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4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42화(441/482)
현승은 본격적으로 대표실을 비워 주기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
톡, 톡, 톡토독.
그런데.
톡, 톡, 톡토독.
정리를 도와주겠다며 대표실을 찾은 박 전무와 김 이사는 아까부터 각자 휴대폰만 붙잡은 채, 키득거리기 바빠 보였다.
“계속 휴대폰만 하실 거면 이만 나가 주시죠?”
둘이 동시에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게 상당히 수상해 보이긴 했으나, 현승은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보나, 마나.
둘이 시시한 얘기나 나누고 있는 거겠지. 추궁할 시간에 서둘러서 정리를 끝내는 게 효율적이다.
“아냐, 아냐.”
둘은 보던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현승의 짐을 상자에 옮겨 담는 것을 도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들은 다시 휴대폰을 잡고 키득거렸다.
‘대체 왜 저래?’
현승이 그런 그들을 이상하게 훑었다. 저건, 골 때리는 계략이라도 짜는 듯한 얼굴인데….
이쯤 되니 슬슬 궁금했다.
대체 둘이 나만 두고, 무슨 계략을 짜고 있는 거냐고.
“큼.”
현승이 일부러 헛기침해, 그들의 이목을 끌었다.
“먼지가 많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김우현이었다.
이내 김우현은 대표실 안에서 가장 크게 트인 창문을 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저러니 더 수상한데?’
현승은 애써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김우현을 집요하게 바라봤으나, 묻지는 않았다.
차마.
나만 빼놓고, 둘이 무슨 작당 모의를 하고 있냐는 말을 물을 수는 없던 까닭이었다.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입이 찢어져도 못 해.
한편.
현승의 눈치를 살피며 먼지를 털던 김우현은 다시금 휴대폰을 슬쩍 꺼내 들었다.
톡, 톡, 톡토독.
그러고는 연신 채팅창을 두드리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그 채팅창 안에는 김우현을 비롯해 박 전무와 사라 스튜어트 그리고 동생인 현아까지 입장해 있었다.
그래.
현승만 제외하고.
.
.
[ 사라 님이 Villaindaddy 님 외 4명을 초대했습니다. ]어젯밤이었나? 갑자기 사라가 채팅창을 개설했고.
엥? 사라 언니?
이거 보이스 피싱 아냐?
현승이는 왜 초대 안 해?
평소 서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닌 사라의 부름에 다들 당황스러워하기도 잠시.
민현승, 대표 취임 선물을 고르려고 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초대한 지 10분 만에 온 사라의 카톡에 웃음을 터트렸다.
선물 하나 고르는데, 이 인원을 대동한 것도 웃기는데.
그는 무엇을 좋아합니까?
나는 도무지 알지 못합니다.
누가 봐도 번역기를 돌린 듯한 화법에 웃음이 터졌다.
아마 자신 말고는 전부 한국인인 만큼 배려한 거겠지.
가만 보면.
현승이 짝으로서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금쪽이 저번에 곰돌이 인형 가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김우현은 별안간 장난기가 발동해, 아무 말이나 내뱉었고.
맞아요. 집에서도 맨날 낡은 곰 인형 안고 자요.
오빠가 생각보다 아기자기한 편이라 곰 인형 말고도 바비 인형 컬렉션도 좋아해요.
현아는 곧장 센스 있게 받아치는 건 물론이고, 한술 더 떴다.
남자가 그런 걸 안고 잔단 말이야?
녀석, 나이가 몇인데 대체.
물론, 박 전무님만 홀로 장난을 다큐로 받아들이시긴 했지만.
진실입니까? 그는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는 편입니까? 여자 취향도 귀엽습니까?
대체 여자 취향까지는 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뒤로 김우현은 현아와 손발을 맞춰, 현승이 가장 싫어할 법한 것들을 늘어놓았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추후 현승을 놀리기 위함이었다.
그래.
사라가 준비한 선물들을 받고, 당황스러워할 현승을 보기 위해서.
현승이 녀석, 그러고 보니 저번에 다이아 반지 사고 싶다고 칭얼거리지 않았나?
루비 박힌 반지였던 것 같습니다.
아, 맞네. 루비.
나중에는 박 전무까지 눈치채고 동참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선물 리스트가 완성되고 있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디어 현승의 취임식 파티가 열렸다.
물론.
