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2화(42/482)
사무실 안은 무척 부산스러웠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타자 소리, 수화기를 들어 올리거나 도로 내려놓는 소리, 혹은 한없이 다급한 어투로 고래고래 소리를 치거나 악을 쓰는 소리 따위가 덧없이 어우러져 소란스러움을 자아냈다.
“흠―”
올해로 6년 차에 접어든 연예부 소속 기자인 ‘계진성’은 한없이 소란스러운 사무실 중심에 앉아 있음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서 애꿎은 볼펜 끄트머리를 씹어 가며 깊은 상념을 이어가고 있었다.
연예부.
다들 연예부를 언론사의 무덤쯤으로 여긴다. 업무 강도는 여타 부서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사람들 인식은 사실상 개차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기레기’란 대부분 연예부 소속이 아니던가?
그뿐이랴?
연예부 기사 헤드라인에 왕왕 등장하는 ‘관계자’ 내지 ‘최측근’들과의 관계 유지 때문에 술자리가 잦다.
오죽하면 기자의 주량이 곧 정보력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심지어 연예부에 들어서는 순간 출셋길이 막힌다.
왜냐고?
정치 쪽에 붙어 있어야 나중에 주필(主筆)이나 논설주간 쪽으로 빠질 확률이라도 생기지 않겠는가?
당초에 지금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서 연예부나, 스포츠 쪽 기자를 희망했던 이들이 몇이나 될까?
거의 없을 거다.
대체 기자를 꿈꾸던 이들 중 대체 누가 연예인 뒤나 졸졸 쫓고. 퇴근 후 예능 프로그램 감상문을 기사랍시고 옮겨 적고 싶었을까?
대체 그 누가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비키니 화보 사진이 전부인 기사를 쓰고 기레기 소리까지 들으며 먹고 살고 싶었겠냐고.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었다. 바로 계진성.
그가 연예부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연예계 돌아가는 소식을 발 빠르게 접하고 싶어 기자가 됐다.
생생정보통, 연예가중계, 웹 뉴스, 온갖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연예계에 다루는 매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보며 자랐다.
언젠가 어른이 된다면….
그러니까 적어도 자기가 먹을 밥 정도는 스스로 차려야 하는.
다 먹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해야 하는.
설거지하다가 접시를 깨뜨리기라도 한다면 직접 치워야 하는.
직접 본인을 챙겨야 하는 어른.
그는 자신이 그런 어른이 된다면 꼭 연예부 기자가 돼서 자신처럼 새로운 토픽에 굶주린 이들에게 누구보다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해 주겠노라고 마음먹은 바 있었다.
그리고 지금.
계진성은 연예부 기자가 됐다. 그것도 심지어 개진상, 풍산개, 독종을 비롯한 연예부 기자로서 자신감을 느끼기에 일절 부족함 없는 수식어를 잔뜩 얻은 꽤 입지 있는 연예부 기자로 거듭났다.
“미치겠네….”
그런 그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얘는 왜 아무리 파도 나오는 게 없냐….”
다름 아니라, 얼마 전부터 흥미를 느껴 뒤를 캐고 있는 의문의 작곡가 때문이었다.
HS.
올해 혜성처럼 나타나 오래도록 내림세에 빠져 연신 허우적대던 서지니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해 준.
또한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퇴출 위기의 연습생에 불과했다던 정아린을 스타로 만들어 준 장본인이었다.
떠오르는 히트 메이커.
심지어 담도 꽤 큰 모양인지 사실상 업계 최고 권위자라 해도 무방할 제이블과 음원 차트 경쟁을 시작했다.
그냥 발매 시기가 겹친 거였더라면 “새끼, 운도 없네….” 하고 중얼대고 관심을 꺼버렸을 게 분명했다.
한데 알아보니 제이블과 음원 성적으로 자웅을 가려 보기 위해 손수 발매 일자를 미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관심이 갔고, 그가 발표한 곡을 쭉 들어 봤다.
좋다.
제이블의 앨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그리고 감이 속삭였다.
