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6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69화(468/482)
올해 그래미 어워즈는 지난 시즌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민현승, 그래미 특별 무대에서 다니엘을 추모하는 무대 선보여… 눈물바다 된 그래미 ] [ 사라 스튜어트, 민현승 무대 보고 오열… 장내 이탈까지 ] [ 민현승,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 수상… “다니엘, 잊지 않겠습니다.” 소감 발표…… ]그에 따른 기사는 연일 쏟아져 나왔고, 보통 현승과 관련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중 현승이 특별 무대를 꾸린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역대 기록을 뚫었고, 무대 클립 영상은 연일 조회 수가 치솟고 있었다.
비단 미국에서만은 아니었다.
전미를 비롯해, 유럽부터, 아시아 전역이 들썩였고.
특히.
현승의 고향인, 한국은 떠들썩한 정도가 아니라 발칵 뒤집힌 채였다.
타다다닥, 타닥.
현승의 1호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진미소는, 오늘도 팬카페에 게시물을 적어 올렸다.
[ 아니 미국 진출하더니 이름도 공개하고 이번에는 용안까지 공개한 거 실화냐? 너무하다 너무해 ㄹㅇ 올해 가요대제전에도 와 달라고 국민청원 하러 갈 사람 모집함 ]그를 향한 그리움을, 매일 이렇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마치 일기장에 푸념하듯이.
그리고.
자신과 함께 그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을 이들이 댓글을 달아 줄 테지.
↳ 저 빛나는 용안을 미국인들만 독차지하고 본다고?
↳ 한국이 낳은 보석을 미국에 빼앗길 수야 없지 국민청원 당장 올려 친인척 다 불러 모아
↳ 아 진지하게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 하나..
↳ 이제 하다 하다 디제이를 한다고?;; 진짜;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민현승
↳ 근데 나만 좀 찡했냐.. 수상소감에 잊지 않겠다고 한 말 다니엘한테 한 것 같은데..
↳ 2222 보는데 눈물 핑 돌고 안아 주고 싶었음
그래, 이렇게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빠르게 댓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 자신만이 그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게 아닐 터였다.
진미소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충족해짐을 느꼈다.
한국에서 HS가… 아니.
민현승이라는 사람이 잊히지 않도록, 진미소는 오늘도 온갖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그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알리고, 응원했다.
그래.
언젠가 민현승이 한국에 올 날을 고대하면서.
* * *
그래미의 여파는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얼굴을 제대로 공개해 버린 탓인지, 지난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보다 더한 관심이 쏟아졌고.
“대표님, 오늘 들어온 제안서들입니다.”
별안간 인기스타라도 된 양, 온갖 브랜드에서 엠버서더 모델 제안서와 광고 출연 제안을 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전미를 넘어서 세계 각지에서 디제이 페스티벌 초청 러브 콜이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현승은 지금 당장 그런 걸 할 마음도, 여력도 없었다.
“모두 정중하게 거절해 주세요.”
그러한 이유로─.
“네, 알겠습니다.”
미셸만 죽어 나갔다. 하루에 수백 개씩 쏟아지는 제안서를 쳐내고, 거절하느라 그녀는 출근해서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웠다.
현승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뒤돌아 나가는 미셸을 보다 생각했다.
‘보너스 좀 챙겨 줘야겠네.’
안 그래도 마른 몸이, 더 말라 가는 걸 보니 힘들긴 한가 보다.
그때.
미셀이 문 앞에서 누군가와 맞닥뜨리기라도 했는지, 답지 않게 비명을 질렀다. 사실, 그마저도 언성이 조금 높아진 정도였지만.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그녀의 옆으로 들어온 사람은 킬리언이었다.
“아닙니다.”
하기야, 저 험상궂은 얼굴을 마주하고도 안 놀라는 게 더 어렵지. 그녀가 진짜 로봇이 아닌 사람이라면.
