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7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 외전 6화(478/482)
외전 6화
현승은 사라가 씩씩거리며 되묻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 그 사람이 부케를 왜 받아?”
알면, 내가 물었겠냐고.
“그 사람, 미혼이었어?”
“응.”
“겨, 결혼할 상대 있대?”
“글쎄.”
아무래도 사라 또한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하기야….
미셸이 본인 사생활을 알리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무엇보다.
조슈아 대표의 비서였으니, 사라가 알 리가 없지.
“자, 우선─.”
현승은 미셸의 결혼 상대가 엄청 궁금한 건 아니었기에, 넘기기로 했다. 지금 급한 건, 녹음이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녹음은 어떻게 할래? 내일 녹음 이어서 해도 되는데.”
그러자, 사라가 갑자기 비장한 얼굴로 즉답했다.
“아니, 밤을 새우더라도 다 하고 가야겠어.”
“그러던가.”
“그리고, 이사님 결혼식은 꼭 나랑 같이 가.”
아, 저렇게 비장하면 좀 무서운데.
“알겠으니까, 부스나 들어가.”
는 뻥이었다.
“아, 네에….”
그렇게 밤을 지새우더라도 다 끝내고 갈 거라던 사라의 말은, 결국 씨가 되어버렸다.
* * *
현승은 사라와 1박 2일 녹음 캠프(?)를 끝냈다.
하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는지, 몇 날 며칠을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집을 안 들어간 건 아니었다.
“아, 좀 더 자고 나가!”
여동생인 현아가 하도 잔소리를 해대는 탓에, 안 들어가고 싶어도 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오빠, 아직 그렇게 무리하면 안 된다니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이제 괜찮아.”
현아는 속상한 마음에 한숨을 쉬어댔지만.
“알겠으니까, 아침은 먹고 가.”
결국 져주고는 했다.
“응, 그럴게.”
그럼, 현승 또한 한 발짝 물러서 주곤 했다.
입맛이 없었지만, 여동생이 차려준 밥상만큼은 말끔히 해치우고서야 집을 나왔다.
사실.
그 식사는 요즘 현승의 전부랄 수 있었다.
보통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로 배를 채웠고.
가끔.
김우현이 주고 가는 디저트로 배를 달랬다.
사각, 사각.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사각, 사각.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오선지에 악상을 그리거나 작업해야 할 악기에 대해 끄적거리는 버릇이 있던 탓에.
테이블 위로 연필을 깎아 생긴 찌꺼기가 돌아다녔고.
데구르르르.
아무 장이나 대충 펼쳐진 노트 옆으로 끝이 둥글게 뭉개진 연필이 맥없이 굴러다녔다.
노트 위로 적힌 목록은….
사 라
빈센트
밥 알
리 세
서지니
정아린
문범재
강하준
윤제이
더 문
이효은
이 솔
한슬기
조예리
조경미
현승이 보유한(?) 악기 리스트였다.
그중.
가장 맨 위에 적힌 사라의 이름 위로는 밑줄이 쫙 그어져 있었다. 마치 그 선은, 현승의 도장 깨기의 첫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후우….”
현승이 묵힌 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이기도 잠시.
탁, 타다다닥, 타닥.
손을 움직여, 코드를 찍어 나갔다. 머리로 계산하기보단, 역시 몸을 움직여야 생각이 정리되는 법.
현승은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곱씹듯, 콧소리로 톤을 내어가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어느덧 작업실에 틀어박혀 산 지 이주 차에 접어들던 어느 날, 현승은 역시나 4시간 정도 눈만 붙인 뒤 작업실에 나와 있었다.
그러고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곡을 찍어 나갔다.
그것도, 아주 광적으로 집요하게.
“야, 저거 봐.”
“오늘도 저러네요.”
그런 현승의 모습을 문틈 사이로 몰래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는데….
“요즘, 저 녀석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는지 알아?”
“저야, 모르죠.”
“자칭 금쪽이 엄마라는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아니, 대디도 모르는 걸, 저라고 알겠습니까?”
바로, 박 전무와 김 이사였다.
둘은 틈만 나면 현승의 개인 작업실에 찾아와, 몰래 문틈 사이로 현승을 지켜보다 가곤 했다.
한 일주일 정도까지는, 오랫동안 작업을 쉬었으니 손가락이 간지러워서 저러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그게 보름이 넘어가자,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보통 현승의 작업 속도는 빠른 편이다. 곡 하나 만드는데 보통 하루면 끝나는 편이고.
애 좀 먹는 작업이라 해도, 일주일이 넘는 법은 없었다.
그런데.
보름씩이나 넘게, 작업실에 틀어박혀 밥도 잘 안 먹고 저러고 있으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걱정하는 마음은 태산이었으나.
작업에 저리 몰두한 현승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
무슨 작업을 하냐고 물어도, 비밀이라고만 하고.
쉬엄쉬엄하라고 한들, 말을 들을 녀석도 아니니.
“하아….”
둘은 그저 속을 끓이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박 전무의 걱정은, 불똥이 되어 엄한 곳으로 튀었다.
“요즘 정신이 온통 결혼식에 가 있으니, 애한테 관심이 없지, 쯧.”
“아니, 얘기가 왜 거기로 가요?”
“얼마나 결혼식 한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으면, 옷깃만 스쳐본 지인들도 다 알더라, 네 결혼하는 거.”
“세상에 한 번뿐인 결혼식, 좀 떠들썩하게 하면 어때서요!”
“누가 그래! 세상에 한 번뿐이라고! 두 번 할 수도 있는 거지! 너, 그거 편견이… 헙!”
