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9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93화(392/482)
현승이 요즘 소소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하면….
바로 ASMR 먹방이었다.
독보적인 사운드를 찾기 위해 온갖 소리를 다 찾아 듣다 보니 어느새 거기까지 닿게 되었고.
그 중 으뜸인 먹방은….
─ 여러분, 오늘은 증권사에서도 대인기라는 레몬 탕후루 먹방을 준비했는데요!
겉에 코팅된 설탕 때문에 부딪히기만 해도 딱딱거리는 마찰음이 일었고.
입으로 깨물어 먹을 때면 바사삭거리는 소리가 꽤나 식욕을 돋워지게 했다.
바사사삭.
코팅된 설탕이 바스러지는 크런치 한 소리가 현승의 귀를 자극했고.
그때부터 현승은 틈만 나면 탕후루 먹방 ASMR을 찾아 들었다.
바사사삭.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탕후루 ASMR 먹방?”
그래서 그냥 한번 던져본 말이다. 별 의미는 없었다. 정말 필요해서는 아니고.
필요한 게 없어서, 좋아하는 걸 말해본 것뿐이다.
“푸후후후훕─!”
그게 수정과 샤워를 당할 만큼 놀랄 일인지는 몰랐다.
“마침 더웠는데, 시원하네요.”
현승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물티슈를 집어 들었다.
원래 같으면 대체 이게 무슨 민폐냐며 대놓고 싫은 티를 냈을 테지만….
“괜찮으니, 괘념치 마시죠.”
그저 묵묵히 얼굴을 닦아냈다.
지금은….
대표와 전속 작곡가로서 만난 것이 아니라.
기업의 대표 대 대표로서 만난 자리인 만큼 참을 줄도 알아야만 했다.
사업이라는 걸, 대표직이라는 걸 해 보며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는데….
전남일이 대단하다는 거였다.
흔한 욕설 한 번, 반말 한 번, 고성 한 번도 내지른 적이 없음에도 모두가 그에게 위압감을 느낀다는 거였다.
물론 LS 엔터의 대표라는 이름이 주는 힘도 물론 있겠지만, LS 엔터 자체가 전남일이고, 전남일이 LS 엔터다.
그는 그 위압감을 앞세워, 수많은 인원을 통제하고 LS 엔터를 국내 1위 기획사로 일으켜 세운 것이다.
그게 옳은 방법인지, 옳지 않은 방법인지까지는 감히 확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전남일의 기준에서는 성공해 냈으니 옳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난 그렇게 할 생각 없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위압감을 주는 존재인가?
─하면 그건 모르겠지만, 실력으로 압살하고 책임지면 될 일이라 생각하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전남일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으나, 금세 표정을 숨긴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방금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탕후루 ASMR 먹방이요?”
“아, 잘못 들은 게 아니었나 봅니다.”
“네, 가능하신가요?”
“갑자기 그건 너무 황당한 조건이라….”
전남일은 차분하려 애썼지만, 계속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까딱하면 헛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서였다.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딨습니까? 여기서 절충하자면, 제가 특별히 탕후루 하나로 만족해 보겠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차라리 물질적인 거라던가, 관계적인 조건으로 보상을….”
전남일이 특유의 느릿하며 고저 없는 투로 종용하려 들던 그때.
“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현승이 단호히 말허리를 자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구태여 한국에 몇 곡 더 넘겨서 푼돈이나 벌기엔, 미국에서 할 일이 많았다.
이번에 무리해서 한국 작업을 끝낸 이유도….
미국 활동에 더욱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더군다나.
자신이 미국물을 먹어서 절대 한국 활동을 하지 않을 거라던 글을 봤다.
⤷ 응 이미 미국물 먹어서 절대 안 할 듯ㅋ
뭐랄까?
그 말을 보는 즉시, 이상하게 어깃장이 났다.
‘내가?ㅋ’
뭐, 그런 유치한 청개구리 심보 말이다.
애초부터 한국에 넘길 곡을 작업하고 있었지만, 이왕 할 거 잔뜩 티를 내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4 way를 시작으로─.
서지니, 정아린, 이효은, 윤제이, 강하준, 문범재 그리고 더문까지 무리해서 작업한 것이다.
물론.
현승에겐 그보다 롤드컵 주제곡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지만….
“저도 제 레이블 식구들 챙기기 바쁘고, 굳이 한국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쉬울 게 없다는 것도 잘 아시겠죠.”
전남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티슈로 입가를 꾹꾹 눌러 닦았다.
“그래서 한 번 던져본 겁니다. 대표님이 회사를 위해 어디까지 하실 수 있는지.”
현승은 그런 전남일에게 유유히 말을 던졌다.
그가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한 말이다.
그는 체면도, 체통도, LS 엔터 대표로서의 위상도 중요한 사람이니까.
“좋은 식사였습니다. 느긋이 생각해 보시고 연락주시죠.”
현승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불발될 협상이니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 봤자, 서로 좋을 게 없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내 현승이 전남일을 뒤로한 채 룸을 나섰다.
탁─!
그런 현승의 머릿속은 온통….
“쓰읍, 연봉을 얼마나 부르면 오려나….”
이 한정식집 주방장을 구내식당 총괄 주방장으로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 * *
한국에 온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고.
─ 바사사삭.
현승은 전용기 허가 기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홀로 호텔 방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 바사사삭.
