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6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62화(62/482)
동물의 섬은 첫 시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다만 갈수록 플레이어가 빠져나가고, 점점 실적은 저조해져만 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맞이해 다시금 개편에 들어간 동물의 섬은 짧은 기간 안에 초시대적인 성공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래.
그 성공은 OST의 수혜를 받은 덕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는 게임 OST까지….”
서지니는 동물의 섬 OST 앨범을 들여다보며 피식 웃었다. 현재 일본에서 지내고 있는 만큼 동물의 섬 OST의 인기를 누구보다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이 양반은 뭘 해도 되네.”
실력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지, 둘 다라고 하는 게 맞겠다. 실력이 있으니 운을 얻어 탈 기회도 생기는 법이다. 왜,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자신의 ‘같이 걷자’라는 곡도 앨범 내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곡이 좋으니까 광고사의 컨텍을 받을 수 있게 된 거다. 그 결과로 재기에 완벽히 성공하며 더불어 일본 진출까지 해낼 수 있게 되고 말이다.
정아린도 그랬고, 개인 앨범 또한 그랬다.
기본적으로 곡이 좋으니까, 더욱 큰 성공을 거머쥘 수 있도록 기회가 따라오고 운이 뒷받침해 준 거다. 그래, 이번 동물의 섬 OST 앨범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 그에게 온 행운이라면….
한국인도 알 만큼 뉴튜버에서 유명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하던 히요리의 의도치 않은 방송사고로 동물의 섬을 하지 않던 유저들도 동물의 섬이라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다.
그렇게 사람들이 게임에 유입되고, 자연스럽게 HS가 만든 사운드트랙에 노출이 되고, OST를 매일 같이 듣다 보니 어느샌가 곡을 듣기 위해 동물의 섬을 하기에 이르렀다.
“성지순례야, 뭐야….”
동물의 섬 유저들이 모여 만든 카페를 훑어보던 서지니는 고개를 내저었다.
「 약 일주일간 동물의 섬을 플레이하고 일기 씁니다. 현실에서의 나는 오늘도 상사에게 일머리가 늘지 않는다며 사람들 앞에서 크게 혼이 났다 . 속이 쓰리고, 절망감에 휩싸여 퇴근만을 기다렸고 다시금 섬으로 숨어들었다. 예뻐 , 아름다워 , 포근해 . 역시 내 세상은 이래야지. 그러나 새벽이 다가오고 바닷가로 향하니 철썩이는 파도가 내게 말했다 . 이만 돌아가, 너의 현실로 . 내일은 또 네 세상을 살아가야지 . 맞습니다. 그렇게 허무한 마음을 끌어안고 오늘도 침대에 눕습니다 . 그래도 고맙네요. 이런 내 공허함을 잠시나마 달래주었던 동물의 섬, 아니 나의 섬에게 . 안녕, 내일 또 보자 ! 」
그날 현실에서 느낀 점과 동물의 섬을 하며 느낀 점을 일기처럼 작성하는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챌린지의 이름은 ‘쿄무 챌린지’
허무(虛無)를 일어로 변형하여 쿄무 챌린지라 불렸다. 그래, 동물의 섬을 하며 느끼는 플레이어들의 마음과 곡이 담고 있는 분위기의 공통점은 허무였다.
그런 허무한 감정마저도 좋다며 플레이를 이어 나가고 그 허무를 털기 위해 히요리가 일기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다른 많은 플레이어가 따라 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스르륵, 스르륵-.
게시판을 둘러보니 비단 OST뿐만 아니라 ‘HS’에 대한 궁금증도 퍽 높은 모양이었다.
「 한국 친구에게 물어보니 HS는 천재적인 작곡 실력을 지닌 유명 작곡가이자 , 외모까지 출중한 청년이랍니다. 이런 , 정말 탐나는 남자잖아? 일본으로 데려와 ! www 」
스르륵-.
「 서지니 저번 앨범도 , 이번에 신노스케가 발매한 Dear my Beethoven도 원작자가 HS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동물의 섬 OST만 들었을 적에는 대중가요를 작곡하는 사람일 거라 상상도 못 했건만 , 이래서 천재는 무서운 법이지 . . 모쪼록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군 . 」
스르륵-.
