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7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77화(376/482)
다니엘의 역사는 끝났다.
[ 다니엘, 금일 새벽 개인 별장에서 사망, 원인은… ] [ 뮤지션 다니엘, 오랜 시간 암투병해온 사실 드러나… ]다니엘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유명 포털사이트는 사용자 폭주로 빠르게 과부하에 걸렸고.
사망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서버가 폭파됐다.
그뿐이랴?
유명 포털사이트는 일시적으로 ‘다니엘’과 관련된 검색 엔진 자체를 차단해 놓기까지 했다.
사망 소식만으로도 충격적인데,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루머들이 떠돌기 시작한 탓이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느니.
마약을 과다 복용했다느니.
에이즈에 걸려 사망한 것이라느니.
거기다.
항간에는 다큐멘터리 홍보를 위해 대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찌라시가 떠돌았다.
그 덕분이랄지….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넷플렉스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세상이 거대한 충격에 잠긴 나머지 마비가 찾아온 꼴이었다.
이런 혼란과 마비 속에서 그의 영결식은 사망한 지 36시간이 흘러서야 시작되었다.
물론.
현승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저 고인이 된 다니엘을 장의사에게 전달하는 것까지만 진행한 뒤, 방구석에 틀어박혀 잠만 잤다.
이미 전생에서 한차례 그의 영결식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땐 믿을 수 없었는데….’
현아는 방에 틀어박혀 밥도 안 먹고 잠만 자는 자신이 걱정됐는지, 수시로 방문을 열어봤지만 깨우지는 않았다.
전생과 같다면─.
다니엘의 영결식은 어느 영결식보다 더욱 화려하고 거창하게 치러졌을 것이다.
내로라하는 가수와 업계에서 영향력이 거대한 사람은 모두 모인 영결식일 테니까.
그의 인생처럼, 근사한 영결식이 진행됐을 거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딱 하루.
그래.
전생보다 딱 하루를 덜 살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현승은, 본래 다큐멘터리 방영일보다 앞당겨주기를 요청했었다.
하나.
결국 그는 다큐멘터리의 스트리밍이 시작되는 날 사망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뷰 내용이라도 직접 말해줄걸.
술이라도 편히 먹게 해 줄 걸.
공연장에 무리해서 오르게 하지 말걸.
현승은 다니엘의 죽음이 하루 앞당겨진 게 본인 탓인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잠 속으로 회피를 거듭했다.
* * *
현승은 며칠간 잠을 설치다, 그의 영결식이 끝나고 나서야 깊게 잠들 수 있었다.
꿈도 꿨다.
다니엘과 다시 한번 공연장에 오르는 꿈을.
그와 눈짓을 주고받으며, 광란의 무대를 꾸몄다.
팅!
기타 줄이 끊기고 나서야, 연주는 끝이 났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다니엘이 서 있던 자리에는 마이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다니엘?”
다니엘을 찾아, 무대를 두리번거리던 그때.
똑, 똑, 똑!
노크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꿈에서나마 그와 다시 한번 무대에서 맘껏 연주를 할 수 있었으니까.
“오빠,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방문 사이로 현아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손님?”
현승이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자신을 찾아올 손님은 없던 까닭이었다.
빈센트를 비롯해 박 전무도, 김우현도 마음 추스를 때까지 푹 쉬고 나오라고 했었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걱정이 됐던 걸까?
현승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돈한 뒤, 거실로 나갔다.
그러나.
거실에서 현승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빈센트도, 박 전무도, 김우현도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잠옷이 부끄러울 만큼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은, 자신을 발견하자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십니까.”
현승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사태를 파악하고자 머리를 굴렸다.
‘내가 조직을 운영했던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이어 나가던 중.
“명함 우선 받으시고, 여기서 얘기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외부로 함께 나가시겠습니까?”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성이 명함을 내밀며 물었다.
“음?”
명함을 확인한 현승이 고개를 들어 남성을 바라봤다.
대형 법인 로펌의 부사장이나 되는 사람이 왜….
설마 뭔가 일이 잘못 꼬인 건가?
다니엘이 사망한 순간에 같이 있던 사람이라, 오해받고 있는 건가? 그래서 비싼 값으로 날 변호해 주겠다고 찾아온 건가?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잠시.
