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7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472화(471/482)
자말의 앨범이 발매된 이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이은 예약으로 콘서트장 컨택이 어려워, 무산될 뻔했으나 현승이 도와준 덕택에 성사되었고.
─ 갓치스!
이렇게 무대에 올라, 형님을 위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공연장 안으로 ‘갓치스’가 울려 퍼지다니….
마치 꿈만 같았다.
자말은 공연 내내 울컥하고 올라오는 감정 때문에, 몇몇 무대에는 현승의 시그니처인 불꽃 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올라야만 했다.
그래.
만약 무대 위에서 운다면, 형님이 꼴사납다고 욕하실 테니까.
─ I hated your bent back.
그러나, 어머니를 위한 무대를 선보일 때는 좀처럼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꾹 참아 냈다. 그토록 원하던 무대다. 눈물로 망치고 싶진 않았다. 만약 공연장 컨택에 실패했다면, 선보이지 못했을 무대다.
절대, 망쳐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 단독 콘서트를 열어 준 현승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프로처럼 잘 해내야 한다.
─ 제이에스! 제이에스!
그렇게 자말의 첫 단독 콘서트는 마지막 무대까지 별 탈 없이 끝이 났고, 장내는 일순간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떠들썩해졌다.
그렇게.
무대를 내려온 자말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자신의 콘서트에 현승이 왔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오실 수 있으면, 오신다고 했는데.’
휴대폰 액정 화면 위로는 현승이 보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 일정 있어서 먼저 간다. 고생했다. ]인사를 못 드린 게 아쉽지만, 그래도 보고 가셨나 보네.
그럼, 일정 언제 끝나는지 물어보고 직접 감사 인사를….
톡, 토도독.
자말이 자판을 두드리던 그때.
지잉.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다.
‘여기가 어디지?’
현승이 보낸 문자였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주소만 덜렁 적혀 있었다. 잘못 보내신 건가?
그것도 아니면….
혹시 이곳으로 오라는 건가? 오늘 회식하는 건가?
지잉.
답장을 채 다 쓰지 못한 그때, 문자가 격차를 두고 도착했으나….
“혀, 형니임….”
자말은 문자를 다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마웠다. ]
눈물이 차오른 탓에, 시야가 뿌예진 까닭이었다.
결국.
‘그리고 지금까지 고마웠다.’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은 채 읽지 못한 채, 곧장 VIP석으로 뛰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를 끌어안았다.
공연이 막 끝난 터라, 땀내가 진동할 텐데,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오는 어머니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이내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같은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 * *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놀랍게도 현승이 디제이로서 무대에 서는 일은 없었다.
악착같이 숨겨왔던 얼굴까지 오픈하고,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올라 다니엘을 위한 무대를 꾸미더니, 동력을 잃은 건지.
아예 디제잉을 접은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곡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 디엠으로 귀찮게 구는 리세에게 한 곡.
그걸 질투해서 나무라는 미숫사라에게 한 곡.
딱, 두 곡만 작업하고는 별안간 손을 떼 버린 탓에 빈센트는 연일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럼.
요즘 금쪽이는 대체 뭐 하고 지내고 있냐고?
“요즘 금쪽이가 이상해요.”
“대체 뭐가?”
“일을 너─무 열심히 해요.”
김우현은 퇴근 후 운동하러 온 박 전무를 쫓아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심각한 얼굴로 덧붙였다.
“진짜 이상하지 않나요?”
그 말에 박 전무는 콧방귀를 뀌곤 심드렁하게 답했다.
“이제 철 좀 들었나 보지. 그건 그렇고, 그 녀석, 진짜 철 들러는 왜 안 온다냐?”
“들어 보세요. 그렇게나 좋아하던 곡 작업도 안 하고, 디제잉도 안 하고, 요즘 뭐 하냐고 물어보면 맨날 업무 아니면 미팅만 한다니까요?”
“그 녀석이?”
“예, 진짜 대표처럼요!”
“이거, 참….”
“진짜 금쪽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유니스 하반기 매출을 200% 안 올리면 해임 시켜 버린다고, 이사진들에게 협박받고 있다거나….”
“─겠냐?”
그러고는 이내, 더 듣고 있기 힘들다는 듯 가볍게 밀쳐내고는 바벨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리고, 진짜 그런 협박을 받았다고 한들 그 녀석이라면 이미 곡 몇 개 던져 주고, 이사들 찜 쪄 먹고 있겠지.”
“전무님은 걱정도 안 되세요?”
“일 잘하고 있다는 놈을, 왜 걱정하세요. 당장, 현승이 없는 빈치스의 존망이나 좀 걱정하세요.”
김우현은 박 전무의 말에 입술만 달싹거렸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당장, 빈치스의 앞날을 위해 고군분투하기에도 바쁘다.
하지만.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현승이 신경 쓰이는 걸 어쩌겠는가.
커피는 잘 얻어먹고 사는지.
구내식당 밥은 잘 나오는지.
혹.
성격 못 버리고 금쪽이 짓하고 다니는 탓에, 사람들에게 욕먹고 다니는 건 아닌지.
