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65)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66화(465/482)
그래미 어워즈는 ‘세계적인 쇼’라는 명칭에 걸맞은 준비를 끝마치고, 오프닝을 알렸다.
각종 취재진과 기자들이 몰려들고, 시상식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레드카펫 위에서 한껏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그에 맞춰 호응하듯,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추운 바람 속에서도, 사람들의 열기로 땀이 날 정도로.
그래미 어워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중.
리암은 홀로 표정이 어두웠다. 연신 반짝이며 터지는 플래시 불빛과 대비되어, 더욱 어두워 보였다.
“흐음.”
길게 뻗은 레드카펫을 내려다보던 리암이 침음을 흘렸다.
그래미의 레드카펫을 밟는 것만으로도 흐뭇해 보이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러한 아티스트를 담아내기 위해 몰린 많은 인파와 취재진.
그들은 과연 그래미의 이면을 모르는 것일까?
문득 그런 의문이 머리 위로 떠오른 까닭이었다.
그때.
고급스러운 세단 한 대가 들어오고.
“누구지?”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웬만한 아티스트는 거의 입장을 마친 상태였으나.
그들은 자리를 이탈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한마디로….
아직 제대로 된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건데, 그런 와중에 세단 한 대가 등장했으니 기대가 차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그들이 기다리는 주인공은….
“야, 찍어! 찍어!”
지금 세단 뒷좌석에서 내리는, 저 남자일 테지.
화려한 슈트에,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로 시선을 잡아끄는 저 남자는….
유니스 뮤직 그룹의 대표이사이자, 별안간 나타난 빌보드 계의 신흥강자라 불리는 작곡가.
민현승.
지금껏 등장한 아티스트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플래시가 빗발치고 미국 전역에 퍼질 것처럼 사람들의 환호성이 드높아졌다.
늘 시그니처 헬멧과 함께하던 이가, 헬멧을 벗고 왔다라….
‘작정하고 왔군.’
본인이 이곳에 주인공이라는 걸, 수상할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인 양 그의 걸음은 거침없었다.
사람들을 향해 손 인사 한번, 미소 한번 지어주지 않은 채, 앞만 바라보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되어 보인다거나 조급해 보이지도 않았다.
되려 당당하고, 자신감이 흘러 보였다.
사람들 또한, 그런 남자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더욱 열광했다. 그때 문득 마테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세상 모두가 그들의 앨범이 최고라 인정하지만, 그런데도 상은 줄 수 없다고 하네.
가히 최고라 불리는 앨범을 직접 제작한 남자.
마테오 입에서 그런 말을 나오게 한 남자.
그런 남자이니….
저렇게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니, 상 또한 받아야 하는 게 맞고.
스윽.
리암은 주머니에 든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늘 수상은, 본래 수상자들에게 가도록 해 주겠나? 그럼,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그러고는 씁쓸하지만,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눈을 번쩍거리며 덧붙였다.
“만약, 애먼 사람이 트로피를 안게 될 경우,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기자회견이 열릴 테니, 그런 불상사는 없도록 잘 좀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은 리암의 얼굴은 한결 더 가벼워졌다.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 모르겠으나….
그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래미가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홀 내부는 단순히 수상식이라는 말 한마디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초호화 라인업을 자랑했다.
그들은 아닌 척, 눈알을 굴려 주변에 앉은 이들을 살폈다.
빌보드의 황제라 불리는 빈센트 마흐부터 시작해서.
그래미 어워즈 최다 수상자인, 팝의 여왕 리세.
그리고.
단 한 번도 빌보드 차트인을 놓친 적 없는 사라 스튜어트.
그 외로도….
캔 플레이, 브루스, 조지처럼 내로라하는 팝 스타들이 대거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시선마저 한 번에 빼앗는 이가 있었는데.
홀에 달린 대형 샹들리에의 빛마저 압살시킬 만한 비주얼을 뽐내며 앉아 있는 한 남자.
그래.
바로, 민현승이었다.
“야.”
그런 현승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빈센트는, 마뜩잖다는 듯한 얼굴로 불러 세웠다.
“너 왜 갑자기 잘 쓰던 헬멧을 안 쓰고 왔어?”