「 내가 생각했을 때 HS는 동물의 섬을 오랫동안 해온 고인물일 확률이 크다고 봅니다 .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깊은 감정의 심해를 들추어 곡으로 담아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 분명 그는 플레이하며 느꼈던 이면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곡에 담아낸 걸 겁니다 . 그러니 제목이 쿄무 아닐까? 정말 본인 등판해서 속 시원하게 말 한 번 해주면 좋겠다 . 」
서지니는 글을 읽다가 피식거리며 웃기도 하고 “흠”하고 침음을 흘리며 작게 주억거리기도 했다. 확실히 HS, 아니 현승은 조용히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거다.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임에도 한국에서는 이미 그의 팬카페가 생겼고, 일본에서마저도 ‘HS’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가 만든 곡 ‘허무(虛無)’에 담긴 속뜻에 집착했다.
“흠.”
그렇게 한참 게시판을 훑어보며 상념에 빠져들던 중,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승이 이렇게나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담긴 게임을 한다고?
자신이 아는 현승이라는 작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가끔 유치한 게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쓰읍, 그렇기는 해도 이리 심오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이 현승이란 사람을 잘 못 본 걸까? 그 사람도 그런 깊은 감정을 느끼고, 끌어안고, 담아내며 사는 걸까? 뭐, 이거야 나중에 물어보면 될 일이고.
“아무튼 잘됐네.”
모쪼록 현승의 ‘동물의 섬’ 프로젝트의 시작이 폭발적이라는 점에 기분이 좋아질 따름이었다.
* * *
일본 거대 게임 회사인 ‘닌식스’ 사옥 내부 개발실.
“하….”
불 꺼진 개발실, 혼자 빛을 내는 노트북.
그리고.
그 앞에 홀로 헤드셋을 낀 채 고뇌에 빠진 한 남자.
닌식스 소속 개발자이자 ‘동물의 섬’을 최초 게임개발자였다. 그는 지금 동물의 섬 OST인 ‘허무(虛無)’를 반복 재생하여 듣는 중이었다.
“분명 의도했어.”
그런데 자꾸 들을수록 새로운 감정이 불쑥 제 존재를 알리고, 어느새 복합적으로 뒤섞인 감정들이 가슴을 관통했다. 따듯하고, 포근하고, 행복하고, 뜨겁고, 열정적이고, 쓸쓸하고, 춥고, 외롭고….
그 감정을 모두 잡아먹어 버리는 공허한 허무감.
그렇다. 자신이 동물의 섬을 구상하고, 개발하고, 데이터를 구축하고, 테스트해 가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모두 끌어모아 만들어 놓은 듯한 노래였다.
게임 안에 자신이 녹여 내고 담아낸 모든 희로애락과 이면에 밀려오는 헛헛한 마음마저 모두 파악하고 만들어 낸 곡이었다. 의도하고 만든 걸까?
아니면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건가?
“하… 정말 궁금하단 말이지.”
정말 이전 시즌과는 달리… 아니, 아니지. 그냥 이런 적은 처음이다. 고작 게임 메인 OST일 뿐인데, 그 곡을 가지고 음악 평론가들이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하고, 플레이어들이 직접 감정을 공유하는 ‘쿄무챌린지’를 유행시키고, 잠잠하던 공식 사이트 내 게시판에는 문의가 빗발쳤다.
「 동물의 섬 메인 OST 곡명인 쿄무는 작곡가가 플레이어들이 느낄 감정까지 파악하여 지은 거 맞죠 ? 흠 , 그러지 않고서야 곡명을 쿄무라고 지었을리 없어 . 」
라는 내용의 문의 사항이 말이다.
“안 되겠어. 물어봐야겠어.”
확답받고 싶었다. 정말 동물의 섬의 실제 플레이어인가요? 혹시 당신도 같은 감정을 느꼈던 건가요? 그 감정을 반영하여 곡을 만들고, 곡명을 의도하여 지은 건가요?
