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3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39화(438/482)
─ I’ll be killing it tonight.
이 문장을 얼마나 오랫동안 울부짖었는지 아는가?
─ I’ll be killing it tonight.
간단히 도와달라기에, 간단히 끝나겠다고 생각했거늘.
─ I’ll be killing it tonight.
그건 오만이자, 착각이었다.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자말은 세 시간 동안 그 말을 계속 되뇌고 있었더니 밤을 죽이기보단, 본인이 죽임을 당하는 쪽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 번만 다시 가자.”
그러나 부스 너머에 앉아있는 현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 위로 사인을 보낼 뿐이었다.
이런.
차라리 음정이 있든가, 플로우라도 있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이건 뭐….
그냥 윽박지르는 수준으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니 더 힘들었다.
형님이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저 더, 더, 더.
더욱 소리치라고만 하시니, 이거 원.
“후우….”
자말은 죽상을 한 채, 물병을 집어 들었으나.
“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넵….”
그마저도 단박에 제지당했다.
뭐 어쩌겠는가?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야지.
첫째, 형님에게 기대하지 않기.
둘째, 형님에게 서운해하지 않기.
셋째, 형님에게 바라지 않기.
넷째, 형님을 귀찮게 굴지 않기.
다섯째, 형님 말에 토 달지 않기.
여섯째, 형님 명령에 복종하기.
일곱째, 형님 앞에서 울지 않기.
여덟째, 형님 얼굴에 먹칠할 행동은 하지 않기.
아홉째, 형님을 괴롭히는 사람은 처단하기.
열 번째, 형님을 위해 죽을 각오로 살기.
자말은 십계명을 속으로 달달 외우며, 다시금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러나, 목은 이미 쉬어버릴 대로 쉬어버린 채였고.
─ I’ll be killing it tonight.
“다시.”
─ I’ll be killing it tonight.
“한 번만 더.”
─ I’ll be killing it tonight.
“진짜 죽일 것처럼.”
아마 이대로면 몇 번 지르지 못하고, 끝날 거다.
그래.
지금 갈라져 나오는 쇳소리만 들어도 그렇지 않나?
─ I’ll be killing it tonight.
지금 당장 각혈을 토해냈다고 해도, 믿을 법한 탁하고 날카로운 고함이 부스 안을 가득 채웠다.
그와 동시에.
“오케이.”
기적처럼 현승이 머리 위로 사인을 보냈다.
정말?
조금 전, 그 목소리를 오케이 하셨다고?
“혀, 형뉨?”
자말이 부스 문을 살짝 열고 현승을 조심스레 불렀다.
“리얼, 진짜루, 저 나가도 되는 겁니까?”
안에 있을 때는 그토록 나오고 싶었던 바깥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오라고 하니 쉬이 발을 뻗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어, 마지막으로 이것만 잘 전달해 주고.”
현승이 턱으로 다시 한번 박스를 가리키며 청했다.
‘쓰읍.’
자말은 그런 현승의 턱짓을 따라 박스를 향해 시선을 옮겼고.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이내 다시 현승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캐물었다.
“그런데 저거, 누구한테 전해주면 되는 겁니까?”
“그냥 유니스 뮤직 그룹 로비 직원한테 맡기면 돼.”
현승이 대충 뭉개듯 대답하는 모습에, 자말은 안 그래도 게슴츠레한 눈을 더욱 가늘게 늘어트렸다.
아니.
곧 유니스 뮤직 그룹에 주인이 되실 몸이, 서류도 아니고 정체 모를 박스를 전달해 달라니.
설마?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봤을 적, 답은 딱 하나였다.
“유니스 뮤직 그룹을 테러하시려는 거죠?”
“뭐?”
“사실 인수 합병은 훼이크이고, 조용히 경쟁 업체를 없애버리시려는 계획이시잖아요.”
자말은 결연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저도 기꺼이 참여하겠습니다. 형님을 위해서라면 이까짓 목숨 다 걸어서라도….”
“네 목숨 걸 일 아니니까, 오버 좀 그만해.”
