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0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01화(400/482)
회식이 끝나고 사옥으로 돌아온 현승.
본래대로라면 현아와 아버지를 데려다줘야 했기에 집으로 향했을 테지만.
그 일은 강하준에게 맡겨 두고(*현아는 더 좋아함) 빈센트를 따라 사옥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갑자기 오늘 무대는 뭐야?”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 관해 묻기 위함이었다.
“뭐지? 뭔가 나를 나무라는 듯한 그 물음은?”
빈센트는 갑작스러운 물음에 반박하듯 덧붙였다.
“그래도 나 오늘 무대 제법 잘한 것 같은데? 방청객 반응도 좋았고 말이야.”
그러고는 계속해서 방어적으로 부연을 이어 나갔다.
“절대 네가 만든 곡을 바꾼 게 아니라, 그 위로 퍼포먼스를 좀 추가해 본 거야.”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현승인 만큼, 본인이 마음대로 편곡해 버린 것에 대해 현승의 기분이 상한 것이라 짐작한 까닭이었다.
“잘못했다는 거 아닌데?”
하나, 현승은 되레 왜 그렇게 오바하냐는 듯 멀뚱히 바라보며 넌지시 물을 뿐이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은 거야.”
빈센트는 그 말에 멋쩍은 양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이내 무언가 말하려 입술을 달싹거리기도 잠시.
“아니, 짜증 나게 영상이 더 좋다는 말이 많잖아.”
“어?”
“계속 곡을 씹어 먹은 영상이라는 둥, 곡보다 영상 퀄이 더 미쳤다는 둥 뮤비에 대한 칭찬이 더 많으니까 열받잖아.”
현승은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답변에 제법 놀란 듯 빈센트를 바라봤다.
“그냥 네가 만든 곡이 얼마나 좋은 곡인지 제대로 한번 보여 준 거야.”
빈센트는 이런 말을 하는 게 멋쩍은지 두 귀가 붉게 달아오른 채였지만, 이미 터진 말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VINCIS’가 얼마나 대단한지 제대로 알려 주고 싶었고.”
현승은 그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빈센트가 이런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까닭이었다.
가만 보면….
대표 이사인 자신보다 애사심이 강한 사람인 듯 보였다. 우리의 레이블, VINCIS에 대한 프라이드도 강한 듯 보였고.
‘나도 대표로서 뭔가 해야겠는걸.’
현승이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빈센트를 향해 제법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 바람대로 제대로 보여 주고, 알려 준 것 같긴 해.”
“내가 누군지 잊었어? 나 빌보드의 황제잖아.”
그러자, 빈센트는 언제 씩씩거렸냐는 양 바로 어깨를 들썩이며 물었다.
“역시 나랑 레이블 하길 잘했지?”
마치 그 모습이 주인에게 칭찬받고 싶어 하는 강아지 같아 보일 따름이었다.
“근데….”
다만, 현승의 입에서 더 이상 칭찬은 나오지 않았다.
“녹음 때도 그렇게 하지 그랬어.”
“어?”
“이왕 말 나온 김에 다시 하자.”
그래, 대표로서 무언가 하기로 했으니까.
“아니,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무대 버전으로 다시 녹음하자고.”
“아니, 나 그 무대 준비하려고 일주일 동안 밤새고….”
“뭐해? 안 들어가?”
“우선 곡 편곡부터 해야지. 오늘 무대 도와준 세션들도 다시 불러들여야 하니까….”
“세션 필요 없어.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있으니, 전자 사운드로 만들어 내면 돼.”
빈센트는 그런 현승을 보며 생각했다.
저 새끼, 진심이다.
번들거리는 안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얼른 들어가라니까?”
“너는 피도, 눈물도 없니?”
빈센트가 현승을 향해 감정을 호소하듯 물었고.
“음.”
그 물음에 현승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잠시.
“어, 둘 다 안 흘린 지 오래되긴 했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윽고.
빈센트가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듯 부스 안으로 들어가며 바라본 현승의 미소는─.
“사이코패스….”
정말이지.
소름 끼칠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사라 스튜어트는 롤드컵 결승 오프닝 무대 영상을 반복해서 재생 중이었다.
─ again, again.
빈센트의 미성으로 시작되는 곡.
─ 쿵, 쿵, 쿵, 쿵!
한 치의 오차 범위도 없는 난타.
