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69)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70화(369/482)
다니엘은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어디지?’
목이 너무 바싹 마른 탓에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두 손을 꽉 맞잡은 채 기도하고 있는 라이언즈가 보였다.
아, 나 쓰러졌었구나.
그제야 다니엘은 자신이 병원에 실려 왔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점차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깨닫는다.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설레고 재밌어서 잠시 까먹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고통으로 인한 쇼크가 오고 나서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마지막 콘서트라는 걸….
‘잠, 잠깐만.’
다니엘은 별안간 자신이 콘서트 리허설을 앞두고 쓰러졌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허억─!”
스프링에 튕겨 오르듯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다니엘!”
“어….”
밀려오는 어지러움으로 인해 그대로 다시 넘어갔지만,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라이언즈, 지금 몇 시야?”
다니엘은 당장이라도 병원을 뛰쳐나갈 기세로 물었고,
“우선 안정을 취해야….”
라이언즈가 그런 다니엘을 말리려던 때였다.
“5시 12분.”
현승이 그의 말허리를 자르며 끼어들었다.
“아직 안 늦었어.”
그 말에 다니엘은 라이언즈의 손을 거두며, 몸을 일으켰다.
“다행이네.”
그러나, 그는 현승의 손에 의해 다시 몸을 뉘어야 했다.
“근데, 콘서트는 취소하는 게 좋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이런 컨디션으로 간다고 한들,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 주지도 못할 거야. 그럼, 사람들은 실망하겠지.”
“그건 내가 알아서…!”
“손해 봐도 내가 보는 거니까, 그냥 편하게 쉬는 건 어때?”
현승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다니엘에게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현승답지 않은 제안인 까닭이었다. 당장 일어나서 가자고 할 줄 알았다.
하나, 평상시보다 더욱더 고요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쉬라고?”
다만, 다니엘은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어차피 정답은….
자신이 해야 할 선택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죽으면 푹 쉴 텐데, 놀 수 있을 때 놀고 싶어.”
그 말이 떨어지자 현승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번졌다.
“그래, 그렇게 해.”
마치 자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라이언즈의 얼굴이 걱정으로 인해 시시각각 늙어 가는 듯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라면 이런 자신의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 줄 친구이자, 대표니까.
“내 옷은 어딨지?”
다니엘이 단숨에 침대에서 내려오며 물었으나.
“갈 땐 가더라도….”
현승이 그런 다니엘을 다시 한번 만류했다.
“수액은 다 맞고 가.”
“그럴 시간 없어.”
“괜찮으니까 맞고 가.”
다니엘은 이 상황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 곧장 출발하더라도 여유롭기는커녕 제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를 지경인데 한가롭게 수액을 다 맞고 가라니….
“시간이야 벌면 그만이잖아.”
아까부터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대체 시간을 어떻게 벌…!”
다니엘이 답답한 마음에 따지려던 찰나.
“쉿, 병원에선 정숙해야지.”
현승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며 타이르듯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나 믿어 봐.”
“너를?”
“응, 대신 조건이 있어.”
그러고는 뭐냐며 묻는 다니엘에게 사뭇 진지한 어투로 덧붙였다.
“역사적인 무대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해.”
그 말에 다니엘은 헛숨을 들이켜며 입술을 달싹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승의 눈을 마주하고 있노라니, 심장 위로 무겁게 돌 하나가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니.
저 녀석은 왜 갑자기 눈빛을 빛내는 거지? 누가 보면 내 팬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안 어울리게….’
장내에 정적이 드리우기도 잠시.
“당연하지.”
머지않아 다니엘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최대한 씩씩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도록….
* * *
당연한 얘기겠지만, 애드워드는 티케팅에 실패했다.
하나.
다행히도,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당일 다니엘의 콘서트 ‘and again’이 있는 ‘globular’ 공연장 주변은 콘서트가 없더라도 늘 꽉꽉 막히는 곳이다.
교통체증은 물론이고.
