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3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36화(435/482)
자말은 몸만 멀쩡했더라면 당장 무릎이라도 꿇고 앉아 찬양가를 부르짖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기사와 뉴스 그리고 신문 같은 모든 언론 매체는 온통 갓치스와 관련된 내용뿐이었으니까.
[ 인종차별로 고소당하고 자숙 중인 줄 알았던 래퍼 배디, 흑인이라는 이유로 래퍼 ‘JS’를 차로 치고 그대로 달아나.. ] [ 음란한 불법 마약 파티 주최자, 알고 보니 래퍼 배디… 참가한 인원 전원 체포 ] [ 래퍼 배디, 자신을 고소한 ‘HS’의 동생을 흉기 들고 찾아가.. 결국 검찰에 넘겨져, 재판.. ]스으윽, 스으윽.
↳ 배디 언젠가 크게 사고 칠 줄 알긴 했는데 살인 미수까지 저지를 줄은 몰랐는데..
↳ 터질 게 터진 거지 뭐..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
↳ 이 정도면 배디 등록된 음원도 다 삭제해야 해
다행히 배디에 대한 동정론은 단숨에 쏙 들어갔다.
인종차별을 넘어 인종차별 범죄부터 불법 마약을 유통하고 파티에서 돌리기까지 했으니까.
그래.
배디는 아마 언젠가 감옥에서는 나올지 모르지만, 세상 밖으로는 나오지 못할 거다.
쌓이고 쌓인 그의 죄로 인해….
절대 기어 올라올 수도 없을 만큼 깊고 어두운 낭떠러지 밑으로 고꾸라진 셈이었다.
스으윽, 스으윽.
배디와 관련된 기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가 금세 닳아 버릴 지경이었는데.
[ 유니스 뮤직 그룹, 오스틴 대표 곧 사퇴.. 다음 대표로 VINCIS 레이블 대표, ‘HS’ 거론 ] [ VINCIS, 유니스 뮤직 그룹 산하 기업으로 흡수? 단독 운영 체제로 빈센트가 맡아.. ] [ VINCIS, 상장 준비 완료되어 내달 1일.. ]↳ 갓치스가 이제 유니스까지 점령한다고?
↳ 이거 확정된 사실 맞아? 찌라시 아니고?
↳ 갓치스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얘기한 거야
VINCIS와 유니스 뮤직 그룹 관련된 기사까지 읽어 내려가다간, 휴대폰 배터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놓칠 수 없지.
[ HS, 기자회견장서 상징적인 헬멧 쓰고 등장 “앞으로 나와 관련된 사람을 건드린다면 절대 선처 없어.” 공표.. ]스으윽, 스으윽.
↳ 갓치스, 그는 내 사람을 챙길 줄 아는 진정한 사나이다.
↳ 배디 범죄 증거도 갓치스가 제출한 거라는 말이 있던데..
↳ 허위 사실을 그렇게 막 발설하면 안 돼. 선처 절대 없다잖아
자말은 해당 기사의 댓글까지 전부 다 정독한 후에야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역시, 형님은….”
그러고는 이내 눈꼬리에 맺힌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정리해 보자면, 자신이 저 기사 속 ‘갓치스와 관련된 사람’ 중 한 명이라는 말 아니겠는가?
“그, 그저, 빛….”
자말이 어렵게 배운 한국어를 어색하게 중얼거리던 찰나.
“뭐 하냐?”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어디 보냐?”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 자말이 옆으로 시선을 옮겼고.
“머리도 다친 거야?”
그곳에는 현승이 서 있었다.
“저는 제 부름에 신께서 응답한 줄 알고….”
“아무래도 뇌 검사는 다시 해 봐야겠네.”
“그런 게 아닙니다. 정말 형님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목소리가 들려온 탓에….”
현승은 그런 자말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도 잠시.
“기다려 봐.”
다시금 병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덧붙였다.
“정신 병동으로 옮겨 달라고 할게.”
그 말에 자말이 맨발로 황급히 뛰쳐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형님! 잠시만요!”