─ Even if I cover my eyes and grab my ankles, I’ll never fall down
곡의 전개에 따라 조금씩 변해 가는 빈센트의 목소리와 창법.
─ I’ll climb to the top
그리고 마무리까지.
“윽.”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자신이 본 빈센트의 무대 중 가장 역대급인 무대랄 수 있었다.
감히 누구라도 어떤 지적조차 할 수 없는.
무대에 쏟아 부은 노력 값과 그의 단단한 내공과 보컬 실력이 만연히 드러나는.
그런 무대였다.
그래서인지 세간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 빈센트, 결승 오른 두 팀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한국의 정서’를 담았다. ] [ 빈센트, 롤드컵에서 역사적인 무대 선보여….] [ 롤드컵 주제곡, 최초로 빌보드 차트서 연속 4주 1위 기록….]↳ 곡이 더 좋은지 영상이 더 좋은지 싸울 때가 아니었어. 이 곡은 실제 무대를 봐야만 하는 곡이다.
↳ 이 곡을 일회성이나 기념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계속 무대에서 보여 주면 좋겠다.
↳ 이런 곡에 이런 영상이 담긴 시리즈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 나 시간 여행자인데, 실제로 그렇게 될 거야.
↳ 나 HS인데, 예언 하나 하자면 내가 참여할 거야.
↳ 그런 농담하지 마. 갓치스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이번 롤드컵 주제곡은 곡과 영상 그리고 무대 이렇게 삼박자가 모두 최고였다.
심지어 그 안에 담긴 선수의 서사마저 완벽하다.
아마 다신 이 주제곡을 뛰어넘을 곡도, 영상도, 무대도 나오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리그 오브 레기온….
한마디로 ‘롤’이라는 게임을 처음 개발한 사람마저 개인 스위터에 이런 글을 남길 정도였으니까.
─ 쿵, 쿵, 쿵, 쿵!
─ 쿵, 쿵, 쿵, 쿵!
이내 사라 스튜어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영상에서 흘러나온 난타 소리와 맞물려 꽤 큰 굉음을 만들어 냈다. 의도한 건 아니다.
그저 부럽고, 분해서였다.
만약 내가 VINCIS 소속 아티스트였더라면.
만약 내가 저 주제곡을 부를 수 있었다면.
더 잘하고,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울컥울컥 올라왔다.
달칵.
그때 영상이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 영상은 다니엘의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랄 수 있는 콘서트 마지막 무대 영상이었다.
그리고.
다음 영상은 다큐멘터리 중, HS의 인터뷰 영상이었고.
그다음도, 그다음도.
어쩌다 보니 죄다 HS가 관련된 영상이었다.
대체 내 알고리즘은 어떻게 형성된 거야?
사라가 무언가 보면 안 되는 걸 보다 들킨 사람처럼 다급히 뉴튜브 창을 끄려던 찰나였다.
─ ♬ ♬ ♬
귀를 학대하는 듯한 구린 선율이 들려왔다.
“아.”
사라는 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영상을 노려봤다.
왜 돌연 흑인 아마추어 래퍼의 영상이 뜨는 거지?
그래.
‘알고리즘이 미쳐 버린 게 확실해.’
그렇지 않고서야, HS와 관련된 것만 나올 리도, 이렇게 허접한 MV가 나올 리도 없잖아.
─ 비행기는 타 본 적 없어. 어차피 그런 건 나중에 지겹도록 탈 거니까.
이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구린 음원 속에서도 목소리는 귀에 정확히 꽂혔다.
딕션이 좋은 건가.
아무리 그래서….
영상이 너무 구린데?
옛날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듯한 영상임에도, 그에 반해 조회 수나 댓글 수는 높은 편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사라는 자신도 모르는 새, 스크롤을 내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 이런 사람은 정말 떠야 한다고 생각해.
↳ 실제로 무대에서 랩 뱉는 거 들어 보고 싶다.
↳ 플로우도 미쳤고 딕션도 좋은데 왜 정식 음원 발표를 안 하는 거지?
↳ 갱스터 감성 물씬이네. 진짜 래퍼다.
그러던 중, 사라의 눈길을 사로잡은 댓글 하나.
↳ 근데 이 사람 HS의 열성 팬이라던데, 우리가 아는 그 HS 맞는 거지?
드르륵, 드르르륵!
↳ 맞아. 이 사람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는 곡 가사 대부분에 ‘HS’가 들어가.
