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4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41화(440/482)
빈센트는 아침 댓바람부터 대표실을 찾았다.
그러고는 신문을 쫙 펼쳐 든 채, 연신 손가락으로 메인 자리를 툭툭 치며 웃어댔다.
[공식]유니스 뮤직 그룹, 오스틴 뒤이어 HS 대표 이사 취임 확정! 내달 정식 절차 밟아….
그건 현승이 곧 유니스 뮤직 그룹의 대표로서 정식 취임할 거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아.
빈센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곳을 정확히 말하자면, 추후 VINCIS 대표는 본인으로 확정이 났다는 문장이었다.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빈센트는 몹시 흡족한 얼굴로 덧붙였다.
“내가 이래서 당신과 함께하려고 한 거야. 분명 이렇게 사고 한 번 크게 쳐줄 줄 알고.”
본인을 칭찬하는 건지, 현승을 칭찬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되었건 기분이 하늘을 찌를 듯 고양된 건 사실이었다.
“한가한가 봐?”
현승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높낮이 하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얼굴 위로는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가하긴, 네 덕분에 할 일이 태산이지.”
“그럼, 그만 조잘거리고 가서 일을 해 봐.”
결국 현승이 귀찮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고 나서야 빈센트는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았다.
“싸늘하긴.”
이내 빈센트가 눈치를 한 번 살피기도 잠시.
“그보다, 이제 내가 VINCIS의 대표인 거 맞지?”
“어, 맞아.”
“그럼, 법인명도 내 뜻대로 변경해도 되는 거 맞지?”
계속해서 참아왔던 물음을 던졌다.
“법인명? 뭐로?”
“뷔티오.”
“그게 뭔데?”
그러고는 되묻는 현승에게, 사뭇 진지한 얼굴로 부연했다.
“Vincent take over를 줄여서, ‘V.T.O’. 즉, 내가 이 음악 시장을 장악할 거라는 얘기지.”
빈센트는 ‘V.T.O’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다.
그래.
설립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잊지 않고 있던 이름이다.
언젠가 기회만 온다면 ‘V.T.O’로 이름을 바꾸리라.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하던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어때? 멋있지?”
빈센트가 어깨를 들썩이며 물었고.
“아니, 구려.”
현승은 단호히 일축했다.
“그리고 법인명 하나 바꾸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 줄 알아? 서류 한두 장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상장까지 앞둔 마당에, 그냥 VINCIS로 해.”
뒤이어 덧붙인 부연에 크게 반박할 말도 없었다.
이름 하나를 개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법인명을 바꾸는 거야 당연히 어렵겠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평생을 마음속에만 품어온 야망을 이리 쉽게 포기할 수야 있겠는가?
“아니, 그래도 이제 VINCIS는 내가 단독 운영으로─!”
이내 빈센트가 앉아있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으나.
“그럼, 너의 단독 운영이니까 곡도 안 줘도 되는 거지?”
현승의 한 마디에 곧장 도로 자리에 앉았다.
“유니스 뮤직 그룹 대표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유니스와 빈치스, 두 회사는 공동 운명체이니 앞으로도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빈센트의 얼굴 위로는 자본적인 미소가 떠오른 채였다.
* * *
유니스 뮤직 그룹 내부는 어딘가 소란스러웠다.
마치 거친 파도가 한바탕 덮치고 지나간 것처럼, 많은 이들이 휩쓸려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한 속사정까지는 알지도, 관심도 없을 사라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래.”
앤드류는 그런 사라에게 미숫가루 팩 꼭지를 잘라 건넬 뿐, 별다른 부연은 하지 않았다.
아마.
오스틴이 본보기로 반대하는 세력을 솎아냈고, 그런데도 아직 새로운 대표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남아 있어서 소란스러운 거다.
─ 라고 말했다간, 사라는 길길이 날뛸 테니까.
그래.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이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그게 그렇게 맛있어?”
대신, 앤드류는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응, 그렇지만 줄 생각은 없어.”
“치사하긴.”
“이번 건 유독 맛있어서, 안 돼.”
사라는 아이라도 된 것마냥 두 손으로 팩을 붙잡고 미숫가루를 한입에 쭉 털어 마셨다.
“그건 그렇고, HS 대표 취임식은 언제 진행해?”
“위임 절차가 꽤 까다로워서, 정식적으로 절차 밟고 내달 중순 정도에 진행될 거야.”
사라가 그 말에 고개를 천천히 주억이기도 잠시.
“혹시 그, 있잖아….”
이내 앤드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물었다.
“대표 축하 선물, 뭐 이런 건, 뭐가 좋으려나?”
