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4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46화(445/482)
임원급 주요 회의에만 문이 열리는 대회의실.
그 안으로 많은 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분명.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어야 할 이곳은, 현재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큭, 큭.”
소풍이라도 온 듯, 시끌벅적한 장내로는 낄낄거리는 웃음이 연신 터져 나왔다.
“근데, 이사님.”
그때 한 남성이 조슈아를 조심스레 불러 세웠다.
그 남성은 이사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장내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그가 지금껏 참여한 회의는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엄중하고 삼엄한 분위기였다.
더군다나.
새로 취임한 대표가 참여하는 첫 회의인데….
다들 너무 풀어져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은 뒤로한 채, 염려되는 점을 물었다.
“만약 반대를 무릅쓰고 진행한다고 하면 어쩌죠?”
“막을 수야 없겠지.”
“네?”
“대표가 곡을 유통하면 안 된다는 규율이 있진 않으니까.”
조슈아의 답변에, 남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럼, 왜….”
그도 그럴 게, 이번 회의는 새로 온 대표가 처음 지시한 일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그것도 조슈아가 직접 임원을 모아 주최한.
그런데, 막을 수는 없다니?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벌인 일이라는 거잖아?
“막아낼 수도 없는 문제로 왜 회의까지 열었냐고?”
그때 조슈아가 그런 남성의 표정을 읽은 듯, 되묻기도 잠시.
“알렌, 잘 들어.”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띠며 덧붙였다.
“그냥 이건 새로 온 대표의 환영회이자 신고식 같은 거야. 즐기기나 하라고.”
알렌이라는 남성은 그런 조슈아를 보고 있노라니, 왠지 께름칙한 기분이 스칠 따름이었다.
* * *
유일하게 현승을 따라 유니스로 온 미셸은, 그보다 앞서 나가 회의실 문 앞에 섰다.
그러고는 뒤따라오는 현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바로 문을 열어도 되는지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잠시.”
현승은 그런 미셸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옷깃을 매만졌다. 갑갑한 셔츠부터, 넥타이를 당장이라도 풀어 헤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또한 지금 얻게 된 힘과 권력의 무게일 테니까.
하나를 집어 들면, 하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법이지.
“열어요.”
현승은 매무새를 다듬고는, 미셸을 향해 지시했다.
똑, 똑.
이내 지시를 받은 미셸이 회의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려오던 웅성거림이 일제히 멈췄다.
끼이이이익.
머지않아 거대한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현승이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터벅, 터벅.
구두 굽 소리가 들릴 만큼 적막이 흐르는 장내에는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머지않아.
현승이 상석 자리에 도달하자, 그들은 동시에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물론.
정수리는 보여주지 않았다.
“앉으시죠.”
현승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 착석했다.
한 사람만 빼고.
묵념이라도 하는 듯 구십 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킬리언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 딱 좋았다.
“거기도 앉으시죠.”
현승이 콕 집어 지시하자, 그제야 킬리언도 착석했다.
아니, 편들어준다고 하긴 했다지만, 저건 너무 노골적으로 편드는 거 아닌가?
‘하아….’
현승은 벌써 피곤함이 몰려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상석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취임식에서 인사는 나눌 만큼 나눈 것 같으니, 바로 회의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그러고는 자리에 놓인 서류를 탁 짚으며 물었다.
분위기 따위를 파악할 필요는 없었다. 서류만 대충 눈으로 훑어봐도, 이 회의가 왜 주최된 건지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
개인 앨범 발매를 막기 위함이겠지.
그것도 아니면….
기를 한번 눌러볼 심산이던가.
“아무래도 오늘 회의 안건의 주인공이 저인 것 같습니다.”
이내 현승이 서류를 펄럭이며 입을 열었다.
“이 안건을 제시한 분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요?”
그렇게 말한 현승의 시선은 이미 조슈아로 향해 있었다.
조슈아 또한 그런 현승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으음….”
둘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흐르기도 잠시.
“마치 제가 제시했다는 걸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조슈아는 곁눈질로 킬리언을 흘겨보며 되물었다. 아무래도 킬리언이 사전에 정보를 흘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생각보다, 멍청하진 않네.
현승은 그런 조슈아와 킬리언을 번갈아 살피다 말고,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왠지 그쪽일 것 같아서요.”
그러고는 이내 조슈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덧붙였다.
“제 앞길을 막을 사람이.”
그 말에 조슈아의 눈꺼풀이 얇게 떨렸다.
“그럼, 들어보죠. 첫 출근부터 회의를 소집하고, 제 유통을 반대하려는 이유를.”
조슈아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지만, 좀처럼 얼굴 위로 베인 구김살을 사라질 생각조차 없었다.
아니.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대표란 자리에 앉았으면, 자고로 대표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야지 않겠습니까?”
머지않아 조슈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작곡가가 아님을 인정하셔야 할 때입니다. 유니스 뮤직 그룹의 대표로 온 이상, 곡 작업보단 회사 전체를 살피셔야죠.”
그가 늘어놓는 말들은 퍽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으나, 꽤 그럴싸한 말들이었다.
이내 주위에 앉은 이들도 미리 합을 맞춰보기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의 의견을 동의하고 나섰다.