사람들로 바글거리다 보니, 애드워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나섰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별안간 요란스럽게 구급차가 들이닥치고, 누군가를 싣고 떠났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상황을 살피던 중, 주변 여성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려 간 게, 다니엘인가 봐. 바로 기사 났어.”
“진짜? 그럼, 오늘 콘서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무래도 실려 갈 정도면 취소되지 않을까?”
그 말에 애드워드는 황급히 휴대폰을 켜, 가장 최신 연예 기사란을 찾아 읽었다.
[ 다니엘, 콘서트 리허설 중 실신! 병원으로 옮겨져… ] [ 다니엘의 마지막 콘서트 취소? 관계자 무응답… ]애드워드는 망연자실한 듯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아주 오랜 고민 끝에 어렵사리 온 걸음이었다.
그래.
깊숙이 묻어 두려던 꿈을 다시 찾아 나선 걸음이었다.
자신에게 꿈을 선사해 준 사람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이렇게 다 끝이라고?
스륵, 스륵─.
애드워드는 새로운 기사가 뜨진 않을까 계속 창을 고쳤다.
다니엘이 쓰러질 정도로 준비했을 무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였다.
혹시 오보는 아닐까.
그래, 이마저도…
퍼포먼스가 아닐까.
그런 아쉬움이 남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휴대폰을 붙들었다.
비단 애드워드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미리 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기다렸다.
아직 공식적으로 콘서트가 취소되었다는 기사도, 안내도 없었으니까.
물론.
실려 간 게 다니엘이라면 무대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애드워드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휴대폰을 바라보던 그때.
“어?”
안내요원들로 보이는 스태프들이 입장을 도왔다.
“뭐야? 콘서트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건가?”
“아까 다니엘이 실려 갔다는 건 오보인 건가?”
사람들은 스태프들을 붙잡고 물었지만, 그들은 앵무새마냥 천천히 입장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러다가 취소된다면….
사람들은 한 번 더 좌절하고 실망할 텐데.
“천천히 입장해 주세요.”
그러나, 애드워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들의 안내에 맞춰 천천히 공연장 내부로 걸음을 옮기는 것뿐이었다.
어찌 되었건.
다니엘의 무대가 보고 싶었으니까.
이윽고.
애드워드는 사람들에게 섞여,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고.
무대에 최대한 가깝게 자리를 잡고 서서 주위를 살폈다.
“뭔가 어수선하지 않아?”
“좀 그런 것 같긴 해.”
“진행하는 건 맞겠지?”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재차 구시렁거렸지만, 그들의 불안한 마음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태프들은 하나 같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다녔으며, 음향 감독처럼 보이는 사람은 얼굴까지 붉혀 가며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굿즈인 건지, 나름 라이트 팔찌도 나눠 주기야 했다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콘서트가 시작될 것 같지는 않달까?
스윽─.
휴대폰 액정에 뜬 시간을 확인하니, 콘서트 시작까지 약 1시간밖에 남지 않은 채였다.
‘가능할까?’
아무런 설명도, 안내도 없는 이 아수라장 같은 상황에서도 거대한 공연장 내부가 사람들로 가득 차는 건 한순간이었다.
비록.
불만 섞인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결국 콘서트를 보고 싶다는 투정이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간이 흘렀고….
탁─!
돌연 공연장 내부에 암전이 찾아왔다.
“설마 취소 아니겠지?”
“에이, 설마.”
“너무 어둡지 않아?”
사람들의 불안함이 서린 웅성거림이 거세지던 찰나.
파앗─!
착용하고 있던 팔찌에서 붉은빛이 쏟아져 나왔고.
장내는 붉은 파도가 덮친 듯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시, 시작인가?”
사람들이 기대에 차올라 손을 들어 올린 채 무대를 바라봤고.
머지않아.
무대 뒤편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도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 불꽃은….
삽시간에 온 전광판을 파노라마처럼 타고 퍼졌다.
마치 불바다를 보는 듯한─.
