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9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97화(396/482)
김우현은 은밀한 외출에 나섰다.
끼이익─.
미국 내에서도 유동 인구가 많기로 소문난 사거리, 유명 프랜차이즈 버거집.
이곳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단순히 ‘배고파서’, ‘먹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래.
사전 조사 차원으로 방문했달까.
딸랑!
안에 들어서자, 애매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김우현은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주문을 하기로 하고, 맨 뒤에 줄을 섰다.
햄버거집에 와서 계속 둘러만 보다가 간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래, 절대 배고파서는 아니다.
스─윽.
그런 김우현의 시선은 새로 나온 신상 메뉴로 향해 있었고.
꿀─꺽.
침샘이 고장이라도 난 듯, 입안에서 고이는 침을 삼키며 얼른 본인의 차례가 되길 기다리던 그때.
“저기요.”
누군가의 짜증 섞인 부름에, 한참 동안 바라보던 메뉴판에서 시선을 떼어냈다.
“주문 안 하실 거면 다음 분 먼저 받을게요.”
그렇게 마주한 건….
“아, 주문할 겁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이자, 이 햄버거 가게의 직원이었다.
꽤 다부진 체격과 큰 키를 지닌 흑인 남성.
“치즈 스파이스 크런치 버거 세트로 부탁드립니다.”
김우현은 그 남성에게 주문을 하는 것과 동시에 카드를 내밀며 싱긋 웃어 보였다.
사실 명찰을 훔쳐보기 위해 눈꼬리를 접은 거다.
Mr. HS
이 남자가 맞다. 미국 MZ 세대 내에서 제법 인기가 많은 인플루언서이자.
그룹 4 way의 신곡으로 릴스 챌린지 영상을 처음 올려, 유행시킨 인물.
그리고.
일하는 곳에서도, 게임 내에서도 어째선지 ‘HS’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남자.
탁─!
그 남성은 말없이 카드를 받아 결제를 완료한 뒤 올려진 트레이 위에 햄버거와 음료, 그리고 감자튀김을 무심히 올렸다.
“감사합니다.”
김우현은 트레이를 받아 들며, 말이라도 섞어볼 겸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봤지만.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남자는 이미 다음 사람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저러고도 안 질리다니.’
험상궂은 인상인 남성은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못해, 상당히 불친절한 편에 속했는데.
그래도 잘리지 않은 걸 보면 일은 잘하는 모양이었다.
바스락, 바스락.
김우현은 최대한 카운터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포장된 껍질을 벗겨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맛있는걸?’
신메뉴를 게걸스럽게 해치우기도 잠시.
‘아, 맞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깨닫고는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미국 내에서도 ‘HS’를 좋아하는 팬들이 생긴 만큼, 그저 좋아하는 뮤지션의 필명을 닉네임으로 쓸 수 있다고 넘길 수 있었으나.
뭔가 수상했다.
그저 단순히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쓰진 않았을 것 같달까?
그래.
어딘가 계속 께름칙한 기분이 든 까닭이었다.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오물오물.
김우현이 감자튀김을 먹으며, 곁눈질로 남성을 계속 바라보던 그때였다.
짤─랑!
가게 문이 열리고, 어려 보이는 흑인 남성 몇 명이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헤이!”
그러자 카운터에 서 있던 ‘HS’라는 명찰을 단 남성이 화색을 띠며 밖으로 나왔고.
이내 그들은 다 같이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어? 어?”
김우현은 아쉬운 마음에 감자튀김 몇 개를 입에 넣고는, 다급히 그들을 쫓아 나갔다.
‘어디로 갔지?’
김우현은 한참 주위를 찾아보다, 으슥한 골목 안에 서 있는 무리를 발견했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다부진 젊은이들 사이에 괜히 꼈다가, 불상사를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엄습한 까닭이었다.
이거, 어째 세한 걸….
김우현은 망설이다 말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 담배를 태우고자 온 척 자리를 잡고 섰다.
