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5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51화(51/482)
결국 현승과 제이블의 내기는 현승의 극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 [공식] 작곡가 HS 曰 “제이블, 약속한 대로 자신이 요청하는 기관에 기부 진행해 달라.” 발표 ]승자가 패자의 기부처를 정해 주는 형태로 약속된 내기였다. 고로 승자인 현승이 선정한 기관 측에, 제이블이 약속된 금액인 5억 원을 기부해야 했다.
제이블은 추진력 있게 약속을 이행했다. 현승이 기관을 지목한 시점으로부터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기부를 마쳤다. 자신이 아닌 현승의 이름으로 말이다.
현승이 정한 기부 단체는 ‘한국농아인협회’였다.
제이블은 한국농아인협회 서울 지사에서 협회장과 악수하며 사진 촬영을 마쳤다. 그런 그의 등 뒤에는 제 이름 대신 작곡가 HS가 ‘5억 원’을 기부했다는 글귀가 큼직하게 적힌 플래카드가 달려있었다.
찰칵, 찰칵-.
기자들의 카메라에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제이블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물론 유쾌할 리 없었다. 살면서 져 본 경험 자체가 손에 꼽거니와, 음악으로, 음원 성적으로 져 본 건 정말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혹시 질 거라고 예상하셨습니까?”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제이블 씨,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제이블이 초연하게 답했다.
“결과에 승복하는 바입니다. 비록 음원 성적이 예술의 등급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겠지만 어찌 됐든 패배했습니다. 저 역시 HS 씨의 곡을 스트리밍 해 봤지만 하나같이 다 좋더군요.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 또 유사한 내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제이블이 웃는 낯으로 덧붙였다.
“의미 있고, 생산적인 내기였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조금이라도 눈살을 찌푸렸다간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질 거다. 자료 사진으로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제 사진들이 첨부될 테고, 해당 기사의 말미에는 이런 내용이 적히게 되리라.
– 제이블은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시종일관 날카로운 눈매로 인터뷰를 응했다.
잠시라도 빈틈을 보여 줘서는 안 된다. 자신은 작곡가이자 프로페셔널한 방송인이다. 상당히 모욕적인 일이었으나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상황을 만회하려면 쿨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작 승패의 미망 따위에는 사로잡히지 않는 예술가다운 모습을,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말이다.
“제이블 씨.”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사실상 일부 팬덤 사이에서는 맨 레코즈의 대표이사직을 역임 중이신 타이치 사카모토 씨의 지원 사격 덕분에 승·패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래, 만약 타이치가 그런 기사를 보도하지만 않았어도 승부는 제 승리로 끝이 났을지 모를 노릇이었다.
다만, 기자들이 이토록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호의로 제공할 리 없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럴 땐 ‘덫’이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해 봐야 한다.
“어찌 됐든, 결과는 결과니까요.”
말을 마친 제이블이 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뼈아픈 패배였으나 여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자그마치 5억이라는 거금을 흔쾌히 쾌척하며 약속을 이행한 덕인지, 사람들은 내기의 승·패보다는 결과 쪽에 더 의의를 뒀다.
그냥 브랜딩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아깝지도 않았다. 이미지메이킹 비용인 거다. 내기가 화제에 오른 덕분에 스트리밍 횟수 자체도 평소보다 훨씬 더 높게 집계되지 않았던가? 실만큼 득도 많은 내기랄 수 있었다.
그래.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기사 아래로 주렁주렁 달리는 네티즌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득이 분명했다.
스르륵, 스르륵-.
[ ㄹㅇ다신 없을 명승부였음; 이런 내기라면 얼마든 환영임. ]↳ 진짜 ㅇㅈ임; 둘 다 곡이 미쳐서 가능한 승부였다고 봄.
↳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매일 음원차트를 확인하며 심장을 졸임..
스르륵, 스르륵-.
[ 제이블 진짜 개멋져; 바로 5억 플렉스,,쿨내 진동한다 ]↳ 거기다가 기부자 이름 HS로 한 거 봐; 대인배 아니냐?
↳ 진 건 중요하지 않은 듯 둘 다 잘 싸웠다는 말밖에 안 나옴;
다만.
