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39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399화(398/482)
현아는 자신이 이곳에 왜 와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대뜸 같이 나가자는 오빠의 손에 이끌려, 아빠와 함께 나온 이곳은….
와아아아아!
잠시 뒤, 롤드컵 결승전이 치러질 경기장이었다.
오빠가 고등학교 시절 ‘롤’이라는 게임을 즐겨 했던 것도, 롤드컵 결승 주제곡을 만들었다는 것도 기사를 통해 알고 있기야 했지만….
‘뭘 알아야 보지.’
정작 현아는 태어나 롤은커녕, 게임이라는 것 자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
아예 롤의 정서조차 모르는 문외한 사람.
비단 자신만이 아니라, 아빠 또한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이었다. e스포츠 경기라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이 중 가장 신난 건….
“어? 이 티셔츠는!”
“한정판 굿즈야.”
“어떻게 구하셨어요?”
“다 방법이 있지.”
자신의 오빠인, 현승이었다.
아니.
나의 왕자님, 강하준이었다.
“저도 부지런히 구해봐야겠네요.”
그는 제 오빠가 입고 온 티셔츠가 부럽다는 양 바라보다 말고 무대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것보단 사실 오프닝 무대가 얼른 보고 싶어요.”
그런 강하준의 목소리는 고양감이 듬뿍 담겨있었다.
‘귀여워.’
아무래도 자신의 오빠처럼 이 게임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아아.
물론 오빠가 귀엽다는 건 아니다.
“빈센트, 연습 열심히 했으려나 모르겠다. 내가 중요한 무대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관람에 방해된다며 애착 헬멧마저 버리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음에도 신난 기색이 역력한 오빠는 전혀 귀엽지 않다.
그냥.
게임에 미쳐있는 ‘덕후’ 정도로 보인달까?
‘애도 아니고, 참.’
현아는 어찌 되었건 이미 온 김에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잘은 모르지만, 팀 DRY를 응원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자신의 오빠가 응원하고 지지하는 팀이니까.
“근데 넌 왜 티셔츠가 TP냐?”
“제가 원래 TP 팬이거든요.”
어라? 그럼, TP라는 팀을 응원해야 하나?
“근데 이번에 한 번 DRY를 응원해 보려고요. 작곡가님이 우승한다면, 우승하겠죠.”
아, 아니….
“작곡가님이 하는 말이 곧 진리고, 법이고, 절대적인 거니까 믿고 따르겠습니다.”
좋아하는 팀을 버릴 정도로 우리 오빠를 신뢰한다고?
“그래, 팀 DRY는 올해 무조건 우승할 거야.”
저 오빠는 또 왜 저렇게 당당하게 확신하는 거냐고.
안 그래도 지금 미국 내 커뮤니티에서 팀 DRY를 두고 승부조작 논란으로 난리인 것 같던데….
[ HS 직접 입 열다. 팀 DRY에 대한 억측 보도 지속될 경우, 본인 이름 걸고 강경히 대응하겠다! 선언… ]오빠의 발언으로 조금 잠잠해지긴 했다지만….
애초에 그들의 우승을 두고 조작 논란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팀 DRY는 우승 후보 축에도 못 낀다는 방증이었다.
게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현아도, 요즘 인터넷은 온통 그와 관련된 기사뿐이라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럴수록 제 오빠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강하준마저 좋아하는 팀을 버리고 다른 팀을 응원할 만큼 오빠의 말을 신뢰하는데.
가족인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어? 그래. 우리 오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민현아, 너는 앞으로 공부에만 전념하고.”
─ 아버지도 이제 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 말을 지키듯, 오빠는 가정으로서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먹고, 살 수 있게 해줬다.
그렇게.
뱉은 말은 지켜왔던 오빠니까, 이번에도 분명….
“DRY─!!!”
현아가 불쑥 단전에서 목소리를 끌어 올리기도 잠시.
“헙!”
생각보다 더 우렁찼던 탓에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전광판 위로는 그런 현아의 얼굴이 가득 떠오른 채였다.
* * *
롤드컵 오프닝 무대가 곧 시작될 건지, 경기장 내부에는 암전이 찾아왔다.
꿀꺽.
그와 동시에 현승이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되는 건가? 그럴 리가.
자신이 만든 곡을 부르는 무대는 전생에서부터 수도 없이 봐왔다.
모니터링 차원으로 본 적도 있고, 보기 싫어도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통에 보게 된 적도 많았다.
하물며, 케싱스(*K-싱어스타)에서는 자신이 만든 곡을 처음 공개하는 무대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목구멍이 바싹 마르고, 손끝이 떨려오는 거지?
파─앗!
현승이 어둠 속에서 떨려오는 손을 내려다보던 그때.
와아아아아아─!
경기장 가운데로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사람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 ♬ ♬ ♬
비록 예상과 달리 무대 위에 빈센트는 없었지만.
─ ♬ ♬ ♬
잔잔한 선율이 점차 경기장을 채워나가고 있었으니, 대망의 결승 오프닝 무대가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는 걸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러기도 잠시.
일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발매된 음원에서도 잠시 멈추기는 했다지만, 생각보다 길어진 탓에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왜 안 나와?”
“음향사고인가?”
“빈센트도 안 보이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차 경기장 전체로 번져나가던 그때.
쿵, 쿵, 쿵, 쿵!
무대 위로 가득 깔렸던 스모그가 걷어지고, 소복을 입은 채 하얀 천으로 눈을 가린 사람들이 거대한 북을 난타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머지않아.