“만약 쓰고 왔으면, 이런 자리까지 헬멧을 쓰고 오면 어떡하냐고 뭐라 했을 거면서.”
“이왕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김에 굳건히 컨셉처럼 밀고 나가지, 왜 안 쓰고 왔냐고.”
그가 이토록 언짢은 이유는, 하필 현승과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탓에, 만약 화면에 투 샷으로 잡힐 경우, 자신이 현승과 비교될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기적인 놈.’
분명 빈센트도 평상시보다 훨씬 더 공을 들여, 멋을 내고 왔으나 현승에게 견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오묘한 애쉬기가 도는 블루블랙 슈트는 현승이 지닌 신비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려냈고.
슈트를 뚫고 나오는 탄탄한 바디와 그에 비해 날카로우면서도 고운 얼굴이 대비를 이뤄,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그래.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훌륭했다.
주변에 앉은 여성들이 현승을 계속 흘끔 쳐다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같은 남자인 본인조차 자꾸만 시선이 가는데, 쳐다보지 않는 게 어쩜 더 이상할 터였다.
물론.
당사자인 현승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아니지….
전혀 관심 없다는 양, 무대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모두가 현승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
‘입, 입고 왔어.’
사라는 현승이 입고 온 슈트를 눈에 담았다.
본인이 사준 슈트를, 현승이 입고 왔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상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린 탓에, 또 한 번 더 놀라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봤고.
그 탓에,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도 모른 채 현승을 감상했다.
“너무 근사한 남자예요. 그렇죠?”
사라는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말이, 옆에서 들려오자 속마음을 들킨 양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아,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 리세가 보였다. 리세?
“아닙니다.”
사라는 그런 리세가 달가울 리 없었기에, 짤막이 대화를 쳐 내고는,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저렇게 얼굴을 드러내고 올 줄은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소문이 약소하단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리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 곁에 더욱 바싹 붙어 앉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다들 민현승이 잘생긴 미소년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인제 보니 근사한 남자였네요.”
“그런데요?”
“아무래도 사라 씨 눈에도 그렇게 보이겠죠?”
사라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리세의 저의는 모르겠으나, 생글거리는 얼굴만큼은 치우고 싶었다.
“글쎄요.”
하나, 보는 눈이 많으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충 대답해 주다 보면, 재미없어서 가겠지. 참자.
“그 소문도, 가짜였나 봅니다.”
“무슨 소문이요?”
“두 분이 사귄다는 소문이요.”
아니, 못 참겠는데?
“무,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요?”
사라는 바늘에 콕 찔린 양, 반박했다.
“아니라면, 저 근사한 남자에게 제가 대쉬할 수 있도록 사라 씨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예?”
“같이 작업하면서, 친분부터 틀 수 있게 자리 좀 한번 마련해 주실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자, 리세는 꽤 노골적으로 부탁해 왔다. 뒤집혀 가는 사라의 속을 알고 저러는 건지, 모르고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건 직접 하세요. 맞팔이시던데.”
사라는 지금 당장 리세의 얼굴을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라고, 애를 먹는 중이었다.
“팔로워까지 체크할 정도로 친분이 각별한 사이신 가봐요?”
“뭐, 가족까지 알고 지낼 정도로 각별한 사이이긴 합니다.”
분통 좀 터져보라고 한 말이었으나, 리세는 오히려 흥미를 보이며 더욱 매달려 왔다.
“그럼, 자리 한 번 마련해 주는 것도 어렵지 않겠네요!”
사라는 오랜만에 만난 강적에, 식은땀이 흘렀다.
당장이라도 거머리 같은 여자를, 이 홀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싶었으나 한참 선배인 건 물론이거니와 주변에 보는 이도, 카메라도 많았다.
그럼.
작전을 변경해 보는 수밖에.
“제가 그쪽 생각해서 하나 말해드리자면, 쟤가 얼굴이 반반해서 그렇지, 성격은 진짜 개차반….”
“성격이 별로인 게, 뭐 어떤가요? 저렇게 근사한 남자라면, 성격이야 맞춰나가면 될 일이죠.”
이것도 안 먹힐 줄은 몰랐는데.
“그쪽은 사람 얼굴만 보시나 봐요.”
이렇게까지 화가 날 줄도 몰랐고.
