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5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56화(355/482)
현승은 다른 이들과 함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한국에서의 생활만 모두 잘 정리하면 끝이니까.
“난 인수인계 다 끝내고, 이제 오늘 집무실 정리하면 돼.”
그렇게 말한 김우현의 얼굴은 왠지 시원섭섭해 보였다.
“미국 내 집도 다 준비 끝났어요. 가구도 다 들여놨다고 하고, 그냥 옷가지만 챙겨서 어머니 모시고 가시면 될 것 같아요.”
현승이 자신의 작업실 책상 위를 정리하며 덤덤히 얘기했다.
“정말 고맙다.”
그 말에 김우현도 따라 덤덤히 답했다.
“전무님도 이미 인수인계 끝나서, 먼저 미국 넘어가서 애들 편입 준비해 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구나.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놓으셨네.”
어딘가 계속 짙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투에, 현승이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혹시 한국에 팬카페 생겨서, 떠나기 아쉬워지신 거예요?”
장난스럽게 물었다.
사실.
그 속에는 혹시 모를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그래, 본인의 의지보단 그저 제 뜻에 따라, 미안하고 고마워서 따라나선 걸지도 모르니까.
“절대 그런 건 아니야.”
“그럼요?”
“그냥, 좀 마음에 걸려서.”
김우현이 생각에 잠겨 들기도 잠시.
“팬카페도 팬카페지만, 우리 단비 씨를 두고 가기가….”
이내 이름만 말해도 좋은지, ‘단비 씨’라 말한 그의 입가 위로는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정말이지.
저 정도면 중증이다.
“그럼, 같이 미국 가서 결혼하세요. 집 크기도 넉넉해서 신혼집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
현승은 관심이 없어졌는지, 심드렁히 대꾸했고.
“그건 안 돼.”
“왜요?”
“내가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데리러 온다고 했어.”
김우현은 안 그래도 태산만 한 어깨를 쫙 펼치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예, 그러세요.”
하나, 현승은 눈길도 주지 않고 작업창 하나를 띄웠다.
“넌 미국 넘어가기 전까지 작업만 하려고?”
그 모습에 김우현이 정말 질린다는 양 물었다.
“아니요.”
“작업하려는 거 아니야?”
“그건 맞는데.”
“그 정도면 일중독이야.”
그러고는 이내 걱정 가득한 얼굴로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좀 하다가 가는 건 어때? 리프레쉬도 좀 하고 말이야.”
김우현이 본 현승은 다른 취미나 여가 생활에는 크게 흥미가 없어 보였다. 가끔 게임기나 좀 만지고, 밥이나 많이 먹을 줄 알지.
가끔 보면 일 말고는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어, 걱정스러웠다.
“흠.”
그 말을 들은 현승이 고민에 빠진 양 침음을 흘렸고.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네, 아주 좋은 게 떠올랐어요.”
무언가 생각난 듯 씩 웃어 보였다.
“뭔데?”
그러나,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던가?
“우선 그보단─.”
현승이 몸을 돌려, 작업창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시즌 맞춰 낼 곡부터 만들고요. 머리통이 간질거리거든요.”
정말이지.
“저, 음악 변태….”
일중독이 확실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현승은 미국으로 아예 넘어가기 전, 계획 하나를 세웠다.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그건, 바로….
[ 전국 맛집 도장 깨기 프로젝트 ]이름은 꽤 거창했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밥만 먹고 돌아다니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선택했다.
지난 삶에서는 국내를 잘 돌아다니지 않기도 했거니와, 맛집을 굳이 찾아다니지 않았었으니까.
그렇게….
현승은 차 키와 지갑 하나만 덜렁 챙긴 채, 맛의 도시랄 수 있는 전라도를 찾은 지─.
꼬박 3일이 흘렀다.
비빔밥, 불고기, 칼국수, 주꾸미, 국밥, 한정식 등등….
수도 없이 먹었고.
전라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고자 걸음을 옮겼다.
