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9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92화(391/482)
TM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내 작업실.
고작 며칠 새….
그곳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며칠 동안 저기 들어간 사람이 반 시체가 돼서 나온다던데, 알고 있어?”
“응, 나도 들었어. 근데 죄다 LS 엔터 소속 아티스트라며? 그들이 왜 여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기에 사람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니까?”
작업실 앞을 지나가는 직원들은 그곳을 가리키며 수군대기 바빴다.
아마 그들이 보기엔 흡사 ‘귀신의 집’ 정도 될 터였다.
물론, 귀신의 집까진 아니고….
악마의 작업실.
─그 정도면 딱 어울릴 만한 수식어였다.
“후….”
안지호는 스케줄을 끝내자마자 커피를 가득 사 들고는 작업실을 찾았다.
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들어서기 부담될 만큼 열기를 뿜어내는 이곳은….
“어, 커피 왔어?”
“제 이름이 커피는 아니고요.”
현승이 임시로 터를 잡은 작업실이었다.
“그건 그렇고 장비 좀 바꿔라.”
그는 본래 있던 LS 엔터가 아닌, 협력 관계를 맺은 TM 엔터 작업실을 며칠간 사용할 것을 요청했고, 대표는 흔쾌히 허락하였다.
애초부터 협력 관계인 만큼, 거절할 이유도 없었지만, The moon에게 곡 하나를 주기로 했으니 더욱이나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희가 그럴 돈이 어딨어요. 사무실도 간신히 이전하고,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데.”
“그래? 그럼, 네가 좀 바지런히 벌지 그랬냐.”
“바쁜 와중에 커피 사 온 사람한테 너무하세요.”
안지호는 삐죽거리면서도 별말 없이 커피를 건넸고.
“고, 고맙습니다.”
부스 안에서 새끼 망아지마냥 다리를 비틀거리며 나오는 강하준에게도 커피를 건넸다.
그는….
악마에게 대략 5번째로 희생당하고 있는 악기였다.
‘나는 몇 번째일까.’
안지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강하준의 얼굴, 아니, 몰골을 천천히 살폈다.
분명 뽀얗고 빛이 나던 얼굴이었거늘….
어제 봤던 얼굴과 비교될 만큼 수척해진 볼과 거칠어진 피부가, 이번 녹음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나타내고 있었다.
‘정말 잔혹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멀쩡해 보이는 이가 있었으니….
“두 잔 가져간다.”
바로, 제이블이었다.
“자, 미셸 씨를 위한 커피입니다. 피로하실 텐데 드시며 저랑 잠시 얘기 좀….”
그는 마치 자신이 사 온 양, 커피를 가져가 현승의 비서인 미셸에게 건네며 추파를 던졌다.
‘끈질기시네.’
여러모로 끈기의 사나이라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게.
현승이 이곳에 와서 작업한 지도 7일 차였다.
그 말인즉슨─.
안지호 또한 이 작업실에 커피 심부름을 한 지도 7일 차가 되었다는 말인데.
“어떻게 그리 흐트러짐 없이 고고하실 수가 있을까?”
제이블은 그동안 끊임없이 비서에게 사랑을 갈구했다. 작업을 하러 온 건지, 연애하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아아.
물론, 작업에 들어가는 즉시 현승과 맞붙을 기세로 거친 디렉팅을 해내는 사람이니….
단순히 연애질이나 하러 왔다고 치부할 수 없었다.
그래.
HS와 함께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만 봐도 끈기의 사나이였다.
그런데.
정말 언제까지 작업을 이어 나갈 생각인 거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다섯 명째다. 이쯤 했으면 호랑이도 기절할 것 같은데.
끼이익─.
안지호가 현승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이런, 내가 급한 마음에 너무 서두른 건가?”
문이 열리고, 문범재가 싱긋 웃으며 들어왔다.
안지호는 이제 락의 전설이라 불리는 문범재마저 ‘6번째 희생양’처럼 보일 뿐이었다.
“아, 오셨어요.”
현승은 여태껏 보인 태도와 달리, 정중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그로서 ‘문범재’가 얼마나 대단한 가수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침 강하준 작업은 끝나긴 했는데, 조금만 있다가 작업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자네도 좀 쉬어 가면서 해야지.”
“쉬었다 가려는 건 아니고요.”
현승이 무언가 말을 덧붙이려던 찰나.
똑, 똑, 똑.
작업실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마침 왔네요.”
현승은 타이밍 좋게 잘 왔다고 덧붙이며 작업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누가 봐도 배달 기사로 보이는 남자 여러 명이 거대한 박스 상자를 들고 작업실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게 대체….”
