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2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27화(426/482)
현아는 태어나 처음으로 고소라는 걸 진행했다.
자신과 오빠를 치는 것도 모자라, 동양인이라고 비하 발언까지 한 사람을 말이다.
물론.
고소하고 싶을 만큼 화가 난 건 사실이었지만.
어디 ‘고소’라는 게 쉬운 일인가?
“넌 아무것도 할 거 없어.”
그런데, 자신의 오빠 정도 되는 사람에게 고소란 무척 쉽고 간편한 일이었다.
그래.
오빠의 말처럼 눈 깜짝할 새 배디에 대한 고소는 접수되었고, 그에 따른 기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언제 준비한 건지는 몰라도, 증거까지 제출했다고 하니, 적어도 배디가 구속은 안 되더라도 이미지에 오점 하나는 찍을 수 있을 터였다.
“쌤통이다.”
현아는 배디가 오빠를 치던 모습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고소할 생각을 했을까?
그 와중에 고소한 사람이 HS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세간에 밝혀졌지만, 신원은 새어 나가지 않게 철저히 막아둔 것 같던데.
가만 보면….
오빠도 참 생각보다 철두철미하고 집요하단 말이지.
“그런 철저함과 집요함으로 사라 언니랑 잘 좀 해보지.”
현아는 못내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저번에 보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그러기도 잠시.
“요 며칠 집에 안 들어왔으니, 옷 갈아입고 싶겠지?”
현아는 걱정하는 말과 달리 무언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오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사라는 지금 왜 자신이 현승의 동생을 태우고, VINCIS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현승의 동생으로부터 ‘오빠 보러 갈 건데, 혹시 안 바쁘시면 같이 가실래요?’라는 문자가 왔고.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곧장 차를 몰고 달려왔을 뿐이다.
‘아, 괜히 왔나.’
사라는 저 멀리 VINCIS 사옥이 보이자,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사라는 그날 이후로 현승을 보기가 민망해,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현승으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오스틴은 잠시만 기다리면 원하는 대로 될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긴 했는데….
“언니.”
그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현아가 입을 열었고.
“우리 오빠 좋아하죠?”
그 물음에 사라는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거칠게 밟았다.
끼이이이익─!
이내 사라가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현아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너, 너, 너 미친 거야?”
“아니에요?”
“절대 아니야.”
“근데 왜 제 연락받고 바로 달려온 거예요?”
“그, 그건….
사라는 차마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러게, 내가 왜 왔지.’
스스로조차 자신이 여길 온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어? 마침 도착했네요.”
그때 현아는 곧장 벨트를 풀고 우선 내리자며 채근했다.
탁─!
사라는 그런 현아를 따라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래, 오늘은 그저….
인종 차별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찰나에, 마침 동생이 연락이 와서 재고 따질 새도 없이 달려온 거다.
명분이야, 그럴듯하지만….
왠지 얼굴을 보면 서로 민망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저벅, 저벅.
그런 걱정과 달리, 사라의 보폭은 점차 넓어졌고.
“들어오세요.”
금세 사옥 정문에 도달했다. 현승의 비서인 미셸은 감시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곧장 문을 열고, 현아와 사라를 맞이했다.
“오빠, 옷 좀 가져다주러 왔는데 지금 어디 있어요?”
“작업실에 계십니다.”
“그럼, 그렇지. 요 며칠 집에 안 들어오길래 고소 때문에 바쁜가 했더니, 또 작업에 몰두하신 모양이네.”
현아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내젓고는 자연스럽게 앞장섰다.
아무래도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언니, 얼른 와요!”
이내 현아는 뒤따라오던 사라에게 팔짱을 끼우며 걸음을 서둘렀다. 사라는 몹시 당황스러운 기색이었지만, 딱히 빼내진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지금은 당장 현승을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앞선 까닭이었다.
안녕?
이건 좀 촌스러워 보이고.
배디, 고소했다며?
이건 좀 시비 거는 것 같고.
너, 괜찮아?
이건 너무 나답지 않고.
“후우….”
사라는 저도 모르게 묵힌 숨을 토해냈고.
때마침 두 사람의 걸음이 작업실에 닿았다.
그래.
난 그냥 현승의 여동생 데려다주고자 온 거야.
