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94)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95화(394/482)
애니메이션 영상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 타이거.
─ ♬ ♬ ♬
주변 동료들이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고.
펄럭, 펄럭.
종잇장이 날아다니는 와중에도, 헤드셋으로 여유롭게 노래나 듣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 ♬ ♬ ♬
스튜디오 설립 초창기 멤버인 헨리였다.
올해로 스튜디오 설립한 지도 10년을 맞이했으니, 그가 이곳에서 일한 지도 10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
같은 곳에서 10년이나 일하면 질리지 않냐고?
음….
분명 그렇게 생각하면 질릴 법도 했지만, 이적할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스튜디오 타이거는 동종 업계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튜디오 몸짓을 이만큼 키워낸 게 바로, 이 몸이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대표는 아니었다.
그런 고리타분한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유쾌하고, 흥미롭고, 자유로운 게 최고니까.
그래서일까?
사내에서 본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많아졌다.
뜨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시작했던 스튜디오였거늘, 규모가 커지면서 점차 꼬장꼬장한 사내·외 이사들이 생겨났고.
그들에게 있어서 지분‘만’ 높은 헨리는, 깊게 박힌 돌처럼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래.
회사의 비전과 발전에 욕심은커녕, 이따금 돌발 행동을 일삼는 헨리였기에 주가를 떨어트릴 수도 있는 근원지 뒤에 줄을 설 바보는 없었다.
헨리 또한 그런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뿐이다.
헨리에게 있어선 직급도, 성공도, 위상도 모두 하등 쓸모없는 것들이었으니까.
사회성도.
야망도.
생각도 없는 놈.
딱, 그게….
사람들의 눈에 비친 헨리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헨리를 대놓고 나무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대표 이사인 로버트의 오랜 친구이자, 스튜디오 타이거의 전체 지분 중 3/1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인 까닭이었다.
하나.
아무런 직급도, 직책도 맡기 싫어했으며.
출근도 하고 싶을 때, 퇴근도 하고 싶을 때.
복장마저 집 앞에 나온 듯 후줄근했으며.
어쩌다 일을 할 때도….
복도나 구내식당 구석진 자리에서 하는 둥 평범치 않은 행동을 일삼았다.
사람들은 그런 헨리를 정신병자나 없는 사람쯤으로 취급한 지 오래였다.
간혹 출근 자체를 못 하게 해야 한다거나.
프로젝트에 손을 못 대게 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세력도 있기야 했으나….
부결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게, 헨리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야말로 ‘스튜디오 타이거’라는 명성에 가장 걸맞았으니까.
그래.
헨리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불세출의 천재였고.
그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
HS – Nevertheless, again ( ft. Vincent ) | 202X World Championship theme song – League of legion
헨리는 롤드컵 주제곡에 맞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단독으로 작업했고.
구독자 1,310만 명
조회수 1천만 회
이틀 전
그 영상은 공개된 지, 단 이틀 만에 천만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물론.
롤드컵 주제곡은 늘 화제 되는 편이었고.
더군다나 이번 주제곡은 HS와 빈센트가 참여했으니 더욱 그럴 만했다.
한 챔피언의 강한 의지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 레볼의 애니메이션은 진짜 너무 훌륭해. 실제 경기가 이렇다고 생각해봐.
⤷ 영상 속대로만 경기가 진행되면 이번 롤드컵은 역사로 남을 텐데 말이야
⤷ 시각적으로 진짜 너무 훌륭해. 특히 도입에서 절정으로 넘어갈 때 끝내준다.
대중들은 헨리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상에 열광했다.
⤷ 이거 DRY팀에 듀엘 선수를 모티브로 한 거지?
⤷ 맞는 것 같아 드디어 듀엘이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받기 시작하는구나.
⤷ 진짜 애니메이션 수준 미친 거 아닌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오, 주여.’
⤷ 작년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보자고 생각했는데 뛰어넘었네.
⤷ 말도 안 되게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야. 지금까지 나온 애니메이션 중 최고일지도 모르겠어!
물론 사람들은 스튜디오 타이거에서 작정하고 만든 영상이라 생각하겠지만….
⤷ 진짜 레볼겜즈는 이렇게 잘 만들거면 시리즈로 애니메이션 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
⤷ 레볼겜즈가 스스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아님. 매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외주를 줬음. 올해는 스튜디오 타이거가 담당했으니 이 퀄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스토리보드부터 콘셉트 디자인, 2D 배경과 합성 그리고 3D 시퀀스처럼 으레 작업을 분할해서 진행하던 모든 것들을, 헨리는 혼자 해냈다.
⤷ 스튜디오 타이거가 진짜 제대로 해낸 듯.
⤷ 이런 걸 보고 돈 제대로 썼다고 하는 거야. 특히 장면 전환이 전설적이었어.
⤷ 패자인 우리는 이런 걸작을 볼 자격이 없다.
⤷ 이 나이 먹고 게임 애니메이션 보느라고 몇 시간이나 쓸 줄 몰랐어.
아아.
물론, 처음부터 혼자 하려던 건 아니었다.
제아무리 천재라도 혼자 도맡아서 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니까.
헨리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사랑했지만,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 건 원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가 혼자 맡은 이유는 단순히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몇 달 전.
스튜디오 타이거가 올해 롤드컵 시즌 영상 제작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처음이 아니었으므로.
이번에도 진행하나보다 싶었다.
대표 이사이자, 친구인 로버트의 부탁으로 3D 시퀀스 파트 정도나 맡아서 진행해 주기로 한 어느 날.
