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6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62화(461/482)
박 전무는 분노의 질주 대신 분노의 쇠질을 이어 나갔다.
꽝! 꽝! 철컹!
헬스장 안으로 쇠 부닥치는 굉음만 울려 퍼졌고.
“으, 으….”
박 전무의 꽉 다문 입술 사이로는 거친 호흡이 아닌, 분기에 찬 신음이 새어 나왔다.
주변에서 운동하고 있던 이들도 그런 그의 눈치를 살피며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박 전무가 워낙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던 까닭이었다.
그래.
마치 운동하러 왔다기보단, 암살 작전 투입 전에 체력 단련하러 온 비밀 조직원 같달까.
“살살하세요.”
그런 박 전무의 곁으로 겁 없이 들어선 이는….
“빌런 대디 아니랄까 봐, 몸이 흉흉하네요. 지금 얼굴도 시뻘게서 악마가 따로 없네요.”
현승이었다. 현승은 익살스럽게 웃으며 땀범벅이 된 박 전무를 놀리듯 덧붙였다.
“이러다, 조만간 머리에서 뿔도 솟아 나오겠어요.”
하나, 박 전무는 스트랩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대꾸는커녕, 현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전무님?”
현승이 그런 박 전무를 이상하다는 양 다시 불러 세웠고.
“저한테 뭐 화나셨어요?”
김우현은 그런 현승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네가 운동 하도 안 나와서 전무님 삐지셨나 보다.”
“에이, 설마 그런 걸로 전무님이 삐지셨겠어요?”
정작 당사자는 침묵하고 있는 와중에,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 ‘삐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건 사실 놀리는 것에 가까운 행위였다. 남자가 돼서, 정말 그런 걸로 삐지겠냐는 조롱이 섞인.
“그런 거 아니다.”
보다 못한, 박 전무가 벤치에 자리를 잡고 누우며 일축했다.
그렇다고 순순히 “그렇군요.” 하고 물러설 현승이 아니다.
“진짜 그래서 삐진 거 맞나 본대요?”
김우현을 붙들고,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모습이 박 전무의 속을 더욱 긁어 댔다.
‘나쁜 놈….’
박 전무는 현승이 운동을 자주 하러 오지 않아,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건 아니었다.
물론, 운동을 부쩍 하지 않는 현승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라지만 결코 서운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
박 전무가 이리 뚱한 채로, 현승을 무시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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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iii_se 민현승은 진정한 뮤지션입니다. 저는 그의 오랜 팬으로서, 언젠가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리세가 올린 게시물 하나 때문이었다.
그녀는 개인 SNS에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오른 현승을 직접 찍은 영상을 올리며, 샤라웃했다.
한마디로….
현승을 향해 대놓고 러브 콜을 던진 셈이었다.
데뷔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세계적인 팝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리세였기에 해당 게시물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조만간 리세와 민현승이 같이 작업하게 되는 거 아니냐며 모든 이들의 귀추가 집중됐고.
때아닌 열애설 찌라시도 돌았다.
어찌 보면 현승에게는 때아닌 이득인 셈이었지만.
‘나의 여신님….’
박 전무는 리세의 오랜 팬이었다. 그녀가 데뷔하고 난 이후부터 줄곧 팬이었다.
파워풀한 가창력과 춤 실력을 갖춘 건 기본이고, 아름다운 미모와 구릿빛의 탄탄한 몸매를 지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천 년의 이상형.
하지만, 그녀는 세계적인 팝스타인 만큼 감히 제 짝으로 꿈꿔 볼 수도 없는 사람이다.
언젠가 그녀는 본인에 걸맞은 멋진 남성을 만나, 결혼하겠지? 팬으로서 축복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민현승의 오랜 팬이라니.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니. 무려, 기다린다니.
이 정도면 거의 고백 아닌가?
스─윽.
박 전무는 곁눈질로 현승을 바라봤다.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네. 눈코입 달린 건 똑같은데, 어째서 저 녀석만 저리 특출나게 잘생긴 건지.
아니.
잘생기기만 하던가. 실력도, 능력도 좋질 않은가?
심지어.
20대 후반도 채 안 된 나이로, 창창하기까지 하잖아.
그래.
리세도, 10살 가까이 많은 연상보다야 10살 가까이 어린 연하가 더 좋지 않겠는가?
‘재수 없는 놈.’
아무리 따져 보더라도 자신이 현승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흉통 사이즈밖에 없었다.
“현승아.”
이내 박 전무가 상체를 일으키며 현승을 불러세웠다.
“난 진심으로 네가 정말 잘되기를 바랐다.”
“그런데요?”
“근데, 이렇게까지 잘되기를 바란 건 아니었어.”
그러고는 다시금 벤치에 누워 쇠질을 시작했다.
흉통 사이즈라도 지키기 위함이었다.
