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3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34화(433/482)
현승이 박 전무와 현아를 쫓게 된 소동은….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이랄 수 있는, 하루 전 늦은 밤.
─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믿어주실 수 있나요?
웨일스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물론.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다.
자신을….
또, 사라 스튜어트를.
그리고.
무수히 많은 이들을.
돈벌이를 위해 협박한 이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이제 그깟 정보원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무도 건들 수 없는 힘을 지니게 될 테니까.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무시할 수 없게끔 했다.
─ 동생분의 안위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전화를 끊으려던 현승이 매섭게 받아쳤고.
“당신, 내 동생 안위를 한 번만 더 들먹인다면 남은 인생을 배디랑 같이 철장 속에서 사이좋게 살아가게 될 거야.”
웨일스는 한 치의 고저도 없는 어투로 차분히 말을 이었다.
─ 배디가 당신의 여동생을 노리고 있습니다.
“뭐?”
─ 저에게 전화해서 당신과 당신 여동생에 대한 정보를 묻더군요.
“그래서, 그쪽에 정보를 팔 거라고 협박이라도 하는 건가?”
─ 이미 정보를 흘렸습니다.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래.
자신을 상대로 협박해온 이를 그렇게 순순히 두고 오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서든 밟아줬어야 했다.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제대로 각인시켜줬어야 한다고.
다만.
현승의 분노가 터지기 전에, 먼저 말문을 연 건 웨일스였다.
─ 한국에는 그런 말이 있다던데, 한국말은 끝까지 다 들어봐야 아는 거라고.
“살고 싶다면, 똑바로 얘기해.”
─ 제가 정보만 흘린 게 아니라, 함정을 파뒀거든요.
웨일스는 자신과 만나서 얘기할 때처럼 웃음기가 서린 목소리로 부연했다.
─ 배디에게 여동생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 전에, 신고를 해뒀습니다. 배디가 자신을 고소한 사람을 찾아가, 해코지하려고 한다.
“결국 내 여동생이 위험해진 상황은 변함이 없잖아.”
─ 통화할 때, 말이 어눌하던 걸로 보아, 술 또는 마약에 너끈히 취해 있었고, 분노에 사로잡힌 채였으니 아마 흉흉해 보이는 흉기 하나쯤 가져갔을 테죠. 그럼, 여동생에게는 접근조차 못 하고 바로 잡힐 겁니다. 지금쯤 경찰들이 당신 집 근처에 잠복해 있을 거거든요.
웨일스는 몹시 자신 넘쳐 보였다. 마치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혹시 당신도 죽었다 살아났나?”
현승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
회귀한 사람이 비단 나만이 아닐 수도 있는 일이니까.
─ 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당신도 배디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일이 있는 겁니까? 그건 못 얻어낸 정보인데….
그러나 돌아온 반응으로 보아,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현승은 곧장 아니라며 일축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건 그렇고 배디가 그곳에 직접 갈 거라는 보장이 되어 있는 건 아니잖아. 배디 정도라면,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을 테고.”
그 말에 웨일스가 “음.”하고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 그랬으면, 자말을 처리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시켰겠죠?
어딘가 얄미운 어투로 되받아쳤다. 그 순간, 마치 그가 눈앞에서 싱긋 웃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당신, 그걸 어떻게….”
현승이 놀라서 되물었고.
─ 제가 괜히 최고의 정보원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니까요?
웨일스는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어투로 으스댔다. 이쯤 되면 실력에 대해선 인정해 줘야 하나.
물론.
그런다고 한들, 악질이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 아마 배디는 제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만큼, 조사과정에서 정보를 알려준 제 이름을 밝힐 겁니다.
웨일스는 일순 웃음기를 싹 빼고 담백한 목소리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예측을 늘어놓았다.
─ 저는 그런 상황까지 전부 계산하고, 당신에게 한 번 도박을 걸어본 겁니다.
“나에게?”
─ 네, 제 예측대로라면 대표님은 배디가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이 몰아서 집어처넣을 수 있게 되는 거고, 저는 직원으로서 한 일이라고 하면 정상 참작이 좀 될 것 같은데.
현승은 왠지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머리가 비상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자신처럼 겁 없이 저지르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지.
“그건 여동생의 안위가 보장되었을 때 다시 얘기하지.”
현승이 최대한 웃음기를 감춘 채, 고저 없이 답했다.
비상하던, 용감하던.
어느 쪽이라도 위험한 사람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 네, 그럼 행운을 빕니다.
그렇게 통화가 끝이라 생각했으나.
─ 그리고 좀 구차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 업계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경계하고, 알고 싶어 합니다.
웨일스는 이전과 달리 조급함이 담긴 목소리로 거듭 덧붙였다.
─ 그럼, 최고의 정보원으로 통하는 저에게 물어보겠죠? 실제로 지금까지 수 백통의 연락과 의뢰를 받았기도 하고요.
“그래서요?”
─ 아마 앞으로도 받게 될 테죠. 그때마다 당신에게 모든 것을 공유하겠습니다.
“스파이 노릇을 하겠다는 건가?”
─ 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예상치 못한 공격들은 막아낼 수 있지 않겠어요?
현승이 자신도 모르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한 추론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하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아직 웨일스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 또한 함정일 수 있으므로.
“그거 말고, 당신을 스파이 말고 다른 쪽으로 활용하는 건 꽤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 다른 쪽이라면, 어떤….
“그건 상황 정리되면 따로 만나서 얘기하는 걸로 하지.”
현승은 그 말을 끝으로 웨일스와 전화를 끝냈다.
그러고는 이내 박 전무를 데리고 집 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이프를 들고 서성이던 배디가 현행범으로 붙잡힌 채였고.
