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0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07화(406/482)
김우현은 오랜만에 업무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길거리에서는 현승이 만든 곡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고.
소녀 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승의 근황을 조잘대기 바빴다.
그리고….
딸랑!
나의 안식처, 나의 영혼의 단짝.
“어서 오세요, Habit입니다.”
단비 씨 또한 그 자리, 그대로 자신을 반겼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빨리 왔네요?”
저 웃는 얼굴이, 저 상냥한 목소리가 얼마나 그리웠던가.
“조금 더 보려고 서둘러서 끝냈죠.”
“그럼, 저도 서둘러서 마감해 볼게요.”
“얌전히 기다릴 테니, 천천히 해요.”
자리에 앉아, 머신을 마감하는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할 정도였다.
“우현 씨!”
머지않아 그녀는 손수건으로 손을 훔치며 다가와,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
“일 보신다고 밥도 못 먹었을 것 같아서, 빵 좀 챙겨주려고 했는데 오늘 하필 다 팔려서요….”
그러기도 잠시.
“이거라도 좀 드시고 있겠어요?”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어, 이건….”
그건 바로, 얼마 전 현승이 먹고 있던 포케빵이었다.
“구하기 어려운 빵인데, 특별히 우현 씨 드릴게요.”
“이, 이게 구하기 어려워요?”
“네, 재생산된다고 한 이후로 갑자기 유행해서 요즘 이거 구한다고 다들 난리예요.”
돌연 현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두고 봐요.”
그래, 그때 호언장담했지.
“그 빵이 얼마나 유행하게 될지.”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럼….’
지금 당장 금쪽이에게 연락해서 단비 씨와 결혼할 수 있는지 물어볼까?
아냐.
만약 못 할 거라고 호언장담하면 어쩌지?
‘그럴 리 없어.’
그때.
망상에 젖은 김우현을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혹시 포케빵 싫어하세요?”
“네?”
“빵이랑 눈싸움만 하고 계셔서.”
그녀는 다소 토라진 듯 삐죽 나온 입술로 덧붙였다.
“저도 어렵게 하나 구한 건데, 별로면 도로 주세요.”
“아닙니다! 별로라뇨! 단비 씨가 준 건데, 그럴 리가!”
김우현은 그런 그녀를 달래기 위해 호들갑스럽게 손사래를 치며 빵을 품에 안았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린 그녀를 따라 웃기도 잠시.
“근데 혹시 단비 씨도 포케빵을 좋아하세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어릴 때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재생산한다고 했을 때, 좀 반가웠어요.”
그녀는 추억에 잠긴 듯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하다 말고.
“이렇게 구하기 어려울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갑자기 침울한 얼굴로 부언했다. 김우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당장 그녀를 다시 웃게 해주어야 하는데 당장 뭐라고 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는 말이 없었고.
그때.
머릿속에 번뇌가 내려치듯 강하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부탁드려서, 저희 아버지가 인수하셨거든요. 그건 테스트용으로 만든 건데 이제 다시 재생산 들어갔으니 많이 보내드릴 수 있어요.”
그래, 그 녀석이라면….
“단비 씨! 정말 죄송한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제가 포케빵 박스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이윽고.
그 말을 끝으로 벌떡 일어나 카페를 뛰쳐나갔고.
“못 말린다니까.”
그런 김우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는 웃음이 깔려있었다.
* * *
자말은 눈 붙일 새도 없이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 당장 뛰어올 것. ]새롭게 편곡된 음원 파일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곧장 보스로부터 호출이 왔기 때문이었다.
부아아아아앙─!
도심을 살짝 벗어난 도로는 오토바이로 내달리기 좋았고.
끼이이익!
이내 VINCIS 사옥에 도착한 자말은 다급히 오토바이를 멈춘 뒤 헬멧을 벗어 옆구리에 끼었다.
꿀꺽.
보스의 문자를 본 순간부터는 얼른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새로 음원을 보내자마자 연락이 왔다는 건.
괜찮거나.
정말─.
별로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 말이다.
정문 앞으로 다가가자, 보스의 비서인 여성이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었다.
“따라오시죠.”
지금껏 작업을 명분으로 3번 정도 사옥을 찾았는데.
저 여성은 자신을 늘 상투적인 어투로 맞이했다.
‘웃긴 하나?’
비록 가보지는 못했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나 볼 법한 사람 같다고나 할까?
회식마저 화상 채팅으로 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몸 속에 ‘흥’이라는 게 없는.
그래.
로봇 같은 사람 말이다.
“조금 더 빨리 와주시죠.”
그때 미셸이 어딘가 날카로운 어투로 재촉했다.
‘음?’
자말은 그런 미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짜증을 내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니, 그보단….
저 사람도 감정이라는 걸 분출할 줄도 아네?
자말은 군말 없이 그런 그녀의 뒤를 쫓았다. 원래 성격 같으면 뭐라 했을 테지만.
그녀는 보스의 비서니까.
‘잘 해줘야지.’
속으로 그렇게 결심하던 찰나.
똑, 똑.
작업실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세요.”
미셸은 또다시 상투적인 어투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지만.
