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2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26화(425/482)
며칠 뒤.
현승은 이은우로부터 연락받게 되었다.
─ 대표님이 전달해 주신 연락처 저장명에 왜 개진상으로 되어있나 했는데, 만나보니 알겠더라고요.
이은우는 몹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연신 투덜거렸다.
─ 아주 다른 기삿거리 하나라도 어떻게든 얻어내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피곤한 스타일이긴 하죠.”
─ 대표님은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랑 안 맞으실 것 같은데.
현승은 그 말에 소리 없이 웃었다.
개진상과 미친놈.
과연 둘 중 누가 더 독종일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박빙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물론.
개진상과 이은우는, 역으로 현승을 또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로.
“저랑 좀 안 맞는 사람이긴 한데, 그 사람만큼 앞뒤 안 재고 휘갈길 기자가 몇 없거든요.”
─ 아, 그 사람 눈빛 보니까 확실히 앞뒤 안 재고 달려들 것 같네요. 예사 눈빛이 아니더라고요.
이은우는 스피커를 뚫고 나올 듯, 공감했고.
“당신도….”
─ 네?
“아닙니다.”
현승은 그런 이은우에게 덧붙이려던 말을 삼켰다.
─ 아무튼, 해당 건에 대해서는 미국에 있는 제 동료 변호사 통해서 고소 들어갈 겁니다.
“미국에 친구도 있습니까?”
─ 저 이래 봬도,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한 사람입니다.
“그건 또 의외네요.”
─ 기사도 개진상 씨가 맡기로 했으니, 이제 대표님이 지시만 내려주시면 바로 진행할 겁니다.
문득 현승은 이 둘의 조합이 생각보다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원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똥개와 미친놈이니까.
이윽고.
“바로 진행하시죠.”
현승이 담백하게 지시를 내렸고.
─ 네, 그럼, 바로 사냥 시작할게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즐거워 죽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김우현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종이봉투를 품에 안은 채 사옥 로비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그 속에 담긴 프렌치토스트의 모양이 혹여 으스러질세라 조심, 또 조심하면서도 온기가 날아갈까 더욱 깊게 품었다.
이건─.
고생하고 있을 현승에게 가져다줄 간식이니까.
“금쪽이 녀석, 또 단숨에 해치우고는 더 없냐고 묻겠지.”
미셸에게 듣자 하니, 요 며칠 집도 안 가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고 하던데.
또 어떤 곡을….
아니.
또 어떤 사고를 거하게 치려고 그러는 걸까?
터벅, 터벅.
김우현은 기대에 찬 눈빛을 빛내며 작업실로 향했다.
똑, 똑, 똑.
머지않아 현승의 앞에 도착한 김우현이 손가락을 세워 두드린 뒤, 곧장 문을 열었다.
─ ♬ ♬ ♬
이내 방음 처리된 문을 열자, 귀를 파고드는 강렬한 비트에 김우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윽.”
이렇게까지 음량을 키운 채로 작업한 적이 있던가?
애초에 이렇게 강렬한 비트를 사용한 적이 있던가?
스─윽.
김우현이 고개를 들어 현승을 찾았으나, 늘 앉아 있던 자리에는 빈 의자만이 놓여 있었다.
“얘가 어딜….”
이내 작업실 안을 둘러보던 그때.
“혀, 현승아?”
구석에 서 있는 현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건 대체 뭘까.
어릴 적, 클럽에서나 보던 디제이 박스가 왜….
“어, 오셨어요.”
이내 현승이 김우현을 발견하고는 장비를 조작했고.
그제야 연신 심장을 꿍꿍 때려대던 소리가 멈췄다.
“이건 대체 뭐야?”
김우현은 천천히 현승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러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건….
무려 십몇 년 전, 입대를 앞두고 처음 가봤던 클럽에서 봤던 디제이 박스라는 걸.
그곳에 서 있던 DJ도….
지금의 현승처럼 헤드셋을 목에 두른 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디제잉을 했었지.
“갑자기 왜 DJ 놀이를….”
김우현이 현승을 바라봤고.
“저 노는 거 아닌데.”
마주한 현승의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연습 중이었어요.”
“무슨 연습?”
“뭐긴요, 디제잉 연습이죠.”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 장비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디제이 박스 실제로 보신적 없으시죠. 딱 보아하니, 클럽도 안 가보셨을 것 같은데.”