안지호는 작업실을 가득 채운 영문 모를 박스들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선생님과 작업하기엔 장비가 다소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어째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은데….
“장비를 좀 교체하고 진행하려고 하는데, 같이 식사라도 하고 오시죠.”
자신의 중얼거림에 부연해 주듯, 현승이 문범재를 보며 답했다.
‘근데….’
장비 좀 바꾸라고 핀잔줄 땐 언제고, 이렇게 다 최신 장비로 바꿔 주면….
울컥.
안지호는 별안간 코끝이 찡해져, 몸을 휙 돌려세웠다. 다행히 현승은 문범재를 보고 있던 탓에 그 모습을 보진 못했다.
아마 봤다면 또 최소 한 달은 놀려 댔을 터였다.
“예?”
그때 누구보다 더 빨리 반응을 보인 건 강하준이었다.
“자, 잠시만요!”
조금 전까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꺼질 듯 보였든 그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 그럼, 제 녹음도 교체한 장비로 다시 해 주세요!”
안지호는 그 모습에 소름이 끼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어쩌면….
강하준도 사람이 아닐지 몰라.
* * *
다음 날.
LS 엔터 사옥 내 A&R실은 비상이 걸렸다.
“이런, 미친─!”
별안간 현승으로부터 음원 파일이 5곡이나 도착한 까닭이었다.
그것도 녹음이 다 끝나, 마스터링 작업만 남은 채로 말이다.
물론.
얼마 전, 현승이 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은 기사를 통해 접했었다.
다만, 별도로 사옥을 찾진 않아서 개인적인 용무나 ‘4way’라는 그룹의 작업 차 들른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대가로 현재 엔지니어실은 폭탄을 맞은 꼴이었다.
“야, 너 지금 손이 놀고 있다?”
한 엔지니어는 자신의 후임인 기연선이 헤드셋을 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꼴을 보자,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한 곡도 아니고, 무려 다섯 곡이나 도착하는 바람에 초비상사태나 다름없었다.
자신은 이미 와이프에게 며칠간 집을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연락해 놓은 채였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넋을 놓은 채, 가만히 있는다고?
“아, 아니, 그게….”
기연선은 장난감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아이마냥 헤드셋을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말끝을 흐렸다.
혼나는 게 무서워서 그러는 것 같진 않았다.
정말.
정신이 어디론가 쏙 빠진 듯 멍해 보였다.
“너 왜 그래?”
엔지니어는 혹시 기연선이 과도한 업무량으로 미쳐 버린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스쳐,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서, 선배님, 이거, 이거….”
“이게, 뭐?”
“저번에 들어온 음원 맞죠?”
기연선이 어렵사리 꺼낸 말은 황당한 물음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엔지니어는 새로 들어온 음원은 아직 들어 보지 못했기에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들어 보는 수밖에─.
“이리 줘 봐.”
엔지니어는 기연선이 쓰고 있던 헤드셋을 잽싸게 가져가 뒤집어쓰고는 해당 음원을 다시 재생시켰다.
─ ♬ ♬ ♬
어라? 잠시만….
─ ♬ ♬ ♬
무언가 이상한 점을 감지한 엔지니어는 들어온 음원 파일 중 다른 곡을 재생시켰다.
─ ♬ ♬ ♬
엔지니어는 귀신이라도 들린 듯 떨리는 손을 더듬어 계속해서 들어온 음원을 확인했고.
─ ♬ ♬ ♬
그럴수록 그의 눈동자도 조금 전 기연선처럼 넋이 나간 듯 흐려졌다.
─ ♬ ♬ ♬
이윽고 엔지니어는 기연선과 공중에서 시선을 마주했다.
둘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감정과 생각을 교류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보내온 곡이랑은 차원이 다르잖아?’
얼마 전, 갑작스레 보내온 음원과 같은 듯 분명히 다른 궤도를 달리는 곡들이었다.
단순히 보컬이 더해졌다고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 여기서 의문점 하나.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일인가?
이 작업만 붙들어도 어려울 것 같은데.
“하아….”
엔지니어는 헤드셋을 내려놓으며 묵힌 숨을 토했다.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현승에게 이건 가능과 불가능을 논할 가치도 없을 만큼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아무래도….
조만간 한국은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 분명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누구보다 편안해 보이는 차 뒷좌석에 앉은 전남일은 무언가 불편한 듯 연신 넥타이를 고쳐 맸다.
“큼!”
머지않아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 이질감이 느껴져 헛기침마저 해댔다.
‘흐음….’
