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3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33화(432/482)
김우현은 병원비 수납을 끝낸 뒤 카드를 챙겨, 걸음을 옮겼다. 카드값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지만….
‘아냐.’
지난번, 현승이 자신의 어머니 병원비를 수납해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
현승이 많은 것들을 배려하고 지원해준 덕분에, 금전적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으니.
‘이 정도는 내가 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말의 병실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이사님.”
코너를 도는 순간, 현승과 맞닥뜨렸다.
“마침 병실로 가던 길인데, 자말은 깼어?”
“네, 병원비는 다 수납하셨죠?”
“응, 한 달 입원기준으로 다 완납해놨어.”
“비용 청구해서 올려주시고.”
김우현이 그 말에 아니라고 답하려던 찰나.
“지금 바로 저랑 다시 사옥으로 가시죠.”
현승이 그 말을 끝으로, 병원 로비를 향했다.
어쩐지 그런 현승의 뒷모습이….
‘무슨 일 있나?’
몹시 다급하다 못해 화가 나 보일 따름이었다.
.
.
현승은 차에 탄 이후로 줄곧 창문 밖에 시선을 고정해 둔 채였다.
“저, 저기.”
우현이 그런 현승을 곁눈질로 살펴대기도 잠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이야 늘 많잖아요.”
현승은 고개를 고정해 둔 채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네가 그런 표정 짓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건데….”
우현은 답답하다는 듯 핸들을 고쳐잡았고,
“이사님.”
이내 현승이 고개를 돌려, 그런 우현을 불러 세웠다.
“제가 왜 미국에 오기로 결심했는지 아십니까?”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졌다.
“힘을 가지기 위해서죠.”
대답을 들으려 한 말은 아니었는지, 곧장 부연을 이어 나갔다.
“내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한 힘이 필요했어요. 단순히 돈이 많고, 유명한 거 말고.”
“돈과 유명세, 결국 그것도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힘은 돈과 유명할수록 생길 수 있겠죠.”
현승은 다시금 앞 유리로 시선을 고정한 채 단호히 덧붙였다.
“근데 그건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로도 살 수 없는 힘을 얻기 위해 여기에 왔고, 마침 그런 기회가 왔어요.”
“기회? 기회라면, 어떤….”
그 말에 김우현이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고.
“유니스 뮤직 그룹과 합병을 진행할 겁니다.”
되돌아온 대답에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몸이 한차례 앞으로 쏠렸다, 돌아왔지만.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고 쿵쾅거렸다.
“유니스 뮤직 그룹과 우리 VINCIS를 합병하겠다고? 진심으로 하는 말인 거야?”
김우현은 본인이 잘 못 들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콕 집어 물었다.
“네, 그럼, 우리 VINCIS는 더욱 막강한 힘이 생기겠죠. 그리고 이제 그 힘을 세상에 과감히 드러내 볼 생각입니다.”
현승은 뜻을 굽힐 마음이 없다는 듯 즉각 답했고.
“VINCIS를, 저를 건들며 어떻게 되는지.”
이내 주먹을 꽉 말아쥐며 덧붙였다.
“포웨이가 첫 번째 사례가 되겠네요. 듣자 하니, 김우석은 이미 검찰 송치되었고 JN 엔터 대표까지 엮어서 다음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네요.”
“그래, 나도 그 내용 관련해서는 전달받았어.”
“네, 그리고 두 번째 사례는 자말이 되겠네요.”
“자말? 자말은 왜…?”
“자말을 차로 치고 달아난 범인이 배디거든요.”
“배, 배디라면… 그, 백인 래퍼 말하는 거야? 이번에 네가 인종 차별 발언으로 고소한?”
김우현은 경악으로 얼룩진 눈으로 현승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저 말이 진짜라면, 그건 단순 사고가 아니라, 의도한 사고이자.
살인 미수가 적용될 수도 있는 사건이 되는 거다.
“네, 맞아요.”
다만, 현승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헤드라인 멋있게 뽑히겠네요.”
그러고는 손짓을 곁들여 다음 말을 덧붙였다.
“백인 우월주의 래퍼 배디, 결국 계획하여 흑인 래퍼 자말을 차로 치고 달아나…. 어때요, 자극적이죠?”
그 모습이 어쩐지, 꽤 신나 보였고.
“어, 어… 그러네.”
김우현은 문득 자신이 현승의 사람이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배디는 불이 꺼진 거실 소파에 앉아 연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스륵, 스륵.
몇 시간째, 이렇다 할 기사는 업로드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들키지 않았다는 거겠지?