한 음절로 된 단어 중 ‘감’처럼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지만, 계진성에게 어마어마한 특종을 안겨 줬던 건 오직 감뿐이었다.
그런 감이 귓가에 대고 연신 속삭였다. 어쩌면 HS가 제이블을 잡을지도 몰라. 계속 파다 보면. 인터뷰라도 하나 따고 보면. 혹은 친분을 다져 두면….
분명 그는 자신에게 기회가 될 거라고.
그래서 물고 늘어져 봤건만.
어찌 된 영문일까?
정보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었다.
1. 무 테크(무를 사고 팔아 시세 차익 실현)에 관심이 많음.
2. 돌고래 수면법을 사용해 취침한다고 함.
3. LS 엔터 대표와 호형호제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함.
4. 섬에서 배낚시를 즐기기도 한다고 함.
5. 엄청난 미남이라고 함.
수년 전부터 관계를 잘 관리해 온 LS 엔터 측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라고 해 봐야 이따위 것들이 전부였다.
대체 누가 주식도 부동산도 아닌 무를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서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데 목을 맨단 말인가?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첫 번째 정보에 빨간 펜으로 줄을 “쫙!” 그어 버린 그가 곧장 다음 줄을 살폈다.
돌고래 수면법? 참고로 돌고래는 대략 오 분 남짓한 시간마다 좌뇌와 우뇌를 한 번씩 깨우고 재우기를 반복하며 수면한다. 염병, 퀴리 부인이나 나폴레옹 같은 위인조차도 돌고래 수면법을 쓰며 살지는 않았을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LS 엔터 대표는 공사 구분이 엄격하기로는 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 인물이 히트곡 몇 개 써냈답시고, 한낱 신인 작곡가와 호형호제하며 허물없이 지낸다고? 무조건 거짓이다.
“섬에서 배낚시를 즐기는 미남이라는 정보는 사실인가….”
그나마 4번 정보인 ‘섬에서 배낚시를 즐기기도 한다고 함’이나, 5번 정보인 ‘엄청난 미남이라고 함’ 정도는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흠….”
안 되겠다.
“저 외근 가 볼게요.”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툭―
일어서며 마우스를 가볍게 건드리는 바람에 모니터에 걸려 있던 화면보호기가 풀리며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둔 문구가 드러났다.
― 앉아만 있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계진성의 좌우명이었다.
이럴 땐.
두 발로 뛰는 게 최고다.
* * *
현승의 아버지, ‘민준석’은 오늘따라 유달리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지난밤.
아들의 앨범과 관련된 기사는 물론 댓글마저 낱낱이 훑느라고 잠을 못 이룬 까닭이었다.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아예 알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이 써 내린 날 선 말이 수두룩했다.
행여라도 그 시퍼런 서슬이 서린 말들이 제 아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는 않을지 염려됐다.
‘걱정이네….’
그렇게 곱씹듯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니 동이 틀 무렵에서야 잠들어 해가 중천에 뜬 지금 눈을 떴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걸 보니 오후가 가까워진 시각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나이에 늦잠을 다 잤네….’
부랴부랴 거실에 나와 보니 식탁 위에 놓인 CD가 보였다.
『告解聖事』
고해성사, 아들의 첫 앨범 타이틀이었다.
‘이번 앨범 CD인가?’
그러고 보니 실물 앨범 CD 유통 계획은 없으나 기념을 위해 소량을 찍어 낼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아무래도 집에 전시해 둘 요량으로 간단히 한 장을 챙겨 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녀석….’
곡의 멜로디야 들어 볼 길이 없으니 가늠할 수 없다지만 일단 앨범 재킷은 잘 뽑은 듯 보였다.
어두운 밤하늘을 반짝이는 별들이 수를 놓고 그 사이로 존재감을 밝히는 별똥별 하나가 휙 지나가듯…
검정 겉표지에 투명 은빛으로 고해성사(告解聖事)라는 글귀가 음각으로 각인되어 있는 채였다.
‘장하네.’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아들이 음악에 뜻을 두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 들여다본 적조차 없으니 어찌 본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그저 전역 후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내심 걱정했더랬다.
