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1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12화(411/482)
한국으로 돌아온 성우영은 곧장 어디론가 향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였다.
저벅, 저벅.
그런 그의 발걸음은 차분하지 못했다.
꾹 참아왔던 분노가 도장처럼 찍혔다.
처음에는 잘 풀어보려 했다.
미국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중, 돌연 아프다며 휴식기를 가진다고 통보해 오길래.
애들도 갑작스레 바빠지면서 몹시 힘든가 보다.
정산금도 최대한 많이 챙겨주고, 스케줄 조정도 해주고 휴식을 약속해 준다면.
그래, 그러다 보면….
아이들의 마음도 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가현과 유진은 연락을 회피한 채로,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걸어왔다.
그리고 곁에 남아준 유진과 슬기는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눈치 보는 날이 많아졌다.
왜.
왜 곁에 남아준 아이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서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끝이 나버려야 한다고?
그럴 수는 없어.
성우영은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접촉하려 노력했다.
그러던 중.
리더인 이솔에게서 듣게 된 말은 충격적이었다.
“JN 엔터 김우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이솔의 입에서 ‘김우석’이라는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김우석.
그는 성우영이 처음 LS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을 적, 동기이자 파트너였다.
같은 걸그룹을 맡게 되었던 둘은, 잠도 못 자고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지만.
“꼭 우리는 우리만의 기획사를 설립하자.”
“그래, 그래서 아이들 잘 한번 키워보자.”
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이 바닥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보석 같은 아이들이니 반짝이게 해주자고.
그러던 중.
맡고 있던 걸그룹의 계약기간이 끝나며 전 멤버가 다른 기획사로 뿔뿔이 흩어져버렸고.
그에 따라 성우영도 그룹 내 가장 애착하던 멤버 한 명을 따라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나서는….
김우석과 어쩌다 한 번 만나 술을 기울이는 게 전부였다.
그는 LS 엔터의 본부장까지 올랐으나 천장을 느꼈다며, 갈증을 못 이기고 JN 엔터로 옮겼다.
그 무렵.
나는 모은 돈을 털어 기획사를 차렸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나만의 기획사를 설립했던 날.
김우석은 비싼 양주 한 병을 사 들고 찾아와,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그리고.
본인은 꿈을 좇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 친구였던 그가.
꿈을 포기한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했으나 회유할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나이를 너무 먹었고,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니까.
종용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뒤로는─.
서로 바쁘게 지내느라, 못 보고 산 지도 어언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저 잘 지내겠거니.
능력 좋고, 발 넓은 친구이니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살고 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김우석이라는 사람이 애들한테 작업 친 것 같아요.”
그 말을 듣자, 마치 뜨거운 자갈을 한 움큼 삼킨 것마냥 심장이 뜨거워졌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온몸에 휘몰아쳤다.
그건.
배신감이라는 감정이었다.
성우영은 곧바로 소송을 준비했다. 아무리 상대가 옛 친구라고 한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일생을 걸고, 세상에 내놓은 아이들이다.
집, 차, 시계.
벌어놓은 돈과 자산을 모두 털어 지켜낸 그룹이다.
무엇보다.
남은 아이들이 받게 될 상처와 피해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됐다.
“애들이 불만 있다는 거 알면서도, 일이 잘 풀리면 모두 괜찮아질 줄 알고 방관했어요. 리더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모든 게 제 탓이라며 울던 이솔을 위해서라도.
딸랑!
종로 골목길 깊숙이 자리한 다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익, 끼익.
낡은 마룻바닥은 밟을 때마다 기이한 소리가 났고.
덜, 덜, 덜.
오래된 사용감이 가득한 선풍기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달달거리며 돌아갔다.
여기는 예전부터 여전했다.
그리고.
이곳에 늘 함께 오던 옛 친구는 너무 많이 변한 듯 보였다.
“무슨 일이야?”
뻔뻔하게도 물어오는 저 얼굴을 당장 한 대 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젠 지킬 게 많아졌으니까.
“많이 바쁜가 봐?”
성우영은 짐짓 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커피로 목 정도는 축이고 대화해도 늦지 않잖아?”
“아, 그렇지.”
그러고는 아닌 척 맞은편에 앉은 옛 친구의 행색을 살폈다.
자신과 달리….
몸에 딱 맞춘 듯한 브랜드 커스텀 정장과 고급스러운 넥타이핀이 재킷 안으로 반짝였고.
미용실에서 막 세팅하고 온 듯 뻗친 잔머리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웬만한 직장인은 일평생 돈을 모아도 사기 어렵다는 시계를 손목에 휘감고 있었다.
그래.
누가 봐도 그는 잘나가는 사업가의 행색을 하고 있었다.
정작 자신의 행색은….
살이 빠져, 정장은 멋없이 펄럭거렸고.
구두는 구석구석 가죽이 모두 해졌으며.
시계를 모조리 다 팔아버린 탓에 얄팍해진 손목은 고스란히 드러난 채였다.
“잘 지냈어?”
김우석이 물어왔다.
잘 지냈을 리가.
그렇게 대답하려던 찰나.
“소식은 들었어. 포웨이 곡이 빌보드에서 잘나간다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김우석이 먼저 선수 치며 말을 덧붙였다.
그와 동시에 꽉 깨문 어금니가 엇나가며 귓가에 “빠득”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성이 끊겨버린 것이다.
촤아아아.
촌스러운 유리잔에 담긴 아이스 커피를 김우석의 얼굴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부어 버렸다.
차라리.
윗선에서 시킨 일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너도 이 바닥 알지 않냐고. 내가 일부러 그랬겠냐고.