“그럼, 다른 걸 묻겠습니다. 혹시 대표가 음원 유통을 하면 안 된다는 규율이라도 있습니까?”
현승은 그런 이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피며 되물었다.
사실.
이미 답을 알고 한 질문이었다. 유니스 뮤직 그룹에는 그런 규율 따위는 없다는 것을.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보여선 안 되니 한 말이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조슈아가 말끝을 흐리기도 잠시.
“아무래도 그런 곡 같지도 않은 곡을 발매하신다면 HS라는 이름에 금이 가지 않겠습니까?”
마치 현승의 입장을 배려해 주기 위함이라는 것마냥 거들먹 떨며 말을 이었다.
“HS는 이제 유니스 뮤직 그룹을 대표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유니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짓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슈아는 그 말을 끝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꽤 정중하며, 회사를 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까딱하면, 속아 넘어갈 뻔했네.
“곡 같지도 않은 곡이라….”
현승은 조슈아가 한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헬멧을 챙겨올걸. 역시 표정을 숨기기엔, 헬멧만 한 게 없는데.
“조슈아 씨, 요즘 작곡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지난 취임식에서도 말씀드리긴 했는데, 본인이 잘하시는 걸 하시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현승은 조슈아가 무어라 말을 이을세라, 곧장 말을 덧붙였다.
“제 곡이 곡 같지도 않은 곡이라고 하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작곡에는 영 재능이 없어 보이시거든요.”
“설령 대표님이 대단한 작곡가라고 한들, 남의 재능을 그렇게 마음대로 속단하시는 건 불쾌합니다.”
현승이 “속단?”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불쾌라는 말은 내가 해야 할 말 같은데….
그래.
조슈아는 지난 전생에서도 몇 차례 일면식이 있던, 아니,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관계였다.
비즈니스로 얽힌 지인 정도?
그러나.
그 관계는 얼마 가지 않아 끝났다.
“우리 사이에 좀 가져다 쓸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조슈아가 현승의 미발매 곡의 일부를 가져와, 마치 본인이 만든 곡인 양 발매한 게 원인이었다.
그뿐이랴?
마약에 취한 상태로 만든 곡이 운 좋게 빌보드 차트에 오른 뒤 그의 횡포는 점점 심해졌다.
무명 작곡가들을 데려다, 강제로 곡을 쓰게 만들고.
억지로 매절 계약을 체결해, 마치 본인이 만든 곡인 양 계속해서 세상에 발표했다.
그러다.
그 사실이 발각되었고, 유니스에서 퇴출당하였다.
그냥 퇴출만 되면 좋았을 텐데, 세계적인 뮤직 그룹이자 유통사인 유니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주가를 떨어트렸다.
그런 이가….
유니스 뮤직 그룹의 명예를 운운한다니.
들을수록 불쾌해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물며.
자신의 곡을 감히 ‘곡 같지도 않은 곡’이라고 칭하다니.
아무래도, 이번 생에선 그의 퇴출을 조금 더 앞당겨야겠다.
“제 곡을 제대로 들어는 보신 겁니까? 제대로 들었는데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디렉터의 자질마저 의심이 되네요.”
이내 현승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사내 이사로서 맡은 바나 최선을 다하시는 건 어떠세요? 유니스 뮤직 그룹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 만들지 마시고.”
현승의 말이 모두 끝나자, 장내는 충격이라도 빠진 듯 지독한 정적만이 흘렀다.
예측했던 것과 달리, 더 세게 받아쳐 오는 현승의 언행에 몹시 놀란 까닭이었다.
특히.
조슈아의 옆에 앉아 있는 알렌은, 망했다는 표정을 채 숨기지도 못한 채 다리를 덜덜 떨어댔다,
‘지금이라도 라인을 갈아타야 하나?’
그래, 그의 얼굴 위로는 딱 그렇게 쓰여있었다.
“후우….”
이내 묵힌 숨을 토해낸 조슈아는 그런 알렌을 진정시키고자 허벅지를 꾹 눌렀다.
하나, 그조차 특유의 넉살스러운 미소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대표님은, 대표보단 작곡가가 더 잘 어울리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치켜올렸고.
“오늘 해주신 조언은 잘 새겨듣겠습니다.”
그에 맞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경고하듯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대표님도 우리 이사진들의 조언을 부디 새겨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현승이 그 말에 무언가 떠오르기라도 한 것처럼 “아.”하고 탄식을 내뱉기도 잠시.
“죄송하지만, 유통은 이미 끝냈습니다. 그렇죠, 킬리언?”
익살스러운 웃음기가 가득 서린 얼굴로 킬리언을 바라봤다.
“네, 엔지니어팀 통해 유통팀으로 넘겨놓은 상태입니다.”
킬리언은 그런 현승에게 손발을 맞춰주듯 즉답했다.
다른 이들이 놀란 눈을 한 채 그런 현승과 킬리언을 번갈아 바라봤다. 킬리언이 회의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입을 열다니.
그래.
킬러인이 대표 라인 타려고 작정했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다들 멍청하진 않네.
현승은 더 이상의 회의는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오늘 안건은 기각하는 걸로 하고….”
이내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왕 모이신 김에 다들 다과회라도 하고 가세요.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정중히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정수리는 내어주지 않은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