제작 과정에서, 주제곡을 만든 원작자로부터 스토리보드를 받게 되었다.
전문적이지 못했으며.
악필에다가.
망상이랄 법한 스토리였다.
롤드컵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라지만.
영상 내 주인공이 강력한 우승 후보도 아니었고.
소설이라 해도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전개.
이 모든 게 말도 안 됐다.
제작을 맡은 사람들도 제작 과정에서 이런 스토리보드만으로 작업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헨리는 왠지 흥미가 생겼다.
그래.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백 점짜리 정답지를 몰래 훔쳐본 것처럼 당장 눈앞에 생생히 그려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모든 경기가 HS의 스토리보드처럼 흘러갈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해볼래.”
그래서 본래 제작하던 건 그대로 다른 직원들이 진행하고, 헨리는 헨리만의 영상을 제작해 나갔다.
모두 그런 헨리가 일정조차 못 맞출 것이라 확신했고, 답지 않게 객기를 부린다며 수군거렸다.
하나.
늦지 않게 작업은 완료되었고, 공평성을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고.
그 결과─.
헨리가 단독으로 만든 영상이 레볼루션 게임즈에 넘어가게 되었다.
이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귀찮게 되었다고 해야 할지는 몰라도….
사내 입지는 크게 뒤바뀌었다.
헨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헨리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딱 하나, 바뀐 점이 있다면….
“HS, HS, HS─.”
그 뒤로, HS의 곡을 듣게 되었다는 것 정도.
“입에 착 붙는단 말이지?”
헨리는 조만간 치러질 롤드컵 경기를 오랜만에 챙겨봐야겠노라 다짐했다.
* * *
팀 DRY 연습실.
별안간 장내는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그도 그럴 게.
롤드컵 주제곡 영상이 공개되었고,
정확히 그러하다.
─라고 결론이 나거나,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아니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영상 속에서 팀 DRY, 그중에서도 듀엘이 ‘주인공’으로 묘사되어 있던 까닭이었다.
물론.
작곡가 HS가 이번 주제곡은 ‘듀엘’을 향한 헌정곡이라고 밝혔기야 하지만.
영상마저 ‘듀엘’에게 초점이 맞춰졌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었다.
“형, 형! 진짜 한 번만 봐봐!”
팀 내 막내인 최시온이 잔뜩 신나, 한인혁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으나.
탁─.
한인혁은 단호히 휴대폰을 쳐내버렸다.
“내일 모래 8강 시합이야.”
최시온은 내쳐진 본인의 손을 바라보다 울컥했는지, 한인혁에게 대들 듯 다가서며 소리쳤다.
“아니, 형! 영상 하나 본다고 뭐 얼마나 시간이 뺏긴다고 그렇게까지…!”
“최시온. 우리 진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8강 진출한 거, 잊었어?”
바로 반박하며 되물어 오는 말에, 최시온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래.
팀 DRY는 정말 턱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슬하게 8강에 진출했고.
그래서인지 우승 후보로 거론되긴커녕, 8강에서 빠르게 강탈할 거라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근데 지금 그런 거나 보면서 시시덕거릴 시간 있어?”
“아니, 나는 우리를 이렇게나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으니 더 힘내보자는 의미로….”
최시온은 그런 악플 속에서 롤드컵 주제곡이 같은 팀인 듀엘의 헌정곡이라는 사실과.
이번에 발표된 영상 속에서 팀 DRY가 모티브가 된 이 상황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다들 떨어질 거라고 했지만.
노래 속 가사만큼은.
영상 속 스토리만큼은.
모두─.
팀 DRY의 우승을 나타내고 있었으니까.
하찮은 동정이라도.
헛된 희망이라도.
잠시간의 영광이라도.
뭐든 좋았다.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열심히 안 할 거야? 그 사람들은 우리 한 번 팔아서 그저 화제성이나 불러일으키려는 것뿐이야.”
그러나, 한인혁은 더욱 단호히 선을 그었다.
“최시온, 지금은 당장 있을 경기만 생각해.”
이내 그 말을 끝으로 장내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어떻게 보면 영상 하나 봤다고 혼이 난 상황이었지만, 최시온은 한인혁을 이해했다.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인혁이라면 저럴 수 있었다,
한인혁은 마치 죽지 않는 좀비처럼 단 하루도 안 쉬고, 잠도 포기해 가며 연습에 몰두해 온 사람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생명이 짧은 프로게이머로서, 한인혁은 이제 슬슬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
더욱 우승이 간절할 것이다.
아니.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오랫동안 본 한인혁은 늘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사실 우승보다는, 롤의 절대 군림자라 불리는 페이스를 이기기 위함인 것 같지만.
“…….”
어찌 되었건, 한인혁에게 있어선 그게 우승을 향한 원동력일 테니, 팀원들도 그런 마음을 모른 척 쉬쉬했다.
“이제 다시 연습 시작하자.”
한인혁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팀원들은 쏜살같이 본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이내, 잠시 멈췄던 연습을 이어 나가기 위해 각자 손과 목을 돌려 풀던 그때.
띠링─!
최시온이 별안간 울린 알림 소리에 눈치를 살피며 무음으로 변환하고자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어?”
그런 최시온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시온, 휴대폰 그만해.”
“아니, 형아….”
“쉬는 시간에 봐도 되잖아.”
최시온은 한인혁의 핀잔에도 좀처럼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팔로잉 중인 HS가 오랜만에 별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다며 알림이 떴고.
그 내용이….
다소 놀라운 까닭이었다.
팀 DRY는 우승한다.
cover
sara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
g_hs_ 듀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사람, 정말 진심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