중요한 건 이제 HS의 존재가 정말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모기 같은 새끼….’
일순 그가 깊은 우수에 잠겼다.
* * *
제이블의 기부 기사는 빛을 보기도 전에 무참히 파묻혀 버렸다.
[ [공식] 맨 레코즈 X HS, 협업 확정! ]바로, 이 기사 하나 때문이었다.
– HS와의 협업을 위해 한국에 내한했다고 밝힌 맨 레코즈의 타이치 사카모토가 협업이 확정됐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됐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협업 자체는 확정됐으나 작업의 형태나 RS(수익 분배)에 있어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중략)
스륵, 스륵-.
↳ 이럴 줄 알았어. 네 녀석 믿고 있었다구! 국뽕 찬다,, 진짜 HS는,, 무형문화재로 지정 시급하다,, 청원 가자
↳ 뒷북이지만 HS가 실력만큼 외모까지 갓벽한 남자란 소식 주워듣고 왔어요,, 혹시 아내 자리 비었나요?
스륵, 스륵-.
↳ 맨 레코즈까지 등에 업었으니 모 얼마나 끝내주는 곡 만들어올까?; 우리 HS 이제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
↳ 나 한 달 넘게 얘 앨범에서 못 빠져나오고 눈물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이야 누가 출구 좀 알려죠라,,,, ㅠ
스륵, 스륵-.
↳ 오랜 꿈을 포기했던 날, HS의 곡을 듣게 되고 다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작금의 대중들은 ‘HS’를 한국의 대표 작곡가라 칭하기 시작했다. 점차 팬카페의 회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LS 엔터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HS’의 얼굴 공개를 원한다는 글이 매일 올라오는 바람에 담당 직원이 애를 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타이틀 곡인 ‘Dear my Beethoven’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부르는 ‘고음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노래 좀 한다는 가수부터 일반인들까지 영상을 올려 대는 덕택에 현승의 앨범은 발매한 지 두 달을 꽉 채워 가고 있음에도 음원 차트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현승은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민현승 씨, 내가 간만에 귀한 걸음 했는데 손님 대접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대뜸 현승의 작업실을 찾아온 서지니의 첫 인사말이었다.
“그쪽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생각은 못 해 보셨으려나?”
“괜히 기분이 좀 그러네?”
“나를 아직도 잘 모르나? 성격상 빈말은 절대 못 한다는 거.”
서지니가 눈매를 좁히며 “하여간”하고 중얼거렸다.
“됐고, 선물.”
그리고는 새침한 표정으로 현승에게 쇼핑백 하나를 들이밀었다. 그 안에는 일본 명품 브랜드의 캐쥬얼한 셔츠와 니트가 각 잡힌 채 포장되어 있었다.
“이게 뭔데?”
“맨날 애같이 후드티 같은 것만 입고 다니길래.”
“나 애 맞는데.”
“휴, 하여간 생각해서 사다 줘도 소용없지.”
그녀는 일본 활동 중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 위해 입국하자마자 찾아오는 길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을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게끔 해 준 현승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건만, 미적지근하다 못해 퍽퍽한 반응이라니!
“어째, 둘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것 같아.”
김 실장은 서지니가 챙겨온 쇼핑백 안을 슬쩍 들여다보며 말을 덧붙였다.
“현승아, 그래도 지니가 너튜브에 ‘Dear my Beethoven.’ 여키로 커버 영상 올린 게 터진 덕분에 고음챌린지가 시작된 거야. 뭐, 말하자면 2차 유행의 포문을 열어 준 거지.”
“저 사람이 뭘 알겠어요. 그런 거 보지도, 확인도 안 할걸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분이시라.”
물론 현승의 1위 장기 집권이 백 퍼센트 서지니의 영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일부 공로가 되어 준 것은 확실했다. 다른 작곡가였더라면 고맙다고 절이라도 했겠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승은 고마운 표정은커녕 별안간 프로듀싱을 볼 때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세우고 있었다.
“뭐, 그게 꼭 서지니 씨의 덕분이랄 수 있나요? 곡이 좋으니까 그런 것도 다 유행이 되는 거죠.”