“우선, 대표님께 드릴 얘기가 있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킬리언이 꽤 정중하게 물어온 탓에, 현승은 쌓인 서류를 잠시 뒤로한 채 앉으라며 손짓했다.
그에 따라, 미셸은 정중하게 인사를 전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그래미 무대는 잘 봤습니다.”
그러자 킬리언의 얼굴 위로 안 어울리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 유니스 임직원 전체를 통틀어, 그의 이런 얼굴을 본 건 현승이 유일할 거다.
물론.
그러한 사실이, 현승은 썩 달갑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겠는가? 저 얼굴에, 저 덩치를 한 사내가 매일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는다니.
그것도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같은 남자로서 퍽 유쾌하게 느껴질 일은 아니었다.
“설마, 그 얘기 하려고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니죠?”
현승이 눈매를 길게 늘어트리며 물었고.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죠.”
그러자, 킬리언은 사뭇 진지해진 얼굴로 답했다. 이내 문 쪽을 흘깃 살폈다. 아마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하려는 거겠지.
그만큼.
그가 할 이야기는 듣는 이가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일 테고.
“무슨 일이십니까.”
현승 또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최근에 제가 엔지니어로서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아주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점이죠?”
“어떤 작곡가가 곡을 종종 보내오는데, 좀 이상합니다.”
킬리언은 찝찝함이 가득한 얼굴로 턱을 긁적이며 조심스레 부연을 이어 나갔다.
“보통 작곡가들은 각자만의 습관이나 시그니처랄 수 있는 코드가 있거든요. 근데 그 사람은 매번 달라요.”
“뭐, 다르게 만들려면 다르게 만들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현승은 그런 킬리언에게 반박하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게….
현승 또한 같은 작곡가가 작곡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전부 다 다른 색을 띠는 편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신이 만들지 않은 것처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현승에게 무척 쉬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고작 그런 걸로, 이상하다고 판단하기엔 어려웠다.
“그런 느낌이 아니라, 한 명이 만든 게 아니라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곡을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그런 이유로 ‘유령 작곡가’를 세워 뒀다는 의심을 하기엔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킬리언의 말대로라면, 한 작곡가가 자신의 이름만 앞세운 채 유령 작곡가를 돌려쓰고 있다는 뜻이다.
“혹시 그 작곡가가 우리 유니스 그룹 소속입니까?”
“네.”
“혹시 그가 유령 작곡가를 세워 놓고 있다는 물증도 있습니까?”
“그건, 아직….”
“그럼, 아직 심증뿐이라는 건데, 너무 앞서 나가시는 것 같습니다.”
자칫 작곡가의 명성을 망가트릴 수도 있는 의심이었기에, 현승은 더 날을 세웠다.
더군다나 고작 추측 하나만으로 바닥 끝까지 추락해 본 경험이 있는 현승으로선….
지금 킬리언이 개인적인 추측만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거북하게 느껴졌다.
하나.
킬리언은 그런 현승을 붙들고, 재차 부연했다.
“저는 대표님이 지금껏 발매한 곡을 다 들어 봤습니다. 한국에서 발매한 곡까지 전부요.”
그렇게 말한 킬리언의 눈 위로 광기가 감도는 걸 보면, 진짜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들었을 땐, 같은 작곡가가 발매했다고 만들기 어려울 만큼 각각 스타일도 장르도 다 다르죠.”
킬리언은 말하는 이 순간에도, 현승의 곡을 하나씩 곱씹는 양 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들었을 땐 대표님 고유의 습관이 곡마다 묻어 있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이내 확신으로 가득 찬 눈을 빛내며 덧붙였다.
“근데, 그 작곡가는 그렇지 않아요.”
현승은 어느새 킬리언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왔다고는 하나, 다른 이들에게까지 거리낌 없이 대하거나 혹은 감정을 실어 대할 사람이 아니다.
그랬다면 진작 사내 정치에 발을 담갔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단순히 누군가를 음해하고자 사사로운 감정을 달고 온 걸음은 아닐 터였다. 특히, 음악에 이토록 진심인 킬리언이라면 더더욱 신중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찾아왔겠지.
