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63)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63화(63/482)
[ [공식] HS, ‘허무’라는 곡은 “허무한 감정을 담아 지은 곡명”이라고 입장 발표 ]─ 작곡가 ‘HS’가 지난 3일 발표한 동물의 섬 OST 앨범이 연일 화제다. 특히 일본에서는 OST를 기반으로 ‘쿄무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플레이어들은 곡명인 ‘허무(虛無)’가 가진 의미에 대해 궁금증을 품었다. 일본 최대 게임사인 ‘닌식스’의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하루 최대 100개를 웃도는 문의 글이 빗발쳐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가 마비될 정도였으며…(중략)
스르륵, 스르륵-.
결국 닌식스는 맨 레코즈와 협업하여 OST 앨범 제작을 맡았던 ‘HS’에게 곡명에 담긴 의미 관련하여 확인을 요청하였다. 그에 따라 작곡가 HS는 “그저 허무하다 할 때의 허무라는 의미로, 플레이어들이 느끼게 될 감정을 예측하여 만든 곡명”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중략)
“허허.”
김 실장은 기사를 보며 너털웃음을 흘렸다.
스르륵, 스르륵-.
⤷ 이 남자 모야 .. 느낄 감정을 미리 예측했다는 거,, 치인다,,
⤷ OST 듣자마자 바로 동물의섬 시작했다,, ㄹㅇ귀 살살 녹아,,
⤷ 이쯤 되면 HS 천재인 거 세상 사람 다 알아죠라,, 제발,,
스르륵, 스르륵-.
⤷ HS 팬이라면 이 게임 당장 지금 실행해라. 앨범도 사라.
⤷ 안 그래도 동섬 꽤 인기 있었는데 지금은 진짜 장난 아님;
⤷ ㅇㅈ 내 주변에 요즘 동물의 섬 안 하는 사람이 없음.
그리고는 댓글 하나하나를 다 훑어보며 한바탕 크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여간, 뭘 해도 될 놈이라니까.”
일본 물살을 타고 국내까지 도달한 인기는 점점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총 OST 앨범 제작을 담당한 ‘HS’가 존재했다.
일본에서는 동물의 섬 유저들이 OST에 빠져 ‘HS’를 찾는 현상이 벌어졌다면, 한국에서는 ‘HS’의 인지도가 더 높은 만큼 많은 이들이 그 때문에 ‘동물의 섬’으로 모여들었다.
그래.
한 마디로 HS의 이름이 보다 널리 알려진 셈이다. 점점 이렇게 ‘HS’라는 이름이 세계로 뻗어 나가겠지? 김 실장이 흐뭇한 표정을 한 채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던 찰나였다.
“박스들은 집 안으로 다 옮겨놨습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삿짐센터 직원이 집 문을 열고 나오며 짐 정리가 끝났음을 전했다. 직원들이 빠져나가고 열린 문틈으로 걸음을 내딛자 새집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넓게 빠진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집 내부를 눈에 담았다. 녀석은 가구부터 가전까지 이미 옵션으로 설치되어 있는 거라 했지만,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녀석….”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근에 구매되었다는 영수증을 대놓고 소파에 올려놓고는 뭘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이 집을 자신에게 구경시켜 주기 전부터 이미 계획하고 가구도 가전도 들여다 놓았을 거다.
그리고는 어떻게 말할지, 어떻게 설득할지 혼자 고민했을 거다. 그래, 이제는 알 수 있다. 그 녀석이라면 상대방을 배려하여 최대한 부담가지지 않도록 일부러 더 무심히, 정말 별일 아닌 척했을 거다.
그렇기에 더 고맙고, 미안하고, 대견했다.
조금 전 떠들썩한 기사 속 내용처럼 현승이 유명해졌기에 이 집을 살 수 있었던 거고, 그로 인해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된 거다.
터벅, 터벅-.
탁 트인 확장형 발코니로 걸음을 옮겼다. 넓은 통유리창 너머로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인근에는 제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대학병원도 보였다.
얼른 퇴원해서 모시고 와야지.