현승은 그런 자말을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잠시.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멀쩡해졌나 보다?”
이내 피식 웃으며 물었고.
“덕분입니다.”
자말이 따라 웃으며 답했다.
“그래, 얼른 쾌차해라.”
현승은 뭉뚱그리듯 말아 쥔 주먹으로 자말의 가슴팍을 가볍게 두드리며 덧붙였다.
“이제 새로운 곡으로 공연해야지.”
자말은 무슨 말이냐는 듯 동그래진 눈으로 현승을 말똥히 바라보기도 잠시.
“가, 갓치스, 그는, 그저 비잋….”
이내 말뜻을 이해하고는, 두 손을 모아 한국어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한국 커뮤에서 배워 온 게 분명해 보일 따름이었다.
* * *
이솔과 한슬기는 성우영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터라, 미국에 오기엔 상황이 여의치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꼭 와야만 했기에 가진 돈을 거의 다 털고, 오랜 비행 끝에야 미국 땅을 밟았다.
“진작 너희 데리고 찾아뵈어야 했는데.”
성우영이 미리 렌트해 놓은 차량 운전석에 올라타며 중얼거렸다. 그 말속에는 어딘가 죄책감 같은 것이 뒤엉켜 있었다.
그도 그럴게.
성우영은 아직 모든 일이 다 자신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본인이 무능해서, 본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고.
“에이, 대표님이 아니라 저희가 먼저 찾아뵙겠다고 나섰어야 맞는 거죠. 저희 잘못이에요.”
조수석에 올라탄 이솔이 그런 성우영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다독이듯 말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어. 이렇게 무능력한 대표 만나 안 해도 될 마음고생까지 하고….”
하나 성우영의 마음은 쉬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렇지 않겠나?
비록 김우석과 JN 엔터에게 타격을 입혔다고는 하나.
포웨이는 이미 깨져 버린 그룹이다.
깨진 유리 조각을 제아무리 정교히 붙인다 한들, 티가 안 날 리 없었고 자그마한 충격만 받아도 금세 바스러질 게 분명했다.
물론.
이 사건이 언론에 다 노출되면서, 이솔과 한슬기에게 동정표가 쏟아지고는 있다지만.
이마저도 얼마 못 갈 관심인 걸 알고 있었다.
그게 현실이고.
만약 힘겹게 다시 준비해서 컴백한다 하더라도.
그게 기적처럼 성공하지 못한다면, 포웨이라는 그룹은 아예 사라지게 될 테지.
정말.
포웨이라는 이름 따라,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될 테지.
꽈─악.
성우영은 그러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숨이 막혀 핸들을 세게 움켜잡았다.
남은 포웨이 멤버에게도.
포웨이를, 포웨이로 만들어 준 HS에게도 죄스러워서.
“후….”
이내 성우영이 묵힌 숨을 토해 냈고, 차 내부의 공기는 일순 무겁게 내려앉았다.
“…….”
지독한 침묵이 흐르기도 잠시.
끼이이익.
차는 어느새 VINCIS 사옥 앞에 도착했다.
“대표님, 이건 제가 들게요.”
“아니야, 이리 줘.”
“제가 막내니까, 제가 들게요!”
세 사람은 트렁크에 가득 실린 박스를 두고, 서로 자신이 들겠다며 실랑이를 벌였고.
“아냐, 이런 거라도 내가…!”
성우영이 아이들 손에 들린 박스를 빼앗듯 들려던 찰나.
“뭐 하십니까?”
때마침 사옥 앞에 나온 현승이 그런 그들을 보며 물었다.
“미셸, 사람들 불러서 저들이 들고 온 박스 좀 대표실로 옮겨놔 달라고 해 주세요.”
그러고는 옆에 나란히 걷던 미셸을 향해 지시했고.
“힉.”
이솔은 그런 미셸을 보자,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흠칫 떨며 성우영의 뒤로 몸을 숨겼다.
“실례하겠습니다.”
미셸은 그런 이솔을 배려하듯 정중히 구십 도로 고개를 숙여 보이기도 잠시.
