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4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43화(442/482)
앞으로 유니스 뮤직 그룹을 이끌 어린 대표.
그리고.
영향력 있는 디렉터이자 사내 이사인 조슈아.
두 사람이 마주했다.
사람들은 아닌 척했지만, 그런 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에 방증으로, 샴페인 잔을 부닥치는 소음마저 들리지 않을 만큼 장내는 차분히 가라앉은 채였다.
“개가 짖는다고 계속 멈춰서 관심을 주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못 가지 않겠습니까?”
이내 사람들은 새로운 대표의 언행에 기함하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지금 조슈아한테 개라고 한 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사람 앞에 두고 저렇게 말할 수 있나?”
“언행이 불손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망나니일 줄이야.”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어린 차기 대표의 불손한 언행에 그들은 좋은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물고, 뜯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한 말은, 자신들을 향한 경고와 같은 말이기도 하지 않나?
앞으로.
본인에게 짖는 이들은 철저히 무시하겠다.
─는 의미를 담은 경고.
비록.
그들은 지금까지 오스틴이 무서워 나서지 못했지만, 오늘이 지나면 철저히 저 어린 대표를 고립시켜야겠다고 속으로 이를 갈았다.
“신고식 화려한데?”
그때 구석진 테이블에 홀로 서 있던 킬리언이 흥미롭다는 듯 현승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 이럴수록 더 마음에 드는데 어쩌지.”
잔에 담긴 샴페인 위로 옅은 소용돌이가 생길 때까지 빙글빙글 돌리기도 잠시.
저벅, 저벅.
웃음기 가득한 입꼬리를 억누르며 현승을 향해 다가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러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소개를 덧붙였다.
“사내 이사, 킬리언이라고 합니다.”
“킬리언?”
현승이 그런 킬리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인사를 받았다.
“아, 유니스에서도 손꼽히는 엔지니어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네, 아무래도 적을 잘 알아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고는 소리 없이 입꼬리만 올려 보였다. 킬리언은 그런 현승을 따라 가볍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저렇게 속을 다 드러낸다니.’
이전 대표인 오스틴과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네.
그런 곡을 만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알아봤지.
그때.
조슈아가 그런 킬리언의 어깨를 가볍게 매만지며, 애써 웃는 얼굴로 얘기했다.
“킬리언, 미안하지만 내가 차기 대표님과 좀 기나긴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은데, 인사는 나중에 다시 하러 와 주겠어?”
“그래? 근데, 기나긴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건 어때? 더 이어 나갔다간 네 꼴만 더 우스워질 것 같아서 걱정되는데.”
“뭐?”
“그렇잖아. 누가 봐도 네가 기 싸움에서 지고 있던데, 더 붙어 봤자 네 꼴만 우습잖아.”
그 말에 조슈아가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로 입술을 깨물며 “크윽.” 하고 신음했다.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려 했으나, 쉬이 되지 않는지 연신 미간을 찡긋거렸다.
“무엇보다 오늘은 우리 대표님 처음 취임한 날인데. 여기까지 하는 게 어때?”
킬리언은 그런 조슈아에게 모른 척, 덧붙였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현승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 까닭이다.
“제가 아니라 두 분이 하실 얘기가 많아 보이시는데, 편하게 나누세요. 저는 잠시 화장실 좀.”
하나, 현승은 샴페인 잔을 내려놓고는 자리를 피해 버렸다.
‘젠장.’
이러면 계획이 엇나가는데.
“킬리언, 너 원래 그렇게 나서는 성격도 아니잖아? 대표 바뀐 김에 이번에는 라인 타 보려는 거야?”
그때 조슈아가 킬리언의 코앞까지 바싹 다가가,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그래.
조슈아의 입장에선 갑자기 껴든 킬리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킬리언은 회의 참석률이 가장 저조한 인물로 꼽힐 만큼,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는 관심이 없었고.
예전부터 둘의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킬리언이 먼저 시비를 걸어오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왜 저러는 거야?’
그러니, 조슈아가 킬리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음….”
킬리언은 그 말에 침음을 흘리기도 잠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좋은 생각이라고 손가락까지 딱 튕기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이왕이면 제대로 타서, 꼴 보기 싫은 널 내쳐 달라고 아부라도 해 보지, 뭐.”
그러고는 연신 조슈아의 화를 돋우기로 작정한 것처럼 계속해서 깐족거렸다.
아아.
단순히 조롱 삼아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일정 수치의 진심 또한 섞인 말이었다.
“고작 남이 만든 곡 만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게.”
그래, 이렇게 예전부터 엔지니어를 무시하곤 하는 자식이었으니까. 귀찮다는 이유로 엔지니어를 싸잡아 무시하는 행위를 십여 년간 피하듯 무시해 왔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엔지니어가 눈에 띄어서 운 좋게 이사까지 올랐으면 조용히 자리나 지킬 것이지.”
그러나, 더 이상 엔지니어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보고도, 묵인하지 않으려 한다.
“남이 만든 곡이나 만지는 거라면, 넓은 범위로 봤을 때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절대 디렉터를 비하할 마음은 없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니까.
무엇보다.
요즘 곡 만들고 다닌다고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다 못해, 엔지니어들까지 괴롭힌다지.
“정작 본인 곡은 혼자 힘으로 만들지도 못 하는 주제, 입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떠드는 게, 네 일이잖아?”