“나, 클럽 가봤거든?”
“확인 못 한다고 막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곧장 아니라며 씩씩거렸으나, 현승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며 바라봤다.
“참나, 그러는 너는 가 봤어?”
김우현은 콧방귀를 끼며 되물었으나, 뒤이어 괜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저 얼굴을 지니고 클럽 한 번 안 가봤을 리가….
“안 가봤죠.”
없네?
“아니, 왜?”
김우현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양 현승을 붙들고 물었다.
“갈 친구가 없어서요. 시끄럽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기도 하고.”
맞다, 얘 친구 없지.
“그럴 수 있지. 내가 그럼 클럽에 대해 알려줄게. 클럽은 말이야, 어둡고 찬란한 곳이야. 자욱한 스모그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탓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
“뻥 좀 그만 치시고.”
현승은 단박에 말허리를 자르고는 김우현이 들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는 그보다 품에 안은 봉투 속 내용물이 궁금한데.”
“너 계속 밤새워 작업한다길래, 새로운 곡이라도 작업하는 줄 알고 힘내라고 사 왔는데….”
김우현은 제 품에 고이 들고 온 봉투를 건네며 툴툴거렸다.
“이렇게 취미 생활이나 즐기고 있는 줄 알았으면, 안 사 왔지.”
“왜 이게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새로운 작업인데.”
현승은 곧장 말간 얼굴로 봉투에 든 프렌치토스트를 한입 크게 베어 오물거렸다.
표정으로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저게 새로운 작업이라고? 자말까지 빌보드 차트에 성공하며 갓치스의 명성이 높아진 지금.
VINCIS의 상장을 앞둔 이때!
새로운 곡으로 다시 한번 굳건히 입증해도 모자랄 판에….
“디제잉이 새로운 작업이라니?”
“저 DJ 한 번 해보려고요.”
“무슨 소리야. 너 작곡가잖아?”
김우현은 답답한 마음에 따지듯 물었다.
잘하고, 잘 아는 것을 두고 굳이 새로운 것을 도전하려고 하니 그럴 만했다.
작곡가 디제잉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
“작곡가는 DJ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어차피 뭐, 비슷한 거 아닌가요?”
“어떻게 같아?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작곡가랑 단순히 곡을 틀어주는 DJ랑!”
“그런 거라면, 새로운 곡을 만들어서 직접 믹싱하고 디제잉 하면 될 일 아닌가요?”
물론 그런 자신에게 져 줄 현승이 아니었다.
현승은 되레 뭐가 문제냐며 어깨를 들썩였다.
“일렉으로 빌보드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
“말이 쉽지.”
녀석은 이런 녀석이었지. 늘 자신감이 넘쳤고.
그건 단순히 허세가 아니었다.
입에서 뱉은 말은 지켰고, 해냈고, 이루고야 마니까.
아마.
이번에도 그럴지도 모른다. 쉽지 않더라도, 녀석이라면 해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현승이라면 DJ로서 또 한 번 성공해내지 않을까?
왠지 그런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다만.
다소 걱정인 건….
“DJ는 사람들 앞에 서야만 해. 너, 그럴 수 있겠어?”
김우현은 현승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물었고.
부스럭, 부스럭.
현승이 디제이 박스 아래서 무언가를 찾기도 잠시.
“저한테는 이게 있잖아요?”
불꽃 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꺼내며 덧붙였다.
“앞으로 제 활동명은 ‘파이어 맨’입니다.”
“파이어 맨…?”
“네, 좀 간지나지 않나요?”
“어, 엉….”
현승의 실력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지만….
확실히.
작명 센스는 없다고 느껴질 따름이었다.
* * *
한편.
액정 화면을 밀어 올리는 배디의 손가락 끝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 채였다.
스으윽. 스으윽.
깨부술듯한 악력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손가락은 연신 매섭게 스크롤을 내렸다.
그가 확인하고 있는 건….
이번 일렉트릭 뮤직 페스티벌의 후기였다.
유명 DJ부터 게스트 라인업까지 화려했다는 찬사가 쏟아지는 수많은 후기 중 가장 눈에 띈 건 ‘JS’에 대한 글이었다.
