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7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72화(371/482)
제임스는 다니엘의 마지막 콘서트 영상 클립을 찍기 위해 globular 공연장을 찾았다.
모든 촬영 장비를 챙기고 그에 걸맞은 팀을 꾸려, 리허설 무대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랬는데─.
리허설이 시작되려던 찰나의 순간, 다니엘이 쓰러졌다.
그의 유작을 담아낼 다큐멘터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덜, 덜, 덜.
막상 그가 쓰러지는 순간을 담아내자, 손이 떨렸다.
‘이 장면이 그의 마지막이면 어쩌지?’
제임스는 다급히 구급차에 실려 가는 다니엘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그럴 수는 없다고.
누군가 자신에게 사람이 쓰러져 가는 와중에도 그런 생각이 드냐 질책할 수 있겠지만.
뭐, 어쩌겠나?
제임스는 카메라로 무언가를 담아내는 행위를 업(業)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거늘.
그에게 있어서 오늘 같은 장면을 담을 수 없다는 건 가장 중요한 업(業) 하나를 잃은 것과 같았다.
‘이럴 수 없어.’
분명 다니엘이 병원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HS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자.
당일 촬영을 보조하기 위해 따라온 PD가 철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설득하려 들었지만….
제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세팅해 둔 장비들 또한 손도 대지 못하게 으름장을 놨다.
“기다려.”
물론 이러다 콘서트가 전면 취소되고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게 된다면 손해가 막심할 터였다.
전체적인 그림 퀄리티를 최상급으로 올리기 위해 대여한 드론 촬영 장비와 전문 인력은 시간 단위로 비용이 계산되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다니엘이 돌아올 거라는 보장이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재수 없는 소리라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임스는 왠지 다니엘이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
마지막 작업을 촬영하기 위해 찾아갔던 그날.
분명 봤으니까.
다니엘의 간절함과 HS의 악착스러운 마음을.
그 둘이라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별도로 연락은 없었지만, 콘서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일순간 텅텅 비어 있던 좌석이 관중으로 가득 찼고, 스텝들도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으니까.
그에 맞춰….
제임스도 곳곳에 배치된 인원들에게 스탠바이를 알렸다.
꽈─악.
제임스는 오늘 촬영분에 따라 다큐멘터리의 무게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늘 해 왔던 것처럼만 하자’라는 각오로 임할 수 없었다.
“OK.”
다행히도, 혼자만의 각오는 아니었는지 각 구역에 배치된 인원들 또한 결연한 표정으로 마지막 점검을 끝마쳤다.
그렇게.
예정된 콘서트 시작 시각이 다가왔다.
깜빡깜빡.
제임스는 곧장 카메라 전원 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기다리게 될지는 몰라도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던 까닭이었다.
이윽고.
칠흑 같은 암전이 찾아오고, 머지않아 관중석에서 라이트가 밝혀지자 소름이 끼쳤다.
어째서인지….
엄청난 콘서트가 될 것만 같은, 아니, 그보다 엄청난 장면을 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촉’ 같은 게 곤두선 까닭이었다.
이내.
핏빛 파도가 장내를 들이닥친 듯, 전광판이 빛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콘서트의 포문을 열었다.
그건, 바로 빈센트였다.
으레 가수들끼리는 품앗이처럼 서로 게스트로서 무대에 서 준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빈센트가 게스트로 서는 콘서트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더 놀라운 건….
바로 다음 타자가 사라 스튜어트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HS’와 열애설이 여러 차례 났을 만큼 친분이 깊은 사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런 만큼.
HS가 연관된 콘서트에 게스트로 선다는 것만으로도 의혹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터.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HS가 작곡해 준 전 곡을 부른 후에야 무대에서 내려왔다.
빈센트와 사라 스튜어트.
그 둘이 만들어 낸 열기는 카메라 렌즈에 김이 낄 만큼 뜨거웠다.
사실 ‘다니엘의 다큐멘터리’라는 주제만 없었다면, 이 정도 무대를 촬영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돌아섰을 만큼 가히 압도적인 무대였다.
빌보드의 황제와 빌보드의 여신.
그 둘을 본 관중들 또한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니.
만족 수준이 아니라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어 감격한 수준이었다.
하나.
이쯤에서 감격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듯, 암전과 함께 장내에 팽배하게 깔린 긴장감이 고양됐다.
머지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다니엘은 언제 쓰러졌냐는 듯, 쌩쌩한 얼굴로 마이크를 치켜들었다.
“are you ready?”
그 말은 발화점이 되어 장내를 팔팔 끓어오르게 했다.
꺄아아아아아아─!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함성과 함께 관중들은 다니엘을 반겼고, 그 또한 기대에 부응하듯 무대 위를 빠지는 곳 없이 뛰어다녔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제임스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그 모습을 담아내며 흐뭇하게 웃었다.
러고는 이내 속으로 철수하지 않은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겼다.
아무래도….
이 모습을 보려고 고집을 부렸나 보다.
현재 시각과 곡의 순서로 보아, 이제 슬슬 마지막 무대가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지던 찰나였다.
파앗─!
짧은 암전과 함께 다시 세팅된 무대 위로는 다니엘과 헬멧을 쓴 남자가 기타를 들고 서 있었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사람들은 앞에서 빈센트가 한차례 헬멧을 쓰고 올라왔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그 또한 빈센트라 여기는 모양이었다.
다만.
제임스는 눈썰미가 여타 다른 이들보다 예리한 편이다.
그래서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진짜 HS라는 걸.
꿀꺽.
제임스는 알 수 없는 고양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내.
기타를 고쳐 드는 HS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 ♬ ♬ ♬
그는 꽤 화려한 연주 기법을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의 스타트를 끊었다.