“보는 눈도 많은데, 이사끼리 싸워서 되겠니?”
조슈아는 그런 킬리언의 도발에 되레 웃으며 받아쳤다.
다만.
말끔히 드러낸 이마 위로는 핏줄이 바짝 선 채였다.
“그렇네.”
킬리언이 더 말을 덧붙이는 것 대신, 주변을 살피고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그러고는.
현승이 나간 문 쪽을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보는 눈 없는 곳에서 차기 대표한테 아부나 하러 가야겠다.”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기기도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에서 숙덕거리고 있는 인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네 편 들어줄 사람, 저기 많은 것 같은데, 가 봐.”
이윽고.
비웃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 * *
파티장 내부가 소란스러운 그때.
뿅, 뿅, 뿅.
화장실 안에서는 게임에서 사용될 법한 효과음이 들려왔다.
뿅, 뿅, 뿅.
그건 현승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소리였다.
“아, 재미없어.”
하나, 흥미가 금방 식어 버린 건지 금세 휴대폰을 주머니에 욱여넣고는 세면대로 향했다.
이제 오스틴도 인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겠지?
‘나도, 슬슬 돌아가야겠네.’
썩 돌아가고 싶지도, 반길 사람도 없을 테지만.
오스틴이 신경 써서 주요 인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 주고, 파티까지 열어 준 만큼, 자리를 끝까지 지킬 생각이었다.
솨아아아아아!
이내 현승이 두 손으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받아, 그대로 얼굴을 담갔다.
그러자, 뺨에 스멀스멀 올라오던 뜨거운 열기가 달아났다.
‘파티는 역시 나랑 안 맞아.’
그렇게 생각하며 손수건을 꺼내, 물기를 닦아 내던 찰나.
“때마침 화장실에 계셨네요.”
화장실 문이 열리고, 자신을 킬리언이라 소개했던 남성이 들어왔다. 때 마침은 무슨.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그랬나요? 제가 기억력이 썩 좋지 못한 편이라.”
킬리언은 시침을 뚝 떼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좋네요.”
거뭇하게 자라난 수염과 짙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사나운 눈매가 박 전무를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박 전무만큼은 아니지만, 척 보기에도 단단한 풍채와 바닥을 긁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그러나.
그는 생김새와 달리, 상당히 쾌남처럼 웃어 댔다.
‘기분 나쁘게.’
현승은 그런 킬리언에게 시선을 거두며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다소 피곤하니, 하실 얘기 있으시면 얼른 하시죠.”
또, 어린 대표의 기를 꺾기 위해 친히 행차하신 걸 테니까.
“제가 대표님을 적대할 거라는 걸 아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아무래도.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 대표로서의 생활은 영 매끄럽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취임식 첫날부터 이렇게 손수 친절히 시비를 걸어와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다만.
조슈아와 달리, 킬리언에 대한 정보는 실력 좋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오스틴의 마음에 들어, 이사가 되었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전생에서의 연도 없고, 어깨너머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니.
더욱 쉬이 보이면 안 되겠지. 상대방이 어떤 형태를 지닌 적인지 모르니까.
“모르면 바보 아닙니까?”
이내 현승은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킬리언의 앞에 마주했다.
별안간 둘은 공중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를 듯 눈싸움을 벌였다.
‘음?’
다만,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의 눈빛에는 적대감이 서려 있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맑고 투명했다.
‘그만큼 속을 잘 숨기는 편인가?’
현승은 상대하기 피곤할 것 같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고.
이내 묵묵히 서 있는 그를 지나쳐 문을 열려던 찰나.
“저는 대표님이 마음에 듭니다.”
킬리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만에 제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찾았네요.”
나긋하지만, 상당히 위험할 정도로 애정이 담긴 그런 목소리.
‘애정?’
현승이 소름 끼친다는 양 팔뚝을 쓸어내리기도 잠시.
“저, 그런 취향 아닙니다.”
딱 잘라, 일축하고는 다시금 문고리를 밀기 위해 고쳐잡았다.
하나, 킬리언은 현승을 보낼 마음이 없는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곡, 들었습니다.”
그의 말은 현승을 멈춰 세우기 충분했다.
“이번에 보내신 음원을 우연히 들었거든요.”
안 그래도,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듣고 싶었다.
자신의 새로운 도전 같은 곡에 대한 평가를.
특히, 자신의 측근이 아니라….
생면부지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객관적인 평가를.
“어떠셨습니까?”
현승이 관심을 보이며 묻자, 킬리언은 땅에 그대로 굳어 버린 것 같던 몸을 돌려 마주했고.
“오랜만에 손을 놓았던, 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싶더군요.”
나지막이 덧붙였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그 말에 현승은 몸에 한껏 들어가 있던 힘을 풀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애정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아아.
나에 대한 애정 말고, 음악에 대한 애정.
“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까?”
“듣느라, 바빴거든요.”
“듣고 나서, 하셔도 되지 않나요?”
현승이 느슨해진 태도로 되물었다.
“음.”
그러자, 킬리언은 고심에 빠진 듯 침음을 흘렸고.
이내.
쾌남처럼 입꼬리를 시원하게 찢어 올리며 되물었다.
“고흐가 그린 작품 위에 어떤 누가 덧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왠지.
유니스 뮤직 그룹에서의 생활도 썩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