그랬던 녀석이 하루아침 만에 작곡가가 되더니 이제 정말 앨범까지 발매해 버렸다.
아직도 영 실감 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내 그가 케이스를 열어 수록곡에 대한 정보가 적힌 자그마한 가사지를 꺼내 봤다.
한데 수록된 곡 하나하나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악보까지 빼곡히 삽입돼 있었다.
― 아버지, 혹시 제 곡 악보 보고 계신 거예요?
― 그냥 어슴푸레하게나마 알 수 있을까 싶어서.
아무래도 아예 이번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배려해 악보까지 삽입한 듯 보일 따름이었다.
표현에 서툴러 늘 무뚝뚝한 아들이라고만 생각했건만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녀석도 참….’
이내 그의 시선이 케이스 안쪽에 자리한 CD로 향했다.
어차피 듣지도 못하는데.
어째서인지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CD로 향했고….
‘아무도 없네.’
현아는 학교에, 현승이는 회사에 있을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보면 속상해할지 모른다지만….
들을 순 없어도 듣는 시늉이나마 해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는 음악을 즐겼던 때가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열병으로 청력을 잃기 전에는….
동요를 흥얼거리거나 가요를 따라 불렀던 것 같다.
아아.
물론 지금은 어슴푸레한 기억일 뿐이다.
딸깍―
TV 선반 옆에 있는 오디오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고는 곧장 CD를 삽입했다.
앨범에서 꺼낸 CD를 플레이어에 넣자 화면 위로 숫자 몇 개가 표기되기에 이르렀다.
‘재생되고 있는 건가…?’
볼륨을 살짝 키워 봤으나 제 세상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다.
곡은 재생되고 있겠지.
입맛을 다신 그가 천천히 가사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해 봤다.
가사와 악보라도 꼼꼼히 살핀다면….
곡의 분위기 정도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때.
그의 시선이 가사지의 목차에 소개된 타이틀곡에서 멈췄다. 곡명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 타이틀곡은 자신을 위해 쓴 곡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두근, 두근―.
별안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설마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았다.
형용치 못할 만큼 슬플 것 같았다.
마음이 미어지다 못해 끊어질 것 같았다.
꼬옥―.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가사지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그 밑으로 적힌 가사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 한바탕 시끄러운 세상이에요. 』
『 그대는 늘 고요 속에 살겠죠. 』
품고 있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제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곡이 분명했다.
『 어쩔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 서럽게 울고 싶은 날. 』
『 이불을 뒤집어쓰고 원 없이 울었었죠. 』
아들이 밤을 꼬박 새워 가며 써 내려갔을 가사이자 자신의 이야기일 거다.
그렇기에 민준석은 한 글자도 허투루 흘리지 않고 눈으로 꾹꾹 담아 냈다.
『 아마 당신은 몰랐을 거예요. 』
『 그래, 미워했었어요. 』
『 그냥 이건 전부 세상 탓인데도. 』
어느 순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가사지의 글귀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 자리한 눈가에 한가득 눈물이 차올라 버린 까닭이었다.
『 우리 살자고 되뇌던 밤에. 』
『 밤에. 』
『 꼭 당신처럼 고요했던 밤에. 』
자신이 평생토록 후회하는 밤을 논하고 있었다.
『 난 들었어요. 』
견딜 수가 없어 일하던 공장에서 연탄을 잔뜩 챙겨 온 날.
곤히 잠든 새끼들을 내려다보며….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몇 번을 곱씹고 숨죽여 운 날.
『 서럽게도 흐느끼던 당신 목소리. 』
『 당신처럼 고요한 양 모른 체했어. 』
『 등 돌리고 눈 감고서 잠든 척했어. 』
그 어리던 게 전부 알고 있었구나.
어른스럽게도….
그냥 전부 모른 체해 주었구나.
『 고요할 걸 알면서도 말할 걸 그랬어. 』
『 내가 와서 미안하다고. 』
『 지금에서야 못다 한 말을 읊조려 봐요. 』
그가 손을 더듬댔다.
