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0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04화(403/482)
“잘생겼잖아요.”
현승은 별안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돋았다.
저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지만….
우람하다 못해, 거구랄 수 있는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런지, 몹시 거북했다.
“알겠고.”
현승은 자말의 입이 다시 열리기 전에 단호히 자르듯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간단해.”
그러고는 사운드 클라우드 페이지 내 자말이 올린 음원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내 이름 넣을 거면 음원 녹음 다시 해.”
“전부요?”
“응, 싹 다. 기본적으로 음질부터 구려.”
이내 타박하듯 되물었다.
“너 마스터링 할 줄 몰라?”
“뉴튜브로 배운 거라….”
그 말에 자말이 멋쩍은 양 바짝 깎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리던 찰나.
“그런 것 같더라.”
현승이 다시금 말머리를 싹둑 자르며 덧붙였다.
“어차피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됐고.”
“직접 해 주신다고요…?”
“어, 편곡도 좀 다시 봐야 하고 녹음도 다시 따고 손 볼 게 한두 군데가 아니야.”
현승이 부연할수록 자말의 표정이 점차 밝은 빛을 띄웠고.
“그리고 뮤비도 전문 스튜디오 업체 연결해 줄 테니까 이번 영상이라도 다시 찍어.”
“그건….”
“제작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찍어. 내 이름 넣은 곡 뮤비가 구려서야 되겠어?”
“그 말씀은….”
“지원해 줄 테니까 제대로 하라고, 내 말 이해했어?”
머지않아 자말은 두툼한 양 손바닥을 펼쳐 본인 얼굴을 덮었다. 대체 왜 저러지?
“너 뭐 하냐?”
자말의 어깨가 잘게 떨리는 것을 본 현승이 기겁하듯 물었다.
그러자, 자말이 얼굴 가죽이 붉어지도록 벅벅 문지르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앞으로 보스로 모시겠습니다.”
머리통을 바닥에 내리찍을 기세로 허리를 굽히면서 말이다.
“나는 보스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아니요. 일평생 저의 보스로 모실게요.”
현승이 질색하며 몇 차례나 거절했지만.
“이제 저는 뭘 하면 될까요, 보스?”
자말은 의지를 꺾을 기미가 보이지 않을 따름이었다.
“뭘 하긴.”
그럼, 꺾어 줘야지.
“부스나 들어가.”
그 의지를.
* * *
김우현과 박 전무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복도를 거닐었다.
여유롭게 지어진 만큼 복도는 꽤 널찍했으나, 풍채가 좋기로 소문난 두 남자가 나란히 걸으니 그마저도 비좁게 느껴졌다.
“위험한 놈 같다 이거지?”
그때 박 전무가 비상한 얼굴로 양손을 비비며 물었다.
“어찌나 험악하게 생겼는지 몰라요. 또, 체구는 얼마나 큰데요. 까딱하면 전무님보다 클 것 같다니까요?”
이내 김우현의 대답에 박 전무가 눈썹을 들썩이며 되물었다.
“나보다? 삼대 몇이나 칠 것 같은데?”
“그래도 500은 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고는 코웃음을 치며 “아직 헬린이군.” 하고 중얼거렸다.
허세가 가미된 그 모습에 김우현이 무어라 토를 달려다 말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얼른 가시죠. 확인해 보니, 어제 작업실 들어간 이후로 아직 아무도 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게, 그런 놈이랑 작업하게 왜 내버려 뒀어?”
“금쪽이 고집 아시잖아요.”
“그러면 경호원 인력이라도 강화해 놨어야지.”
“저도 그러려고 했죠. 근데 이미 총을 준비했더라고요….”
박 전무가 걸음을 우뚝 멈춰서서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뭐? 그 녀석이 총을?”
“네, 가스총이긴 하지만요.”
“오늘만 사는 놈 같더니….”
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덧붙였다.
“그래도 목숨 아까운 줄은 아나 보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거구를 상대하기엔 위험해. 그 녀석 요즘 운동도 소홀히 해서 다시 삐약이가 다 됐더라.”