그들 사이로 걸어 나온 빈센트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댄 순간.
─ again, again.
북소리는 점차 빠르고, 힘있게 고조되어갔다.
쿵쿵쿵쿵쿵쿵!
쿵쿵쿵쿵쿵쿵!
쿵쿵쿵쿵쿵쿵!
심장을 강타하는 난타.
‘뭐지?’
현승은 자신이 지시한 적도 없는 난타쇼 앞에 당황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빈센트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속삭였다.
─ again, again.
동시에 무대 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열과 행을 맞춰 힘차게 발을 구르기 시작했고.
착! 착! 착!
북채를 휘둘러 리듬을 만들어냈다.
쿵, 쿵, 쿵, 쿵!
본격적으로 다시 흘러나오는 선율에 맞춰 시작된 난타.
쿵, 쿵, 쿵, 쿵!
본래대로라면 전자 바이올린과 드럼의 합주로 고조되어야 할 구간이었다.
─ Don’t tell me to give up.
아예 달라진 악기 배치로 곡의 분위기가 바뀐 셈이었다.
‘저 녀석, 쓸데없는 짓을.’
그러나, 이미 시작된 무대이니 말릴 수도 없었다.
─ If you were going to give up, you didn’t even come this far
사실 나쁘지는 않았던 까닭이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자신이 만든 기존 멜로디에 난타가 합쳐지니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 How can I step back when there’s still a mountain to climb in front of me?
이따금 맹렬히 쏟아내는 난타에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그래.
긴장한 게 아니라, 떨리고 설렜던 거다. 이전 생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무대였으니까.
자신이 만든 곡이 울려 퍼지는 경기장을.
이 곡을 들어줄 팀 DRY, 그리고 듀엘을.
보고 싶었다.
─ If you’re a lion, I’m an African buffalo. If you touch me, I’ll tear your limbs.
현승은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껏 무대를 휘젓는 빈센트를 바라봤다.
그때.
다시금 곡이 멈추고, 찢어질 듯 난타하던 이들의 손 또한 공중에서 멈췄다.
동시에 빈센트 또한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궜고.
─ ♬ ♬ ♬
머지않아 선율이 흘러나왔다.
─ ♬ ♬ ♬
을씨년스러우면서, 어딘가 결의가 가득한 선율이었다.
착! 착! 착!
그들은 다시금 발을 맞춰 세웠고.
“어….”
동시에 정면을 바라본 그들은 경례를 올리기도 잠시.
절도있게 팔을 내리며 다시 북채와 마이크를 잡았다.
─ Even if I cover my eyes and grab my ankles, I’ll never fall down
무대를 찢어발길 듯 다시 시작된 난타와 빈센트의 포효는 기존의 선율을 집어삼켰다.
─ Don’t expect me to give up
빈센트가 저토록 악에 받쳐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다.
그는 악에 받쳐 부르는 게 아니라, 음악을 가지고 노는 플레이어 쪽이었으니까.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천장을 뚫을 듯한 난타 소리가 뚝 끊기기도 잠시.
─ I’ll climb to the top
빈센트가 마지막 소절을 나지막이 뱉는 것으로 무대 위로는 암전이 찾아왔다.
장내 안으로는 웅성거림은커녕,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래.
아무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파─앗!
다시 불이 켜지고, 텅 빈 무대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이윽고.
난타에 버금가는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그 사람들의 표정만 보더라도, 빈센트의 돌발적인 편곡은 제법 성공이랄 수 있었다.
* * *
빈센트의 성공적인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대망의 롤드컵 결승전 경기가 막을 열었다.
첫 번째 게임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습당한 팀 DRY의 패배로 끝이 났고.
두 번째 게임은….
팽배한 접전을 펼치다, 팀 DRY가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세 번째 게임은….
현승의 기억과 달리, 팀 DRY가 승리를 거뒀다.
원래대로라면 이 판에서 지고, 다음 두 판을 연달아 이기는 거였는데 말이다.
‘미래가 바뀌었네.’
아무래도 자신의 헌정곡이 효과가 있던 걸까?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네 번째 판은 팀 DRY의 패배로 끝이 나버렸다.
2:2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접점이 벌어졌다.
꿀꺽.
현승이 마른침을 삼키며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꼬─옥.
그때 강하준이 그런 현승의 손을 붙잡았다.
“뭐야, 징그럽게.”
“너무 긴장돼서 못 보겠어요.”
“그럼, 눈을 감아.”
“이런 빅매치를 놓칠 수는 없죠.”
현승은 손을 내치려다 말고, 그냥 붙잡도록 내버려 뒀다.
사실, 현승 또한 긴장으로 손이 떨려오던 까닭이었다.
꾸울꺽.
이젠 마른침마저 삼키기 어려울 만큼 긴장되는 경기가 지속되던 그때.
─ 어! 듀엘! 갑니다!!!!! 더블킬!!! 더블킬!!!!
해설가들이 격양되어 소리쳤고.
─ 마지막 포탑을!!!
방청객들도 무대로 뛰어들 듯 엉덩이를 들썩였다.
이윽고.
거대한 전광판 위로 웃고 있는 듀엘의 얼굴이 잡혔다.
─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팀 DRY 소속 선수들은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 팀 DRY가 드디어 롤드컵 첫 우승을 거머쥡니다!!
머지않아 듀엘이 별안간 근처에 서 있던 MC를 향해 마이크를 달라며 손짓했고.
“엣치스! 보고 있냐!”
뜨거운 눈물만큼 뜨거운 목소리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