딱, 딱!
배디는 초조한 얼굴로 연신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런 그의 눈가 밑에는….
밤보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채였다.
탁!
이내 배디는 탁상 위에 휴대폰을 던지듯 올려놓았고.
“그래.”
입가 위로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신이 그런 놈을 도울 리가 없지.”
머지않아 그 미소는 점차 번져, 잇몸이 다 보일 만큼 환해졌고.
어느새 거실 전체에 괴기스러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작 약이나 팔던 흑인 새끼가 까부니까, 이런 꼴을 당하지.”
배디는 이를 바득 갈며 혼잣말을 읊조리기도 잠시.
“이왕이면 죽었기를 바라는데….”
께름칙할 만큼 흉흉함이 감도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배디는 자신의 차가 부서진 건 안타깝지만, 자말이 차를 박고 날아가 구르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면 제법 나쁘지 않은 손해라고 생각했다.
으드득.
하나, 그래도 아직 분이 안 풀리는지 살기 어린 안광을 번들거리며 이를 갈았다.
“그 재수 없는 동양인 새끼들도, 죽여야 하는데….”
배디는 위태롭게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옆에 어지럽게 늘어진 술병 중 하나를 반대 손으로 집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턱을 타고 흐른 술이 바닥을 더럽혔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이성은 깊이 잠들고, 본능만이 깨어 있는 상태.
배디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상태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연결음이 몇 초나 흘렀을까?
“이 새끼도 날 무시해?”
현재 배디는 인내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기에, 미간을 찡그리며 휴대폰을 던질 기세로 높이 들어 올렸고.
─ 여보세요.
때마침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돈 받아 처먹을 땐, 먼저 연락하고 닦달하더니 왜 이렇게 전화를 느리게 받지?”
─ 돈 받아 처먹을 만큼, 처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행동이 굼떠졌거든요.
배디는 되돌아온 대답에 전화를 건 사람이 맞는지 액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맞는데?’
평상시와 달리 비아냥이 섞인 말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이라도 처먹었나?
“됐고, 혹시 HS에 대해 아는 정보 있습니까?”
─ HS?
“HS가 사는 집, 그 새끼 차는 뭔지, 경호원 수는 몇 명인지, 그리고 그 새끼 여동생인 민현아라는 여자애가 자주 가는 곳까지.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전부.”
하지만, 당장은 그런 말투 하나에 일일이 따질 때가 아니었다. 중요한 용건은 따로 있었으니까.
─ 이거 아무래도 의뢰 내용이 딱 복수인데.
“당신이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쓰고 팔았다고.”
그 말에 스피커에서는 “그렇긴 하지.”하고 비릿한 웃음기가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를 부르던 다 괜찮으니까, 정보나 줘. 그 새끼 아킬레스건 같은 정보면 더 좋고.”
배디의 말이 끝나자, 상대편은 깊은 침음을 흘렸고.
─ HS의 아킬레스건이라면 여동생이겠네요.
머지않아 단조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배디는 평상시와 달리, 빙빙 돌려 말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장으로선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니까, 여동생 관련된 정보를 달라고.”
배디가 화를 눌러 담으며 말했고.
─ 저도 잘은 모르지만, 여동생이 같은 시간에 늘 집 근처를 산책하더라고요. 음, 지금쯤 가보시면 마주칠 수도 있겠네요.
상대편에서 꽤 반가운 정보가 들려왔다.
“지금? 어딘데.”
배디는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기세로 물었고.
─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근데 어쩌시려는 거죠?
“내가 뭘 어쩌겠어.”
별다른 설명 대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뚝.
그러고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냥 어디 하나 병신 만들어 놓는 거지.”
* * *
다음날.
현아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근처에 생긴 샐러드 가게를 가기 위함이었다.
저벅, 저벅.
몇 걸음이나 나섰을까.
휙─.
뭔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지만.
“뭐지….”
안개가 내려앉은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고요했다.
기분 탓이겠거니 생각하며 걸음을 다시 움직이던 그때.
와그작.
뒤에서 캔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아는 그 소리에 몸을 흠칫 떨며 티 안 나게 휴대폰을 꺼내 자판을 두드렸다.
[ 오빠, 어디야? ]오빠인 현승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 나 지금 집 근처에 샐러드 사러 나왔는데,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아. 혹시 지금 와줄 수는…. ]하지만, 다음에 적은 문자는 마지막까지 적지 못했다.
어차피 여기에서 오빠가 있는 사옥은 거리가 있었고.