HS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만큼 악기는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겠거니 예상은 했다지만, 지금 듣고 있는 그의 기타 실력은 ‘어느 정도’라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There’s one thing I want before I die.
그에 질세라 다니엘이 마이크를 잡고 관중을 압도했다.
아니, 정정해야겠다.
압도가 아니라 이곳을 장악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 I’m praying every day to let me sing for you in my next life.
사람들의 환호는 거의 비명에 가깝게 변해 갔지만.
제임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 No, sing it together.
─ ♬ ♬ ♬
장내를 장악하는 다니엘의 노랫소리와 HS의 화려한 기타 연주가 듣기 좋게 어우러지며 공명을 만들어 냈고.
─ Will you do that for me?
─ ♬ ♬ ♬
제임스는 그런 둘이 즉흥에서 멜로디를 주고받는 모습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 Then even death will be happy.
─ ♬ ♬ ♬
카메라는 연신 그들을 찍어 댔지만, 제임스의 시선은 이미 카메라 앵글이 아닌 그들로 향한 채였다.
─ Let’s not say goodbye.
─ ♬ ♬ ♬
턱이 빠질 듯 서서히 입이 벌어졌지만, 다물 생각조차 못했다.
─ Because it’s tacky.
머지않아 마지막 소절이 끝난 후에야, 제임스는 벌어진 입술 사이로 “후욱.” 하고 묵힌 숨을 토해 냈다.
퍽─!
그러자 다니엘이 마이크를 툭 떨구며 쓰러졌다.
“어?”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제임스는 황급히 드론 모니터를 확인했다.
혹여나 그가 또 실신해 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든 까닭이었다.
그때.
별안간 HS도 털썩하고 기타를 품에 안은 채 쓰러졌다.
꺄아아아아아아─!
아무래도 사람들은 퍼포먼스인 줄 아는 듯 보였지만.
리허설 때 쓰러진 걸 한차례 확인했던 제임스는 둘의 모습이 마냥 퍼포먼스로 여겨지지 않았다.
얼른 둘이 의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드론 더 가까이!”
제임스는 드론 조종사에게 다급히 소리쳤고, 이내 모니터를 뚫어져라 확인하던 그의 눈매가 일순 좁혀졌다.
“음?”
다름 아니라, 둘이 얼굴을 마주한 채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불규칙하게 들썩거리면서도 둘은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웃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제임스는 지금, 이 순간 확신했다.
“둘 얼굴, 제대로 담아!”
제 인생에 다신 없을 명장면이 탄생했음을.
* * *
VINCIS 사옥 마당.
그곳에서는 콘서트 뒤풀이라고 하기에는 소소한 파티가 열렸다.
당연히 주최자는….
“이게 바로 애주가들 사이에서 맛이 좋다고 자명한 위스키야. 이날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지.”
음주·가무의 선도주자인 다니엘이었다.
“그냥 네가 마시고 싶어서 가져온 거 아니고?”
“그런 거면, 내가 집에서 혼자 다 마셨겠지.”
그는 본인의 콘서트를 위해 달려와 준 빈센트와 사라 그리고 현승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뒤풀이를 추진시켰다.
“근데 그걸 왜 내 사옥 마당에서 하냐고.”
“그럼, 뉴욕 한복판에 있는 술집에서 판 한번 벌리고 내일 메인 기사 한 면 장식해 볼래?”
현승이 그런 다니엘을 보며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한 차례 쇼크로 기절까지 한 것도 모자라 무대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탈력감에 손 하나 까딱 못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를 이끌고 사옥에 들이닥쳐 파티를 벌였다.
정말이지.
이걸 독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쨍─!
다니엘은 그저 말간 얼굴로 위스키 잔을 부딪쳤다.
“넌 뭐로 협박받았냐?”
그때 빈센트는 이 자리에 참석한 사라 스튜어트의 존재가 영 달갑지 않다는 양 퉁명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알아서 뭐 하게?”
사라 스튜어트는 그런 빈센트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불퉁한 얼굴로 받아쳤다.
“하여간, 저 싸가지.”
그런 그녀의 시선은….
“얼굴 뚫리겠어.”
현승에게 향한 채였다.
“왜 그렇게 봐?”
사라 스튜어트의 눈빛은 당장 바늘이라도 튀어나올 듯 따가웠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오랜만에 한적한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HS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게 되며 모든 계획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 지금 당장 globular 공연장으로 ]물론 자의로 향한 걸음이긴 하다.
[ 미숫가루 평생 지급 ]미숫가루 평생 지급이라는 말에 흔들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움직인 건 아니었다.
그저….
HS의 부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곧장 차를 끌어 공연장을 향했다.
사라 스튜어트는 그 사실이 미치도록 분했다.
“이쯤 되면 네 노예가 아닌가 싶어.”
“노예라니?”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데 노예 맞지.”
“정정해 줘.”
그러나 현승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어깨를 들썩이며 덧붙였다.
“악기로.”
그 대답에 세 악기가 질린다는 듯 현승을 바라봤지만─.
“악기는 연주자가 부르면 와야지.”
현승은 태연스레 웃어 보일 뿐이었다.
한편.
그들이 웃고 떠드는 이 와중에도….
[ 다니엘 콘서트에 찾아온 깜짝 손님, 빈센트와 사라 스튜어트… ] [ 다니엘의 마지막 콘서트 ‘and again’ 보던 관객 37명 실신… ] [ 다니엘, 콘서트 ‘and again’ 내달 넷플렉스 통해 다큐멘터리로 공개! ]‘다니엘의 콘서트’에 대한 기사는 모든 포털 사이트 메인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