“이건 가져가겠습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박스 여러 개를 거뜬히 집어 들고는 유유히 사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이솔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져 주려는 듯 그녀의 걸음은 평소보다 2배속은 한 듯 빨랐다.
“대표님, 요즘 이런저런 일로 경황없고 바쁘실 텐데 저희까지 찾아뵙게 되어 죄송합니다.”
성우영은 그제야 현승을 향해 정중한 투로 인사를 건넸다.
“아닙니다. 때마침 연락 잘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만,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현승이 그 말을 끝으로 들어가자며 손짓했고.
“근데….”
그때 성우영이 조심히 너스레를 떨 듯 입을 열었고.
“미숫가루를 그렇게나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몇 박스나 사다 달라고 하셔서….”
그 말에 현승이 일순 굳어 버린 듯 정지하기도 잠시.
“네, 뭐… 그런 편입니다.”
속사포로 랩을 하듯 말을 덧붙였다.
“곡물로 만들어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먹기도 간편하고, 이런 완제품이 또 어딨겠습니까?”
그러고는 이내 황급히 몸을 돌려 앞서 걸었다.
‘오늘 좀 이상하시네.’
성우영은 현승의 두 뺨이 붉게 상기된 게….
아무래도.
오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 모양이라 생각하며 그런 현승의 뒤를 쫓아 걸었다.
* * *
현승의 작업실 안에서는 연신 같은 말들이 들려왔다.
감사하다.
그리고.
죄송하다.
세 사람은 마치 석고대죄라도 하러 온 사람인 양 거듭 사과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만하라고.”
현승이 아무리 손을 휘저으며 질색했지만.
“정말, 죄송해요. 작곡가님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또, 이런 저희를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아….”
실시간으로 기를 빼앗겨 가던 현승이 한숨을 내 쉬기도 잠시.
“그렇게 감사하고 죄송해?”
그런 이솔과 한슬기의 면면을 번갈아 살피며 물었다.
“네, 정말….”
“진심입니다.”
둘은 서로 엇박자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보였고.
현승이 그런 둘을 보며 씩 입꼬리를 올리기도 잠시.
“그럼, 내 곡 하나만 불러라.”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제안을 건넸다.
“네?”
“예?”
그와 동시에 거의 비명에 가까운 되물음이 터져 나왔다.
“뭘, 그렇게 놀라?”
현승은 되레 그런 그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 아니….”
이솔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뻐끔거렸다.
아니.
보통 본인에게 이토록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랄 땐, 보답 같은 것을 바라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이건 보답이 아니라….
거의 포상을 내려 주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대신 내 개인 앨범에 수록할 곡이라 너희 이름은 피처링으로 올라갈 거야.”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듯, 현승은 꽤 진지한 얼굴로 거듭 되물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희가 손해 보는 작업은 결코 아닐 것 같은데, 어때?”
그 물음에 세 사람은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고.
“네! 무조건이요!”
“부르게 해 주세요!”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그럼 이왕 온 김에 듣고 바로 녹음하자.”
현승은 어딘가 신난 얼굴로 작업 테이블 앞에 앉았다.
“네? 이렇게 바로요?”
이솔이 그런 현승을 토끼 눈을 한 채 바라보며 물었고.
“어려울 것 같으면, 다른 사람 부르고.”
되돌아온 현승의 대답에 곧장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니요. 할 수 있어요.”
현승은 흡족하다는 듯 소리 없이 싱긋 웃어 보였고.
이솔은 그런 현승을 보며 속으로 악마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발설하진 않았다.
그래.
아직은 천사지, 녹음실을 들어갔을 때 진정한 악마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떨리네.’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현승의 곡이 좋지 않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대체 어떤 곡일까?
이솔은 이번 곡으로 다시 한번 재기를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휩싸였고.
탁!
이내 현승이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강렬한 선율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 ♬ ♬ ♬
아니지.
─ 꿍, 꿍, 꿍!
이건 선율이라기보다는….
─ 꿍, 꿍, 꿍!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EDM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