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6)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6화(46/482)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매일 새벽 가파른 오르막을 내려갔다가, 해가 저물면 거슬러 올라오기 일쑤였다. 출퇴근길치고는 꽤 고된 편이었으나, 달동네나 판자촌이라 칭하는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과나 마찬가지였다.
저벅, 저벅―.
걸음을 옮기던 남자가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별안간 고개를 돌려 오르막길 아래를 바라봤다.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허름한 연립주택이 빽빽하게도 모여 있는 동네다. 특이한 점은 십자가 모양 네온사인이 꽤 많이 보인다는 점에 있었다.
언젠가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가 이 동네로 떠밀리듯 이사를 온 지 불과 며칠조차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잠시 쉴 겸 멈춰 서서 아래를 돌아봤는데, 그놈의 교회는 왜 이리 많은지.
여태껏 등유로 난방을 하는 세대가 수두룩하고, 재개발이라는 단어 하나에 벌벌 떠는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이토록 낙후된 동네에 뭔 놈의 교회가 이렇게 많은 걸까?
피식.
남자가 미소 지었다. 이제 알 것도 같았다. 무신론자인 자신조차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을 찾는다. 힘든 사람일수록 의지할 대상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이 동네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교회가 많은 건 지독히 자연스러운 섭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남자는 기도했다.
만약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제 삶에 조금만 개입해 주세요. 속에서 묵히고 묵힌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부디 조금만 힘을 써주세요. 그럼 당신의 존재를 믿겠습니다. 혹시라도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헌금도 팍팍 내겠습니다.
짧은, 그리고 신앙적이지 못한 기도를 끝으로 남자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남자의 오래된 꿈은 작가였다. 몇 번이고 투고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연거푸 몇 번을 실패하는 사이에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이제 책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책임 덕에 더는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없는 사람이 된 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무능 앞에 가족을 세워 방패막이로 쓰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현실이 그렇다. 애들은 하루가 달리 쑥쑥 큰다.
그리고 아내는 투병 중이다.
본래 유약한 아내는 기침을 달고 살더니 천식 진단을 받았다. 돈은 저가 벌 테니 꿈만 꾸라 말하던 착한 여자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신 죽어 줄 수 있는 여자가 나 대신 고된 일을 하다 저리된 거다.
여기서 꿈을 운운한다면 그게 미친놈인 거겠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필을 마친 원고를 신문사에 투고해 둔 상황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등단하지 못한다면 남자는 꿈을 저버릴 요량이었다. 사실 아내의 만류가 아니었더라면 투고조차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 꿈을 포기하는 건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지 않던가? 그럴싸한 꿈을 꾸다가 적당히 타협해 가면서.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이제 제 삶에 남은 의미는 사랑하는 가족이면 족하다.
“여보, 다녀왔어요?”
“아빠! 이거 봐 봐!”
문을 열자마자 아내와 딸아이가 그를 반겨 주었다.
“오늘은 몸 좀 어때?”
“괜찮아진 것 같아요.”
아내는 늘 스스로에게 의사의 소견과 상반되는 진단을 내리기 일쑤였다.
“괜찮긴―”
이내 딸아이가 그의 소맷자락을 잡아끌며 시선을 빼앗았다.
“아빠, 나 받아쓰기 백 점 맞았다?”
그 말에 웃음을 지어 보인 그가 냉장고에서 아껴 두었던 맥주 캔 하나를 꺼내 들며 답했다.
“정말? 백 점짜리 시험지 구경 한번 해 보자!”
딸아이가 작은 입을 움직여가며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되’와 ‘돼’가 헷갈렸으나 오랜 고민 끝에 올바른 답을 적어 넣어 만점을 받아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이거면 됐다.
딸아이에게도 이미 너무 많은 포기를 가르쳤다. 저 아이에게는 꿈을 포기하는 법을 알려 주고 싶지 않다. 그 대가가 자신이 꿈을 포기하는 거라면 얼마든 감내하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
“우리 딸, 대단하네.”
그때 아내가 말했다.