그랬으면….
아주 조금은 이해했을 거다.
이 바닥에 어두운 밑바닥은 누구보다 잘 아니까.
LS 엔터에서도, 다음에 옮긴 엔터에서도 그 더러운 이면들에 치를 떨어봤으니까.
그래서.
나만큼은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버텨냈고.
그런 굳은 소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나에게.
그런 나를.
가장 잘 아는 네가.
같은 꿈을 그렸던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솔이랑 슬기는 건드리지 마.”
하지만, 그 많은 말들을 삼켜냈다.
“야, 너….”
이미 변해버린 놈과 친구 놀이할 생각도, 그런 놈을 붙들고 감성팔이 할 생각도 없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어.”
“하….”
“너는 내 전부를 빼앗으려 들었는데 까짓거 커피로 샤워 좀 한 게, 화나?”
김우석은 물수건으로 얼굴을 거칠게 닦아내고는 입을 열었다.
“우영아, 이미 다 알고 온 것 같으니까 솔직히 말할게.”
“그래, 말해봐.”
“네가 그토록 끔찍이 생각하는 포웨이의 존망을 생각한다면, 우리 JN 엔터에서 지원받고 활동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그걸 왜 네가 결정해?”
“솔직히 포웨이는 HS 빨로 반짝 뜬 건데, 약발 떨어지기 전에 빵빵하게 지원받아서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하지 않겠어?”
틀린 말은 아니다. HS의 곡으로 뜬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아이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 탄생한 기적이거늘.
“뭐? 약발?”
그걸 하찮게 여기는 듯한 김우석의 태도에, 속이 아주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 이미 멤버 중 두 명이 우리랑 계약하기로 한 마당에 괜히 우리끼리 씨름해 봐야 남은 애들한테도 좋은 거 없잖아.”
그러나, 김우석은 말을 자르며 타박하듯 덧붙였다.
“그러니, 네가 애들 계약 해지만 해주면 모든 게 깔끔하고 원만히 해결된다니까?”
성우영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깔끔? 원만?”
덕분에 분기가 가라앉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내가 왜 그래야 해? 너는 내 전부를 빼앗으려 하는데, 나도 하나쯤은 뺏어야지.”
“친구야, 이번에 삼우 기업에서 우리 JN 엔터 인수 합병한 건 알고 있을 거 아니야.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잘 알아. 아주 돈이 넘쳐흐르면서 또 애들 팔아 돈 벌 생각부터 한다는 거지.”
“넌? 너는 아니라고 생각해?”
김우석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다.
“결국 너도 지금 포웨이가 잘나가니까, 아까워서 발악 한 번 해보는 거 아니야?”
아니, 차분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껏 포웨이 잘 케어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은 섭섭지 않게 챙겨줄게.”
김우석은 계속해서 자신을 테스트하듯 긁어왔다.
“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JN 엔터에도 꽂아줄게. 그럼, 포웨이도 계속 볼 수 있잖아.”
너무 변해버린 김우석은 마치 괴물 같았다.
“너 정말 많이 변했구나.”
앞에 앉은 이가 친구도, 사람도 아닌,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금 심기가 차분히 내려앉았다.
“친구야,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을 시간이야. 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지.”
“옛정에 하는 말인데, 이제 꿈 타령이나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냐?”
김우석은 양복 안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축축해진 테이블 위로 던졌다.
“잘 생각해 보고 현명한 판단 내려서 연락해.”
사내이사 김우석.
“근데 너무 늦으면 나도 도와주기는 어렵다.”
그래.
“근데 HS 곡은 어떻게 꼬셔서 받아낸 거냐?”
나는.
“이왕이면 연락해줄 때 같이 알려줘라. 우리 그래도 한때는 파트너이자 친구였잖아.”
괴물이 되어 버린 친구의 명함 하나라도 빼앗아볼 생각이다.
* * *
한편.
현승은 갑작스레 간지러워진 귀를 긁어댔다.
“누가 내 얘기 하나.”
혼자 중얼거린 말에 김우현이 답했다.
“지금 네 얘기 안 하는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울걸.”
“왜요?”
“뭐? 왜냐니? 진짜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진짜 몰라서 묻는 거죠.”
“아이고야.”
김우현이 목덜미를 부여잡은 채 앓는 소리를 내기도 잠시.
“그렇게 기한 앞당기라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현승을 타박하듯 소리치고는 이내 휴대폰을 내밀었다.
“방금 막 자말 곡 정식 발매됐어.”
그 말에 현승이 건성으로 화면을 확인하던 그때.
[ JS – G.H.S ]눈매를 좁히며 되물었다.
“얘, 이름이 왜 이래요?”
“난들 아냐.”
“아, 진짜 이 또라이.”
이제는 현승이 목덜미를 잡은 채 씩씩거렸다.
안 그래도 ‘G.H.S’라는 곡명마저 수치스러워 죽겠는데 갑자기 ‘JS’는 뭐냐고.
“아마 지금 온 세상이 네 얘기 중일 거다.”
그때, 김우현이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듯 덧붙였다.
“자말 뿐만 아니라, 사라가 사고를 좀 쳤거든.”
“뭔 사고요?”
“우리 타임스퀘어 나가서 커피라도 마실까?”
“갑자기 왜 타임스퀘어에 가서 커피를….”
현승이 황당하다는 양 말을 잇기도 잠시.
지난 생일 적 기억이 떠올라 말끝을 흐렸다.
“아, 설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었지만.
G. H. S
20xx.xx.xx
official release
늘 ‘설마’ 했던 일은 벌어지는 게 인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