현승은 그런 자말을 한 대 칠 기세로 주먹을 불끈 쥐며 말허리를 잘라버렸다.
“별 건 아니고, 로비에 사라 스튜어트 나와 있으라고 할 테니까 걔한테 전해주면 돼.”
그 말에 자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사라 스튜어트?”하고 따라 중얼거리기도 잠시.
“네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래.”
예전에 엿들었던 대화를 떠올리고는 씩 웃었다.
“아아, 다 알겠습니다.”
“뭐, 뭘 아는데!”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
현승이 단호히 딱 잘라 냈지만.
“아닙니다, 제가 형님을 위해 뭐든 하겠습니다.”
자말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저 핏줄이 바짝 선, 두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릴 뿐이었다.
* * *
사라 스튜어트는 별안간 작업실을 뛰쳐나오다 말고, 도로 들어가 거울을 통해 얼굴 상태를 확인했다.
“입술이라도 바를 걸 그랬나.”
작업 중이었던지라, 화장기 없이 수수한 얼굴과 대충 질끈 묶은 머리칼이 볼품없어 보였다.
“아니, 잠깐만.”
내가 왜 얼굴 상태까지 확인하고 있는 거지?
“됐어, 그냥 나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린 지 3초도 지나지 않아, 사라는 도로 거울 앞에 섰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두고는 묶었던 머리를 풀어, 손으로 살살 빗어 정돈했다.
“이 정도면 됐지, 뭐.”
그러고는 이내 작업실을 나서, 로비로 향했다.
터벅, 터벅, 탁, 탁, 탁!
종종걸음으로 바삐 걸어가던 사라의 걸음은 점차 뜀박질로 바뀌었고 단숨에 1층 로비에 도착했다.
“허억, 허억.”
이렇게 빠르게 달려온 이유는, 문자 한 통 때문이었다.
[ 로비에 미숫가루 맡겨둘 거니까 찾아가 ]유니스와 합병하기로 결정이 났다는 것도, 유니스의 차기 대표가 되기로 한 것도.
모두 기사를 통해 확인했을 정도로 연락 한 통 없던 현승이, 별안간 연락이 왔다.
심지어.
미숫가루를 맡겨두겠다며 말이다.
‘무슨 의미지?’
사라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천천히 로비 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혹시 제 앞으로 뭐 맡긴 물건 있나요?”
사라 스튜어트는 짐짓 태연한 얼굴로 물었고.
“따로 들어온 건 없습니다.”
되돌아온 대답에, 더욱 크게 심장이 요동쳤다.
그 말인즉슨, 이제 맡기러 온다는 거 아니겠나?
쿵쾅, 쿵쾅.
그때부터였다. 심장이 엇박자로 뛰기 시작한 게.
‘왜 이래?’
사라는 그런 자신의 심장 부근을 부여잡은 채, 진정시키기 위해 다독거렸다.
‘나, 지금 고작 그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뛰는 거야?’
부정했다. 아니,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Fuck….”
괜스레 욕을 중얼거리며, 로비를 빙글빙글 돌아다녔지만, 심장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왜.
왜, 하필 지금 팬 미팅에서 무대를 선보이던 현승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심장 박동수라면 비트 삼아 랩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터벅, 터벅.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쉴 새 없이 발을 굴리던 찰나.
터벅, 터벅.
정문에 나 있는 회전문을 통해 누군가 들어왔고.
“사라 스튜어트.”
그 사람은 반갑다는 듯 자신을 불러세웠다.
“fuck….”
사라는 그 사람을 발견하자, 저도 모르게 욕을 읊조렸다.
“네가 여길 왜 와?”
그도 그럴 게,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었던 까닭이다.
그래.
자말인지 밥알인지 현승 뒤꽁무니 졸졸 쫓아다니는 놈.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네.”
자말은 그런 사라 스튜어트를 향해 콧방귀를 뀌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것마저 형님의 취향일 테니, 존중해 드려야지.”
“뭐?”
“아무것도 아니야. 무거웠는데, 때마침 나와 있었네.”
사라는 자말의 손에 들린 박스를 휙 낚아채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걸 네가 왜 들고 와?”