“딸, 이제 씻을 시간이야.”
“벌써?”
“그래, 잘 준비해야지.”
“피이….”
아무래도 막 퇴근한 자신과 수다도 조금 더 떨고, 뭐라도 하며 놀고 싶은 눈치였다. 모녀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씻고 나서 아빠랑 더 놀면 되지.”
“정말?”
“그래, 그러니까 얼른 씻고 와.”
“아싸―!”
딸이 입고 있던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는 먼저 화장실로 쏙 하고 사라졌다. 아내 역시 “못 살아, 못 살아.”하고 답하고는 딸이 벗어 던진 옷을 잘 추슬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내 그가 맥주를 한 모금 홀짝이고는 노트북을 켰다.
새벽녘에 물류 센터로 향해 고된 육체노동을 하다가 노을이 질 무렵에야 돌아왔다. 딸이 씻는 십오 분, 이십 분 남짓한 시간은 흡사 가뭄의 단비와 같은 짧은 자유시간인 셈이다.
이내 그가 무던한 얼굴로 인터넷을 켰다. 예전 같았더라면 분명 워드 프로그램을 켜고 글을 적었을 거다. 하나, 꿈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이후 그는 노트북의 용도를 아예 바꿔 버렸다.
한 번도 워드 프로그램을 켜지 않았다. 무수한 유혹을 뿌리치고 인터넷을 열었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웹 뉴스나 훑었다. 어김없이 떠들썩한 세상의 가십거리를 확인하고 정치인을 욕했다.
그래, 이렇게 사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처럼.
딱, 보통의 사람들처럼.
무던한 얼굴로 스크롤을 내리기를 잠시, 연예면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가 그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사실 큰 관심은 없었으나,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기로 한 채였으니 괜스레 클릭을 해 봤다.
[ 작곡가 HS, 첫 인터뷰 서 제이블에게 “은퇴빵?” 발언 화제.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지만 제이블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까. 노이즈 마케팅이겠지. 사실 딱히 관심이 가지는 않았으나 기사를 훑어봤다.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었다. 내친김에 댓글도 훑어봤다.
⤷ 갓제이블이랑 음원 순위 1위 걸고 은퇴빵? 멀리 안 나간다. HS야, 잘 가라 행복했다.
⤷ 제이블이 정정해서 기부하는 걸로 바꾸자고 했어요; 내용 똑바로 읽고 오세요.
⤷ 진짜 HS가 연달아 성공하더니 너무 기고만장해진 것 같아서 혼쭐내 주려다가 오히려 혼나고 옴.
⤷ ㅇㅇ 진짜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싶었는데 정말 계속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함.
⤷ 진짜 곡 개 미침; 그냥 수록곡 싹 다 그냥 컨셉 다르고 매력 다 달라 얘는 찐이야. ㄹㅇ 천재일지도 몰라.
⤷ 근데 제이블한테 은퇴빵 내기는 솔직히 좀 너무 선 넘음; 지보다 얼마나 선배인데;
⤷ HS가 이번 곡에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 아니겠음? 곡 퀄리티가 그만큼 도레미쳤는데 모가 문제임?
유명한 선배에게 빨대를 꽂는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돌팔매질이나 당할 줄 알았건만, 평가가 엇갈리니 괜한 호기심이 들었다.
때마침 화장실 너머에서 딸아이가 “꺄르르!” 웃는 소리가 옅게 들려왔다. 이제야 비누칠을 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는 방증이었다.
‘어떤 곡인지 들어나 볼까?’
금세 HS라는 작곡가의 곡을 몇 개나 찾을 수 있었다. 이 양반, 찾아보니 예상보다 훨씬 유명한 인물이었다. 근래 큰 성공을 거둔 서지니나, 정아린의 곡을 만든 작곡가인 모양이었다. 저작권료만 해도 어마어마할 텐데 이런 노이즈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나?
“흠.”