절대.
녀석이 보고 싶다거나, 걱정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고.
─ ♬ ♬ ♬
그때 작업실 문이 열렸고.
“윽.”
문틈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강렬한 비트에, 현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다.
사라는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 소리에, 곧장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현승을 찾았다.
이 비트는 대체 뭐지?
대체.
어떤 곡을 만들고 있는 거야?
─ ♬ ♬ ♬
현승은 누가 봐도 전문적인 디제이 박스를 깔아놓은 채, 헤드셋을 끼고 연신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재밌어 보인다더니, 진짜 저러고 있네?”
현아는 그런 현승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끌었다.
“아….”
그러나, 사라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탄식이 터졌고.
쉿.
그와 동시에 사라와 눈이 마주친 현승이 검지를 입에 대며 속삭이고는 작업에 열중했다.
“……fuck.”
이내 사라의 입에서 작은 욕이 튀어나왔다.
그건….
현승의 저런 모습을 보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지막 발악이었다.
* * *
배디는 알 수 있었다.
민현아.
그 이름은, HS의 여동생 이름이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인종 차별과 폭행으로 자신을 고소할 만한 사람이라면….
최근에 그들밖에 없었다.
근래 스케줄도 많지 않아, 직접적으로 마찰이 있었던 것도 그들뿐이었다.
한국인 여자.
그렇다는 건, 자신을 고소한 건 그곳에 있던 HS를 닮은 동양인 여자애뿐이라는 것.
“내가 결국 이런 사달을 일으킬 줄 알았지.”
배디가 오랜 시간 몸을 담고 온 레이블 대표인 찰스는 못마땅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에이전시에서도 당분간은 자숙하는 게 좋을 것 같단다.”
그러나 배디는 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분노로 얼룩진 눈으로 고소장을 노려만 볼 뿐이었다.
“왜 하필, 왜 하필 그런 사람을 건드려서 이 사달을!”
내가 왜 고소를 당해야 해? 왜 이런 치욕을….
그래.
먼저 위협을 가하고, 손목을 꺾은 건 걔네잖아.
비록.
대기실 내부에 CCTV가 없어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없지만?’
잠깐만, 그렇다는 건 그쪽도 별다른 증거가 없는 거 아닌가?
“너무 오바하지 마세요.”
배디는 바로 여유롭게 몸을 풀며 말했다.
그래.
고작 사람의 말 한마디로 쉽게 될 일이 아니다.
그저 이미지에 타격 한 번 입히려고 쇼하는 거겠지.
그래봤자지만.
“여태껏 이런 논란, 한두 번 있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그쪽도 증거 없이 떠든….”
“증거가 왜 없어? 너 여태껏 내 말을 안 들은 거야?”
찰리는 태연한 배디가 답답하다는 양 테이블을 소리 나게 두드리며 덧붙였다.
“지금 저쪽에서 고소하면서 녹음 파일까지 제출했다잖아!”
배디는 당황으로 얼룩진 얼굴을 한 채 “녹음 파일?”하고 따라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그 짧은 사이에 녹음했다고?
“네가 인종 차별하는 발언부터 너한테 왜 자꾸 사람을 치냐는 말까지 다 녹음되어 있어!”
“아니, 고작 그런 걸로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까? 변호사 사서 막으면 될 일이잖아요!”
배디는 자꾸만 자신을 나무라듯 소리치는 찰리를 따라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짜증 나게.
“너 휴대폰은 폼으로 들고 다니지?”
찰리는 그런 배디를 한심하다는 양 노려보며 물었다.
“지금 너 고소 당한 것까지 기사 싹 풀렸어. 여론도 그냥 터질 게 터졌다고, 언젠가 고소당할 거 같았다며 쌤통이란다!”
“아니, 그런 거 하나 안 막고 뭐 하셨어요?”
“고소장 도착하기 전부터 기사가 풀렸는데, 무슨 수로 막아? 아마 지금쯤 전 세계 사람이 다 알 거다.”
이내 포기한 듯한 말투로 덧붙였다.
“네가 HS 여동생 건드려서 고소당한 거.”
그 순간, 배디의 귀에 ‘HS’라는 단어가 꽂혔다.
대체 HS가 뭐길래.
걔가 신이야?
