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67)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68화(467/482)
현승은 믹싱으로 곡 체인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손아귀를 접었다가 피기를 반복했다.
자꾸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 온 까닭이었다.
덜, 덜, 덜.
지금, 긴장한 건가.
그래.
긴장이 되나 보다.
타고나길, 긴장이란 걸 잘 하지 않던 현승이었지만.
지금만큼은 긴장하는 제 모습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아주 간절히, 꼭 하고 싶었던 무대인 만큼, 긴장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테니까.
그래.
다니엘이 죽은 날부터 막연히 생각해 온 무대였다.
언젠가 그의 곡을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니엘도 분명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좀처럼 그럴 만한 기회가 없었다. 현승은 가수가 아니다. 무대에 오를 일은 없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무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좀처럼 용기도 나지 않았다.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아, 못 올랐다는 말이 더 맞을 거다.
애써 외면해 왔다. 다니엘을 직면하게 되는 이 순간을.
그럼.
내면 깊숙이 가둬 둔 슬픔과도 마주해야 하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외면하고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보내 줘야만 한다.
이 단전 깊숙이 들어찬 슬픔을 마주하고, 다니엘과 제대로 된 작별을 나눠야만 한다.
그러질 못했으니까.
내게, 다니엘과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더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으니까.
‘후우….’
의연히 생각하려 했으나, 묵힌 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티를 내진 않았다.
무대 위에서 아티스트가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면 관객 또한 무대를 즐기지 못할 테니까.
현승이 비록 가수는 아니라지만.
나름 정식으로 데뷔한 디제이다.
프로페셔널한 모습만 보여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턴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믹서와 턴테이블을 오가는 동작에 의미 없는 움직임 하나 없었다. 멋을 부릴 생각도 없다.
─ There’s one thing I want before I die.
지금 흘러나오는 곡이 훼손되는 것을 바라진 않으니까.
그래.
자신이 만들었다고는 해도, 이건 다니엘의 곡이다.
다니엘의 목소리마저 해칠 정도의 믹싱을 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이들이 다니엘의 목소리를 잊지 않도록, 현승은 최대한 절제하여 적절하게 디제잉을 이어 나갔다.
─ I’m praying every day to let me sing for you in my next life.
본래 기타 사운드가 강렬한 곡이었으나,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로 대신해 다니엘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 때문일까?
슬쩍 곁눈질로 장내를 살피니, 숱한 이들이 숙연한 얼굴로 눈을 감은 채 다니엘의 목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이젠.
다신 들을 수 없는 그의 목소리를.
탁, 탁.
그때 현승이 끼고 있던 이어 마이크를 조정하면서, 장내의 스피커에선 마찰음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노래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그마저도 일종의 비트 사운드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뒤, 장내는 발칵 뒤집어졌다.
─ No, sing it together.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다니엘의 것이 아닌 까닭이었다.
─ Will you do that for me?
그렇다고, 녹음된 음원 속 목소리도 아니었다.
─ Then even death will be happy.
다니엘보다 조금은 덜 여문 목소리였으나,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에는 옅은 슬픔이 깔려 있었다.
─ Let’s not say goodbye.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현승이었다.
─ Because it’s tacky.
현승은 노래가 끝이 날 때쯤, 은은한 멜로디 선율만 남긴 채로 묵념을 이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장내 안으로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
사라는 그런 현승을 바라보다, 두 손으로 입술을 세게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 틈을 비집고 계속해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울음을 억누르는 듯한 신음이, 입술 사이로 끅끅대며 흘러나왔다.
카메라 화면에 본인이 잡히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사라는 여린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다니엘을 떠나보내고, 현승이 금세 툭 털고 평소와 똑같이 지내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나, 홀로 감당하고 버텨 냈던 걸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묵묵히.
홀로 다니엘을 그리며, 그를 기약하기 위한 무대를 준비하면서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대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흐읍.”
현승의 목소리에서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 탓에, 사라는 하늘이 무너진 듯 울었다.
알게 모르게, 현승에게 받았던 위로와 마음을 생각하면….
카메라고, 뭐고 당장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현승의 슬픔까지 모조리 다 안아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슬픔이 더욱 사무쳤다.
아아.
슬픔에 빠진 건 비단, 자신만은 아닐 터였다.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면 말이다.
모두 알 것이다.
현승이 잊지 않겠다는 저 말이, 누굴 향하는 말인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동경하고, 질투하고, 사랑했던.
다니엘 파커를 그리는 말이라는 것을.
이윽고.
울음소리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짝짝짝짝짝짝─!
유명 팝스타들이 울면서 현승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 * *
한편.
사옥 내에서 그래미 어워즈 방송을 보던 김우현은, 현재 실신 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끄윽, 끄윽, 흐어어엉….”
소파에 앉아, 두꺼운 허벅지 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채 아이마냥 울어댔다. 얼마나 울었는지, 바지는 눈물을 머금어 축축했다.
“으유, 쯧.”
박 전무는 그런 김우현을 바라보다, 혀를 찼다.
“인마, 그만 울어.”
김우현은 박 전무의 다그침에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홀로 슬퍼했을 현승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 내린 까닭이었다.
워낙 초연한 녀석이니, 괜찮을 것이라 단정 지었다.