“허?”
“그리고 마지막 브릿지 구간에서 ‘살자’ 반복 구절에서 음정 코드가 하나 엇나갔었어요.”
그리고는 서지니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또, 아웃트로 전에 마지막 소절이 반 박자 늘어지는 바람에 변주 구간이랑 겹쳤고요. 더 말해 줘요?”
“보긴 했나 보네요?”
“그냥 뜨길래… 뭐, 그래도 고음 낼 때 턱에 힘주는 버릇은 사라져서 더 듣기 편해지긴 했습니다.”
잠자코 그 말을 듣던 서지니가 작게 “병 주고 약 주네.”라고 중얼거리며 콧방귀를 끼었다. 그래도 현승에게 칭찬을 들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입꼬리가 기분 좋은 호선을 그리고 있는 걸 보니.
그때.
“이야, 지니가 현승이 준다고 비싸고 예쁜 것들로만 잘 골라서 사 왔네.”
김 실장이 둘 사이에 끼어들며 화제를 전환했다.
“근데 혹시 내껀 안 사 왔어?”
“네, 왜요?”
“정말 너무하네.”
서지니는 시무룩해하는 김 실장을 향해 팔짱을 끼운 채 되려 나무라듯 말했다.
“근데 실장님이야말로 작곡가님한테 선물 사 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왜? 쟤가 나보다 돈 훨씬 많이 벌어. 쟤 이제 걸어 다니는 기업체야.”
그래, 현승을 영입한 지 어영부영 1년이 되었다.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승이 보여 준 성과는 실로 어마어마했으며,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정말 ‘걸어 다니는 대기업’ 수준이 되어 가고 있었다.
[ 작년은 ‘HS’의 해? 올해도 이어지는 ‘HS’의 해! 팬카페까지 개설된 스타 작곡가로 우뚝 성장! ] [ 작곡가 HS의 개인 앨범 타이틀 곡 ‘DMB’ 역주행, 국내 음원 차트 4주째 1위 장기 집권 성공! ] [ 절대적 1위였던 제이블 제치고 ‘HS’가 작년 한 해 저작권 수입료 1위 작곡가로 선정! ] [ 서지니, 정아린 아시안 뮤직 어워드 수상! 작곡가 ‘HS’ 언급하며 “감사하다.” 소감 전해… ]쏟아지는 기사들만 봐도 작년은 ‘HS’의 해였다. 그리고 기사 말마따나 올해도 현승의 해가 될 것이다. 첫 시작 단추부터 맨 레코즈와의 협업이니 당연한 얘기이다.
더군다나 대표의 지시로 현승이 별 욕심 없이 매절로 판매했던 곡들이 ‘HS’ 앞으로 등록되며, LS 엔터 소속 아이돌들의 컴백 타이틀곡으로 쓰이기까지 했다.
이제 사내에서는 현승이 유치한 동요를 만들어 오던, 트로트를 만들어 오던 일단 쓰고 보려는 현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에 따라 이득을 보는 건 비단 현승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확실하게 거론된 사안은 아니라지만, 자신 또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대로만 잘 간다면 차기 임원 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현승아, 은퇴하지 마라.”
“예?”
“절대 은퇴하지 말라고.”
김 실장은 사뭇 진지하고 또 진중했다.
“넌 평생 나랑 함께해야 해.”
이렇게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사라진 이들이 한둘이던가? 더군다나 정확한 금액까지는 몰라도 현재 현승은 어지간한 직장인이 평생 일해야 벌 만큼의 돈도 벌어 뒀을 거다. 앞으로 들어올 정산금까지 더해지면 여유롭게 살 수 있을 만한 ‘부’를 지니게 되겠지.
무엇보다 천재라는 족속들은 변덕스럽기 마련인데, 하물며 현승은 돈보단 재미를 추구하며 일하는 녀석이 아닌가? 어느 날 재미가 없어졌다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벌써 머리가 아팠다. 그래, 절대 그것만큼은 안 될 일이다.
“음.”
현승이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졌다. 그 모습에 김 실장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은퇴 안 해요.”