“어?”
“아니, 내가 HS한테 선물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 그래!”
앤드류는 눈매를 좁힌 채 허둥지둥 손까지 내젓는 사라를 의심스럽다는 듯 바라봤다.
“흠.”
그러자 사라는 얼굴을 붉힌 채 악을 써댔다.
“진!짜! 아니라고!”
앤드류는 그런 사라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냥, 선물을 하고 싶다고.
뭐가 좋을지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면 될 것을.
괜스레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결국 사라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 거고, 아직 청춘인 거지.
그 사람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붉어져선, 더욱더 거세게 씩씩거리는 걸 보면.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대문짝만하게 광고하는 것만 안 하면, 뭐든 괜찮지 않을까?”
“그거, 나 아니라니까?”
“그래, 너 아니지. 근데 전광판은 진짜 안 된다.”
“아씨, 진짜 아니라고!”
이내 사라는 앤드류를 향해 뛰어들었고.
“그래, 너 절대 아니지.”
앤드류는 그런 사라를 부드럽게 제지하며 연신 웃음기 서린 얼굴로 놀리듯 덧붙였다.
“아닌 거 알지만, 이젠 안 된다?”
그 말에 사라가 이젠 악을 넘어, 발악해대기 시작한 찰나.
띠링!
앤드류가 분신처럼 챙겨 다니던 패드 화면이 밝게 빛나며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스륵, 스륵.
곧장 알림을 클릭했고.
“음?”
앤드류가 눈매를 좁힌 채 천천히 훑어보기도 잠시.
“어…?”
화면에 코를 박을 기세로 고개를 쭉 내밀었다.
“응? 뭔데 그래?”
“HS가 메일을….”
“HS? 민현승이?”
“근데 이게 뭐지?”
첨부된 파일은 두 개.
그러나.
적힌 내용은 고작….
[ keep going ]─ 이게 전부였다.
* * *
유니스 뮤직 그룹 내 수장 격이랄 수 있는 이사들이 잘려 나가며,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기야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반기는 이들도 있어 보였다.
“그럼, HS 얼굴도 볼 수 있겠지?”
“갓치스가 진짜 오는 걸까?”
“그럼, 가짜겠어? 오스틴이 직접….”
테라스에 앉아 떠들던 여직원들은 킬리언을 발견하고는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꾸깃.
킬리언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빈 종이컵을 아무렇게나 구겨 버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HS 그리고 갓치스.
여직원들의 입에서 나온 두 이름은 모두 유니스 뮤직 그룹의 차기 대표의 이름이다.
세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이명 같은 거랄까?
그리고, 그의 본명은….
민현승.
그의 본명을 알고 있는 건,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도 결정권을 지닌 지분 소유자들뿐이다.
킬리언. 그 또한, 그중 하나였다.
그는 사내 정치라던가, 회사의 존망에 관심을 두고 간섭하려는 사람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아서 안 하는 거다.
그래서.
사내 정치하기 좋아하는 늙은이들은 킬리언을 싫어했다.
꽤 높은 지분율을 지니고 있으면서, 늘 중립적인 태도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떠도는 꼴이 곱게 보일 리 없겠지.
“민현승….”
어떻게 보면, 고마워해야 하나? 덕분에 귀찮게 하던 늙은이들을 치워줬으니?
저벅, 저벅.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팔 벌려 환영할 마음은 없다.
귀찮기에 간섭하지 않을 뿐,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니까.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듀서로서 세간에 인정받고 있다는 건 안다만.
그건, 기업 운영과는 또 다른 영역이지 않나?
저벅, 저벅.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킬리언의 발은 어느새 엔지니어 실 앞에 멈춘 채였다.
사내 이사가 된 이후에도 끊지 못한 습관이었다.
별수 있나.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킬리언은 음악이 좋아 엔지니어가 된 거니까.
끼이이익.
좋아하는 것이 가득한 곳을 찾는 건, 본능적인 거다.
─ 꿍, 꿍, 꿍!
그래, 그런 건데….
─ 꿍, 꿍, 꿍!
이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 꿍, 꿍, 꿍!
인상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거대한 사운드는 물론이고.
─ I’ll be killing it tonight!
정신 사나운 비트 위로 거친 야생마의 포효 같은 이 쇳소리는 뭐란 말인가?
이건 노래라기보단, 윽박이 더 맞을 것 같은데.
─ I’ll be killing it tonight!
이런 곡을,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 유통한다고?
저벅, 저벅.
킬리언이 등을 돌리고 앉은 엔지니어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그때.