오늘 도장을 깰 곳은 바로….
< 지리 칡냉면 >
아주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지리산 등산객들이 시원하게 땀을 식히고 가기, 안성맞춤인 식당이었다.
다소….
외관이 허름하긴 하지만, 정말 맛집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한 명이요.”
이른 시각부터 내부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혹시 몰라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오긴 했지만.
다행히 나이대가 상당히 높은 손님이 대부분이었기에 자신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칡냉면 곱빼기로 하나요.”
현승은 소탈해 보이는 이모님에게 주문을 끝낸 뒤, 구석진 자리 하나를 잡고 앉았다.
“뭐, 이렇게 사람이 많아.”
모자챙 너머로 식당을 살펴보니, 오늘은 손님뿐 아니라, 촬영팀도 식당을 찾은 모양이었다.
“혹시 짧게 한 줄만 인터뷰할 수 있으실까요?”
리포터로 보이는 여성이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중년 남성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게 보였다.
“아휴, 쫄깃하니 시원하니까 속에 쌓인 화가 다 풀리는 맛이랄까요?”
인터뷰 요청을 받은 중년 남성이, 호로록 소리를 내며 냉면을 흡입하기에 이르렀다.
꿀─꺽.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현승은 군침이 돌았다.
‘얼른 먹고 싶다.’
현승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 하나로 가득 차 있었고.
리포터가 한 명씩 차례대로 인터뷰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채, 멍하니 주변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저기, 혹시 인터뷰 한마디 가능하실까요?”
때마침 리포터의 레이더망에 홀로 앉아 있던 현승이 포착되었고.
“아, 괜찮습니다.”
“젊으신 분들 인터뷰도 따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는데. 아직 식사 안 하고 계시니까 그냥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정도만 얘기해 주시면 돼요!”
“아니요, 안 하고 싶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린 현승은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거절했다.
하나.
리포터는 쉽게 물러설 마음이 없는지, 곁에 바싹 다가와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을 던졌다.
“저희가 인터뷰 응해 주신 분들 식사는 대신 계산해 드리고 있는데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정말 짧게 한마디라도 괜찮아요.”
제안으로 시작해, 리포터의 애원으로 끝이 났고.
결국 현승은 자신도 모르게 “그러죠.” 하고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뒤늦게 ‘아차’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카메라는 현승을 향해 초점이 맞춰진 이후였다.
“모자 쓰고 해도 되죠?”
리포터는 그 물음에 다소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놓칠 수 없어.’
얼굴의 절반을 가려놔도 훈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청년의 모습을 꼭 담아 가고 싶었다.
“물론이죠!”
이내 아무렴 상관없다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제가 질문 하나 드리면 친구한테 얘기하듯이 편하게 대답해 주시면 돼요.”
“지금요?”
“네, 혹시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되셨나요?”
“전국 맛집 도장 깨기 프로젝트를 구상하다가 여기가 엄청 오래된 맛집이라길래 꼭 들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는데요?”
현승은 그 말에 정말 친구에게 얘기하듯 편하게 말을 늘어놓았고.
“이 정도면 됐죠? 저, 이제 음식 나와서 이만 카메라 좀 치워 주실래요?”
이내 제 앞에 냉면이 놓이자, 귀찮아졌다는 양 손짓했다.
“아, 네─!”
리포터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물러서려던 찰나였다.
“꼭 계산은 해 주시고요.”
현승은 그 말을 덧붙인 뒤, 곧바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이윽고.
다른 테이블로 향한 촬영팀을 확인하고는, 곧장 쫄깃한 칡 면을 한입 크게 빨아들였다.
“하….”
정말이지,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는 맛이었다.
현승은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그릇에 머리를 박은 채 흡입했다.
호로록, 호로록.
그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잡히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말이다.
* * *
현승은 다른 지역 도장 깨기에 앞서 정비를 하기 위해 꼬박 3일 만에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그래도.