↳ 이 사람 HS 좋아하는 걸로 유명해.
↳ 그럼 게이야?
↳ 그건 모르겠는데 떠 보려고 잡은 컨셉 아닐까?
사라는 댓글을 확인한 순간부터 들려오는 구린 음원 속 가사를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 이제 나에게 마약은 필요 없어. 너나 해. HS의 곡이 내겐 마약이거든.
뭐야, 진짜잖아.
─ 그가 내 곡을 듣는다면 황홀경에 젖겠지.
가사 왜 이래?
─ 나는 HS의 뒤를 따라, 어느샌가 무대 위로.
사라는 경악에 젖은 표정으로 사고가 정지된 듯 넘어가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잠시.
덜커덕!
의자를 넘어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갔다.
─ ♬ ♬ ♬
사라가 나가고 나서 재생된 다음 영상 또한….
[ 롤드컵 결승전 보러 온 HS? ]라는 제목의 새로 업로드된 영상이었다.
* * *
사라 스튜어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VINCIS 사옥이었다.
마음 같아선 바로 현승의 작업실로 뛰어 올라가고 싶었지만,
“확인 후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삼엄한 경비와 날카로워 보이는 여성의 강력한 제지로 인하여 로비에 발이 묶인 상태였다.
사실 이런 적은 처음이 아니었다,
한국에 무턱대고 찾아갔을 때도 로비에서 붙잡혔었다.
왜 현승은 늘 만나기 어려운 걸까.
만약 내가 VINCIS 소속 아티스트였더라면, 쉽게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다시금 울컥 올라오는 욕심에 애꿎은 바닥을 앞코로 툭툭 차던 때였다.
“너는 휴대폰이 안 돼?”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현승이 보였다.
“어차피 너 핸드폰도 잘 안 보잖아.”
“그렇긴 하지. 아무튼, 왜 온 거야?”
그 물음에 사라가 주위에 서 있는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작게 속삭였다.
“여기서 할 말은 아닌 것 같고, 네 작업실로 가서 둘이 얘기했으면 하는데.”
보안 요원들이 사라 스튜어트를 직접 보는 게 신기했는지 계속 흘끔대는 통에 불편했던 까닭이었다. 무엇보다 듣는 귀도 많은 곳에서 할 얘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래.”
현승은 별 일정이 없었는지, 흔쾌히 그러자며 작업실로 향했고.
탁.
그런 현승을 따라 작업실로 들어온 사라는 곧장 자신이 본 영상을 찾아서 보여 줬다.
“이거 봐 봐.”
다름 아닌, 일명 HS 빠돌이라는 래퍼가 올린 MV 영상이었다.
“이 래퍼, 이 곡도 마찬가지고 본인이 찍어서 만든 곡 대부분에 네 이름을 넣을 정도로 너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다더라고. 게이라는 댓글도 있어.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라는 마치 대본이라도 준비해 온 듯 자신이 짧은 사이에 습득한 정보를 부연했고.
“아.”
역시 현승도 충격적이긴 했는지 영상을 확인하자 종잇장마냥 얼굴이 구겨졌다.
“영상이나 곡, 회사 이름으로 내려 달라고 정식 요청해.”
사라는 그런 현승에게 강경한 어투로 말을 덧붙였다.
“네 이름 팔아서 잘되려는 꼴, 나는 지켜볼 수 없어.”
그러고는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놀라 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들었나? 들었겠지?
사라가 조심스럽게 현승의 눈치를 살피던 그때.
“젠장, 이렇게까지 조회 수가 높아질 줄은 몰랐는데.”
현승은 전혀 듣지 못했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의 조회 수를 확인하고 있었다.
“얘, 별스타 좀 찾아서 디엠 좀 보내 줘.”
그러고는 이내 사라를 향해 지시했다.
“내가?”
사라는 그 말에 놀라서 자신을 손짓하며 되물었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자신이 HS의 이름이 들어간 곡을 내려 달라고 연락하는 건….
어찌 보면.
잠잠해진 열애설에 불을 지피는 꼴이 아닌가?
그러한 파장까지 다 고려해서 말하는 건가?
“어, 내 이름 넣을 거면 똑바로 하라고.”
아무리 봐도….
“구린 음원으로 사람 더 이상 쪽팔리게 만들지 말고,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현승은 당장 ‘구린 음원’에 꽂혀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 보일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