속으로 쏟아 낸 질문들을 손으로 받아 적었다.
만약 맞는다고 한다면 정말 게임을 잘 만든 거겠지. 개발자의 감정을 담은 게임, 그리고 플레이어가 그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게임, 인생을 살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담아낸 게임은 동물의 섬밖에 없을 테니까.
“어, 쇼치. 혹시 지금 회사 내부에 있나?”
남자는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게임의 가치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선 꼭 진행해야 할 일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내 질문을 정리해서 LS 엔터테인먼트 측으로 정식 확인 요청해줄 수 있나 해서 말이야.”
그래, 알 것 같다 하더라도.
“명확히 말하자면, 그곳에 전속 작곡가이자 이번 시즌 OST를 전담 제작해 준 작곡가에게 요청하는 거야.”
원작자에게 꼭 들어야겠다.
* *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 오네.”
김 실장이 가져온 보고서를 확인하던 최 이사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의 말에 김 실장이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나 드라마 OST도 아닌 게임 OST가 이렇게까지 흥행할지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다 말겠지 싶었다.
그러나.
현재 일본 내에서는 게임사에서 한정판으로 발매한 OST 앨범을 대량으로 유통해 달라는 소규모 시위도 벌어지고 있었으며, 이번 시즌 개편 이후 유입된 플레이어의 숫자가 증폭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동물의 섬은 초시대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 참,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아닙니다만. 지니에게 전해 듣기로는 일본 내 커뮤니티에서 이번 메인 OST를 주제로 ‘쿄무 챌린지’라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 친구, 아주 유행시키는데 재주가 있군. 이 정도쯤 되면 현승이 녀석 천운을 타고났다고 해야 할지, 실력이 미친 듯이 좋은 거라 해야 할지 헷갈린다니까.”
“사실 이 정도의 성공을 지속해서 거두려면 천운도, 실력도 따라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승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놈인 거고,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성공할 겁니다.”
그 말에 최 이사가 소리 없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현이 말이 정답이다.”
김 실장은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매번 혼자 힘으로 어떻게든 해내고자 아등바등 사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어느 날인가부터 다른 이를 위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찾아왔더랬다. 하물며 영원한 성공이란 말을 믿지 않고 신중을 가하던 놈이, 절대적인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
아마도 녀석에게 드디어 믿을 구석이 생긴 모양이다.
띠링-!
그때 김 실장의 주머니에서 명쾌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아, 죄송합니다. 닌식스 게임사 측에서 메일이 하나 들어와서 잠시 확인 좀 하겠습니다.”
“닌식스? 거기서 왜?”
“이슈가 발생한 건 아니고, 메인 OST의 곡명인 ‘허무’에 담긴 의미를 원작자인 HS를 통해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이네요.”
“음, 그렇군….”
그리고는 작게 “허무라….”하며 중얼거렸다.
파일로 전달받아 메인 OST를 들어봤다. 빠르게 변조가 이루어지는 곡인 만큼 수십 가지의 감정이 빠르게 교차 반복되며 스쳐 지나갔다.
문득.
자신 또한 궁금해졌다. 곡에 담긴 많은 감정 중 왜 하필 ‘허무’라는 감정을 선택한 걸까? 메인 감정으로 잡았으니 곡명도 허무라 지은 거겠지?
이 곡을 만들던 녀석은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던 걸까? 아니면 음악 자체가 허무하다고 느꼈던 걸까? 최 이사는 더 깊은 상념에 빠져들기 전에 물었다.
“혹시 김 실장은 그 친구가 왜 곡명을 허무라고 정한 건지 들은 게 있나?”
“저도 들은 바는 없습니다. 뭐, 요즘 사람들이 추측하는 내용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나도 곡의 말미쯤에는 마치 내 인생의 후반부를 맞닥뜨린 것처럼 허무하더군.”
“최 이사님의 인생 후반부가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걸요?”
김 실장은 휴대폰 화면에 뜬 시간을 보더니 슬쩍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우선 저는 말 나온 김에 정확히 확인해 보러 가야겠네요.”