공포심보다는 알고 싶은 궁금증이 더 컸던 탓이다.
치익, 후─.
김우현은 짐짓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을 보는 척, 곁눈질로 무리를 살폈다.
“자말, 영상 뽑힌 거 감성 죽이지 않아?”
“미쳤네.”
“이제 편집 다 끝나서 업로드만 하면 돼.”
대체 무슨 영상을 올린다는 걸까? 이번에도 새로운 릴스 챌린지를 올리는 걸까?
김우현은 자세히 듣기 위해 아주 조금씩 걸음을 옮겼고.
“근데 hood에서 plug나 하던 네가 이렇게 유니폼 입고 일하고 있으니 어색하긴 하다.”
“뭐, 시비 거는 거냐?”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어색하면서도 보기 좋다고.”
“헛소리할 거면 닥치는 게 좋을걸? 너 보기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험악한 대화를 듣고 있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들어오지 말걸.
김우현은 놀란 마음에 눈치 없이 터져 나오는 딸꾹질을 억지로 누르며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히끅, 히끅.”
얼른 다시 돌아가자.
저벅, 저벅.
그렇게 생각하며, 다급히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
“저기요.”
아까 전,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왜지, 날 왜 부르는 거지.
한국도 아니니, 총기를 지니고 있을 확률도 있고.
저들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현승아, 단비 씨, 나 먼저 가요.’
김우현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빳빳이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려세웠고.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노란 유니폼 위로 ‘Mr. HS’라는 명찰을 단 ‘hood plug’ 출신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아.
현승을 따라 미국에 와서, HS라는 명찰을 단 남성에게 죽임을 당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휘─익.
남성이 별안간 손을 뻗자, 김우현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두근, 두근, 두근.
심장 고동 소리가 귓속에서 울릴 만큼 긴장된 상황.
그러나 좀처럼 타격이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김우현은 이상한 기분에 조심스레 눈을 떴다.
“이거, 떨어트렸어요.”
남성이 내민 손 위로 시선을 옮기자, 흙먼지가 묻은 자신의 담뱃갑이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김우현은 담뱃갑을 받아 들고는, 줄행랑을 치듯 단숨에 골목을 빠져나왔다.
“허억, 허억─.”
아무래도.
HS라는 닉네임은, plug 활동 당시 암호명일 지도 모르겠다.
* * *
현승은 한참 롤드컵 경기에 빠져든 채였다.
우선 8강까지는 자신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아슬하지만, 극적인 우승을 거둬냈다.
그래도.
헌정곡까지 만들어 줬는데, 좀 더 압승했다면 좋으련만.
그런 아쉬움을 품은 채 4강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바삭, 바삭.
현승이 감자 칩을 한 봉지를 다 먹어가던 찰나였다.
똑, 똑, 똑!
익숙하지만 어딘가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하필, 지금.’
현승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경기 화면을 보며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맘 편히 보려고 했는데….
“현승아!”
김우현의 호들갑스러운 표정이라던가 고양된 톤으로 보아, 그러긴 그른 것 같다.
“왜요.”
현승이 귀찮다는 양 대꾸해 봤지만, 김우현은 뚜렷이 목적성을 가지고 온 듯 곧장 걸어 들어와 패드를 내밀었다.
‘이놈의 패드.’
현승은 조만간 이 패드를 압수하겠노라 다짐하며, 액정 위로 시선을 옮겼다.
“이거 한 번 봐봐.”
그가 보여준 화면은, 딱 봐도 전문 스틸 영상이 아닌 아마추어가 대충 찍어 올린 듯한 MV였다.
구린 화질과 음원.
어색한 구도와 촌스러운 흑백 필터까지, 현승이라면 절대 찾아보지 않을 것 같은 영상 말이다.
“골목 갱스터들 랩 하는 연기하는 영상 보라고, 지금 제 시간 방해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 남자, 걔잖아. 유니폼 명찰이 ‘HS’였던 인플루언서.”
