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5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58화(357/482)
빈센트는 사옥 내 자랑거리랄 수 있는 샤워실을 찾았다.
마당을 가꾸다, 뒤엎은 흙먼지를 씻어내기 위함이었다.
현승이 다니엘 파커 작업을 맡게 되었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가려고 하길래, 뒤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내 작업실에 흙먼지는 못 들어와.”
곧바로 제지당했다.
“치사한 놈.”
빈센트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 냈다.
“따듯한 물 잘 나오네.”
그러고는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사실 샤워실을 지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현승의 완강한 요청으로 인해 짓게 된 것이다.
뭐랬더라?
사옥이란 자고로, 구내식당과 카페 그리고 헬스장과 샤워실이 있어야만 한다던가?
아무래도.
사옥에서 모든 여가 생활을 해결할 모양이다.
“다니엘 파커….”
빈센트는 챙겨 온 정장을 입다 말고, 이름을 중얼거렸다.
다니엘 파커.
그는 빈센트조차 쉽게 이름을 담기 어려울 만큼 정점에 서 있는 뮤지션이자, 글램록의 시조 같은 사람이다.
지금은….
이미 중년에 들어섰지만, 그는 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처럼 매번 새롭고 파격적인 컨셉의 앨범을 내놓으며 세간을 놀라게 하곤 했다.
음반 판매량은 물론이고, 콘서트의 규모 또한 자신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영향력이 거대하다.
‘그런 사람과 작업을 하게 된다니….’
VINCIS 설립 후 현승이 처음 만든 곡을 다른 이에게 뺏기는 건 영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다니엘 파커라면 또 수용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VINCIS 설립과 동시에 첫 작업물이 ‘다니엘 파커’의 앨범이라면, 파급력도 엄청날 것이다.
미국 내에서 단숨에 입지를 굳힐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테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빈센트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기도 잠시.
“빈센트입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똑, 똑.
빈센트는 현승의 작업실을 두드리고는, 응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장내 안으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진 않았다.
그렇다고, 현승이 가만히 앉아 있는 건 아니었다.
뒤통수만 보더라도 한껏 집중한 게 느껴졌으니까.
탁, 타다닥, 탁─.
현승은 새롭게 깔린 장비 앞에서도 이미 적응을 끝냈는지 자유롭게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물론 장비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미세한 차이가 있을 테고, 본인 손에 더 익숙한 것이 있을 텐데….
현승에게는 그런 제약 따위는 없는 모양이었다.
탁, 타다닥, 탁─.
헤드셋을 뒤집어쓴 채였기에 어떤 곡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 ♪ ♪ ♪
이내 기타를 둘러매고 뜯는 기세로 보아, 범상치 않은 곡이 만들어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악기마저 잘 다룬다니, 반칙인데.
빈센트는 놀라워야 할 이 시점에, 이상하게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실실 소리 없이 흐르던 웃음은 어느덧 육성으로 번져 갔다.
“하하, 하하하!”
누군가 보면 남자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어 대는 미친놈으로 볼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도무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예측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HS와 함께라면, 미국쯤은 가볍게 정복할 거란 확신 말이다.
* * *
햄버거를 먹으려던 올리비아는 그대로 다시 내려놓아야 했다.
“미쳤어….”
그러고는 한 손으로 들고 있던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꼬─옥 붙들었다. 소중한 보석을 움켜쥐듯이.
그러고는 이내.
[ 사라 스튜어트의 남자, 작곡가 ‘HS’ 빈센트와 손잡고 미국 내 ‘VINCIS’ 레이블 설립! 본격 미국 활동 시작…. ]초록색 눈동자를 빛내며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긴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작곡가 HS가 이제 미국 레이블 대표이사로서 빌보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말이었다.
“너무 멋져….”
올리비아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액정 위로 뺨을 비볐다.
그래.
그녀는 HS의 열렬한 광팬이었다.
“스케일부터 다르잖아?”
이내 그녀가 휴대폰을 화면을 잠그자 액정 위로 HS의 팬 미팅 때 사진이 떠올랐다.
“하….”
아무리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용안이었다.
사실.
올리비아가 처음부터 HS의 팬이었던 건 아니다. 그녀는 사라 스튜어트의 팬이었다.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라의 털털한 모습에 매료되었고.
노래도, 작곡도, 작사도, 공연도.
뭐든 다 잘하는 사라에게 하루가 다르게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새로 나온 앨범 타이틀곡이, 사라가 만든 곡이 아닌 작곡가의 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놀랐다.
팬으로서, 사라 스튜어트는 본인이 만든 곡에 대한 자부심과 프라이드가 무척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발매와 즉시, 곧바로 들어 봤었다.
Look at me.
저음에서 강한 힘을 발휘해 내던 사라 스튜어트가 처음으로 중고음 음역대를 계속 리드미컬하게 이어 나가는 곡으로서, 상당히 도전적이라는 느낌이 들던 곡이다.
물론.
그 도전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올리비아는 한동안 ‘Look at me’를 미친 듯이 들었다.
‘한 곡 반복 재생’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정말이지 너무 편리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 뒤로….
HS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그가 작곡했다는 K-POP을 모두 섭렵한 것도 모자라.
그의 팬카페를 가입해, 매일 올라오는 글을 번역해서 읽곤 했다.