안 그래도 바쁘고 정신없을 텐데, 자신까지 걱정을 보태어 주고 싶지는 않은 까닭이었다.
저벅, 저벅.
현아는 고개를 치켜들며 자연스럽게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래, 별일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으나, 점차 뒤를 따라오는 듯한 인기척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젠 숨을 마음이 없다는 듯.
과감한 발걸음 소리는 현아의 뒤를 무섭게 쫓았다.
탁, 탁, 탁, 탁!
그에 맞춰 현아의 발걸음도 점차 다급해졌고.
어느새 정체도 모르는 이와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탁, 탁, 탁, 탁!
현아는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최근에 그런 일도 있었고.
당장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거리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벗어나야만 했다.
탁, 탁, 탁, 탁!
속도를 받아, 코너를 돌아 골목길에 접어든 순간.
타악!
누군가와 부닥쳤고.
“저, 저, 좀 도와주세요!”
현아는 그 남자를 붙들고 애원했다.
“음, 많이 본 얼굴인데?”
그림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우람한 체격과 어깨를 붙든 두툼한 손은 상당히 위험해 보였고.
“제, 제발….”
현아는 직감적으로 자신을 쫓아오는 이와 지금 이 남자가 한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탁.
그 순간, 코너를 도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현아는 공포에 질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 오빠아….”
고개를 떨군 채 여린 어깨를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오빠한테 전화할걸.
나를 도와달라고.
위험하다고.
제발 와달라고.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자신은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앞뒤로 도망칠 곳이 없는, 으슥한 골목길 안에 갇힌 쥐….
“야, 시골 쥐.”
그래, 지금 나는 쥐….
“쥐이…?”
현아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어디냐고 물었으면 휴대폰을 봤어야지.”
그곳에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었던 오빠가 서 있었다.
“오, 오빠아….”
현아는 그런 오빠의 얼굴을 보자 울음이 터져 나왔고.
“심폐지구력이 좋구만.”
이내 현아를 가로 막고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 어….”
어둠에 점차 익숙해진 눈으로 바라본 남자의 얼굴은 아주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 이 사람은….
“빌런 대디….”
현아가 박 전무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고.
“하, 참,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건 또 오랜만이라 쑥스럽군.”
그러자, 박 전무는 내심 기분 좋은지 입꼬리를 들썩거리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이윽고.
현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고.
“흡, 끅, 흑, 끄윽, 흐어어엉!”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혀, 현아야. 아니, 왜 갑자기 울고 그래.”
“인마, 왜 동생을 울리고 그러냐.”
“전무님이 험악하게 생겨서 애가 겁을 잔뜩 먹었잖아요.”
그런 현아를 두고 현승과 박 전무는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치만 살펴댔고.
“흐아아아앙! 진짜아, 끄윽, 무서운 사람이 해코지하려는 줄 알고, 내가, 끄윽, 얼마나….”
그때 박 전무는 현승에게 달래보라며 눈짓했고.
“놀라게 해서 미안해.”
현승은 어정쩡하게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현아의 등을 다독였다.
“그러니까아, 끄윽, 왜 말도 없이, 흐흑, 사람을, 끄윽, 따라오고 그러냐고오. 흐아아앙.”
“나는 네가 한 번쯤 뒤를 돌아볼 줄 알았지.”
“이씨이, 그 상황에서, 끄으윽, 어떻게 뒤를 돌아!”
이내 현아에게 등짝을 한 대 얻어맞은 현승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냈다.
“현아가 힘도 좋네. 이거, 키울 맛이 나겠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박 전무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주억거렸고.
“현아야, 오빠 봐봐.”
그때 현승이 현아의 어깨를 붙들며 시선을 맞췄다.
“앞으로는 절대 너를 해코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러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
현아는 그 말에 안도감을 느끼며 오빠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오, 오빠아….”
투정 부리듯 현승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던 그때.
“대신 너도 네 몸은 지킬 만큼 강해지는 게 좋겠지?”
“응?”
“앞으로 이 선생님이 널 맡아서 지도해 주실 거야.”
현승이 그런 현아를 떼어내며, 박 전무를 가르쳤고.
“자, 얼른 잡고 일어서라.”
박 전무는 그런 현아의 앞에 흉흉한 손바닥을 내밀며 덧붙였다.
“내가 특별히 빌런 시스터로 거듭나게 해주지.”
“피, 필요 없는데요….”
“부담가질 필요 없어. 내겐 아주 쉬운 일이니.”
“그,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아는 이 상황이 부디 꿈이길 바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