“혹시 저희 측으로 신고해 주신 분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배디가 고소한 사람을 해코지하러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조사를 진행 중이던 경찰이 다가와 물었다.
“제가 그 고소한 사람의 보호자이니, 모르면 안 되겠죠.”
“그, 그럼, 혹시 갓치….”
“신고자의 신원 보호는 필수적인 요소라 알고 있는데.”
“죄, 죄송합니다.”
“우선, 제가 뭐부터 하면 됩니까? 저는 이번 일에 대해 합의는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고, 다른 범행에 대한 추가 증거까지 제출해서 모든 법적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
“추가 범행에 대한 증거라면, 혹시 갓치스 님도 배디로부터 어떠한 위협을 받으신 겁니까?”
갓치스라는 말에 현승이 콧대를 부여잡기도 잠시.
“그건 아니고, 최근 밥… 아니, 가수 JS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말은….”
“네, 예상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 든 USB를 꺼내 들며 덧붙였다.
“배디가 뺑소니 사건에 범인이라는 증거와 배디가 개최한 불법 마약 파티에 대한 정황 증거까지 추가 제출하겠습니다.”
“대체,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게 되었는지….”
그 말에 앳된 경찰이 수첩을 들고 있는 손을 덜덜 떨며 되물었다. 어째 첫 담당 사건의 스케일이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 까닭이었다.
“음.”
현승이 그 말에 대답 대신 침음을 흘렸고.
“지금 배디가 현행범으로 잡힌 마당에, 출처가 중요할까요? 우선 조사가 다 끝날 때까지, 기사에 노출되지 않게만 부탁드립니다.”
이내.
싱긋 웃으며 경찰의 손아귀 안에 USB를 꽉 쥐여줄 뿐이었다.
.
.
.
현승은 그러한 이유로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박 전무와 집 근처를 순찰하던 중이었다.
혹여나 길거리에 수상한 사람은 없는지.
혹여나 벌써 기사들이 달라붙지는 않았는지.
그러던 중.
아침을 사러 나온 여동생을 맞닥뜨린 거고,
우는 여동생을 보며 다시 한번 다짐했을 뿐이다.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그런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오늘은 우선 집에 아빠랑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현승은 현아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난 후에야 계속 참고 있던 묵힌 숨을 토해냈다.
“근데, 동생한테 말은 해줘야 하지 않아?”
박 전무는 그런 현승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아니요.”
현승이 단호히 고개를 내저으며 덧붙였다.
“아마 그 사실 알면, 집 앞 슈퍼도 못 나올지도 몰라요.”
“차라리 그렇게 경계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은가 싶어서.”
그러고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고민에 잠긴 까닭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박 전무는 일순간 흠칫 몸을 떨었다.
그렇게 말한 현승의 표정이 너무 결연한 탓이다.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는 듯한 각오가 일렁였다.
현승이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여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는 박 전무였기에 더 이상 첨언 할 말은 없었다.
“그래, 뭐 경호원에 차량까지 배치할 테니까….”
이내 박 전무는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듯, 안 그래도 넓은 가슴을 쫙 펼치며 덧붙였다.
“무엇보다 나한테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웬만한 남성 정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지.”
그 모습에 현승이 피식 웃기도 잠시.
“함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짜식.”
박 전무는 그런 현승의 머리칼을 헤집어놓았고.
“비실비실한 김 이사보단 내가 더 믿음직스러웠던 거지? 그래서 그놈이 아니라, 나한테 같이 순찰돌자고 한 거잖아, 그렇지?”
이내 기대에 찬 눈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이거….
그렇다고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김 이사님이 비실비실한 편은 아니죠.”
하지만 죽어도 거짓말은 못 하겠다. 어떻게 김 이사가 비실거린다고 할 수 있겠는가?
181cm라는 큰 키에 90kg에 육박하는 남자를, 비실비실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냥 박 전무님이 압도적으로 큰 거예요.”
박 전무를 제외하고는.
* * *
그로부터 딱 3일이 지났다.
“현승아, 3분 남았는데 준비는 다 된 거야?”
김우현은 현승에게 헬멧을 건네주며 물었다.
“이것만 있으면 준비 완료죠, 뭐.”
현승은 헬멧을 받아 들며 심드렁하게 대답했으나, 표정만큼은 마냥 밝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두운 건 아니었다.
어딘가 비장했으며, 자세히 보면 비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야.”
그때 장내로 들어온 박 전무가 익살스러운 추임새를 넣어가며, 밖에 분위기 장난 아니게 뜨겁다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한국이랑은 규모가 달라. 웬만한 언론사는 다 온 것 같더라.”
“먼 길 찾아와 주신 손님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우리도 슬슬 나가볼까요?”
현승이 헬멧을 뒤집어쓰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때.
“현승아.”
박 전무가 그런 현승을 사뭇 진지하게 불러 세웠다.
“혹시 네가 앞장서기 조금 그렇다면 VINCIS의 전무이자 빌런대디로서 내가 대신….”
“애들한테 아빠 기자 나왔다고 자랑하려고 그러죠.”
“너 생각해서 한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섭섭해.”
“요즘 부쩍 다시 빌런대디병 걸리신 것 같은데, 영화라도 찍으셔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박 전무님, 제가 영화사는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사에라도 한번 요청을 넣어볼까요?”
“이것들이 아주, 어른을 놀려먹고 말이야.”
이내.
장내에는 세 사람의 옅은 웃음소리가 흩어졌고.
“가자, 현승아.”
김우현이 시계를 한번 확인하고는 현승을 채근했다.
“잠시만요.”
그 말에 현승이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톡, 토도독, 톡톡.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고는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려 보였다.
[ 지금 바로 전부 다 뿌려. ]수신인은 웨일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