박 전무는 오늘을 기점으로, 현승을 다시금 맹훈련을 굴려서라도 그런 거구에게 밀리지 않게끔 만들어 내겠노라. 굳은 의지를 불태우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터벅, 터벅.
그런 둘의 걸음이 어느새 뜀박질로 바뀌었다.
다닥, 다다닥, 닥!
박 전무와 김우현의 머릿속에서 현승은 온갖 공갈, 협박, 갈취, 폭행을 당한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띠리리릭!
친절히 노크할 새도 없이, 현승의 작업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그 순간.
“헉.”
“헙.”
두 사람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틀어막았다.
“…….”
거구의 흑인 남성이 현승의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까닭이었다.
현승이 저 남자를 제압한 건가?
‘역시 내 수제자.’
박 전무가 뿌듯하다는 양, 검지로 콧방울을 훔치던 그때.
흑인 남성은 들이닥친 두 사람을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물었다.
“보스, 꽤 범상치 않은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바로 처리할까요?”
그 말에 현승이 남성을 제지하듯 손을 뻗으며 부연했다.
“나 보스 아니라니까? 그리고 엄마랑 아빠야.”
자말은 그 대답에 혼란스러운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박 전무와 김우현을 훑어보기도 잠시.
“보스의 부모님이셨군요.”
이내 냅다 머리통을 조아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몰라뵙고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걸 편견이 없다고 해야 하나.
“인마,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이상해지잖아.”
그제야 김우현이 바짝 쫄았던 마음을 느슨하게 풀며 타박하듯 덧붙였다.
“당장 이분께 다시 정정해서 말씀드려.”
박 전무는 괜스레 어깨를 쭉 펴며 그런 김우현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야, 너 왜 저런 헬린이한테 존칭을 써.”
“그러는 전무님은 어차피 저 사람 한국말 못 알아들을 텐데 왜 속삭이세요?”
현승이 둘의 대화를 듣고는 고개를 내젓기도 잠시.
“아직 작업 중인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그 말에 김우현이 흑인 남성과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외관을 살펴봤다.
이전에 봤을 때와 달리 더욱 퀭해진 눈가와 바싹 마른 뺨, 그리고 말라 터진 입술까지.
“그래서 저 친구 얼굴이 더 험악해졌구나.”
딱 봐도 현승에게 막 굴려진 몰골을 하고 있었다.
김우현은 한층 사근사근해진 어투로 재차 물었다.
“그럼, 저 친구한테 곡을 주기로 한 거야?”
“그건 아니에요.”
“아니야? 대체 그럼 무슨 작업 중인데?”
“제 이름 들어간 곡들 싹 다 뜯어고치고 있었죠.”
그 말에 김우현은 “싹 다…?” 하고 따라 중얼거렸다.
본인이 사전 조사를 통해 알아낸 곡만 수두룩했는데, 그걸 ‘싹 다’라고 한다면 대체 몇 곡이나 뜯어고친다는 걸까?
아니.
것보다, 현승이는 대체 그걸 왜 해 주고 있는 거지?
“네, 12곡 정도 되더라고요. 안 그래도 지금 5곡밖에 안 했는데 살려 달라고 자꾸 애원하잖아요. 제가 뭘 했다고.”
당사자가 앞에 있으니, 당장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지만.
어째선지 저 흑인 청년이 몹시 안쓰러워 보일 따름이었다.
“기왕이면 살려서 돌려보내고….”
그때 박 전무가 안 그래도 널찍한 가슴팍을 들이밀며 성큼성큼 다가와 물었다.
“저 헬린이 친구 이름이 뭔가?”
“밥알이요.”
“밥알? 이름 한번 앙증맞군.”
그러고는 특유의 고압적인 눈빛으로 밥알을 지그시 바라보며 악수를 청했다.
“자네, 운동 좀 했나?”
그러고는 손등에 핏줄이 설 만큼 밥알의 손아귀를 꽉 부여잡은 채 가볍게 흔들었다.
자말 또한 그런 박 전무의 기세에 지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며 즉답했다.
“운동은 안 했지만, 웬만한 사람에게 질 만큼 약하진 않습니다.”