─ 치직, 치직.
귀를 찢을 듯한 판 스크래치 소리가 들려오며, 곡 체인지가 이뤄졌다.
─ 쿵, 쿵, 쿵.
이내 킬리언은 첫 비트만 듣고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웨스트코스트 힙합이잖아?’
뒤이어 비트에 맞춰 여성이 랩을 뱉어냈고.
─ 둥, 둥, 둥.
머지않아 곡은 다시 한번 체인지 되었다.
‘북소리인가?’
킬리언은 이제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음량이 익숙해졌는지, 곡의 장르를 파악하는데 더욱 열중했다.
비트만 들었을 땐, EDM인데.
어딘가 얼과 한이 담긴 소리가 섞여서 들려온달까?
그것도 교묘하게 엇박자로 사람을 흡입시켰다.
‘대체 누가 만든 거지?’
이쯤 되니, 지금껏 들려온 곡의 원작자가 궁금해졌다.
그때.
맥없이 곡이 끝나기도 잠시.
─ 웅, 웅, 웅.
다음 트랙으로 넘어갔는지, 먹먹한 사운드가 천천히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아니.
잠시만, 다음 트랙이라고? 그럼, 조금 전에 들었던 건 전부 한 곡이라는 말인가?
짐승의 포효와 웨스트우스트 힙합, 그리고 묘하게 한이 느껴지는 비트 사운드가….
전부 한 곡이라고?
킬리언이 궁금증을 못 참고 당장 원작자를 물어보려던 그때.
─ ♬ ♬ ♬
조금 전 트랙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곡이 들려왔다.
조금 전처럼 사운드 체인지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원작자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
이전은 퓨전 EDM이었다면, 지금 들리는 이 곡은 R&B 풍이 물씬 느껴지는 곡이었다.
─ Just wanna be by your side.
그 위로 끈적하면서도 구름 위를 거닐 듯 가볍게 흐트러지는 여성의 목소리가 포개졌고.
─ Just wanna be by your side.
그 여성은 마치 자신을 유혹하듯 계속해서 속삭였다.
─ Just wanna be by your side.
계속해서 다른 호흡, 다른 음정으로.
─ Just wanna be by your side.
애간장을 태우듯 연신 속삭였고.
“하아….”
킬리언은 어느새 완전히 빠져든 채였다.
달칵.
그때 한 엔지니어가 눈을 감은 채 리듬을 타고 있는 킬리언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트랙을 중지시켰다.
“오, 오셨습니까!”
킬리언은 그런 엔지니어를 죽일 듯 노려보며 물었다.
“왜 끊어, 갑자기 왜 끊냐고.”
“네?”
“방금, 이거 부른 사람 누구야.”
평상시와 달리 잔뜩 격양된 킬리언의 물음에 엔지니어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고,
“예? 아, 그, 그게….”
“바로 말해.”
“사라 스튜어트입니다.”
“이게 사라라고?”
킬리언은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입을 틀어막은 채 그럴 리 없다며 부정했다.
사라 스튜어트.
그 녀석이 이렇게 달콤하고, 끈적일 리가 없잖아.
마스터링할 때 목소리를 많이 만진 건가?
“그럼 혹시 곡도 사라 스튜어트가 직접 만든 건가?”
“그건 아닙니다. 사라 스튜어트는 피처링만 했습니다.”
“사라 스튜어트가 피처링이라… 원작자가 누구지?”
그 물음에 엔지니어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눈치를 살펴댔고, 이내 한 엔지니어가 등쌀에 밀려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 대, 대표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오스틴?”
“아, 아니요. 이번에 새로 오시는 대표님께서….”
킬리언은 말끝을 흐려 버린 엔지니어를 바라보며 “HS?”하고 되묻기도 잠시.
“혹시 이 전에 틀었던 곡도 HS가 만든 건가?”
설마 하는 얼굴로 물었다.
끄덕, 끄덕.
엔지니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주억거렸고.
“푸학.”
킬리언이 웃음을 터트리자, 다들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킬리언은 웃는 법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웃지 않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본래 대표인 오스틴이 은퇴하고, 새로운 대표가 오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이때.
제아무리 사내 일에 관심이 없는 킬리언이라지만,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와중에 ‘HS’라는 이름을 듣고 웃음을 터트렸다?
상당히 위험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본래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니까.
“무, 무슨 일 있으세요?”
엔지니어는 괜한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걱정하며 되물었고.
킬리언은 그런 엔지니어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끅끅거렸다.
이윽고.
마른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옅게 미소가 번진 입술로 중얼거렸다.
“아, 이러면 조금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