하기도 전에, 눈빛으로 차였는데 의연해질 수 있겠어?”
“예? 프러포즈요?”
“원래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더 멋져서 돌아오겠다고 약속의 증표로 결혼하려고 했는데….”
현승은 말끝을 흐리는 김우현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저었다.
“왜 차인지는 대충 알겠네요.”
“어?”
“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러고는 이내 무언가 생각났는지, 휴대폰을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어.”
“아마 보시면 좀 놀라실걸요?”
김우현이 다소 신난 듯한 현승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 싶은 마음에 바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번 엣치스가 낸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에 나레이션 누군지 찾아냄. 갑자기 엣치스 공식 계정 스토리에 예전 팬 미팅 추첨 영상을 올렸길래 뭔가 했거든?
근데 영상 속 목소리랑 나레이션 목소리랑 톤이라든가 어투가 백 프로 동일 인물임. 힌트 주려고 올린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을 읽어 내려가던 김우현이 현승을 째려보며 “너!” 하고 소리쳤지만.
이내 현승이 더 읽고 화내도 늦지 않다며 아예 휴대폰을 건넸다.
무엇보다 엣치스 최측근이고 기자회견 때도 동행했던 사람임.. 곡 처음 들었을 때 웬 컨셉충인가 싶었는데 얼굴 보니까 생각보다 훈훈하고 멀쩡하게 생기심 하물며 알아보니까 아직 그래도 젊은 나이인데 LS엔터 본부장임..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본부장 재질이 여깄었음..
오늘부터 내 행복은.. 이 사람이다…..
+사진 첨부
마지막까지 글을 다 읽어 내려간 김우현은 다급히 댓글 창을 찾았다.
자신이 조금 전 봤던 커뮤 반응과 너무 상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와ㅋㅋㅋㅋㅋ이걸 찾아 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이버수사대임?
⤷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
⤷ 근데 진짜 생각보다 훈훈한데?
⤷ 그래서 본부장님은 쿨톤임 웜톤임? 아님 내가 평생 완주하지 못할 사랑의마라톤임? 아니면 내 인생에 뛰어든 행복 일톤임?
⤷ 기자회견 사진 보는데 기럭지도 훌륭함 합격!
⤷ 결정했다 엣치스는 너무 높은 산이라 본부장님으로 갈아탈게.
⤷ 다들 컨셉충이니 뭐니 욕하더니 태세전환 오지네ㅋ 그런 의미로 사랑해요 본부장님
김우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휴대폰과 현승을 번갈아 쳐다봤고.
“이게 다가 아니에요.”
현승은 싱긋 웃으며 아예 작업하던 모니터 위로 한 카페 창을 띄우며 덧붙였다.
“축하드려요. 만인의 본부장님이 되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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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현에게 우연히 빠짐 ]일명, ‘김우빠’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