“그런데요?”
“아, 그건 됐고. 우선 가사 집중해서 들어 봐.”
그 말에 현승이 눈을 감고, 들려오는 음원에 집중했다. 근데, 아무리 들어도 구리다.
자신이 회귀한 뒤, 중고 장비로 만든 음원도 이것보단 퀄이 좋았겠다 싶을 만큼.
아아.
그래도 들려오는 악기의 소리 자체는 괜찮았다.
딕션이라던가 플로우도 좋고.
그러나 음원은 물론, 음질마저 구려서 듣기 힘들 정도였다.
“계속 들어야 해요?”
현승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양 따져 묻던 찰나.
─ 이제 나에게 마약은 필요 없어. 너나 해. HS의 곡이 내겐 마약이거든.
익숙한 단어 때문인지 문장이 정확히 귀에 꽂혀 들었고.
─ 그가 내 곡을 듣는다면 황홀경에 젖겠지.
점차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 나는 HS의 뒤를 따라, 어느샌가 무대 위로.
영상은 흑인 남성이 후드를 깊게 뒤집어쓰고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어 올리며 끝이 났다.
‘아, 진짜 끝까지 구리네.’
아무리 봐도 현승의 눈에는 구렸으나, 어째선지 조회수나 댓글 수는 꽤 상당했다.
이게 바로, 인플루언서 빨인가.
“지금 미국 SNS상에서는 이 영상이 되게 화제 되고 있나 봐.”
현승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되물었다.
“혹시 아티스트중에 HS라는 이름이 더 있나요?”
“아니, 나도 그래서 찾아봤는데, 네가 유일해.”
“아니면 혹시 햄릿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닐 거야. 이 사람 꾸준히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올려왔더라고. 근데 대부분 가사에 HS가 들어있고.”
김우현은 이미 조사가 다 끝났는지, 묻는 족족 막힘 없이 부연을 이어 나갔다.
“아마추어 래퍼들 사이에선 이미 너를 존경하는 래퍼라고 소문이 자자한 편이더라.”
현승이 작게 침음하기도 잠시.
“예, 알겠으니 나가주세요.”
김우현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미 시작되어 한참 진행 중인 롤드컵 4강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아니, 잠시만.”
“또, 왜요?”
“너 당분간은 몸조심해.”
그 말에 현승이 “제가요?”하고 되물었다.
갑자기 왜 이야기가 거기로 튀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김우현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 뒷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저번에 이 남자를 내가 슬쩍 보고 왔는데, 무척 위험한 사람인 것 같더라고.”
“언제 또 보고 오셨데요?”
“그건, 안 중요하고. 우선 경비도 강화할 테니, 너도 미셸 말고도 개인 요원 좀 붙이고….”
들어주기로 한 거 취소.
“저를 존경한다는 사람이, 설마 총 들고 쫓아오겠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것보단 진지하게 MV 구리다고 댓글 좀 달아주세요.”
현승은 그 말을 끝으로 김우현의 등을 떠밀어 작업실에서 내쫓아 버렸고.
“휴….”
드디어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
부스럭, 부스럭.
현승이 과자봉지에 손을 넣어 더듬거렸으나, 이미 봉지 안은 텅텅 비어 부스러기만 남은 채였고.
─ DRY 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둡니다! 하지만 아직 첫 게임이니까, 긴장을 놓으면 안….
4강의 첫 경기 또한 끝이 난 채였다.
“아, 못 봤잖아.”
현승이 아쉬움에 과자 봉투를 구겨 버렸고.
띵, 띵, 띵!
실시간 경기 영상 옆으로는 한바탕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 야야야, 진짜 주제곡 영상처럼 이겼잖아.. 어쩌면 진짜 이번에 DRY가 우승하는 거 아님?
⤷ 와;;;씨;;;; 듀엘 칼 제대로 갈았나본데?
⤷ 이 정도면 영상 만든 사람 회귀자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