운전기사는 백미러를 통해 그런 그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십 년을 넘게 보필해 왔지만, 평상시 그답지 않게 어딘가 불안정해 보인 까닭이었다.
“혹시 어디 불편하십니까?”
운전기사는 눈치를 살피다 조심히 물었다.
혹여 몸이 어딘가 안 좋을 수도 있지 않나?
“아닙니다. 조금만 더 서둘러 주시죠.”
그러나, 그는 평상시처럼 고저 없는 어투로 짤막이 대답하고는 창가로 시선을 옮겼다.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거길래….’
지금 향하는 곳은 전남일이 측근 또는 중요한 사람을 접대할 때 주로 찾는 곳으로.
서울에서 제일가는 한정식집 ‘단아’였다.
그 말인즉슨.
전남일이 저렇게 긴장한 기색을 보인다는 건, 측근이 아닌, 무척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끼이이이익─.
운전기사는 그의 지시대로 막힌 도로를 빠르게 달려, 한정식집 앞에 주차를 끝마쳤다.
“잠시만 기다….”
그러고는 늘 그랬듯 문을 열어 주고자, 운전석 문을 열려던 찰나.
타악─!
전남일은 이미 차를 빠져나간 후였다.
“정말,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운전기사는 그런 전남일의 다급해 보이는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 * *
전남일은 자신의 앞에 앉은 남성이 무척 어렵게만 느껴졌다. 분명 편하지 않아도, 어렵지는 않던 사람이었다.
“식사 안 하십니까?”
그래, 어느 날인가는 자신의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작곡가였으니까.
이젠.
저 멀리 미국 땅에서도 점차 인정받기 시작한 레이블의 대표가 되었고.
“아.”
전남일은 그제야 자신이 수저도 들지 않은 채, 앞에 앉은 현승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는 입맛이 별로 없어서, 천천히 드셔도 됩니다.”
“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편히 먹겠습니다. 한정식은 정말 오랜만이라서요.”
그렇게 말한 현승은 본인이 말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처럼 끝도 없이 들어오는 코스 요리를 전부 해치웠다.
달그락, 달그락.
저 많은 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서야 그의 손이 멈췄다.
“여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네요.”
현승이 느긋한 얼굴로 식후로 나온 수정과를 들이켜며 말문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집 나간 거위 배불리 밥 먹이려고 부르신 건 아닐 테고.”
그 말에 전남일이 눈매를 살짝 좁히기도 잠시.
“먼저 직설적으로 얘기해 주시니 저도 노골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예, 그러시죠.”
“이전에 맺은 협력 계약의 조건을 수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떤 조건이요?”
“연 5곡이 아니라, 연 10곡.”
다소 추잡할 만큼 노골적으로 만남의 이유를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일은 당일 오전, A&R 실장을 통해 현승이 음원을 보내왔다는 보고를 전달받았고.
그 음원이 전부….
엔지니어들이 극찬할 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던 까닭이었다.
그들이 현승과 좋은 관계로 지내 왔다고 한들, 음원에 있어서 아닌 건 단호히 아니라고 할 사람들이다.
특히.
이미 나간 사람이 보내온 곡인 만큼 기대하지 않았거늘, 그마저도 완벽하다고 하니 탐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음, 제가 이번에도 특별히 5곡이 아니라 6곡 보내드렸는데, 욕심이 좀 과하시네요.”
“압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LS 엔터는 워낙 아티스트가 방대하게 많습니다. 연습생도 차고 넘치죠.”
“그만큼 전속 작곡가도 많은 걸로 아는데요?”
“맨입으로 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에 따라 무언가 조건을 덧붙여야겠죠.”
“그래요?”
“무엇이든 원하시는 바를 얘기해 주시면, 서로 절충하에 맞춰드리겠습니다.”
전남일은 최대한 여유로우면서도 인자한 어투로 얘기하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말은 제법 그럴싸하게 한들, 목은 가뭄이라도 난 듯 바싹 말라가고 있던 탓이다.
사실.
현승은 당장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다.
LS 엔터에 지분도, 높은 정산 비율도.
그저 환심을 사기 위한 도구 정도일 뿐.
그게 현승을 움직일 만큼의 힘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
현승은 깊은 고민에 빠진 듯 턱을 긁적거렸고.
그럴수록 목구멍은 더욱 바싹 말라 갔다.
벌컥, 벌컥.
결국 전남일이 수정과를 단숨에 들이켜던 찰나.
“탕후루 ASMR 먹방?”
현승의 입에서 나온 말에, 끝내 입에 머금고 있던 수정과가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