현승은 제발, 파티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으나.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유니스 뮤직 그룹에 왔으니 우리의 전통을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오스틴이 딱 잘라 거절하는 바람에, 취임식 파티는 창립 이후 가장 거창하게 열렸다.
먼저 기사에 실릴 형식적인 취임식을 먼저 진행한 뒤,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쨍그랑.
현승은 어울리지도 않는 샴페인 잔을 들어 올려, 오스틴의 잔과 부닥치며 주위를 살폈다.
아마.
오스틴은 본인이 온전히 물러나기 전, 남은 이들에게 얼굴도장을 찍어 두게 할 셈인 거겠지.
하나.
연신 다른 테이블에서 삼삼오오 모여 잔을 부닥치기만 할 뿐.
쨍그랑, 쨍그랑.
앞서 현승의 곁으로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다들 짐짓 파티를 즐기고 있는 척 웃고 있었지만, 곁눈질로 현승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럴 만하지.
유니스 뮤직 그룹으로부터 말도 안 될 특혜를 받던 작곡가.
그런데.
유니스 소속 아티스트를 데려가, 레이블을 차린 배은망덕한 놈.
무엇보다 사업 운영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마저 새파랗게 어린놈.
그들이 본 자신은 그러할 테니까.
분명 오스틴의 압박에 못 이겨, 찬성표를 던졌을 뿐.
아직 자신을 온전히 대표로 받아들인 이는 없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부 다 사실이다.
유니스,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오스틴에게 특혜를 받고 있던 것은 물론이고, 빈센트와 미국에 떡하니 레이블을 차렸다.
그저 유통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음반을 만들기도 하는 유니스 뮤직 그룹인 만큼 음반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빈치스는 경쟁사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제법 위협적인 경쟁사로 느껴졌을 테지.
그런데.
그 경쟁사의 대표가, 별안간 자신들의 머리 꼭대기에 들어앉으려고, 하니 마음에 들 리가 있나.
나이도, 경험도.
여러모로 부족한 애송이가 천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현승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하지 않았을 뿐이지, 못 할 거라 생각한 적 없었다.
이전 삶에서 높은 곳에 오르고, 또 오르며 만나 온 사람만 해도 한 트럭에 쌓고도 남을 터.
그 만남들이 마냥 실속 없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어 주었고.
지금 자리를 오게 해 준 것이다.
유니스 뮤직 그룹 대표 자리가 목표였던 것은 아니라지만, 자기 사람들을 챙기기 위한 힘을 갖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다.
그러니.
제대로 해 봐야지.
꽈─악.
잔을 쥐고 있던 현승의 손에 힘이 들어간 그때.
“처음 인사드립니다, 대표님.”
장내에서 그나마 앳돼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하필, 오스틴이 잠시 자리를 비운 이때 올 건 뭐람.
“네, 누구시죠?”
현승이 귀찮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런 그에게 신상을 물었다.
어차피 자신과 관계 있는 인물이니, 인사도 걸었을 테고, 그렇다는 건 알아 둬서 나쁠 건 없겠지.
“조슈아라고 합니다. 총괄 디렉터 겸 사내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작곡가로서 명성 드높은 HS 님을 대표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현승이 그가 내민 손을 덥석 잡으려고 하기도 잠시.
“조슈아?”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혹시 저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 물음에 현승이 눈썹을 들썩거렸다. 알다마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네.’
전생에서 알던 시기와 비교하면 그는 고작 7살 정도 나이가 어려졌을 뿐인데.
얼굴이 너무 달랐던 탓에 만약 소개를 신경 써서 듣지 않았더라면, 못 알아볼 뻔했다.
아직 싱그러운 걸 보면….
아직은 마약에 손을 대기 이전인가 보군.
물론.
조슈아는 자신의 명성을 이미 알고 있었냐는 뜻으로 거드름 피우려 물은 것 같지만….
현승은 그의 다른 명성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영어를 못하시는 건 아니죠?”
조슈아는 생각에 잠긴 현승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들은 거라 지레짐작하고 재차 물었다.
“실력 좋은 디렉터시라고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요.”
현승은 그런 조슈아를 향해 표정을 고쳐 지으며, 유창한 영어를 뽐냈고 이내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맞잡은 두 사람의 손아귀에는 점차 힘이 실렸고.