민현승이 아니라? ─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그 말은 목구멍 안으로 꿀꺽 삼켜냈다.
“작업실 갔는데, 부탁하시길래.”
이내 사라는 되돌아온 대답에 성큼 다가가 따져 물었다.
“너, 또 가서 걔 괴롭혔지? 곡 달라고 괴롭혔지? 어?”
“무슨 소리야, 난 피처링을 부탁받아서 간 거라고.”
“피처링?”
“그래, 무려 개인 앨범에 넣을 수록곡이라고 하셨어. 형님이 그만큼 날 신뢰한다는 뜻 아니겠어?”
자말은 무척 흡족하다는 양 어깨까지 들썩이며 부연하기도 잠시.
“물론, 신뢰와 사랑은 아예 다른 영역이니, 사랑은 너에게 양보하도록 해주도록 하지.”
음흉한 표정으로 눈썹을 들썩이며 덧붙였다.
그러나.
사라의 귀에는 지금 자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직.
‘피처링’과 ‘개인 앨범’이라는 두 단어에 꽂혀 있을 뿐이었고.
“지금, 민현승 어딨어?”
이내 자말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추궁했다.
* * *
“민현승, 민현승!”
사라 스튜어트는 그길로 곧장 현승의 작업실을 찾았고.
쿵, 쿵, 쿵!
작업실 문을 두드리며 현승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머지않아.
작업실의 문이 열리고, 삐딱하게 선 현승이 그런 사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들 왜 그렇게 한국어를 배워오는 거야.”
그런 현승의 입가에는 오묘한 미소가 은은히 깔려있었다.
하나.
사라는 자말의 멱살을 낚아챘던 것처럼 현승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따져 물었다.
“너, 너, 왜 나는 안 불러줘?”
“뭘?”
“자말한테는 피처링 부탁했다며.”
그러고는 이내 현승의 미간이 찡그려지자, 부여잡았던 옷깃을 놓으며 덧붙였다.
“나, 일부러 안 부르는 거지….”
그때.
사라의 머리통 위로 현승의 깊은 한숨이 닿았고.
“너는 휴대폰 폼으로 들고 다니지?”
머지않아 현승의 길고 가느다란 손이 닿았다.
“어?”
사라가 토끼 눈을 깜빡이며 현승을 바라보기도 잠시.
[ 그리고 피처링도 괜찮으면 작업실로 오던가 ]뒤이어 와 있던 문자를 확인하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바보.
바보.
바보.
황급히 뛰쳐나와선, 자말이 피처링을 했다는 말에 눈이 뒤집혀 달려온 까닭에 문자가 온 지도 몰랐다.
“아….”
사라가 망했다는 양 얼굴을 찌푸리던 그때.
“딱 한 소절인데, 할래?”
현승의 나지막한 물음이 들려왔다.
끄덕끄덕.
사라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소절이던, 두 소절이던.
아니.
한 음절이라고 괜찮다고.
“가사랑 가이드 코드만 들려주면 바로 해 볼게.”
별안간 사라는 사기가 들끓는 눈으로 현승을 바라봤고.
“그래, 짧기는 한데 어차피 녹음은 여러 버전으로 딸 거야. 참고만 해서 들어.”
신호를 받은 현승이 바로 잘려진 트랙을 재생시켰다.
─ ♬ ♬ ♬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깔린 멜로디 위로 둔탁한 듯 먹먹한 전자 기타 사운드가 부드럽게 만들어내는 비트.
─ ♬ ♬ ♬
그 위로 짧게 찍혀진 가이드 보컬 코드가 잘 어우러졌다.
─ ♬ ♬ ♬
전체를 다 들은 건 아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하고, 사랑스러운 곡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니라도, 상관없고.’
사라는 금세 음을 따라 흥얼거렸고.
이내.
가사를 알려 달라며, 손짓했다.
하나.
되돌아온 건, 평상시처럼 가사가 적힌 악보가 아닌.
“Just wanna be by your side.”
현승의 나지막한 말소리였다.
“이 소절만 불러주면 돼.”
그 목소리는 유난히 달콤하게 들릴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