그러고는 이내 발끈하며 소리치다 말고,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걸 깨닫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문틈으로 몰래 지켜보는 있는 걸, 현승에게 들킬까 봐서였다.
“쉬잇.”
하나 다행인 건, 현승이 헤드셋을 끼운 채라 못 들은 모양이었다.
못 들은 정도가 아니라, 눈치도 못 챌 만큼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윽고.
박 전무가 안도하며, 참았던 숨을 내쉬던 그때.
“혹시, 전무님도….”
김우현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박 전무는 망측스러운 말 말라며, 다시금 노발대발 소리쳤고.
“난 일평생 대디로 살 거야.”
이내 우람한 주먹으로 심장 깨를 탁탁 두드리며 덧붙였다.
아무래도.
일명 ‘빌런대디병’에서 아직 못 헤어 나온 모양이었다.
“네, 그러세요.”
김우현이 못 말린다는 양 고개를 내 저으며 건조하게 답했고.
둘은 다시금 문틈 사이로 현승의 뒷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그런 둘은 간과한 게 있었다.
만약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정신 이상자 또는 변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가던 직원들은 그런 둘을 발견하고는 질색했다.
“또, 저러고 계시네….”
“그러게, 그냥 들어가시지.”
그도 그럴 게, 덩치 큰 남자 둘이, 문틈 사이로 한 남자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으니 퍽 이상해 보이지 않겠는가?
하나.
둘은 현승에게 정신이 팔린 채라, 이상해 보일 거라는 인지도 하지 못했으며 직원들이 지나가며 떠든 말 또한 듣지 못했다.
“근데, 저거,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저 걱정만 할 뿐.
“전무님이 좀 나서서 헬스장이라도 끌고 가보세요.”
“나보단 네가 커피 사준다고 꼬셔서 데리고 나가봐.”
“에이, 저보단 전무님 말을 조금 더 듣는 편이니까….”
“쟤가? 내 말을 듣는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그럼, 제 말은 듣겠습니까? 안 쫓겨나면 망정이지….”
곁에 다가서지도, 말리지도 못했다.
“안 되겠다. 저 녀석 저러다 쓰러져.”
박 전무가 못 참고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쉿, 쉿!”
김우현이 그런 박 전무를 뜯어말리듯 붙잡았고.
검지를 입술에 붙인 뒤, 눈짓으로 현승을 가리켰다.
스─윽.
박 전무가 그런 김우현의 눈짓을 따라 현승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음?’
헤드셋을 내려놓은 현승이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연락이라도 있는 건가? 작업은 끝났나?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뚜르르르르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는지, 연결 대기음이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전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결되었고.
‘오랜만?’
현승의 인사말에 호기심이 동한 두 사람은, 문 쪽으로 몸을 바싹 갖다 붙였다.
“다름이 아니라, 한국에….”
그러나, 현승이 하는 말이 정확히 들리진 않았다.
“대형 작업실을 하나….”
말소리가 뜨문뜨문 들려온 탓에,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감금 기한은 한 달 정도….”
그때 현승이 할 말을 다 끝냈는지, 전화를 끊으려 했고.
둘은 들킬세라, 작업실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래.
이러다 들키면, 또 혼날 테니까.
“너, 뭐라는지 좀 들었어?”
박 전무는 김우현을 붙들고 물었다.
“저는 그냥 한국에 갈 거라는 말이랑, 대형 작업실 하나 사용하겠다는 정도만 알아들었습니다….”
“그래? 나는, 보름 정도 감금할 거라는 내용을 들었어.”
“예? 감금이요?”
김우현은 본인의 목소리 톤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래.
둘이 알아들은 내용을 조합하면, 현승은 곧 한국에 가서 대형 작업실 하나를 사용할 예정이고.
그 작업실에 누군가를 감금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 계획을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통보했고.
그도, 아니면.
준비해 두라고, 지시했다던가.
“하아, 대체 뭐지….”
김우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진 탓에, 얼굴 가죽이 붉어질 때까지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현승이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뭘 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
현승이 명확히 얘기한 적이 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누군가를 감금할 거라니.
“금쪽아….”
김우현은 현승이 대체 한국에서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는 건지 종잡을 수 없어, 답답했다.
“설마, 진짜 위험한 일을 벌이겠어? 벌릴 수도 있지.”
박 전무는 패닉에 빠진 듯한 김우현을 달래고자 말을 이었으나.
“그래, 저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지.”
이내 본인마저 현승이 불안해졌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머지않아.
김우현은 부정하듯 말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우리가 잘 못 들은 걸 겁니다. 그렇죠?”
“어? 그치, 우리도 이제 슬슬 가는 귀가 먹을 나이지.”
“전무님은 그렇지만, 저는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닌데….”
그러고는 이내 결심했는지, 비장한 얼굴로 덧붙였다.
“전무님, 오랜만에 현승이랑 셋이 술 한 잔 어떠세요?”
“그것참, 좋은 생각이다. 그래, 술 마시면 솔직한 속 마음도 털어놓기 편할 테고, 그렇게 잘 회유하다 보면 현승이 녀석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어? 그래, 그럴 거야.”
“그럼요, 우리 금쪽이는 분명 그럴 겁니다.”
“그럼, 그럼! 우리 금쪽이가 어떤 금쪽인데!”
둘은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한참 동안 복도가 떠나가라, 금쪽이를 외쳐댔다.
“진짜, 요즘 저 두 분 왜 저러셔?”
“난들 아냐고.”
물론, 직원들은 그런 둘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내젓고 지나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