다짐하며 고개를 돌리니 자신이 다니고 있는 LS 엔터테인먼트의 압도적인 규모의 사옥이 눈에 들어온다. 녀석은 지금도 저기 안에서 즐거운 표정을 한 채 작업하고 있겠지.
「 금쪽이 」
단축키 2번을 꾹 누르니 이름보다 더 익숙한 애칭이 액정 위로 떠오른다.
“현승아, 이사 다 끝났어.”
─ 그럼 얼른 출근하시죠.
“직장 상사처럼 말하기는.”
딱히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니었다. 그저 지금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을 뿐이다.
“현승아.”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고맙다.”
진심을 담은 한마디였다. 감히 잘 커 줘서 대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고, 현실에 무릎 꿇고 관계를 저버릴 뻔해서 미안하고, 잡아 줘서 고맙다고.
그 감정을 뭉뚱그려 무심히 툭 내뱉었다.
이윽고.
수화기를 타고 자신보다 더 무심하고 상투적인 목소리가 다정하게 흘러나왔다.
─ 구내식당이나 가게 얼른 오시기나 하시죠.
* * *
“자, 이제 기획안은 나온 것 같으니 섭외에 들어가야 하는데….”
말끝을 흐린 남자는 고민에 빠진 얼굴로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꾹 누르며 말을 아꼈다.
이 남자의 이름은 김영호.
국내 지상파 방송국 3사 중 한 곳인 MBM의 간판 PD이자, 연출을 맡은 예능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스타 PD로서 자리매김에 성공한 자였다.
드디어 프로그램 기획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며 단체 회의를 소집했고, 가장 상석에 자리한 김영호는 자료를 넘기며 무심히 물었다.
“우선 지역별 심사위원은 누구로 할지 다들 좀 생각해 봤나?”
그는 이번에 라는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무려 40억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여 만든 초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첫 시즌인 만큼 흥행을 끌어내야만 다음 시즌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제주 지역의 경우, 제주 토박이 출신으로 알려진 아이돌 그룹 엑스터의 현민을….”
“부산은 래퍼 겸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더블디가 부산 토박이 이미지가 강하기에 그림상….”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화제성과 독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흥행할 수 있을 터였고.
이 프로그램은 지역별 예선전의 심사위원을 다 다른 인물로 앉혀놓은 것으로,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두며 독보성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래, 지방 지역은 그 사람들로 해서 픽스하는 걸로 하고.”
그 안건에 대해서는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화제성.
“섭외팀, 메인 심사위원으로 리스트업 해 놓은 사람들은 좀 접촉해 봤나?”
“네, 공식적으로 소속사나 레이블을 통하여 섭외 요청을 한 상태입니다.”
“아직 응답 온 쪽은 없고?”
“금일 자정에 발송해 놓은 상태라 아직 확정 지어진 사람은 없습니다.”
김영호는 밤을 새운 탓에 거뭇하게 자란 턱수염을 매만지며 침음을 흘렸다.
“흠.”
으레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성을 몰고 오려면 실력 있는 참가자, 개성 있는 참가자, 웃음 요소가 있는 참가자, 얼굴이 반반한 참가자가 많아야 한다.
그럼 그중에 분명 모든 요소를 골고루 갖춘 참가자가 있을 것이고, 자연스레 그 참가자로 화제가 되면서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테니까.
물론.
그런 참가자는 어느 정도 내정된 채로 축제가 시작된다.
이번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도 이미 많은 연예기획사에서 자신들이 밀고 있는 연습생을 TOP10 안까지 안착시켜 달라는 내용의 불공정한 청탁이 장대비가 쏟아지듯 빗발쳤다.
어차피 데뷔하게 되면 써야 할 어마어마한 홍보비 일부를 프로그램에 뚝 떼어 투자하는 것이니, 실리를 따지고 보면 제작사 입장에서도 기획사 측에서도 남는 장사일 터였다.
다만.