“얼굴 잘난 남자는 세상에 많죠. 하지만, 저렇게 슈트 입은 모습이 근사한 남자는 별로 없거든요.”
사라는 참지 못하고, 눈앞에 테이블을 내려쳤고.
쾅!
그때 굉음을 듣고, 근사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래.
아까부터 리세가 근사한 남자라고 노래를 부르던.
“미숫사라.”
민현승이 자신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아주 주관적인 사라 시점) 말을 걸었다.
“갓치….”
리세는 기회라도 잡은 양, 그런 현승에게 아는 척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우리 현승이, 내가 사 준 슈트 입고 왔네?”
사라가 더 빨랐다.
“근사하고, 멋지다. 오늘 특별 무대도 기대할게.”
물론 현승은 그런 사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별안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내가 뭐 잘 못 했나?’
* * *
그래미 어워즈 수상식은 1부가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그래미에서 특별 무대 다음으로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건 본상 수상이었는데….
1부에서 진행하는 본상은 최우수 신인상(Best New Artist)과 올해의 노래상(Song of the Year)이었다.
그 두 개는….
자말이 후보로 이름을 올린 부문이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최우수 신인상은 이미 다른 이에게 돌아갔다.
왜냐면─.
자말은 흑인이자, 래퍼였으니까.
‘마테오가 한 말이, 이거겠지.’
삶이 너무 뜻대로 되어, 간과한 게 있었다.
그래.
세상이라는 건, 원래….
─ 그 친구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 주게.
늘 억울한 일투성이에.
─ 세상이 마냥 그렇게 따듯하지는 못한 곳이라고,
편견과 차별이 가득하고.
─ 그렇게 전부 다 뜻대로 되는 곳이 아니라고.
뜻대로 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올해의 노래상도 다른 사람의 품으로 갈 확률이 농후했다. 설령 억울하더라도, 편견이라도, 차별이라도, 아무리 간절한 뜻이 있더라도.
별수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건지, 모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자말의 얼굴 위로는 전혀 실망한 기색이 비치지 않았다.
설마.
올해의 노래상은, 본인이 수상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자꾸만 뭔가 빼곡히 적힌 쪽지를 흘끔흘끔 들여다보는 걸까?
“흐음….”
현승은 기대를 접은 뒤, 얼른 1부가 끝나기만을 바랐다.
자신의 특별 무대는 2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해의 노래상,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1부 마지막 순서인, 올해의 노래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장내에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효과음이 가득 찼고.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후보자들을 번갈아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이크를 고쳐 잡은 시상자의 입술이 열렸고.
“JS의 GHS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자말의 머리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듯, 자말을 바라봤고.
터벅, 터벅.
자말은 그런 시선들을 뒤로한 채, 무대 위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이내, 자말이 트로피와 꽃다발을 품에 한가득 안고서야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짜식.’
현승은 그런 자말을 보며, 박수 대신 피식 웃음을 보냈다. 그렇게 약속하더니, 결국 지켜냈네.
왠지 모를 뿌듯함에, 심장 한편이 간질거리던 그때.
“쉬잇.”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선 자말이 별안간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시상식 홀 안에는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고.
“수상 소감으로 일평생 섬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십계명을 이곳에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절대 찾아와선 안 되는 시간까지 찾아와 버렸다.
설마.
아닐 거야. 그걸, 진짜 하려는 건 아니겠지.
“첫째, 형님에게 기대하지 않기.”
아니, 그거 아니야.
“둘째, 형님에게 서운해하지 않기.”
그거 아니라고, 새끼야.
“셋째, 형님에게 바라지 않기.”
현승은 그런 자말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으나,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뻔뻔스럽게 십계명을 읊어대는 자말을 관망하는 것뿐이었다.
머지않아.
아홉 번째까지 끝낸 자말이, 마이크를 뽑아 무대 앞쪽까지 걸어 나와 현승이 앉은 쪽으로 몸을 돌려세웠고.
“열 번째, 형님을 위해 죽을 각오로 살겠습니다. 형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내 구십 도로 머리를 숙여 마지막 소감을 끝마쳤다.
그래.
이왕 각오도 했다고 하니, 죽여서라도 입을 막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