“우선 준비하고 나올 테니, 밖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가족들이 좀 놀란 것 같아서.”
매섭게 눈매를 치켜뜨며 말했다. 제 뒤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아버지와 현아가 혹여나 더 놀랄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돼서였다.
“네, 그러면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다행히, 남성은 군말 없이 다른 이들을 이끌고 집을 나갔다.
─ 아들, 저 사람들은 누구니?
그들이 나가기 무섭게, 아버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어왔다.
─ 회사 일과 관련해 고용한 법인 로펌이에요.
─ 그런 거지? 근데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서.
─ 별일 아니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현승은 그런 아버지를 달래고는, 준비를 서둘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유추할 수 없던 까닭이었다.
* * *
현승은 그들을 이끌고, VINCIS 사옥으로 향했다.
만약에라도….
혹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곧장 박 전무와 김우현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제 아무런 약속 없이 갑작스레 집에 들이닥치듯 찾아온 이유에 대해 들어볼까요?”
가장 상석에 앉은 현승이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하나 그 속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혹시, 다니엘 님 다큐멘터리 영상은 안 보셨을까요?”
그러나, 가시를 드러내기도 전에 본인을 로펌의 부사장이라 밝힌 남성은 뜬금없는 질문을 해 왔다.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까?”
현승이 눈매를 좁히며 되물었고.
“아무래도 안 보신 것 같으니, 보시고 나서 얘기를 나누는 게 서로에게 편할 듯합니다.”
남성은 괜히 로펌 부사장이 아니라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을 유지하며 옆에 앉은 직원을 향해 눈짓했다.
이내 후임 변호사로 보이는 남성은 가장에서 패드를 꺼내, 제 앞에 놓은 뒤 영상을 재생시켰다.
미리 편집본을 준비해 온 것인지.
다큐멘터리 영상은 초안으로 받았던 도입 장면이 아니라, 중간 어느 지점부터 시작되었다.
【 Q. 작곡가 HS 씨와 어쩌다 함께 작업하게 되셨나요? 】
영상 속에는 다니엘의 모습과 자막 한 줄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의 개인 인터뷰 영상인 듯 보였다.
─ 이제 마지막 앨범 작업을 앞두고, 처음에는 마테오 선생님한테 연락했었죠. 제 첫 데뷔 앨범을 맡아주셨던 분인 만큼 마지막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영상 속 다니엘은 지난 기억을 복기하듯 눈을 위로 치켜뜬 채, 천천히 인터뷰를 시작했다.
─ 근데 거절당했어요. 그것도 한 여러 번 거절당한 것 같아요. 그러다가 그분이 추천해 준 작곡가가 바로 HS였어요.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웃음을 참아내기도 잠시.
─ 근데 마테오 선생님이 HS 추천해 줄 때 뭐라고 하신 줄 아세요?
이내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 실력은 좋은데 이상한 놈.
그 말에 현승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 아니나 다를까 만났는데 어찌나 성격이 이상한지. 이런 놈은 처음이라니까요?
사돈 남 말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삼켜냈다.
【 Q. 그럼, 함께 작업하는데, 난항을 겪진 않으셨나요? 】
─ 아주 힘들었죠. 하지 말라는 건 왜 그렇게 많고, 하라는 건 왜 그렇게 또 많은지.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되자, 다니엘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 저었다. 그와 동시에 화면이 교차하듯 장면이 넘어갔고.
“엣치스! 나 더 이상은 못 참아!”
잔뜩 화가 난 다니엘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맥주를 안 마시고는 제정신에 못 버티겠다고!”
“왜 못 버티는데?”
“왜냐는 말이 나와? 그놈의 다시, 다시, 다시! 지겨워 죽겠어! 대체 원하는 느낌이 뭔데?”
“네 페르소나를 담아내는 앨범이라며?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자는 거야?”
“뭐? 디렉터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
“내 탓이야, 그게? 아무리 조율해 줘도 악기 소리가 영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떡해?”
저 장면은 마지막 녹음 날 자신과 다니엘이 ‘맥주’ 하나로 실랑이를 하던 모습이었다.
사실 저런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이제 와 하는 말인데….
정말 연주하기 까다로운 악기였다.
물론.
그만큼 연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악기이기도 하고.