[ JS는 무대 위에 서 있을 때야 비로소 빛이 난다. 실제로 듣고, 무대를 즐기고 온 사람으로서 느낀 점은 음원으로는 절대 그를 담아낼 수 없다는 거다. ]스으윽.
↳ 나는 페스티벌은 아니고 다른 공연장에서 봤는데 요즘 사람들이 왜 JS 곡에 미쳐있는지 알겠어.
스으윽.
↳ 그의 과거가 어둡다는 건 알지만 곡이 좋은 건 사실이고 실력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다는 거야
스으윽.
↳ JS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스으윽.
↳ HS를 보고 영향받아 만든 곡이라며? 그래서 난 HS가 궁금해
관련된 글을 보면 볼수록 배디의 미간이 구겨졌고.
“이럴 리가 없어.”
시야에서 휴대폰을 치워버렸다.
탁!
거칠게 날아간 휴대폰은 벽을 맞고 추락했고.
배디는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있는 주먹으로 힘껏 소파를 연속으로 내려쳤다.
어딜 가나 주목받던 배디다.
어떤 공연과 페스티벌을 가도 항상 피날레를 맡아왔고, 힙합에 있어서 ‘배디’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또한 배디를 기점으로 힙합은 더 이상 흑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도 모를 뒷골목 양아치 같은 흑인 놈에게….
“이건 말도 안 돼.”
배디는 그런 놈에게 자신의 인기와 명성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어?”
분기가 서린 콧김을 씩씩거리던 배디는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액정은 산산조각이 난 채였다.
“하.”
젠장,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때 헬멧을 쓰고 온 남자는 HS였다.
언뜻 봤던 사진 속 얼굴과 매우 흡사한 건 물론이고.
이상한 불꽃 마크가 새겨진 그 헬멧도 알고 보니 그의 상징적인 물건이라고 했으니까.
무엇보다.
자말의 대기실을 찾아올 정도면 측근이라는 거고.
싸가지 없는 흑인 놈이 깍듯이 대할 사람이라면….
“HS밖에 없지.”
HS에게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키만 큰 동양인에게 힘으로 짓눌리는 것은 물론이고.
협박까지 당했으니….
배디로선 절대 잊을 수가 없는 치욕적인 일이었다.
“먼지 안 날리게 청소 열심히 해봐.”
그냥 허세일 거야. 지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오히려 고소는 손목이 잡힌 내가 해야 하는….
“아.”
생각을 이어 나가던 배디는 문득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음흉하게 웃음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집을 나서기 위해 겉옷을 챙겼다.
당장 휴대폰은 안 되니까.
소속사로 가서, 대신 확인 요청을 해 달라고….
띵동!
그때 별안간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쾅, 쾅, 쾅!
연이어 누군가 집 문을 다급히 두드렸다.
“배디 님!”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리바리한 매니저의 것이었다.
“갑자기 왜 찾아왔어? 오늘 스케줄도 없잖아.”
“그게, 연락이 안 되셔서 급한….”
“마침 잘 됐다. 뭐 부탁할 거 있으니까 들어와.”
이내 매니저가 찾아온 이유를 부연하려던 찰나, 퉁명스럽게 잘라 내고는 들어오라며 턱짓했다.
“너, 며칠 전 페스티벌 관계자 연락처 알지?”
“알긴 아는데, 그보다….”
“그럼, 관계자한테 지금 당장 전화 걸어봐.”
“죄송하지만, 지금은….”
“걸라면 그냥 걸지, 왜 이렇게 말이 많지?”
배디의 표정은 돌연 험악하게 굳어갔다.
매니저는 그런 배디의 표정을 볼 때면 눈치를 살피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했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듯, 배디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대표님도 지금 당장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대표님이? 무슨 일인데?”
“지금 기사도 장난 아니고, 회사로 고소장까지 날아왔어요.”
“뭐? 대체 누가 날…!”
배디는 격양되어 소리치기도 잠시.
“설마 HS야? 아니면 JS?”
다급히 매니저를 붙잡고 물었다.
“먼지 안 날리게 청소 열심히 해봐.”
이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HS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마치 내 모든 걸 속속히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깔아보던 그 얼굴이.
“그게, 어, 한국인인 것 같던데….”
“한국인? 그럼, HS네.”
“아니요, HS는 아니었습니다.”
이내 매니저가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고는 덧붙였다.
“민현아라는 이름이었어요.”
“민현아?”
“네,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배디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