김 실장과 평생 함께할 수 있을지까지는 확실할 수 없다지만, 이왕 젊은 나이로 다시 돌아온 거 자신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평생 붙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를 당대의 히트곡들과 겨뤄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활동했던 시기가 오더라도 은퇴라는 선택지보다는 자신이 세운 기록을 깨 보고 싶다. 그렇게 ‘도장 깨기 챌린지’를 진행하며 이번 생은 ‘부’라든가 ‘명예’ 따위에 목매지 않고, 재밌게 즐기면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랑 평생 함께는 안 하고?”
“글쎄요?”
“말이라도 그렇다고 해 주면 덧나나.”
“또 삐지셨네.”
“됐고, 내일 맨 레코즈랑 2차 미팅이지?”
현승이 작게 “아, 맞다.”하고 탄식했다.
“너 또 까먹고 있었구나?”
“뭐,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됐죠.”
“나 없으면 너 어쩔래.”
“잘 살겠죠?”
김 실장이 “내가 졌다”라며 고개를 내 젓고는 현승의 등짝을 툭툭 두들겼다.
“간만에 구내식당이나 가자. 미팅하기 전에 든든히 먹어야지. 오늘 소불고기 나온다더라.”
“식권 스틸 가능?”
“그 말이 혹시 벼룩의 간을 스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실장님이 벼룩은 아니잖아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지니가 한숨을 내 쉬었다.
“유치해.”
남자는 20대나, 30대나 똑같군.
* * *
타이치는 현승을 만나기 위해 LS 엔터 측에서 마련해 준 미팅룸에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떤 일을 수락할까?
협업 제안서 2안에 제시되어있던 프로젝트 사안은 대략 10가지였다. HS가 그 작업을 다 수락하리라고는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혹여라도 그의 마음에 드는 일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될 뿐이었다.
그래도 1안은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테니, 일단 HS의 앨범을 일본에 로컬라이징 하는 협업 이야기를 먼저 꺼내 볼 심산이다. 물론 로열티를 업계 최고의 조건을 걸어야겠지.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가수를 써서라도 그의 곡에 누를 끼치는 일 또한 없도록 해야 하고 말이다.
“흠.”
타이치는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손목시계로 시간을 체크했다. 약속한 정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똑, 똑, 똑-.
애가 닳도록 기다려 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미팅룸의 문이 열리고 HS… 아니, 민현승이 미팅룸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다.
“먼저 와계셨군요. 기다리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럼 바로 협업 관련해서 이야기 나눌까요?”
현승은 타이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타이치도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 옅게 미소 지었다.
“제안서는 다 확인하셨죠?”
“예, 꼼꼼히 다 확인했습니다.”
“혹시 1안은….”
“예, 뭐 1안이야 맨 레코즈 측에서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해 주신다는 건데, 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죠. 유통비나 로열티 정산 비율도 확인해 봤는데 섭섭지 않은 조건이더군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타이치는 속으로 안주하며 고개를 느긋하게 주억거렸다. 맞지, 현승의 말대로 거절할 이유가 없는 덤 같은 제안이었으니까.
“그러면 바로 2안 얘기를 해볼까요? 다 맡아 달라고 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고, 그중 맡아서 진행하고 싶으신 프로젝트가 있었나요?”
현승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제 볼을 긁적이며 답했다.
“글쎄요, 사실 다른 항목들은 별 흥미가 오지 않았고.”
“그럼 다른 프로젝트 안을 보내 드릴….”
“아뇨, 7번 ‘닌식스’ 게임사의 OST 작업을 맡고 싶습니다.”
타이치는 그 말에 기억을 더듬었다. 2안의 7번 항목이라….
“그거라면 아마 ‘동물의 섬’ 시즌2에 삽입되는 OST 제작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왜 그 프로젝트를 원하시는지 이유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게임 OST라는 게 큰돈이 되지는 않을 거다. 게임 IP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큰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이다. 몇몇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 사례들을 전부 외우고 있다는 게 빈도가 적다는 방증이었다.
“그냥.”
현승이 한 템포 쉬고는 무심히 덧붙였다.
“제가 그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숨겨진 저의 따위는 없다. 그저 그 이유가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