─ 그래도 그의 디렉팅은 훌륭했습니다. 늘 옳았고, 정확했어요. 덕분에 좋은 곡이 탄생할 수 있었죠.
이내 다시금 장면이 전환되고, 다니엘이 인터뷰를 이었다.
【 Q. 아주 만약에 다시 앨범을 제작하게 되신다면 HS 씨와 또 작업하실 생각이실까요? 】
─ 그럴 일 없겠지만, 아마 또 함께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많은 앨범을 발매해 왔지만, 이번에 작업한 앨범이 가장 좋고 재밌었거든요.
현승은 그 말에 속으로 ‘난 좀 고민해 봐야겠는걸.’ 하며 맞받아쳤다. 아마, 지금 다니엘이 앞에 있었다면, 그런 제 속을 읽고는 낭만도 없는 놈이라며 욕해댔을 게 분명했다.
【 Q. 마지막으로 HS 씨에게 하고 싶으신 말은 없으실까요? 】
화면 속 다니엘은 별안간 고민에 빠진 듯 턱을 긁적이며 침음을 흘렸고.
머지않아.
─ 이제 너 혼자 다 해 먹어라.
유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그의 나이가 의심될 만큼 유치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현승은 그런 그를 따라 소리 없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네 시대야.”
그의 대답이 지닌 뜻을 알고 있으니까.
어느 날인가.
다니엘의 집을 찾아갔던 날, 그가 자신에게 해 준 말이었다.
‘그런데….’
추억에 잠겨있던 현승은, 불현듯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는 남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이게 그쪽이 절 찾아온 이유와 무슨 상관입니까?”
다니엘의 인터뷰, 그 어디에서도 로펌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연관 자체가 없는 셈인데, 대체 이걸 왜 보라고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차분히 조금 더 보시죠.”
그러나.
남성은 차분히 패드를 가리키며 종용할 뿐, 부연하지 않았다.
스─윽.
그의 말대로 다시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외부에서 촬영한 듯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는 다니엘과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성이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 사후 저작권에 대해서는 지금 제가 소속된 레코드사와 재단 앞으로 각각 50%씩 설정해 주세요.
─ 예. 그럼, 이제 나머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주식, 전용기 등은 어떻게 할까요?
─ 현찰화 하는 게 더 나은 물건들은, 매각해서 제가 맡고 있는 여러 재단에 기금으로 나눠주시고.
─ 그 외로는 HS 소유로 돌려주세요.
이내 다니엘은 서류 위로 손가락을 짚어가며 덧붙였다.
─ 특히, 이거. 이거, 이거.
화면상으로 무엇을 특정했는지, 보이진 않았지만.
─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가족도 아닌 개인에게 이 정도까지….
앞에 앉은 남성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 걸로 보아, 범상치 않은 것들을 짚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내.
화면 속 다니엘은 남성을 설득하고자 말을 이어 나갔다.
─ 제가 이 사람 덕분에 가수가 됐다면 납득이 좀 가시겠나요?
─ 예?
─ 원래는 제가 그냥 노래를 잘하다 보니 가수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느낌이었는데.
한차례 뜸을 들이기도 잠시.
─ HS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수가 된 것 같았거든요.
다니엘이 활짝 웃으며 덧붙였다.
─ 그러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일순간 다니엘의 얼굴 위로, 아버지의 얼굴이 겹쳤다면 제 눈이 이상해진 걸까?
“…….”
현승이 아무런 말 없이 까매진 액정을 바라보던 찰나.
“보시다시피, 저희는 다니엘 씨의 유산 상속 절차에 따라 안내를 드리고자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남성이 척 보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서류 꾸러미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다니엘 씨가 HS 씨에게 소유권을 넘기기로 한,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전용기에 대한 서류입니다.”
“아니, 잠시만요. 이게 대체….”
“HS 씨께서는 그냥 체크 된 곳에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다니엘에게 이런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다니엘 씨가 죽기 전까지 꼭 HS 씨에게 비밀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하셨거든요”
그러고는 이내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아, 그리고 덕분에 한바탕 잘 놀고 갈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현승이 끝내 고개를 떨궜다.
“저, 저도….”
이윽고.
사정없이 떨리는 현승의 목소리가 장내를 채웠다.
“덕분에 잘… 아주, 잘 놀았습니다.”
이젠 전해질 수 없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