“아, 요즘 부쩍 꿈자리도 이상하고, 타로 카드도 영 찜찜하고 이상한 것만 나오는 게….”
김우현이 불안한 듯,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중얼거렸고.
“너, 타로 같은 거나 만지작거리지 말고 운동 좀 해. 잡생각 떨치는 데는, 그게 최고야.”
박 전무가 한숨을 내쉬며, 그런 김우현을 진정시키려던 찰나였다.
“박 전무 말 듣게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이두석이 서 있었다. 그는 체력 증진을 위해 요즘 박 전무와 운동을 시작했다.
저 연로한 나이에, 박 전무 같은 헬스에 미친 사람과 함께 운동한다니.
그래.
정글처럼 험난한 이 바닥에서, 이두석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일 터였다.
“어, 선생님, 오셨어요.”
김우현은 그런 이두석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한솥밥 먹은 지 좀 된 것 같은데, 이쯤 되면 나도 이사 취급 좀 해 주지, 그래?”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입에 붙어 버려서요.”
“그럴 수 있지. 아무튼, 김 이사는 박 전무 말대로, 현승이 걱정하지 말고, 우리 처지부터 걱정하게. 타고난 피지컬만 믿지 말고, 운동도 좀 하고….”
아, 또 잔소리 시작됐다.
“네, 네….”
김우현은 소문으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이두석과 같이 일을 한 건, 그가 빈치스에 온 이후가 처음이었다.
소문이 약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두석의 능력과 수완은 엄청났다.
그리고.
잔소리도 엄청났다.
“요즘 퇴근 시간도 점차 빨라지는 것 같은데, 이사라는 사람이 그래서야 쓰겠는가? 라떼는….”
이두석이 계속해서 잔소리를 덧붙이기도 잠시.
“설령 진짜로 녀석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우리가 빈치스를 잘 지켜내고 있어야, 녀석이 도망치던, 돌아오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우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김우현은 왠지 그 손길 하나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었다.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 때문에도 있겠지만, 그의 말속에 현승을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져 나온 까닭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우리가 지켜 주면 될 일이니까.
“그런 의미로, 하반기 성과 목표 회의를 좀 진행할까?”
“지금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렇게 모인 김에 바로 하지.”
아, 지금은 우선 내 귀부터 지켜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분명 지난주부터 얘기했는데, 설마 아직도 준비를 안 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 저, 그게….”
“라떼는 말이야, 말이 떨어지는 즉시 즉각적으로….”
김우현은 그저 현승이 보고 싶어질 따름이었다.
* * *
미셸은 현승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 우리 현승이, 요즘 진짜 무슨 일 없나요? ]김우현과 은밀히 내통하고 있다는 거였다. 말이, 내통이지.
마치 유치원 선생님으로서 학부와 연락을 주고받는 기분이다.
[ 현승이 요즘 밥은 챙겨 먹나요? 커피는요? ] [ 혹시 사내에 현승이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나요? ] [ 현승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주시겠어요? ]예전에 현승이 김우현을 ‘극성맘충’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애를 유난히 감싸는 엄마를 조롱하듯 부르는 단어라던데, 그땐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갔었다.
엄마로서 본인 자식을 걱정하고, 감싸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래.
뭐든지, 적당히 해야지.
“흐음.”
미셸은 대충 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사실, 김우현이 요즘 부쩍 현승을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자신 또한 현승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으니까.
“대표님,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미셸이 조심스레 대표실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러자, 딱 정확히 10초 뒤 “네, 들어오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요즘 현승에게 새로 생긴 습관이었다.
멀티가 잘되지 않는 사람인 지라, 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답변하기까지 텀이 생기는 모양이다.
“결재 서류 전달하러 오신 거죠? 올려놓고 가세요.”
책상 앞에 앉은 현승이,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미셸은 그런 현승에게 다가가, 품에 안고 온 결재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그의 좁혀진 미간을 지그시 바라봤다.
미셸이 본 현승은….
지난 반년 사이, 어느새 대표가 다 되어있었다.
물론, 그를 예전부터 훌륭한 대표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표의 모습을 갖춘 이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현승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표’에 점차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그래.
작업실 대신 회의실 문턱을 넘고, 악기나 장비보다 만년필과 서류를 잡는, 아주 평범한 대표.
일에 매몰된 채 회사의 존망에 힘쓰는, 그런 대표 말이다.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요즘 주주들과 접촉도 많고, 왠지 모르게 무언가 다급히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모든 걸 마무리 짓고, 홀연히 사라질 사람처럼.
“더 하실 얘기 있습니까?”
그때, 현승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미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상념에 젖어 있던 미셸이, 짐짓 아무 일 없다는 양 고개를 가볍게 숙이곤 돌아섰다.
그래.
자신의 철칙대로, 묻지 않고, 그저 할 일을 하면 되는 거다.
다 뜻이 있고, 생각이 있으시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돌려, 대표실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등 뒤에서 현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시다면, 저녁 식사나 같이하시죠.”
미셸이 몸을 돌려, 그런 현승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잠시.
“네, 좋습니다.”
이내 자세를 바르게 고쳐 세우고는,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의 말이 단순히 밥을 먹자는 얘기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