그러던 중 사라 스튜어트와 열애설이 나서 아주 조금 슬펐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두 사람의 연애인 만큼 응원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사라 스튜어트보단 HS를 응원한 거지만.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다.
별수 있나?
HS의 직캠을, HS의 용안을, HS의 실물을 봐 버렸는걸.
그래.
몇 달 전, 길거리에서 우연히 HS를 닮은 남자를 본 적 있다.
그는 절대 아니라며 갔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HS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영상 하나, 사진 하나지만 수도 없이 돌려 봤고, 수도 없이 확대해서 봤기에 몰라보려고 해도 몰라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우라부터가 일반인이 아니었는걸?
다만.
요즘 점차 미국 내에서도 HS의 팬이 많아지고 있던 탓에, 올리비아는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뭐랄까?
자신만 알고 싶은 심보가 불쑥불쑥 올라온달까?
하나.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HS’일 테니, 그건 불가능한 얘기였다.
“휴우….”
이제 본격적으로 레이블까지 차린다고 하니, HS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러니.
자신이 욕심을 내려놓는 게 더욱 합리적인 선택일 터.
“아, 진짜아─!”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투탁, 투다닥!
올리비아는 기사의 조회 수가 치솟는 걸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냐, 좋게 생각해!”
그러기도 잠시.
“맞아, 좋은 일이야!”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콜라를 쭉 들이켰다.
그래, 진정하자.
이제 HS의 노래를 원 없이 듣게 될 테니까.
* * *
다니엘은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요즘 부쩍….
통증이 찾아오는 바람에, 밤잠을 설쳐 피곤함이 중첩되는 기분이었다.
“하아….”
그렇지만 일어나야 했다.
오늘은─.
HS와 만나기로 했으니까.
[ 제 사옥에서 만나는 걸로 하죠. ]목소리만 듣고도, 자신이 다니엘 파커라는 걸 알아듣길래 팬인가 싶어 자신이 소속된 레코드사 작업실로 불러들이려 했건만.
몸도 무거운 이 중년의 아저씨를 멀리도 불러낸다.
그래도.
부탁한 건, 자신 쪽이니 별수 있나?
하나.
만나서 확인했을 때 실력이 별로라면 바로 뒤돌아서 나올 생각이다.
그래.
이번 앨범은 그냥저냥 한 실력의 작곡가에게 맡길 거라면, 애초에 발매조차 안 할 생각이니까.
끼이이익─.
겨우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나가자, 대리석이 깔린 드넓은 거실을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만큼 단편적이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거실 한쪽 면은 여태껏 자신이 받아온 상이 가득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허울일 뿐이었다.
어차피.
죽을 날을 기다려야 하는 시한부일 뿐이니까.
그렇다고 죽음이 무서운 건 아니었다.
사람은 언젠가 다 죽을 테니,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매일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덕분에─.
누구보다 화려하고, 가슴 뛰던 젊은 날을 보냈다.
그래.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여자, 술, 담배.
중독적인 건 모조리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는다.
하고 싶었고, 여한 없이 했고, 앞으로도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하고 싶은 걸 할 테니까.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데뷔 때부터, 여태껏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살았다.
누군가는 상업적인 노래를 해야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다 개소리라 여겼다.
왜냐고?
자신은 지금껏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도, 많은 사랑을 받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드높은 명성마저 생겼으니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자신의 여러 자아를 녹여낸 앨범을 냈으니, 이번에는 자신의 인생을 담아내려 함이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유년기를 거쳐.
사춘기를 겪고.
성인식을 치르고.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니엘 파커라는 사람의 일생을 담아낼 것이다.
과연.
이 어려운 일을, HS가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누군가의 아픔을 곡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제 인생이 담고 있는 희노애락 또한 담을 수 있지 않겠는가?
펄럭─!
준비를 끝마친 다니엘이 외투를 걸쳐 입고는 현관문에 달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그러고는 이내.
“구려.”
부쩍 살이 좀 빠진 탓인지 영 핏이 안 사는 기분에 인상을 찡그린 채, 집을 나섰다.
* * *
한참 차를 타고 이동해 도착한 곳은, 도시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외곽이었다.
푸른 숲으로 만든 둥지에 쌓여 있는 듯한 흰 건물을 보니, 딱 정신병동처럼 보였다.
“영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인가 보네.”
다니엘은 차에서 내려, 긴 마당을 가로질러 단숨에 거대한 성벽 같은 문 앞에 섰다.
“하아, 하아….”
고작 이 거리를 걸어오고 숨이 차오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젠장.”
다니엘이 문 위로 손을 짚은 채, 거친 숨을 고르던 찰나였다.
끼이이익─.
안쪽으로 문이 열리는 바람에, 다니엘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이내 무언가 단단한 것을 붙들며 겨우 중심을 바로 잡았다.
“첫인사가 다소 좀 그런데….”
별안간 정수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해괴망측한 헬멧을 쓴 남자가 보였고.
“혹시 아저씨도 게이?”
이내 그 남자가 고글을 휙 올리며 물었다.
그 순간, 다니엘이 깨달은 바는 3가지였다.
1. 자신이 붙들고 있는 건, 이 남자의 허리다.
2. 이 남자는 필시 작곡가 HS인 게 확실하다.
3. 마테오가 경고했듯, 싸가지가 없는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4. 헬멧의 디자인으로 보아, 미적 센스가 제로인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