집이 편하긴 편한지,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흐으음….”
침대에 누워 있던 현승이, 그대로 잠이 들려던 찰나였다.
지이잉─!
갑자기 울린 휴대폰에 흠칫 놀라며 눈을 떴고.
[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처음 보는 번호로부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아니, 들려 주고 싶은 곡이 있어. ]하물며 영어로 된 문자로 보아 신종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고 판단하여 무시하려던 그때.
지이잉─!
뒤이어 문자가 또다시 도착했다.
[ 아니,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정체 모를 사람은, 자신이 ‘누구냐’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하고 싶은 말을 연달아 전송했다.
[ 우선 이메일 주소를 한 번만 알려주겠어? ] [ 네가 먼저 들어 보고,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 ]마치 당연히 들어줄 걸 안다는 듯한 말투에 흥미가 생긴 현승이, 곧장 제 이메일 주소를 적어 답장을 보냈다.
드르르륵─.
그러고는 곧바로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이메일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띠링-!
머지않아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고.
“음?”
이메일을 클릭하자, 아무런 내용 하나 없이 첨부 파일만 5개 삽입되어 있었다.
“아.”
이내 현승이 [ 네가 먼저 들어 보고, 부탁을 들어줬으면 해. ] ─라는 문자 내용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첨부된 음원 파일을 재생시켰다.
“으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사실 엉망진창이었다면 곧바로 끈 다음에, 연락처를 차단할 생각이었다.
물론.
현승의 귀에는 한참 부족한 곡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작곡가의 결이 살아 있는 곡이었다.
무엇보다.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가 좋아서 더 듣고 싶기도 했고.
그래.
제대로 된 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면 그럴싸한 앨범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작곡가 지망생인가?
근데….
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지?
그런 의문이 생겨난 그때.
‘근데, 어디서 들어 본 적 있는데….’
또 다른 의문 하나가 온몸을 잠식했다.
‘그래, 분명….’
한참 곡을 듣던 현승은 왠지 모를 기시감에 휩싸였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은 멜로디와 목소리.
‘대체 어디서 들었지?’
현승이 기억을 더듬어 나가던 찰나.
지이이이이잉─!
조금 전 문자를 보내오던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현승은 가득히 차오른 의문을 풀기 위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 날 도와줄 수 있겠어?
정체 모를 남성의 첫마디였다.
그러나.
귀에 익숙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조금 전 음원 속에서 들었던 가이드 보컬의 목소리이자.
영국 내 전설적인 뮤지션으로, 죽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역사적인 인물로 기억되었던…
“혹시 다니엘 파커?”
─ 어떻게 알았지?
“진짜 다니엘 파커라고?”
─ 그래, 맞아.
현승은 다소 놀라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멍하니 휴대폰 액정을 바라봤다.
어떻게 알긴.
전생에서 현승은 ‘다니엘 파커’의 노래를 듣고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었다.
저런 곡을 나도 만들 수 있으려나?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현승이 전생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이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그런 전설적인 인물이….
이내 현승은 경계의 끈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한 거지?”
─ 마테오가 당신에게 연락하면 도와줄 거라 하던데?
그 말에 현승이 “아.” 하고 중얼거렸다.
맞다.
다니엘 데뷔 앨범을 마테오가 제작했었지.
그러고 보니, 그 영감님도 참 대단한 인물이다.
‘그래서 더 탐나고.’
현승은 조만간 다니엘을 도와준 걸 핑계 삼아, 마테오를 한 번 더 꼬셔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수화기를 고쳐 들었다.
“근데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뭘 부탁한다는 거지?”
─ 내겐 정말 중요한 앨범이라, 네가 편곡부터 디렉터까지 전부 다 봐주면 좋겠어.
“나야 좋은데, 혹시 은퇴해?”
─ 아니.
단호히 대답한 다니엘은, 혼자 피식 웃고는 말을 정정했다.
─ 아니, 은퇴 맞지.
그러고는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 나, 곧 죽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