안경 너머로 그녀의 눈꼬리는 매섭게 삐죽거리고 있었다.
‘나 진짜 뭐 잘 못 했나?’
자말은 이쯤 되니 무서웠다.
그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점이 무서운 게 아니라.
혹시.
보스가 자신을 미워해서, 비서까지 날 미워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 까닭이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보스는 바쁜 와중에도 호의를 베풀어줬는데, 나는 내 맘대로 곡을 편곡해서 통보하듯 보냈으니.
하물며 그 곡이 구리기까지 하다면?
‘죽어도 싸.’
자말이 자책과 함께 마른침을 삼켰고.
끼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보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불러야 하는데.
차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예측할 수 없어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탁!
머지않아 보스는 작업을 끝냈는지 경쾌한 타자 소리와 함께 의자를 돌려 앉았다.
“왜 멀뚱히 서 있냐?”
그렇게 묻는 보스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아.
저렇게 포커페이스로 배려해 주시는 거구나.
이 못난 나를, 내 곡을, 감싸주시려는 거구나.
꽈악.
이내 자말은 두 주먹을 꽉 말아 쥐었고.
부들부들.
머지않아 그 주먹이 가늘게 떨려왔다.
“혹시 지금인가?”
한편, 그런 자말을 바라보던 현승은 뒷주머니에 넣어놨던 가스총을 슬며시 꺼내 들었다.
거대한 덩치만큼 흉악해 보이는 주먹이 잘게 떨리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위험해 보였다.
스윽.
위기감을 느낀 현승은 조심스레 가스총을 고쳐 잡았고.
자말이 움직이려는 그때.
“손 들! 어….”
가스총을 앞으로 들이밀었으나, 그런 현승의 손은 얼마 안 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너 뭐하냐?”
별안간 자말이 무릎을 꿇고 앉은 까닭이었다.
“보스,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이게 진짜 권총은 아니고….”
“못난 제 머리통을 날려주세요.”
현승은 그런 자말을 만류하듯 되물었다.
“내가 널 왜 죽여야 해?”
“보스 손에 죽는다면 호사일 테니,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 말이 아니라….”
“못난 놈이지만, 보스를 존경하는 마음을 이렇게나마 증명하고 갈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곡을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별안간 죽여달라고 호소하는 남자는 생전 처음이었기에 현승은 몹시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만하고 일어나.”
그 말에 자말이 고개를 들어 현승을 바라봤다.
“이렇게 못난 저를 용서하시는 건가요?”
현승은 왠지 그런 자말의 눈빛이 부담스러워 대충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자말은 마치 늠름한 용사처럼 무릎을 지탱하고 번쩍 일어나 선언했다.
“이제 제 목숨은 보스의 것입니다. 그러니, 제 곡 또한 보스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현승은 그런 자말이 부담스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일축했다.
“나는 네 목숨도, 네 곡도 필요 없어.”
“아닙니다. 모두 가져가 주세요.”
“아니, 나는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그렇게 자말의 목숨과 곡을 두고 아웅다웅하기도 잠시.
“네 목숨은 네가 알아서 잘 관리하는 걸로 하고.”
“네, 그럼 잘 관리하고 있다가 보스를 위해 내놓겠습니다.”
“곡은 마스터링만 좀 보면 될 것 같으니 됐고.”
현승이 상황을 정리하듯 하나씩 천천히 부연했고.
“네, 그럼, 곡은 다시 손… 네? 그 말은 설마….”
“응, 괜찮더라. 음향만 손 보면 될 것 같아.”
“맙소사, 신이시여.”
머지않아 자말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기도를 올렸다.
“오버 좀 그만하고.”
그 모습이 현승의 눈에는 상당히 흉악해 보였다.
그래도 뭐….
곡이 괜찮다는 말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뻔하고 구리다고 표현할 만큼 거칠기만 하던 비트를 묘하게 엇박자로 꼬아놔서인지 들을수록 자꾸만 빠져들었다.
특히.
훅(hook) 부분은 누구든 한 번 들으면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입에 붙고, 중독성이 강했다.
아아.
물론 전부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고.
이내.
현승이 손가락을 튕기며 지시했다.
“곡명이랑 훅 부분에 가사는 좀 바꾸자.”
“네?”
“GHS는 너무 오그라드니까 바꾸라고.”
분명 자말이 덥석 알겠다고 대답할 줄 알았으나.
“죄송합니다.”
자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보스의 부탁이라도 어렵습니다.”
“조금 전에는 나보고 곡도 다 가지라며?”
목숨마저 가져가라던 사람이, 인제 와서 곡명은 바꿀 수가 없다고 단호히 일축하는 꼴이라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승은 그런 자말의 태도에 이상하게 약이 올라, 왜 안 되냐며 따지듯 되물었다.
그러자, 이내 자말은 마치 연설을 늘어놓을 듯 맹렬히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연했다.
“저는 그 곡으로 이번 그레미어워즈에서 꼭 상을 받아낼 거거든요.”
“어?”
“수상 발표할 때 졸라 멋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올해의 레코즈상! 자말의 갓치스!”
현승이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깜빡이기도 잠시.
“그래보던가.”
피식하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