“작곡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시다고 하니, 나중에 저도 좀 배워 볼 수 있겠습니까?”
조슈아는 구김살 하나 없는 얼굴로 물어왔다.
제법 아플 텐데, 이때부터 연기를 잘했네?
“작곡이라는 게 배운다고 되진 않더군요. 잘하시는 걸, 향상하는데 집중하는 쪽이 더 좋을 겁니다. 여러모로.”
현승이 그런 조슈아를 따라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분명 나긋한 어투였으나, 조롱의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하하, 오시자마자 군기 잡으시는 건가요?”
조슈아는 넉살 좋게 웃었지만, 그 뜻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자신이 전생에 알고 지냈던 이가 맞는다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소중한 직원의 꿈을 그렇게 가차 없이 뭉개 버리시다니, 너무하십니다.”
웃는 얼굴 뒤로 숨겨진 눈빛이 흉측할 만큼 음침함을 담고 있는 걸 보니 역시, 맞네.
“안 될 싹은, 바로 자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현승이 싸늘하게 받아쳤다.
그러자.
조슈아의 표정이 굳어지기도 잠시.
“짠 하실까요?”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쨍그랑.
현승은 그런 조슈아의 잔을 성의 없이 부닥치고는 남은 샴페인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갈증이 많이 나셨나 보네.”
제 앞에서 살살 웃는 얼굴로, 속을 긁어 대는 조슈아 때문이었다.
‘정말, 안 될 싹은 썩어 버리기 전에 잘라 버려야지.’
현승은 자신이 대표로서 오르게 된다면, 조슈아부터 처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이 녀석은….’
현승이 조슈아와 관련된 과거를 상기시키려던 그때.
“우리 짠 했으니까, 잘 지내 봐야 합니다?”
불편한 티를 내도, 계속해서 안 가고 버티던 조슈아가 낯짝 좋게 웃으며 넉살을 부려 왔다.
“유니스는 지금 새 대표님 맞이로 안 그래도 소란스러운 중이니, 부디 이전처럼 사소한 문제로 사건·사고를 일으키지 않으시길 부탁드려요.”
아니, 넉살이 아니라 충고하고 싶었든 건가.
“사소한 문제라….”
조슈아가 말하는 건, 최근 배디를 폭로해 나락으로 가게 만든 것을 얘기하는 거겠지.
즉.
인종 차별처럼 사소한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자리나 지키라는 거겠지.
“저에 대해 잘 아시는 것 같으니, 혹시 제 별명도 아십니까?”
이내 현승이 샴페인을 잔에 천천히 채우며 물었다.
“그것까진 제가 모르죠.”
“금쪽이.”
“예?”
“제 별명이 ‘금쪽이’입니다. 한국에서 사고 치는 어린애들을 ‘금쪽이’라고 부르거든요.”
조슈아는 현승을 이상하게 바라보다 말고, 다시금 표정을 고쳐 지으며 비위 맞추듯 답했다.
“어찌 보면, 앳된 얼굴에 잘 어울리는 별명이시네요.”
“근데 금쪽이는 아무도 못 말려요. 오은용 박사님 말고는,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고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저를 말리고 싶거든, 오은용 박사님이라도 데려오란 말입니다. 근데 그 박사님이 엄청 바쁘셔서 아마 저보다 모시기 어려울 겁니다.”
점차 알 수 없는 말들에 조슈아는 페이스를 잃고 작은 근육 세포가 균열이 나듯 어색하게 일그러졌다.
다만.
보는 눈이 많아서인지, 금세 다시 웃는 낯을 되찾았고.
“새 대표님은 전 대표님과 달리 유머러스하시네요. 역시 젊으셔서 그런가? 저도 한 잔 더 주세요.”
싱긋 웃는 얼굴로 되받아치며 잔을 내밀었다.
일순간.
그 얼굴 위로 전생에서 마주했던 조슈아의 얼굴이 겹쳐, 구역질이 쏠릴 것 같았다.
더는 못 봐주겠군.
현승은 보란 듯이 자신의 잔만 채워, 한입에 털어 넣고는 간결히 덧붙였다.
“할 말은 다 끝난 것 같으니, 이만 다른 곳 가서 짖어 주시죠.”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개가 짖는다고 계속 멈춰서 관심을 주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못 가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조슈아의 얼굴이 붉은빛으로 얼룩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