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80)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 외전 8화(480/482)
외전 8화
그로부터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먼 길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가 봐도 새신랑의 얼굴을 한 김우현은,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은 채 결혼식을 찾아 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단비 씨가 있는 신부 대기실 쪽은 쳐다도 못 볼 만큼.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성대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생애 딱 한 번뿐인 결혼식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많은 이들 앞에 자랑하고 싶기야 했지만, 그러려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갈 테니 적당한 규모로 진행하려고 했었다.
하나.
이두석의 도움으로, 대한민국 내 가장 규모가 크다는 호텔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웬만한 톱스타들의 결혼식은 모두 이곳에서 진행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내부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성대하고, 화려했다.
천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내부는 물론이고.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알알이 박혀, 자체적으로 빛을 발광하는 샹들리에는, 안 그래도 특별한 결혼식을 더욱 특별히 느껴지게끔 했다.
누구나 한 번쯤 이곳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주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그래서일까?
결혼식장을 찾아 준 이들은 김우현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다.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부터 시작해서 LS 엔터 식구들은 물론이고.
옷깃만 스쳤던 온갖 방송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주, 톱스타 납셨네.”
그때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박 전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비아냥이 섞여 있었지만 밉지 않았다.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끔 도와준 건, 비단 이두석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다, 전무님 덕분이죠.”
김우현이 구김살 하나 없는 얼굴로 받아치자, 박 전무는 멋쩍게 웃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그런 손길이 나쁘지 않았다.
투박한 말투 속에 있는, 제 식구를 알뜰살뜰히 챙기고자 노력하는 그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
결혼식장을 빌리는 건, 이두석이 도움을 주었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선, 박 전무가 도움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 숱한 연예계 관계자들이 오늘 자리할 수 있게끔, 직접 연락까지 돌리셨다지?
물론.
그래서, 현재 호텔 밖은 연예계 기자들로 바글거리지만.
“그런데….”
김우현이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현승이는요?”
웬만한 사람은 다 왔고, 다 인사를 나눴는데.
딱, 한 사람….
현승이 아직 안 보이고 있었다.
“곧 오겠지. 근데, 들어오다, 기자들한테 잡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보아하니, 주차장에도 몰래 잠입해 있는 것 같던데.”
그 말에 김우현은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했다.
사실.
이러나, 저러나 이렇게 기자들과 사람들이 몰린 건….
바로, 현승 때문일 테니까.
김우현의 결혼식인 만큼, 민현승이 올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테고, 어떻게든 얼굴 한번 터 보려고 이곳을 찾아왔겠지.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아….”
박 전무는 한숨을 푹 내쉬는 김우현의 등을 내리치며 타박했다.
“새신랑이 한숨을 쉬긴, 왜 쉬어?”
“현승이 녀석 걱정돼서 그러죠.”
“걔가 애도 아니고, 무슨 걱정이야?”
가만 보면, 김우현은 걱정을 사서 하는 편이다. 적당히 걱정하는 건, 신중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승과 관련된 일이면 ‘적당히’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때.
로비 한쪽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고.
“저기, 온다. 네 아들.”
박 전무가 그쪽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턱 짓으로 가리켰다.
“거참, 등장 한번 화려하네. 주인공은 쟤네 같은데?”
이내 등지고 서 있던, 김우현까지 몸을 돌려 그쪽을 바라봤고.
“아무래도 오늘 부케는 쟤 손에 들려야겠다.”
그곳에는 그래미에서 입었던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현승과 그에 맞춰 은은한 네이비 컬러의 원피스를 입은 사라 스튜어트가 나란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사, 사라 스튜어트 아냐? 그 옆에는 미, 민현승이잖아? 저 둘이, 진짜 그런 사이인 거야?”
아, 물론 눈길을 끌기 딱 좋은 한 쌍이기도 했고.
“오늘 인터넷은 온통 둘의 기사뿐이겠네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
“오늘 결혼식 주인공도 제가 아닌 것 같고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그런 둘을 바라보던 김우현과 박 전무가 말을 주고받았고.
김우현의 눈꼬리에는 아주 살짝 눈물이 맺혀 있을 따름이었다.
* * *
현승은 LS 엔터를 대표해, 자리한 최 이사와 한 팀장 그리고 엔지니어 몇 명과 함께 원형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주변 테이블에는 빈센트를 비롯해 사라 스튜어트나 미셸 그리고 현승 사단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 진짜 많네.”
이제 막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라 그런지, 거대한 홀 안은 많은 이들로 부산스러웠다.
“아마 이 사람 중 절반은 너 보러 온 걸 거다.”
최 이사는 홀을 둘러보는 현승을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오늘 결혼하는 건, 제가 아닌데 왜 저를 보러 옵니까?”
그러자, 현승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반문했다.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탓이었다. 최 이사를 비롯해, 원형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던 일행들도 현승을 바라봤다.
“왜들 그리 보십니까?”
현승은 그런 이들의 면면을 천천히 둘러보며 되물었다.
말간 얼굴을 한 채 눈을 깜빡이는 걸로 보아, 정말 이유를 모르는 눈치였다. 저렇게 무심한 성격 덕분에, 현승이 속 편하고, 제멋대로 살 수 있는 거 아닐까?
다들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모르면 됐다.”
최 이사는 포기라는 듯 고개를 내젓던 그때.
“현승 씨!”
엔지니어들은 현승 쪽으로 몸을 잔뜩 쏠린 채,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이제 곧 작업 들어가는 거 맞죠? 오랜만이라, 떨리네요.”