둘 사이에는 때아닌 스파크가 터져 올랐고.
“근데 말이야, 그거 아나? 나는 내 식구를 건드리는 꼴은 절대 못 참는다네.”
“그게 무슨….”
“나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 얘는 네 보스가 아니라 우리의 대표라는 얘기지.”
박 전무는 이빨을 드러낸 야수처럼 으름장을 늘어놓기도 잠시.
“아들.”
금세 부드럽게 풀린 얼굴로 현승을 불러세웠다.
그러고는 밥알에게 들으라는 양, 영어로 크게 덧붙였다.
“아빠 밖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콜해.”
아무래도 뭔가 오해가 생긴 모양이었다.
* * *
박 전무와 김우현이 돌아간 뒤.
“너 진짜 나랑 장난하냐?”
“다시, 다시, 다시!”
“이거 네가 만든 곡 아니야?”
장작 10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국 9번째 곡 작업을 들어가기 전.
“우에엑.”
자말이 오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작업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미셸에게 부탁해, 자말을 돌려보낸 뒤 현승은 홀로 작업실에 남아 녹음한 작업물을 손보기 시작했다.
탁, 타다다닥, 탁.
사실 왜 이걸 해주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이 담긴 곡과 영상이 하도 구려서 그 곡만 편곡을 봐주려 했었다.
랩이라는 장르는 여태 많이 해 보질 않았으니까.
그러나.
듣다 보니, 흥미가 생겨버렸다.
“잘생겼잖아요.”
무엇보다 밥알의 눈빛에서 어떠한 ‘간절함’ 같은 게 보였다.
물론.
그 속내까지는 알 수 없으니, 아직도 뒷주머니에 가스총을 차고 있는 거지만.
탁, 타다다닥, 탁.
이내 현승은 생각을 멈춘 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스터링 작업을 이어 나갔다.
탁, 타다다닥, 탁.
작업하면서 또 한 번 느낀 게 있는데, 밥알이라는 악기가 지닌 고유의 소리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거였다.
전혀 배워보지 않은 게 티가 나기야 하지만,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특유의 거친 사운드가 자꾸만 듣고 싶게끔 만든달까?
아아.
곡은 정말 하나부터 열 끝까지 전부 뜯어고쳐야 할 만큼 엉망진창이었지만.
탁, 타다다닥, 탁.
현승이 한참 작업을 이어 나가던 찰나.
지잉, 지잉, 지잉!
왠지 불길한 진동이 울려댔다.
『 내동생 』
발신인은 동생인, 현아였다
‘왜 이렇게 찜찜하지.’
집 좀 들어오라고 닦달하는 전화일 게 분명한데.
“쓰읍.”
이상하게 영 불안함이 감돌았다.
달칵.
이내 현승이 찜찜함을 뒤로한 채 전화를 받았고.
“여보세….”
─ 오빠!
수화기 너머에서는 현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 아, 아빠가, 아빠가….
“아빠가 왜?”
─ 우선 집에 와줄 수 있어?
그 말에 현승의 심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설마….’
전생의 기억대로라면 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린 건 자신이 30대에 접어들던 무렵이었다.
지금 현승의 나이는 아직 26살.
분명 아직 머나먼 일이었으나,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전생과 달리 이른 나이에 작곡가가 된 만큼, 아버지의 운명도 바뀐 거라면?
그래.
지난 다니엘의 죽음이 날짜가 바뀌어 버린 것처럼, 혹시 아버지 또한 그런 거라면?
‘아닐 거야.’
현승이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되물었다.
“무슨 일인데?”
─ 그게 있잖아….
“민현아, 웅얼거리지 말고 똑바로 얘기 안 해?”
불안함이 증폭된 마음에 다그치듯 얘기하기도 잠시.
“아버지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이내 다시금 마음을 누그러트리며 달래듯 물었다.
─ …….
별안간 수화기 너머로 알 수 없는 정적이 흐르기도 잠시.
─ 아빠가 잠도 안 자고 게임만 해.
“어?”
─ 아빠가 며칠 내내 롤만 한다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