비록 진짜 불꽃은 아니었지만, 당장 공연장이 모두 불타버릴 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인위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누군가 불바다 사이를 가르고 나왔지만, 아직 어둠이 깔린 채라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니엘은 아닌 것 같은데….”
“초대 가수인가?”
“카메라 확대해서 좀 봐봐.”
애드워드 또한 눈매를 좁힌 채 그 사람의 실루엣을 살폈다.
실제로도, 영상으로도 수도 없이 봐왔기에 알 수 있었다.
다니엘은 아니다.
파─앗!
다시금 장내에 조명이 옅게 드리우고, 어둠에 가려져 있던 실루엣이 정체를 드러냈다.
“어? 저, 사람….”
“누구야?”
“나, 저 헬멧 알아!”
척 보기에도 건장한 남성은 당장 오토바이를 타고 내달릴 듯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라이더 재킷과 가죽 바지.
그리고.
머리에 뒤집어쓴 헬멧까지.
‘뭐지?’
누군가는 ‘그’가 누군지 알아봤는지 환호성을 내질렀고.
또 누군가는 대체 저 사람이 누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어디선가 거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엣치스─!”
그 소리에 사람들은 덩달아 환호성을 내질렀다.
엣치스라….
애드워드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아니, 알 수밖에 없지.
이번 다니엘의 앨범을 제작한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니까.
또각, 또각─.
HS로 추정되는 남자는 별안간 몸을 돌려 헬멧을 벗었고.
꺄아아아아아─!
사람들은 언제 불안해했냐는 듯 환호성을 내 질렀다.
하나.
그 환호성이 충격으로 인해 멈춘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오, 마이갓─.”
헬멧은 벗은 그가 다시금 무대 정면을 향해 몸을 돌리자, 사람들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도 그럴 게….
그는 HS가 아니라, 팝의 황제라 불리는 ‘빈센트 마흐’인 까닭이었다.
HS가 빌보드 차트 내 떠오르는 신성 작곡가라 하지만, 아직 인지도는 ‘빈센트’가 압도적이었으니까.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귀가 찢어질 듯한 환호성이 천장을 타고 공명처럼 퍼졌다.
─ ♬ ♬ ♬
머지않아 그들의 환호성을 억누르듯 반주가 흘러나왔고.
“오늘 즐길 준비되셨습니까?”
빈센트가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그와 동시에 몇몇은 실신하듯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럴 만하지.
빈센트는 다니엘의 전성기 시절과 맞먹을 정도로 인기를 지닌 가수였고, 그의 공연은 암표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예상치 않게 그의 무대를 보게 되었으니 감격에 젖어 실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빈센트가 부른 곡은 ‘more than just music’이었다. 빈센트와 뉴욕필이 만났다며, 발매 전부터 연일 화제였던 곡이다.
비록.
이번 무대에선 실제 뉴욕필이 반주해 주진 않았지만, 팝의 황제라는 명칭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듯 그는 뉴욕필의 빈자리마저 느껴지지 않을 무대를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어느새 다니엘의 존재는 새까맣게 잊은 듯 방방 뛰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See you!”
이내 4곡에 달하는 무대를 선보인 빈센트가 인사를 전하자, 다시금 무대 위로 암전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제야 모든 불안감을 떨쳐낸 듯, 이제 다니엘이 나오는 거냐며 기대에 부풀었다.
파앗─!
이번에는 라이트 팔찌에 새하얀 불빛이 켜졌고.
새까만 전광판 위로 깃털들이 부대끼며 흩날렸다.
─ ♬ ♬ ♬
동시에 음산한 반주가 들려왔고.
스윽, 스윽─.
일순 애드워드는 소름이 돋아 제 팔뚝을 쓸어내렸다.
왜냐고?
지금 들려오는 이 반주의 주인공이….
─ Come deep into the darkness
요즘 가장 뜨겁다는 사라 스튜어트였으니까.
─ You can come in more.
대체, 이 콘서트 뭐지…?
─ Don’t be scared.
애드워드는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버금가는 라인업에 몹시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