“저도 작업에 끼워 주시면 안 돼요? 막내라고 안 끼워 줍니다.”
“어떤 곡인지 우리한테만 슬쩍 얘기해 주시면 안 됩니까?”
그 모습은 마치 새끼 참새들이 먹이를 달라며 입을 벌리고 삐악거리는 듯 보였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나중에 얘기하죠.”
현승은 그런 이들의 질문을 단번에 일단락시켰다.
아무래도 곧 결혼식이 시작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큼, 흠!”
오늘 사회를 맡은 박 전무가 단상에 올라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넥타이를 고쳐 매며 입을 뗐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뒤, 신랑 김우현 군과 신부 조단비 양의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앉은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이크를 붙잡고, 안내문을 읽는 박 전무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어지간히 긴장한 모양이다.
하기야,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 사회를 맡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제아무리 박 전무라고 한들, 처음일 터였다.
“크흡!”
그런 박 전무의 모습이 웃겼는지, 최 이사는 터지는 웃음을 삼켜 내기 위해 헛기침을 해 댔다.
오랜 친구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볼 테니, 웃길 테지.
특히나.
회사에서 만나, 서로 이를 갈며 부닥쳐 온 사이니까.
그만큼, 정도 깊겠지.
사람들도 박 전무의 등장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나, 이내 박 전무가 개회사를 시작하자, 다시금 장내는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결혼식의 사회를 맡은 신랑 김우현 군과 같이 빈치스 레이블에서 전무로 위임하고 있는 박태묵이라고 합니다.”
개화사가 끝나자, 빈센트가 제일 먼저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
저 녀석은 뭘, 알아듣고 저러는 건지.
하기야, 저 둘도, 같은 식솔로 밥 먹은 지, 어언 몇 년이 되었으니 정이 많이 들었겠지.
“빈치스!”
아, 아닌가.
“빈치스 체고오!”
그냥 빈치스라는 말에 반응한 것 같기도 하고.
한국말은 또 어디서 배워 온 건지.
“하아….”
가만 보면 빈센트는 ‘빈치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어찌 보면, 본인이 투자해 만든 회사이기도 하고, 이름을 걸고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아무튼.
그런 빈센트가 빈치스를 이끌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망하진 않을 테지.’
그런 생각을 하던 현승이, 박 전무를 향해 다시 시선을 옮기던 그때.
“바쁘신 와중에도 우리 우현이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시기 위해, 먼 길 와 주신 모든 여러분께, 양가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박 전무가 단상 옆으로 나와, 하객을 향해 구십 도로 머리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그 모습에 몇몇은 충격에 빠졌다.
천하의 박 전무가 저렇게 공손히 인사하다니.
“우, 우리 우현이?”
최 이사는 그보단 ‘우리 우현이’라는 말에 발끈한 것 같지만.
“참 나, 우현이가 왜 우리 우현이야? 내 우현이지. 안 그러냐, 현승아?”
이내 현승을 붙든 채, 격양된 투로 물었다.
“두 분의 우현은 이제 없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한 집안의 가장일 뿐입니다.”
현승은 그런 최 이사의 물음을 칼같이 일축했다.
그래.
더는 내 엄마도 아니지.
“두 사람이 연을 맺는 날인 만큼, 더없이 소중한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오신 내빈 여러분께서는 그 소중한 날을 축하하는 의미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 주시길 바랍니다.”
머지않아, 박 전무는 이미 적응되었는지 자신감이 실린 목소리로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짝짝짝짝짝!
홀을 채우고 있는 인원이 많은 만큼, 사람들의 박수 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그럼,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김우현 군과 신부 조단비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우현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에 자꾸만 웃음이 났다.
“바로 주인공을 부르려 했으나, 그 전에 아름다운 양가 어머님께서 화촉을 밝혀 주시겠습니다!”
무엇보다 두 손을 꼭 붙잡고 나오는 중년의 여성 중, 한 명.
그래.
바로, 우현의 어머니.
그의 어머니가 건강한 얼굴로 입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바탕 웃음이 나왔다.
그건 오랜 걱정에 대한, 안도와 안심의 웃음이었다.
건강해지셨구나, 많이.
이윽고.
양가 어른의 화촉 점화가 끝나고, 드디어 본 차례가 다가왔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 입장!”
이미 적응이 완료된 박 전무는, 웃음꽃이 가득 핀 얼굴로 신랑 입장을 외쳤고.
─ ♬ ♬ ♬
귀에 아주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터벅, 터벅.
그에 맞춰 김우현이 홀 뒤쪽 문을 통해 당차게 걸어들어왔고.
─ 커피는 ‘커’로 시작하고.
마이크를 통해, 직접 멜로디 위에 목소리를 얹었다.
─ 라떼는 ‘라’로 시작하는데.
그래, 이 곡은….
─ 왜, 행복은 ‘너’로 시작되는 걸까.
현승이 김우현의 짝사랑을 모티브로 만든 곡이었다.
그때.
이 곡으로 부끄러움을 견뎌야 했던 건, 김우현이었으나.
“아, 진짜….”
지금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할 사람은, 현승이었다.
─ 그리고, 왜 아픔 또한 ‘너’로 시작하는 걸까.
하필 또, 왜 저렇게 진지하게 내레이션을 까는 거야.
김우현의 간지러운 내레이션이 이어질수록, 곡의 원작자인 현승의 고개는 점차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 갈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