『 우리 살자, 살자고. 』
『 되도록 덜 울고. 』
『 기왕이면 자주 웃으며. 』
듣고 싶었다.
『 살자, 살자고. 』
『 우리, 살자고. 』
사무치도록 듣고 싶었다.
어떤 곡인지.
어떤 음률을 지녔는지.
『 그냥 이렇게 된 건 전부. 』
『 그래, 그냥 이건. 』
『 전부 다 세상 탓이라고. 』
어떤 형태로 이루어진 소리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볼륨을 키웠다.
들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볼륨을 키웠다.
『 아름답게 살려면 싸워야 한다던데요. 』
『 내가 대신 싸울 테니. 』
『 부디 우리 살자, 살자고. 』
계속해서, 계속해서 키웠다.
『 우리, 살자고ㅡ….』
스피커의 음량이 끝에 달했으나 민준석의 귓가에는 그 어떠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괜스레 스피커 위에 손을 올려 봤으나 심장이 울렁거릴 정도로 거센 진동만이 느껴질 뿐.
“흐, 읍, 끄으….”
결국 참았던 눈물이 둑 터지듯 쏟아져 내렸다.
서글픈 소리였다.
얼어붙어 있던 빙산이 녹아내리는 소리였다.
그렇게.
한참을 스피커 앞에 선 채로 우두커니 울었다.
「 Dear my Beethoven. 」
타이틀곡의 제목이었다.
그 뜻인즉.
친애하는 나의 베토벤에게.
지독하리만큼 시끄러운 고요 속에서.
민준석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부짖으며 울었다.
그런데도….
그의 세상은 여전히 고요하기만 했다.
* * *
“오빠, 아빠 좋아하시겠지?”
한편.
“아마?”
현승은 방학식을 마친 현아를 데리고 저녁거리를 만드는 데 쓸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좋아! 오늘은 정말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남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찰나였다.
쿠웅…! 쿠웅…! 쿠웅…!
문이 열리자마자 우렁찬 베이스 소리가 들려왔고….
“뭐야? 옆집 미친 거 아냐? 누가 이렇게 음악을 크게 들어?”
현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꺼낸 말에 현승이 답했다.
“아닌 것 같은데?”
“응?”
“옆집 아니야.”
“그럼?”
“우리 집 같아.”
집에 있을 사람이라고 해야 아빠뿐이었다.
“엥? 그럼 아빠가 노래를 듣는다고?”
이내 현승이 입술을 깨물다가 답했다.
“그런 것 같은데.”
한차례 “말도 안 돼, 아빠가 왜?” 하고 중얼거린 현아가 곧장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했고….
“뭐야? 대체 왜―?”
현관을 열자마자 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이었다.
오빠의 말대로 집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빠! 아빠아아―!”
귓속을 날카롭게 뚫고 들어오는 소리 탓에 현아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두 귀를 틀어막았다.
놀랍게도 소음의 주범은 정말 아빠였다. 대체 무슨 일인 건지 온 집 안이 떠내려가라 소리를 키워 놓은 채….
“아빠, 울어…?”
목을 놓아 가며 울고 계셨다.
서럽게….
정말 서럽게도 울고 계셨다.
툭.
그때 현승이 팔꿈치로 현아를 가볍게 두드렸고….
“야, 쉿.”
현승의 말에 현아가 덩달아 울먹이며 중얼댔다.
“아빠아, 왜 울어….”
그러고는 눈물을 훔치며 재차 읊조렸다.
“아빠아아, 울긴 왜 울어….”
어렸을 적의 기억이 오버랩됐다.
그때도 모른 척을 했었다.
이내 현승이 덤덤한 척 답했다.
“원래 어른도 울어.”
슬프지만 기뻤다.
살고 있구나.
아득바득 버텨서.
“그럴 때 우리 같은 애들은.”
돌고 돌아서, 두 번째 생(生)에서야.
기어이.
우리 이렇게 웃으며 살고 있구나.
“그냥 모른 척해 드리는 거야.”
역설적으로 마음이 그랬다.
미어지도록 슬펐으나.
사무치리만큼 기쁜 심정이었다.
그래.
마음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