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49)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50화(349/482)
사라 스튜어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왜 연락 안 해….”
별안간 혼잣말하는 건 기본이고.
“내가 자존심까지 내려놨는데─!”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승이 빈센트와 레이블을 설립한다고 하여, 먼저 러브콜을 던졌으나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던 까닭이었다.
앤드류를 통해 들은 바로….
빈센트는 유니스를 통해 단독 유통을 약속하고 아무런 불이익 없이 나가기로 했다고 들었다.
이왕 그런 조건을 걸 거면, 자신을 조건에 포함해서 얘기해 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런 와중에─.
새로운 사옥 공사도 얼추 마무리되어 간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괴짜 녀석….”
사라 스튜어트는 ‘괴짜’라 저장된 연락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신곡을 낸 걸로 보아 바쁠 게 뻔했기에, 자신마저 재촉할 수가 없던 까닭이었다.
“신곡이나 들어 볼까….”
머지않아 사라는 뉴튜브를 통해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를 재생시킨 뒤, 댓글 창을 확인했다.
드르륵, 드르륵.
중간중간, 영어로 된 댓글도 있긴 하지만 아직은 한국어로 된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 ♬ ♬ ♬
하지만 곡의 선율은 충분히 한국을 넘어, 전미에서 유행할 만큼 세련된 구성을 지니고 있었다.
─ 커피는 ‘커’로 시작하고.
이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 라떼는 ‘라’로 시작하는데.
사라 스튜어트는 눈매를 좁히며, 목소리에 집중했다.
─ 왜, 행복은 ‘너’로 시작되는 걸까.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애절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그리고, 왜 아픔 또한 ‘너’로 시작하는 걸까.
왜인지는 몰라도 제 볼이 달아오를 만큼 낯부끄럽다는 것도.
대체, 왜 넣은 거지?
제대로 된 벌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라 스튜어트의 머리 위로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드르륵, 드르륵.
비단 자신만이 느낀 점은 아닌지, 번역을 돌린 댓글은 대부분 ‘나레이션’에 대한 내용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그런 와중에 사라 스튜어트의 손이 멈춘 댓글 하나.
─ HS가 곡으로 왜 장난질하는지 알겠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만든 곡도 빨아 주니까 그렇지. (좋아요. 54개)
그 댓글을 한 번, 두 번, 세 번….
쾅─!
정확히 네 번째 정독했을 때,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부들부들.
책상을 내려친 사라 스튜어트의 주먹이 가늘게 떨려왔다.
마치.
자신이 멸시당한 것처럼, 모멸감이 몰려온 까닭이었다.
“지가 HS에 대해 뭘 안다고.”
사라 스튜어트는 비틀린 입술을 애써 움직여, 중얼거렸다.
그래.
곡의 선율과 동떨어진 듯한 나레이션이 집중력을 조금 떨어트리는 건 사실이다.
아주 조금,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HS는 곡을 가지고 장난질 따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렇게나 만들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적어도.
사라 스튜어트가 본 HS는 그랬다.
“fuck….”
정말 욕이 나올 만큼, 그래, 구역질이 치밀어 오를 만큼 곡의 완성도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 너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지.
지금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가수의 호흡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 세상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절대 설렁설렁 만든 곡이 아니라는 걸.
─ 흘러 버리는 시간마저 아깝다고.
이 곡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숱한 작업을 반복하고.
밤을 새워 가며 지옥 같은 녹음을 진행했을 테니까.
타다다닥, 타다다닥─!
HS에게 언제 서운했냐는 듯, 돌연 자신의 SNS 창을 켜, 분노의 타이핑을 이어 나갔다.
“지들이 괴짜에 대해 뭘 안다고.”
마지막으로 ‘게시’ 버튼을 누른 그녀는,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연신 욕을 중얼거렸다.
“Fuck, Fuck, Fuck….”
* * *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로비를 통과하는 남자.
그건 바로, 김우현이었다.
“김우빠다.”
요즘 사내에서 그는 본부장 대신 ‘김우빠’라 불리고 있었다.
물론.
대놓고 그에게 ‘김우빠’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흐음.”
김우현은 한껏 힘이 들어간 어깨를 들썩이며 안경을 추켜 올렸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이 시선, 제법 나쁘지 않은데?’
예전에 박 전무가 ‘Villain daddy’로 주목받을 때는, 여러모로 귀찮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챌린지라도 하나 해야 하나?’
조금 더 귀찮아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흐음.”
안 그래도 요즘 티토크에서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의 나레이션 부분을 읊으며, 고백하는 챌린지가 왕왕 올라오는 것 같던데….
김우현은 진지하게 고민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카페 ‘havit’의 마감 시간을 확인했다.
“후….”
그날 이후로, 아직 용기가 없어서 찾아가지 못한 채였는데….
역시.
자신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
스르륵, 스르륵─.
이내 김우현은 축 처진 어깨를 다시 올려놓기 위해, 실시간 차트창을 실행시켰다.
[ TOP 100 ]1위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 – 정아린 (prod. HS)
2위 I’ll leave it – HS (Prod. Matteo)
3위 늦었지만 다시 한번 – 조경미&조예리 (Prod. HS)
4위 Turn around – Sarah Stewart (Prod. HSxMatteo)
5위 I’ll stay here – Matteo ( Prod. HS )
이걸,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왜 행복은 너로 시작할까.