* * *
그래미 어워즈 담당자인 아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후회하고는 했다. 내년에는 절대 담당하지 않으리.
물론.
그 후회는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은 없었으나, 잡스러우면서도 까탈스러운 일이었다.
우선 수상 트로피를 주문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수상식이 벌어지는 대형 홀에 자리를 선정하는 일부터.
후보에 오른 이들을 초대하고, 그날 특별 무대를 꾸려 줄 이들을 컨택 하는 것까지.
모두 아서의 몫이었다.
돕는 이들이야, 있다지만 잘못되면 전부 아서의 책임으로 돌아오니 아서의 일이랄 수 있었다.
그중, 절대 착오 없이 해내야 하는 막중한 일은 수상 트로피를 주문하는 거였는데, 윗선에서 수상 명단 리스트가 내려와야 가능하다 보니,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가장 잡무랄 수 있는, 후보에 오른 이들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안 오겠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다만, 탑스타라 불리는 이들은 간혹 까탈스러운 요구를 해 오고는 했다. 어느 자리에 앉게 해 달라는 요청부터 포토 타임 시간까지 미리 조정해 달라고 하질 않나.
심한 경우, 특정 브랜드의 물을 세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니.
잡스러우면서도 까탈스러운 일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에 올 정도면, 보통 내로라하는 인기 가수이거나 탑스타 반열에 오른 이들이니까.
그게 아니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곡가나 프로듀서라던가.
「 민현승 특별 무대 섭외 필수! 」
그래, 이 사람처럼.
“하아….”
특별 무대 건은 후보자 중에 화제성 높은 인물로 알아서 컨택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별안간 이런 오더를 남겨 놓다니.
별표에 밑줄까지 쫙쫙 쳐 놓은 걸 보면, 무조건 섭외해 놓으라는 으름장일 터였다.
섭외 못 해내면, 가만 안 둘 거라는.
아마 최근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영향을 받은 거겠지.
민현승은, 작곡가이자 유니스 뮤직 그룹의 대표였지만.
최근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디제이로서 무대에 올랐고.
그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이번에도 그가 HS로 활동할 당시부터 착용하던 불꽃 마크 헬멧을 쓰고 나왔다지만, 무대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몹시 충분했고.
세계적인 페리스와 합동 공연이기도 하거니와.
그를 지원 사격이라도 해 주려는 건지, 한국 유명 가수들부터 자말까지 깜짝 등장한 건 물론이고.
그의 열애설 상대인 사라 스튜어트까지 함께 무대를 꾸몄으니, 화제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뿐이랴?
세계적인 팝스타 리세는 대놓고 그의 팬이라고 공표를 때리는 건 물론, 러브 콜을 던졌다.
그럴수록 대중은 더욱더 민현승에게 열광했다.
↳ 나도 그를 직접 보고 싶다. 디제이 페스티벌 같은 곳도 서 주려나? 그럼, 무조건 티켓팅한다.
↳ 헬멧을 벗은 맨 얼굴도 궁금하지만, 헬멧은 그를 더욱 신비롭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아.
↳ 이번 슈퍼볼 다녀온 건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어.
↳ 앞으로 디제이로서 그의 활동을 기대하고 응원할 거야.
↳ 그가 못하는 장르는 없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
화제성에 예민한 시장인 만큼, 그래미 어워즈 측에서 이리 좋은 건수를 놓칠 리가 없지.
그래도 좀 의외이긴 했다.
아무리 화제성이나 시청률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그래미 어워즈는 전 미국 음반 업계 내 가장 권위적인 시상식인 만큼 특별 무대 또한 까탈스럽게 선정해야만 하는데….
윗선에서 먼저 그런 무대에 민현승을 올릴 생각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민현승 또한 시상식 후보자 명단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그가 순순히 무대에 오를 것을 허락할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무척 까탈스럽다 못해, 까칠하기까지 하다던데.
애초에 무대 자체를 오르지 않던 사람이지 않은가?
물론.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올랐다고는 하나.
이례적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만큼,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어쩌면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올랐을 수도 있는 일이지 않나?
아니면….
요즘 항간에 도는 찌라시 내용처럼, 연인인 사라 스튜어트를 돕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던가.
아니면, 페리스와 연인 사이라서 함께 올랐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연인인 리세를 대신해 올랐다던가.
“아, 씨….”
뭐가 되었건, 부럽네.
“쩝.”
아서는 갑자기 알 수 없는 허탈함이 몰려와, 입술을 다셨다. 그래, 뭐가 되었건 까라면 까야지.
정 안 되면, 찾아가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봐야겠지.
앞서 언급했듯….
잘못되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 테니까.
뚜르르르르르.
리스트와 함께 전달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유니스 뮤직 그룹, 비서실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내 전화를 받은 건, 딱딱한 궁서체 같은 목소리를 지닌 여성이었다. 보통 전화하면, 담당 에이전시나 레이블 담당자가 받거나.