하지만.
아닌 모양이다. 현승은 홀로 아파하고 있었고.
견디고 있었고, 그리워하고 있던 모양이다.
제아무리 불세출의 천재라도─.
이별에 익숙할 사람은 없거늘. 자신이 너무 무심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눈물이 쉴 틈 없이 터져 나왔다.
슬픔에 온전히 잠기는 걸 기다려 줄 생각이 없는지, 수상식은 현승의 무대가 끝이 나기 무섭게 이어졌다.
─ 올해의 앨범상 후보를, VCR를 통해 확인하겠습니다.
그러나 MC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하나, MC라는 자리에 선 만큼 그는 침착하게 노미네이트된 앨범을 하나하나 읊어 나갔고.
그래미 어워즈 본상 중 가장 주목받는 상이랄 수 있는 올해의 앨범상인 만큼 VCR을 통해, 쟁쟁한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협업한 앨범이 줄 지어져 소개되었다.
─ 다니엘
그리고, 현승이 참여한 다니엘의 유작 앨범 또한 후보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한 얘기였다.
앨범 전체 수록곡이 몇십 주 이상 빌보드에 차트인 되어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앨범이니까.
무엇보다 다니엘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서라도 찾아 들었다.
물론.
이제는 점차 관심이 잦아들던 찰나였지만.
그래도.
앨범상을 받게 된다면 다시금 화제가 되겠지.
‘제발….’
김우현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했다.
만약 앨범상을 받게 된다면, 현승이 아주 조금은 마음이 평안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쯧, 쯧.”
물론 박 전무는 그런 김우현이 한심하다는 양 바라보며 혀를 끌었다.
“네가 안 그래도 어차피 상 받게 되어 있어.”
그러나 김우현은 그의 비아냥거림 따위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 올해의 앨범….
그저, 시상자의 입에서 다니엘 또는 and again이라는 말이 나오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수상자가 호명되어야 할 타이밍에, 스태프가 무대 위로 난입했고 별안간 수상자가 적힌 봉투를 바꿔 갔다.
“뭐야? 생방송 중에 저래도 돼?”
김우현은 괜히 불길한 마음이 들어, 화면에 대고 삿대질을 날렸다.
그러고는 그래미에서 결과 조작하는 거 아니냐며 씩씩거렸다.
“거, 좀 조용히 해라.”
아까부터 서 있던 박 전무가 팔짱을 끼운 채, 그런 김우현을 향해 일침을 날렸다.
─ 올해의 앨범상, 그 영광의 주인공은…!
그와 동시에 시상자가 입을 열었고.
─ 다니엘의 and again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토록 바라던 이름이 호명되었다.
폭죽이 터짐과 동시에 사람들의 갈채가 쏟아졌고.
화면 속에는 덤덤한 표정의 현승이 가득 잡혔다.
“아이구, 우리 금쪽이! 대견하다, 대견해!”
“거, 좀 유난 떨지 말고 조용히 좀 보자니까?”
아무래도 가수인 다니엘이 고인이 된 만큼, 그를 대신해 현승이 시상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기다란 다리를 휘저어 무대에 도착한 뒤 단숨에 트로피와 꽃다발을 품에 안은 현승이,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 또한 그런 현승에게 집중했고.
김우현은 TV에 들어갈 것마냥 앞으로 다가갔다.
“야, 안 보이잖아. 나와.”
물론, 박 전무의 우람한 팔뚝에 목이 감겨, 금세 뒤로 물러서야 했지만 마음만큼은 함께 있었다.
“우리 금쪽이 수상 소감은 잘 준비해 갔나 모르겠네.”
김우현이 연신 쫑알거리는 탓에, 박 전무가 TV 볼륨을 올리던 찰나였다.
─ 다니엘에게 이 상을 돌립니다.
현승이 트로피와 꽃다발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짧게 수상 소감을 얘기했고.
이내.
아주 덤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현승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렇게 다시 무대에서 내려왔다. 화면에 잡힌 여러 아티스트는 잔뜩 숙연해진 채 작게 박수를 보냈다.
다만.
현승의 그 짧은 한마디가 김우현의 속을 갉아먹듯 파고들었다.
결국.
다시 울음이 터진 김우현은, 집무실이 떠나가라 대성통곡했고.
“거참, 뚝 하라니까!”
박 전무는 그런 김우현을 질책했고, 이쯤 되니 김우현은 박 전무가 매정하다고 느껴졌다.
몸이 짐승만 해지더니, 마음마저 짐승이 된 건지.
다른 이도 아니고, 우리 금쪽이인데!
우리 금쪽이가 지금 얼마나 속으로 슬퍼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이렇게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데!
어찌 눈 한 번 깜짝 안 하고 동요조차 하지 않는지.
“전무님은, 끄윽, 슬프지도 않으….”
김우현이 붉어진 눈을 치켜뜨며, 박 전무를 타박하기도 잠시.
“저, 전무님…?”
몸을 옆으로 돌려세운 그를 조심스럽게 불러 세웠다.
“뭐, 인마!”
애써 큰소리치는 박 전무의 굵직한 턱을 타고,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흐르고 있던 까닭이었다.
“자고로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우는 거 몰라!”
아무래도, 세 번 중 한 번이 지금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