─는 가요계에서 한동안 아무도 깨지 못할 것이라던 ‘I’ll leave it’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후후.”
김우현은 다시금 한껏 올라간 어깨를 들썩이며, 뿌듯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아아.
제 목소리가 들어간 노래라 그런 건 아니고.
현승이 만든 곡이 잘돼서 좋은 거뿐이다.
정말이다.
비록, 곡이 잘되면 잘될수록 장난으로 만든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는 있긴 했지만….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위상이 높아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아무런 이유 없이 싫어하고, 끌어내리고자 헐뜯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다.
과한 수위의 욕설이나 비판이 아니라면, 따로 조치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금동이 녀석이 그런 거에 연연하고 신경 쓸 놈도 아닐 테니까.
또한.
장난처럼 시작하긴 했어도, 절대 설렁설렁 장난치듯 만들 놈이 아니라는 걸 알 사람은 다 알 테니까.
똑, 똑, 똑.
김우현은 여러 잡념을 밀어둔 채, 현승의 작업실 문을 두들겼다.
“자, 커피.”
늘 그랬듯, 커피를 든 채로.
“어라?”
다른 점은, 사내 카페에서 산 커피라는 것 정도? 아직, 그녀를 볼 자신감이 없으니까.
“havit 커피가 아니네요?”
“주는 대로 마셔, 인마.”
현승은 바로 알아차리긴 했지만, 뭐든 좋다는 듯 아기새마냥 커피를 받아 마시며, 중얼거렸다.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나도 썰고 싶었어! 근데 고백했다가 차였다니까!”
다 들으라는 듯 흘린 말에, 김우현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래도, 이제 나름 유명인인데 한 번 더 썰어 봐요.”
현승은 그런 김우현을 살살 꼬드기듯 달콤하게 말을 이었다.
“혹시 또 모르잖아요. 그녀의 마음이 변했을지도.”
그 말에 “유명인?” 하고 중얼거린 김우현이, 무언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 간다. 오늘도 고생하고-!”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네가 만든 곡 더 잘되라고 나도 뭔가 좀 해야지.”
현승이 “쓰읍.” 하고 숨을 들이켰다.
“지금도 충분히 잘되고 있는데….”
그러고는 황급히 뛰쳐나가는 김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덧붙였다.
“하, 대체 무슨 사고를 치시려고.”
어째 불안할 따름이었다.
* * *
한편.
마테오는 요즘 눈을 뜨면, 바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쓰기만 한 이 액체를 왜 마시나 싶었는데, 계속 먹다 보니 은은한 향과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흐음, 바꾼 원두가 향이 좋군.”
그렇게 커피로 잠을 깨우던 찰나.
띠링─!
잠잠하기만 하던 휴대폰이 울렸다.
[ 별스타그램 새로운 알림 +1 ]휴대폰으로 하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연락하고 지내는 이도 없기에 평상시에 울릴 일이 없다 보니.
혹시나 자신의 딸아이로부터 온 연락인 줄 알고 잠시 설렜던 마음이, 알림을 확인하자 가라앉았다.
“그럴 리가 없지.”
알림을 밀어서 지우려던 차.
“음?”
잘못 눌러서 켜진 별스타그램 속 피드를 발견한 마테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야?”
그도 그럴 것이, 피드를 올린 주인공이 제 딸아이였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그 피드에 태그된 사람이 다름 아닌 HS라는 점 때문이었다.
“뭐야?”
마테오는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피드에 기재된 내용을 클릭했다.
설마 열애설을 인정한다거나, 갑자기 결혼을 발표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한 피드의 내용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장난으로 만들더라도, 그걸 만든 사람이 불세출의 천재라면 그것 또한 한 세기를 관통하는 작품이 된다.
마테오는 게시된 내용을 눈이 빠져라, 살펴봤지만, 그 외에 다른 부가적인 설명은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HS를 태그한 것이라면, 분명 HS와 관련된 글임은 맞을 텐데….
“흐음.”
마테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글에, 댓글을 확인했지만, 사람들 또한 이게 무슨 말이냐는 말과 둘이 연인관계가 아니냐는 말뿐이었다.
“쯧, 연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혀를 끌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잠시.
“흐으으음….”
마테오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깊게 침음했다.
그래.
내용은 모르지만, 제 딸인 사라가 ‘HS’를 옹호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었고.
그 추측이 맞는다면, 자신도 ‘HS’를 옹호한다면 제 딸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물론.
그 녀석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한 톨도 없지만.
“하아….”
너무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옹호해 줄 방법은 없나?
따악─!
고민에 빠졌던 마테오가 별안간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고는 몇 안 되는 연락처를 뒤져댔다.
─ 뚜르르르르르.
그러고는 이내 망설임 하나 없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수화기 너머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요즘 나한테 전화하는 일이 잦아진 것 같은데?
“물어볼 게 있어서.”
─ 또 뭔데, 그래.
“혹시… 자네, 별스타 리그램 하는 방법을 알고 있나?”
그가 도움을 요청한 건, 자신과 동년배인 ‘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