서지니나 정아린의 곡은 아직도 번화가를 거닐다 보면 몇 번이고 들을 수 있을 만큼 흥행한 곡들이었다. 검색 한 번으로 찾아낸 커리어를 훑던 그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야.’
이런 가십거리에 관심을 둔 제 모습이 정말 ‘보통의 사람’처럼 느껴졌던 까닭이었다.
─ Dear my Beethoven.
몇 초 만에 신곡을 찾을 수 있었다. 곡은 어떨지 모르지만, 제목 하나만큼은 썩 마음에 들었다. 친애하는 나의 베토벤에게, 괜스레 한 번 따라 읊조려 본 그가 곧장 재생 버튼을 꾹 눌러 보였다.
딸칵―
고요한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잔잔하되 격동적인 멜로디다. 음악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한데, 뭐랄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다독이고, 놓인 술잔을 채워 주며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 고생했다, 고생했어. 그런 따뜻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 우리 살자고 되뇌던 밤에. 』
『 밤에. 』
『 꼭 당신처럼 고요했던 밤에. 』
『 살자, 살자고. 』
『 우리, 살자고. 』
가사는 더 일품이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얼굴 모를 작곡가가 부럽다고. 아마 자신처럼 골방에서 꿈을 꾸던 시절을 회상해 가며 쓴 곡이 분명했다. 또, 자신처럼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있었으리라고 확신했다.
결국, 작곡가는 성공했다. 크기는 어떨지 모르나 적어도 밥 먹는 일은 걱정치 않을 게 분명했다.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작곡가가 부러웠다. 시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진심으로 응원하기로 했다. 감정이 요동쳤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때마침 아내와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남자가 한차례 숨을 길게 몰아쉬고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런 와중에도 작곡가의 음악은 계속해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아빠, 나 다 씻었어!”
딸아이의 ‘아빠.’ 하는 부름에 그가 애써 미소 지었다. 본디 딸이 언급한 아빠란 그런 이들을 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죽을 고비를 넘겼어도 티를 내지 않는 사람들. 무너질 것만 같은 하루의 끝에서도 환하게 웃어 주는 사람들을 통틀어 아빠라고 칭하는 거라고.
“감기 든다! 머리 말려야지!”
“응! 빨리 올게!”
“천천히 와도 되니까 잘 말려!”
그사이 남자는 곡의 반응을 살폈다. 워낙 중의적인 곡이었기 때문일까? 곡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었다. 지배적인 의견은 떠난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이리란 해석이었다. 그게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좋은 곡이라는 점이었다. 아마 꽤 오랫동안 이 곡을 반복해서 들을 것 같다. 출근길, 내리막을 걸으며. 물류 센터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또 일하는 내내 제 귓가에 울려 퍼지게 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부터.
딸깍, 남자가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던 찰나였다. 그때 별안간 들려온 노크 소리가 남자의 상념을 깨트렸다.
똑똑똑―!
늦은 저녁, 자신의 감성을 방해한 불청객이 누군지 확인하고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내 딸아이의 머리를 말려 주던 아내가 화들짝 놀라서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뭐 배달시켰어요?”
“아니.”
“그럼 택배 올 거 있어요?”
“없는데….”
우습게도 배달 음식을 먹을 형편조차 되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을 즐길 처지는 더더욱 안 되고. 집주인인가? 잠깐 뇌리를 스친 의문이었으나 금세 지워 버렸다. 다행히 밀린 월세는 월초에 전부 정리했다. 심지어 충고 비슷한 칭찬도 들었다. 201호 남편! 드디어 정신 차렸구나! 꿈을 저버리는 게 칭찬받을 일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문밖의 불청객은 대체 누구지?
남자가 목을 가다듬고 물었다.
“누구세요?”
경계심 섞인 물음에 문 너머 “우체국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비좁은 대인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올 등기나 편지 따위는 없는데….
아니, 딱 하나.
얼마 전 응모했던 세계문학상의 당선 결과가 우편물을 통해 발표되리라고 했다.
꼴깍―.
남자는 문고리를 잡기 전 마른침을 삼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무섭게 자라났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문고리를 잡자 진정되어가던 심장이 다시금 거세게 요동쳤다.