“그 녀석 데리고 구내식당 가서 밥 먹을 시간이구만?”
“아이, 뭐 겸사겸사요. 닌식스에 회신도 얼른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 이사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아냈다. 뭐, 여자친구 보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입꼬리는 왜 이리 올라가 있는지.
그래도 얼굴이 밝아져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현아, 요즘은 별일 없는 거지?”
“예, 아무 문제 없이 다 괜찮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한 채로 오히려 일에 더욱 매몰되어 살려고 하더니만.
이젠 김 실장의 얼굴 위로 껴 있던 먹구름이 날아가고 무지개가 활짝 피어오른 양 보일 따름이었다.
“그래, 그럼 됐다.”
얼마 전 제 아들뻘인 현승을 붙잡고 하소연하듯 김 실장을 잘 부탁한다고 했던 게 부질없는 짓은 아니었나 보다.
“혹시 답을 듣거든 내게도 바로 좀 알려 주겠나?”
“넵,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해 보인 김 실장은 곧장 이사실을 빠져나와 현승의 작업실로 향했다.
.
.
.
현승의 작업실을 찾은 김 실장은 닌식스로부터 받은 요청 관련하여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지금 회사 게시판에 문의 글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직접 ‘허무’란 곡명에 대해 무슨 뜻인지 공식 입장을 좀 밝혀 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
그 말에 현승은 작게 “아, 그거….”하며 입을 열었다.
“허-.”
“허-?”
“무 다 털렸네.”
“무 다 털렸…?”
말을 따라 복창하던 김 실장이 말끝을 흐렸다. 사고가 정지한 듯 표정조차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허, 무 다 털렸네-라니?
“허, 무 다 털렸네-에서 따온 거예요.”
말간 현승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김 실장은 이 순간 깨달았다. 현승이 지은 곡명에 그리 대단하거나, 심오하거나, 되새길만한 의미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허, 무 다 털렸네.”의 줄임말일 뿐이었다.
“이런 또, 속았네. 속았어.”
“제가 뭘 속여요?”
“거의 이 정도면 사기 수준….”
다시금 얘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지이이이이이잉-.
최 이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예, 최 이사님.”
– 혹시 현승이한테 물어봤나?
“아, 그게….”
– 뭐, 물으나 마나 빌 ‘허’ 자에 없을 ‘무’ 자를 쓴 허무, 그 감정 자체를 뜻한 거라고 하지?
답은 이미 정해 놓은 듯 물어 오는 최 이사에게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일생일대의 고민이 닥쳐왔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려야 하냐 아니면 착한 거짓말을 해 드려야 하나.
이윽고.
김 실장은 현승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무덤까지 비밀에 부치기로 결심했다.
“예, 한국어로는 허무. 한자로는 빌 ‘허’자에 없을 ‘무’, 일어로는 쿄무. 그 뜻 자체의 감정을 담아낸 곡이라네요.”
– 역시 김 실장 말대로 그 친구는 운도, 실력도 최고라니까? 그 감정을 담아낸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그 감정을 느낄 거라는 걸 예측하여 곡명을 지은 거 아니야?
수화기를 통해 현승을 향한 칭찬을 쏟아내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민망했다.
“예, 그렇죠…?”
더 이상 통화를 이어 나갔다가는 더욱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김 실장은 닌식스 측으로 회신하려던 참이라는 핑계를 빌어 통화를 종료했다.
“현승아, 내 부탁 하나 들어줄래?”
그리고는 현승의 어깨를 부여잡은 채 눈높이를 맞추며 아이 다루듯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앞으로 ‘허무’라는 곡은 그저 ‘쿄무’ 그 감정 자체인 거야.”
현승이 투덜거리는 투로 되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허무하다 할 때의 허무 말이야.”
“왜요? 그 뜻이 아니라니까요.”
“식권 10장 줄 테니 세상을 위해 그런 거라고 하자.”
“예, 그런 걸로 하죠.”
그래.
모쪼록 이 사실은 자신과 현승, 둘만의 비밀에 부쳐 놓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