프로그램 기획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차고 넘치리라 생각했던 40억이라는 제작비는 막상 진행되어 가다 보니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과연 화제가 될 수 있을지, 설령 화제가 된다 한들 그만큼의 리턴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 마디로 40억짜리 복권을 산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또 윗선에 앉아있는 영감들을 설득하는데 들인 시간만 해도 몇 년이 걸리지 않았나? 한마디로 제 손에 쥐어진 복권은 사표를 담보로 구매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더더욱 꽝이어서는 안 되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특히 그 사람은 꼭 섭외해야 해.”
김영호는 결심한 듯 제 앞에 놓인 출력물을 탁탁 내려치며 완강하게 덧붙였다.
“서울 지역 심사위원으로 일회성 출연이라도 괜찮으니까 앉혀다만 놔. 메인 심사위원이면 더 좋고.”
그래,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대박이 터지는 참가자보단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고정 심사위원으로 앉혀 놓는 게 더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가 되어 줄 테니까.
“저, 피디님….”
그때 막내 스태프가 눈치 없이 물음을 던졌다.
“죄송하지만, 혹시 그 사람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그 말에 김영호가 고함을 치며 출력물을 내던졌다.
“누구긴, 누구야!”
힘없이 펄럭거리며 회의실 테이블 중앙에 안착한 출력물 위로는 고정 심사위원이 리스트업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그 리스트 맨 상단에 기재된 섭외자 이름에는 종이가 뚫릴 기세로 동그라미와 별표가 그려져 있었다.
“설마 얘 말고도 내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 있나-?!”
그의 물음에 일동 입을 모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 압니다!”
“그럼 어디 한번 말해 봐!”
그래.
국내에서 가장 센세이션하고 베일에 싸인 인물, 출연만으로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가 될 인물.
“여기 적힌 리스트업 중에 누굴 가장 섭외 1순위로 놓고 해야 하는지-!”
너무나 당연한 물음이었다. 현재 그 정도의 인물은 국내에 딱 한 사람뿐이니까.
이윽고.
회의에 소집된 인원 전체가 회의실이 떠나가라 한 이름을 외쳐댔다.
“작곡가 HS요!”
그제야 김영호는 마음이 놓인 듯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아니,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에서 총괄 섭외를 맡게 된 이효섭은 다 먹은 커피 캔을 구기며 발을 동동 굴렀다.
[ 김영호 PD : 어떻게든 HS 섭외해. ]아집스럽게 HS만을 섭외하라고 닦달하는 바람에 곤란해진 까닭이었다. 섭외야, 당연히 하고 싶지. 누구보다 정말 간절하게 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자신일 거다.
그래, HS를 섭외하는 데 성공한다면야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업적을 올린 히어로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자연스레 다음 시즌도 자신이 맡게 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김영호 라인으로 확실하게 줄을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
다만, 제아무리 급박하고 간절하다 한들 HS를 섭외하는 게 제 맘처럼 쉬운 일도 아니었다. 무려 정식적으로 섭외 요청 넣은 것만 벌써 다섯 번이다.
처음엔 HS는 방송 출연 의사가 일절 없다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고, 그 뒤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희망 고문에 가까운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안 그래도 HS에게 섭외 요청을 했다가 대차게 까였다는 곡소리가 방송사 곳곳에서 들려왔기에, 그를 섭외하는 과정에 난관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다지만.
가망성이라도 있는 게 맞을까?
“나머지 인원이나 먼저 확인해 봐야겠다.”
자신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다고 한들, HS가 덜컥 출연해 주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지금은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자. 그러다 보면 또 좋은 방안이 생각날지도 모르니까.
“음.”
이효섭은 HS의 이름 옆에 보류라고 적어 놓은 다음 아래에 적힌 이름들로 시선을 옮겼다. 막막한 마음에 절로 침음이 나오는 리스트였다. 사실 섭외가 만만치 않다는 건 HS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메인 심사위원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은 전설적인 가수 혹은 유명 프로듀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나와 사서 욕을 먹지 않아도 되는 인물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서로 이해관계만 잘 맞는다면 어느 정도 섭외할 수 있다는 가망성은 있다.
“제이블?”