탕후루 ASMR 숏츠를 틀어놓은 채, 지난 롤드컵 경기도 찾아보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그러고 보니….’
주제곡 영상은 언제 공개된다 그랬지? 음원 발매 전에 사전 공개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탁, 타다닥.
현승이 검색창에 ‘롤드컵’을 검색하던 찰나였다.
띵-동
야심한 시각에 울린 초인종.
“누구지?”
제 방을 찾아올 사람이라고는,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는 비서밖에 없었다.
다만 일정도 없는 이 밤에 자신을 찾아오진 않을 텐데, 무언가 이상했다.
끼이이익─.
현승이 먹고 남은 탕후루 꼬챙이를 들고 천천히 호텔 방 문을 열었고.
“에?”
머지않아 황당함에 꼬챙이를 떨어트렸다.
문 앞에 김우현이 서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여긴 왜….”
그는 자신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방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레이블은 어쩌고 한국에 오셨어요?”
“전무님도 있고, 직원도 있는데 뭐가 문제야?”
“그건 그렇지만, 올 이유도 딱히 없잖아요.”
그 말에 김우현은 대답 대신 패드 하나를 내밀었다.
화면 속에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와 네티즌 반응을 보기 좋게 스크랩해 둔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 HS,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 시작? 4 way를 시작으로 서지니, 정아린, 이효은, 윤제이, 강하준, 문범재 잇따라 ‘HS’ 곡으로 컴백 소식 알려…. ] [ The moon, 다음 달 작곡가 HS와 공동 작업한 싱글로 컴백 소식 발표 ] [ 4 way, 발매 하루 만에 국내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순위권 진입! ].
.
[ 화려하게 돌아온 HS … 작곡가들 바짝 긴장 ]⤷ 야; 누가 엣치스 안 돌아온다고 했냐?
⤷ 에? 그냥 온 것도 아니고 폭탄을 가져왔는데?
⤷ 아니 대체 몇 명이나 작업해 준 거냐ㅋ 얼마 전에 롤드컵 주제곡도 참여한다고 하지 않았음?
⤷ 갑자기 심장 개 뜨거워지네; 와; 들을 거 개 많다
⤷ 포웨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곡은 개좋음
현승은 화면 속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는 “아.”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
생각해 보니, 한국에 간다는 소식만 전하고 작업 관련된 내용은 공유하지 않은 게 떠오른 까닭이었다.
“네가 최고 결정자인 만큼 터치할 생각은 없어.”
“어차피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LS 엔터와 협약을 맺은 작업물이라 그랬어요.”
“알아, 네가 일정 곡을 LS에 공급해 주는 조건으로 나랑 전무님, 별 탈 없이 나올 수 있게 해줬다는 거.”
김우현은 완강하지만 부드러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식구끼리 이런 건 공유해 줄 수 없을까?”
현승은 그런 김우현의 마음을 이해했다.
누구보다 VINCIS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애써준 사람이자, 제 일이라면 늘 두 손 걷어붙이고 도와주려 애쓰는 사람이니, 무언가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공유해 달라는 걸 거다.
그래서일까?
이제 저런 부탁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알겠어요. 앞으로는 전부 공유할게요.”
이내 현승이 대충 고개를 주억이며 답했다.
“어? 진짜로? 웬일이야?”
“하지 말까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금쪽이답지 않게 순순히 알겠다고 수긍하니까….”
김우현이 말을 잇던 중이었다.
바사사삭.
자꾸만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고개를 좌우로 휙휙 내저었다.
“근데 아까부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아, 탕후루 ASMR 영상 틀어놨었거든요.”
현승이 침대에 던져놨던 휴대폰을 집어 들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아니, 대체 그런 걸 왜 듣고 있어?”
“보고 있으면 은근히 중독된다니….”
휴대폰을 집어 드는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게, 대체 뭐지?
영상 속 인물이 너무 낯익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왜 그래?”
김우현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다가오며 물었고.
“어….”
“아….”
동시에 둘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영상 속에서 레몬 탕후루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먹고 있는 남성의 얼굴이 너무 낯이 익은 까닭이었다.
─ 바사사삭.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묵묵히 레몬 탕후루 하나를 계속해서 먹어 치웠다.
─ 바사사삭.
맛에 대한 설명도, 어떠한 추임새도 없이.
─ 바사사삭.
마치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사람처럼.
─ 바사사삭.
그렇게 꼬치 하나를 다 해치웠을 때야 입을 열었다.
─ 조건 달성.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끝났고, 금세 다른 유튜버의 먹방으로 넘어갔다.
“내 눈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묻는 건데, 혹시 나만 전 대표님으로 보여?”
“이럴 수가!”
“어? 뭐가? 혹시 이 말도 안 되는 영상에 대해서 뭔가 아는 거야?”
“제엔장!”
현승은 휴대폰을 꽉 쥔 채로 발을 동동 굴렀다.
김우현은 그런 현승에게 무슨 일이냐며 닦달했지만, 당장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다.
그저….
이제 10곡이나 줘야 한다는 사실에 벌써 귀찮음이 온몸을 잠식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한 번 던져본 겁니다. 대표님이 회사를 위해 어디까지 하실 수 있는지.”
그래, 이건 그를 괜히 도발한 탓이다.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하나, 후회해 봤자 이미 늦어버렸고.
“엄마, 저 잠시 혼자 있고 싶어요….”
현승은 침대에 맥없이 쓰러져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전남일은 대단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