건드리면 큰일 나?
고작 동양인 따위가….
걔가 뭐라고 다들 이 난리를 치고, 걔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 나를 나무라는 건데?
“HS, HS, HS….”
이미 배디는 이성을 잃은 듯, 이름을 연신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시발, 다 죽여버리든가 해야지.”
살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대표실을 빠져나갔다.
* * *
한국에서는 때아닌 ‘배디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그건 기사 하나로부터 시작된 운동이었다.
[ HS, 미국서 가수 ‘배디’에게 인종 차별당해.. “다른 건 참아도, 가족과 한국을 무시하는 건 못 참아.” 고소 진행.. 강경히 대응하겠다. ]한국에서 네임벨류가 높은 ‘HS’의 소식이 전해진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고.
하필 그 소식이 HS가 미국서 인종 차별을.
더군다나.
그 상대가 한국에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백인 래퍼 ‘배디’라는 사실은 꽤 큰 파장을 일으켰다.
↳ 아직도 저딴 쓰레기 같은 인간이 있다고?
↳ 배디 원래 인종 차별 발언으로 말 많음
↳ 그럼 이참에 잘 걸렸으니 정신 차리기를~
↳ 저렇게 동양인 차별하는 애가 한국 콘서트 와선 “코리아 러브” ㅇㅈㄹ 하던 거 역겨워;;;
↳ 다 쇼지; 걍 돈 가져다줘서 사랑한다는 거임
↳ 근데 진짜 국뽕 차네;; 가족과 한국 무시하는 건 못 참는데; 갓치스 낭만 합격ㅋ
한국인들은 분노했으며.
↳ 앞으로 배디 노래 안 들음. (좋아요 1,431개)
그 분노는 배디를 향했다.
[ 국내 음악 플랫폼 해외 차트에서 ‘배디’ 최초로 100위권 밖으로 추락.. 불매 운동 효과? ] [ 미국서 동참 시작한 ‘배디 불매 운동’ 빌보드 차트에서 ‘배디’ 이름 찾아볼 수 없어.. ]사실 배디가 ‘인종 차별’로 이슈가 있던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은연중에 비슷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었고, 그로부터 인종 차별을 당했다는 증언도 많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렇지만.
배디의 음악 활동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배디는 ‘대체될 수 없는 래퍼’였으니까.
다만.
이젠 ‘대체될 수 있는 래퍼’가 되어버린 것뿐이다.
↳ 솔까 JS가 랩 실력은 더 우월하다고 봄; 무대에서 라이브할 때 파워부터가 다름;
그래, JS가 나타났고.
↳ 갓치스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자
하필이면 재수 없게 HS를 건드렸으니까.
“이런 거 보면, 왠지 뿌듯합니다.”
김 이사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뿌듯은 무슨, 조용한 날이 없어.”
그 말에 박 전무는 퉁명하게 받아쳤지만, 휴대폰 화면 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여간, 뭐 고소 한 번을 해도 이렇게 크게 벌려야 직성이 풀리지, 이놈은?”
박 전무가 연신 투덜거리기도 잠시.
“근데, 이 자식은 감히 겁도 없이 녀석을 건드려? 몸도 비리비리한 놈이.”
기사에 띄워진 배디 사진에 대고 손가락질하다 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가 직접 만나서 동양인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주고 와야겠어.”
“고정하세요, 전무님.”
“이거 놔봐, 지금 내가 고정하게 생겼어?”
김우현은 그런 박 전무를 다시금 끌어다 앉혔지만.
그의 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였다.
“이런 애들은 고작 고소 좀 먹는다고 썩어빠진 정신이 고쳐지지 않는다니까?”
“전무님이 하시는 말씀이 다 맞지만, 저희는 그냥 기다리는 게 정답이라니까요?”
마치 자식이 학교에서 싸우고 왔다는 소식에, 뛰어가려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말리는 엄마처럼.
둘은 연신 아웅다웅하며 힘겨루기를 이어 나갔고.
서로의 몸이 이상하게 얽혔을 그때.
“큼, 흠.”
어디선가 들려온 헛기침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미셸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 지금, 이 상황은….”
김우현이 당황하며 무어라 부연하려고 했으나….
“나중에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미셸은 이미 집무실을 빠져나간 이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