그때 이효섭은 섭외 명단에 적힌 제이블이라는 이름을 중얼거렸다. 제이블 또한 섭외 요청이야 진작에 했지만 고려해 보겠다는 일말의 희망만을 남긴 채 깜깜무소식인 상태였다.
“이 사람이라도 나와 주면….”
잠깐, 잠깐만.
그래, 왜 이 좋은 묘안을 이제야 떠올렸을까.
“제이블 담당 실장 번호가….”
이효섭은 곧장 휴대폰을 들어 통화목록을 뒤졌다.
“여깄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며 씨익 웃어 보였다.
뚜르르르르르-.
기나긴 신호음이 흐르고, 머지않아 상대방 측에서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일전에 K-싱어스타 프로그램 섭외 건으로 연락드렸던 이효섭입니다.”
– 아, 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분명 그 섭외 건에 대해서는….
“예, 고려해 보시겠다고 하셨죠.”
– 충분히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생각했는데, 알 만한 분이 왜 그러실까요?
“에이,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마시고 제가 한번 제이블 씨와 통화를 해볼 수는 없을까요?”
– 아시다시피 제이블 씨는 워낙 바쁘다 보니 직접 통화는 어렵습니다.
“그럼 혹시 제 얘기를 전달만이라도 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이효섭이 다급히 말을 잇던 도중 스피커 너머에서는 “누군데? 무슨 일이길래.”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세어 들어왔다.
분명 이건 제이블의 목소리였다. 이효섭의 머릿속에서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경보음이 징징 울려댔다.
“혹시 지금 제이블 씨와 함께 계신 걸까요?”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물어오는 자신에게 상대방은 마지못해 떨떠름한 투로 “아, 예….”하며 덧붙였다.
– 짧게 하실 말씀만 하시죠. 제이블 씨도 같이 듣고 있습니다.
이효섭은 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목을 가다듬었다.
“제이블 씨,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개인 앨범 음원 성적 내기에서 아깝게 지셨잖아요.”
– 지금 그 얘기가 왜 나옵니까?
실장이 따지듯 되묻자, 옆에 있던 제이블이 “가만 있어 봐.”하며 전화를 넘겨받았다.
– 서론 길게 하지 마시고, 본론만 얘기하시죠.
고저 없는 목소리는 잔뜩 날이 서 있다. 아무래도 제이블에게도 꽤 치명상을 남긴 패배였나보다.
“예, 그럼 본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이블 씨도 슬슬 설욕전 한번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 난데없이 무슨 설욕전입니까?
“확정이 난 건 아니지만, 현재 HS 씨의 출연 얘기가 긍정적으로 오가는 중입니다.”
– 제가 알기론 그 친구, 방송 출연은 고사하고 인터뷰도 비공개만 하는 걸로 아는데.
“예, 그런데 이번에 제이블 씨가 나온다면 거의 백프로의 확률로 출연할 기세더라고요?”
이효섭은 살살 거짓말까지 섞어가며 사탕발림 말들을 잔뜩 늘어놓았다.
“제이블 씨가 제대로 한번 설욕전 벌이실 수 있도록 저희가 판 깔아드리겠습니다. TOP10 정도 가면 두 사람이 만든 자작곡으로 경연을 펼칠 겁니다. 더러운 건 우리 방송사가 떠안으면 되니까, 제이블 씨는 그저 그때 한번 좋은 음원 만들어서 보여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게 깔며 결정타를 날렸다.
“내가 바로 제이블이다.”
더 할 말은 없다. 그래, 괜히 오바해서 말을 더 이어 나갔다간 되려 역효과만 불러낼 수 있다.
잠시 물러서서 충분히 생각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지.
다만.
어떤 답이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씨알도 먹히지 않고 헛소리 말라며 전화가 끊길 수도 있다. 그럼 HS는커녕 제이블도 섭외 리스트에서 날라 가게 되는 꼴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손에는 식은땀이 차오르고,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다음 말을 기다리며 수화기에 귀를 바싹 가져다 댔다.
그러나 제이블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젠장, 역시 안 먹히나?
이효섭이 바싹 마른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찰나였다.
– 그 사람이 나온다면….
이윽고.
스피커에서 제이블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도 나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