“김주성 씨, 본인 맞으시죠? 사인하시고요.”
남자는 우체부가 내민 전자서명란에 서명한 뒤 우편을 두 손으로 받아 들었다. 진정해야 하는데 봉투 밖에 새겨진 ‘세계일보’라는 글자에 심장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다.
꼴깍―.
바싹 마른 입 안이었지만, 애써 침을 삼켰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우편을 뜯었다.
― 문우 김주성 님께서 제22회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선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터널 끝에 꽃밭이 있더라.
이따금 상상했던 광경이었다. 다만, 발칙하기도 하지. 생각하며 고개를 내젓고 금세 멈춰 버리기 일쑤였던 상상이기도 했다. 통상 이런 우편을 받으면 놀라서 눈을 깜빡이고 비빈다지만, 그는 흡사 일시 정지된 화면처럼 빳빳하게 멈춰 서 있기만 할 따름이었다.
“여보, 왜 그래요? 뭔데? 뭔데 그렇게 서서….”
그때 등 뒤에서 아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또 고지서예요? 공과금 낸 지 얼마나 됐다고….”
아내는 제 손에 들린 게 고지서인 줄 알았는지 눈을 번쩍 뜬다. 남자는 굳은 목을 억지로 흔들었다. 아니, 아니야. 다행이라는 듯 숨을 몰아 내쉬는 아내의 얼굴 위로 고생한 나날이 켜켜이 쌓인 채였다.
“그럼? 그럼 뭔데요?”
이내 남자가 아내를 끌어안았다. 당신은 꿈만 꾸라며, 돈은 저가 벌면 된다며 소맷자락을 걷어붙여 주던 여자를 끌어안았다.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자신의 재능을 믿어 준 이를 있는 힘껏 끌어안고 울먹이듯 말했다.
“고생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러고는 우체부의 손을 꽉 맞잡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체부가 짐짓 당황한 내색을 했다. 좋은 일이 생긴 모양인데, 제게 감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남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든 좋으니 지금 느끼는 감사를 표출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당신, 설마…?”
아내의 물음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일순 얼떨떨해 보이는 딸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 아빠답지 못해서 정말 미안. 치솟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서 미안.
“아빠, 왜 울어….”
딸아이의 부름에 남자가 더욱 서글프게 울었다. 마치 혼이 나다 다독여진 아이처럼 더욱 슬프게 울었다. 그렇게 세 식구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서로를 안은 채로 함께 울었다. 얼어붙어 있던 빙산이 녹아내리는 소리였다. 모든 생명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이 오는 소리였다. 포기했던 꿈이 제게 속삭이는 순간이었다.
고생했어, 원하는 삶을 살아.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래, 이제야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 거다. 때마침 노트북에서 반복 재생 중이던 작곡가의 곡이 클라이맥스 부분에 접어들었다.
『 살자, 살자고. 』
『 우리, 살자고. 』
그래, 살 거다. 정말 표독스럽게 살 거다. 꿈이 아니라면 죽을 사람처럼 살 거다. 남들이 어찌 평가하든 상관없었다. 저 곡은 제 삶을 관통하는 곡이 된 셈이었다.
본래 예술이란 접하는 이의 상황에 따라 그 무게감을 달리하는 법이다. 남자에겐 지금 흘러나오는 이 곡이 영영 잊지 못할 작품이었다. 루브르박물관이니 뭐니 하는 곳에 전시된 모든 예술품을 다 합쳐도 저 곡만큼 가치 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야말로….
남자에게 있어서만큼은 제 생(生)을 통틀어 최고의 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채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감상을 받은 이가 이들 식구만은 아닌 듯 보일 따름이었다.
인터뷰 공개를 기점으로 현승의 곡은 대중의 관심을 확 집중시켰으며….
― 17위.
― 15위.
― 11위.
― 8위.
결국 10위권 차트인에 성공해 냈으니까. 그래, 소위 말하는 ‘차트 역주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