그도 아니면, 간혹 가수 본인이 직접 받는 경우가 있는데….
유니스 뮤직 그룹 비서실이라니.
민현승이 그냥 작곡가나 디제이가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음반 유통 기업의 대표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과연.
이런 사람이 특별 무대에 순순히 올라가 주려나?
“저, 저, 저기, 혹시 민현승 대표님, 자리에 계시는가요?”
아서는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그러나, 비서로 추측되는 여성은 마치 녹음된 음성 파일처럼 같은 말로 되물어 올 뿐이었다.
그러한 말투는 아서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그, 그, 그래미 어워즈 주최 측 담당자입니다. 올해 수상식 관련하여 대표님께 긴히 부,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대기음이 들려왔다.
…….
기다림에 목이 바싹 말라, 마른침을 삼켜낸 아서의 손바닥은 땀이 축축하게 젖었다.
─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이내 여성은 그 말만 남긴 채, 매정히 전화를 끊었고.
─ 민현승입니다.
수화기에서는 중저음을 지닌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인사말 정도였으나, 소문과 달리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꽤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아, 안, 안녕하세요. 그래미 어워즈 주최 측 담당자 아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 예,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고, 올해 그래미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셔서 초청차 연락드렸습니다. 후보로 오르신 부문은 두 개로….”
─ 그럴 줄 알았습니다.
“예?”
수상 부문도 안 듣고, 뭘 그럴 줄 알았다는 거지?
─ 우선, 제가 지금 바쁘니 비서에게 일정 얘기해 주세요.
아서가 당황한 그때, 민현승은 급히 전화를 종결하고자 했고.
“자, 잠시만요.”
아서는 그런 민현승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본래 전화를 건 목적에 대해선 언급조차 못 했으니까.
그래.
까일 게 뻔하다고 하더라도, 말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서는 별표에 밑줄까지 쳐진 쪽지를 내려다보며 간신히 입술을 열었다.
“혹시 올해 그래미 특별 무대를 꾸려 주실 수 있을까요?”
─ 제가 말입니까?
“네, 대표님께서 디제이로서 특별 무대를 꾸려 주신다면….”
─ 네, 그렇게 하죠.
예상과 달리, 민현승은 아서가 잔뜩 입에 발린 말로 구슬리기도 전에, 흔쾌히 허락했다.
소문은 가짜였나?
어쩌면, 민현승은 천사에 다정한 스윗가이일지도 모르겠다.
─ 단, 조건이 있습니다.
아니, 방금 한 말 취소다. 이럴 줄 알았지. 이런 사람이 조건 하나 달지 않고, 순순히 승낙할 리가.
─ 첫 번째는, 특별 무대 소개할 적에 민현승 대신 파이어마크맨이라고 소개해 줄 것.
아서는 잘 들은 게 맞는지, 제 귀를 의심했다. 휴대폰을 귀에서 떨어트려, 액정 화면을 확인한 후에야 “파이어마크맨이요?” 하고 재차 되물었다.
─ 네, 맞습니다.
민현승은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하게 덧붙였다.
─ 파이어마크맨.
아서는 더 이상 되물었다간, 그가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할 것 같아서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첫 번째라고 한 걸 보면, 조건이 더 있다는 건데….
꿀꺽.
그가 어떤 조건을 내걸지, 예측이 되지 않아, 마른침을 삼키곤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그럼, 다, 다른 조건은….”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 ‘파이어마크맨 짱’이라고 만세 삼창 해 보세요.
“네?”
─ 담당자님이 ‘파이어마크맨 짱’이라고 만세 삼창 하시면, 흔쾌히 무대에 오르겠습니다.
사뭇 진지한 어조라, 농담하지 말라며 넉살 좋게 웃을 수도 없었다. 아서는 그저 멍하니 쪽지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 민현승 특별 무대 섭외 필수! 」
별표와 밑줄이 가득 채워진 쪽지를. 아니. 명령을.
“저, 정말이시죠?”
아서는 간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되물었고.
─ 물론입니다.
민현승은 웃음기 하나 없이 건조한 어투로 답했다.
이 사람, 진짜다. 소문보다 더한 또라이구나.
꽈악.
아서는 주먹을 말아쥐며, 눈을 질끈 감았고.
“파, 파이어마크맨 짱!”
휴대폰을 잡지 않은 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파이어마크맨 짱!”
내년에는 절대 담당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면서.
“파이어마크맨, 짜앙─!”
그렇게 마지막 외침이 끝난 무렵.
─ 풉.
수화기 너머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화악.
동시에 아서의 얼굴이 타오를 듯 붉게 달아올랐다.
정말이지.
민현승의 소문은 한참 잘못되었다. 까칠하고, 까탈스럽고, 별종에, 괴짜라고 했던가?
다 틀렸다.
그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또라이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