“그 작곡가가 누구인데요?”
킬리언의 말을 한 번쯤은 믿어 줘도 되겠지. 그도, 자신을 유니스 대표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믿어줬으니까.
“저, 그게….”
바로 토해 내기 어려운 이름인 건지, 킬리언이 망설이며 입술만 달싹이기도 잠시.
“사내 이사인, 조슈아입니다.”
의외의 인물….
아니.
어쩐지 그럴 것만 같던 인물의 이름을 꺼냈다.
‘벌써 시작인가?’
조슈아는 전생에서도 그랬었으니, 언젠가 분명 또 그럴 거라고 예상하기야 했다. 그 빌미로, 유니스에서 내쫓을 생각이기도 했고.
그저 그 시기가 다소 이른 탓에, 놀랐을 뿐이다.
조슈아는….
전생에서도 유령 작곡가를 통해 곡을 대신 쓰게 하거나, 매절하여 제 곡인 양 발매했다.
그마저도 안 되니까 현승의 곡을 표절했었고.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추측인 만큼, 현승보단 킬리언이 직접 찾아가 묻는 게 더 나을 듯한데….
“제가 가서 말한다면, 조슈아의 입장에선 시비밖에 안 될 테니, 대표님을 찾아온 겁니다.”
그런 현승의 생각을 읽었는지, 킬리언이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조슈아를 처단하길 원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저, 음악과 관련된 악행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양 정의로 불타오르고 있을 뿐이다.
“우선….”
이러면, 미래를 바꿔 봐야 하나?
“조슈아가 여태 엔지니어 실에 넘긴 곡, 전부 보내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한 현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 * *
조슈아는 한동안 작업실을 찾지 않았다. 바빠서는 아니었다. 그냥 잠시 외면하는 중이었다.
처음 작곡은 혼자 시작했었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이 부족했던 건지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스틴은 조슈아가 유통해 달라며 요청하는 곡을 번번이 거절했다. 이유는 말해 주지 않았다.
차라리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별로인지 말이라도 해 줬더라면 손을 보면 될 일이거늘.
“뭐랄까….”
오스틴은 뜬구름 잡는 듯한 말들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그럴 때마다, 조슈아는 오스틴이 캐스팅 매니저 출신이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문 뮤지션이나 아티스트였다면 이럴 리 없다고.
처음 취임했을 적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만큼, 오스틴에 대한 반감은 점차 커져만 갔고.
삐뚤어진 마음이 지금까지 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멜로디 작업을 맡아 줄 탑 라이너만 구해서 함께 작업하려 했었다.
그러다.
점차 욕심이 커져, 비트 메이커부터 프로듀서까지 데려와 고스트 라이터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잘못되었다는 건 알지만….
작곡가로서 인정받을 만한 곡을 만든다면, 네임벨류가 쌓인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원점으로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늘 원점이었다. 본인이 직접 작업한 곡도, 함께 작업한 곡도, 그들이 작업한 곡도.
모조리 폐기되거나….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발매되었다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자꾸만 나쁜 마음이 꾸역꾸역 고개를 들었다.
하나, 요즘 그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숙였다.
질투.
시기.
시샘.
삐뚤게 자라나던 감정들이 자꾸만 무력화되었다.
그래서 작업실로 향하던 걸음마저 뜸해진 것이다.
똑, 똑, 똑.
지금 노크를 하고, 걸어 들어오는 한 남자 때문에.
“잠시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 남자와 마주한 순간, 킬리언과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래, 그 사람은 ‘뮤지션’이라는 말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그래, 그때 그랬었지.
“그렇기에 유니스 뮤직 그룹 대표라는 자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
오랜 시간 쌓아 온 질투와 시기마저 무력화시키는.
진정한 뮤지션이기에 유니스 대표에 더 걸맞은.
“네, 들어오시죠. 민현승 대표님.”
그런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