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69)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69화(69/482)
오전부터 사내 카페테라스를 찾은 박 전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말라 가는 입안을 적셨다.
“하아….”
한참이나 물고 있던 빨대에서 입을 탁 떼어 내자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의 한숨이 이토록 깊은 이유는 바로.
“이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야.”
점차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는 중이었는데,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근길에는 꼭 커피를 한잔 사러 온다고 했는데….’
비록.
정말 나타난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조차 갈피를 못 잡은 상태이기도 했다.
달, 달, 달-.
테이블 아래로 떨리는 두 다리만 보더라도 애타는 심정이 엿보였다. 그래, 속이 시끄러워서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두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고 있자 귓가에는 손목시계의 재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려왔다.
정말 딱 12시까지만, 그래, 딱 정오까지만 기다려 보는 거야.
그렇게 마음먹은 박 전무가 커피를 추가 주문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어, 박 전무님? 요즘 자주 뵙네요.”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이 한참이나 기다려 오던 얼굴이 보였다.
너무 기다려 온 시간이 길게 느껴진 탓일까?
박 전무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컥 일어나며 답했다.
“왜, 이제야…!”
그리고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아차”하며 괜스레 헛기침을 해 댔다.
“큼, 흠…. 지금 출근하는 길인가?”
“예, 맞습니다.”
“오늘도 내가 커피 한잔 살 테니 잠시 시간 내어 줄 수 있겠나?”
현승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네.”하고 답했다. 잠시 티타임을 갖는 게 그리 어려울 일은 아니니까.
물론.
또다시 표절에 대한 반박이라든가 K-싱어스타 편파 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가차 없이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감사합니다.”
커피를 받아 든 현승이 꾸벅하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박 전무의 앞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혹시 근데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그 물음에 박 전무는 “어, 그게….”하고 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정말 괜찮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현승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되레 당황스러워 무슨 말도 쉽게 꺼낼 수가 없던 까닭이다.
분명 어제 현승은 자신이 관리하는 1팀에 찾아와 표절 시비를 제기하지 않았던가? 아니, 거의 표절이라 확신했지.
지금은 그 사달이 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하물며 자신은 현승에게 뻔뻔한 태도로 표절이라는 증거가 있냐며 적반하장으로 굴었다.
그러나 표절 시비는 사실로 밝혀져 버렸고 제 눈앞에 앉아 있는 녀석은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근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
“어제 일은….”
피하던 시선을 옮겨 현승의 눈을 마주하자 고요한 눈동자가 자신을 반듯하게 마주해 온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지고 대신 사과하겠네.”
“뭐를요?”
“표절 말이야.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더니, 우리 애가 USB를 주웠는데 들어 있던 음원이 샘플링인 줄 알고 조금씩 따 와서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모양이더라고….”
그 말에 현승이 “샘플링?”하고 따라 중얼거리더니 피식 웃어 보였다. 그 곡은 ‘샘플링’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미 완성된 곡이었다. 그저 그런 완성도 아니고 연금과 같은 가치가 있는 곡 말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 애가 잘 모르고 실수를 범했으니, 내가 대신 사과하겠네.”
다른 문제도 아닌 표절에 있어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대처하는 LS 엔터테인먼트의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래, 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니까 자신에게 사과하러 온 거겠지.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썩 통쾌하거나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더 빌어 보라고 할 맘도 들지 않았다. 저작권이 제 주인의 자리만 잘 찾아간다면 별 관심도 없었으니까.
다만.
끝까지 제 식솔이 한 잘못을 고의가 아닌 단순한 실수라고 포장하는 박 전무를 보고 있노라니 절로 웃음이 났다.
맞다, 그 꼴이 우스웠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박 전무가 참 인간답다고 느껴졌다. 제 이득에 따라서 얼마든지 입장을 바꾸고, 자신도 있는 밥그릇을 옆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탐을 내면서, 제 식솔 밥상에선 젓가락 한 짝도 빼앗기지 않으려 매번 날이 선 채로 살아가는 모양새가 가장 원초적인 인간상(人間像)에 가깝지 않은가?
그래.
다른 사람은 박 전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아마 자신이 같은 팀이었다면 참 대단한 아군이자, 든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1팀에서 넘긴 음원은 취소했어.”
그 말에 현승은 짧게 “예”하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다.
더 공방이 이어졌다면 정말 법적으로 조치할 각오도 염두에 둔 차였는데, 취소했다고 하니 귀찮아질 일이 사라져 참 다행이라 여겨질 따름이었다.
“표절은 예민한 사안이니까 얼렁뚱땅 덮고 넘어 가 달라는 말은 안 하마. 그에 따라 사내에서 내리는 불이익도 감수하겠어. 대신 책임자인 내 선에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
현승은 박 전무의 말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
정아린 때도 맨 레코즈 때도 직접 와서 사과한 전례 자체가 없는 인물이, 지금 자기 팀의 전속 작곡가가 한 일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책임을 다 떠안겠다고 하는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물며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자신에게 말이다.
아까 처음 마주했을 때 반응이나 지금 늘어놓는 대화들로 보아, 일부러 마주칠 기회를 만들고자 기다렸던 것처럼 보이던데….
그렇게까지 자신의 팀원을 감싸 주고 싶었던 걸까?
그래….
어쩌면 제 생각보다 더 인간다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여러 의미로 가장 인간다운 인간(人間)
“모든 일이 순리대로 돌아왔으니 박 전무님은 불이익을 당하실 일도 책임을 지실 일도 없습니다.”
“설마 윗선에 보고를 아직 안 한 건가?”
“예, 안 했습니다.”
“왜 안 한 거지? 꽤 심각한 사안이었잖나.”
“제 맘이죠?”
현승이 눈썹과 함께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박 전무는 그런 현승을 보는 순간 팽팽하게 쥐고 있던 긴장감을 놓을 수 있었다.
자신이 책임지겠노라 큰소리는 쳤다지만….
이미 자신은 맨 레코즈 공문을 빼돌린 걸 들켰을 적, 대표에게 무언의 경고를 한 차례 받았었기에 이번에는 그저 경고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노라고 각오한 차였다.
‘의연해도 너무 의연하단 말이지.’
어제 그렇게나 살기 어린 눈빛으로 경고를 던져 놓고 나가 버렸지 않은가? 근데 그랬던 사람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양, 별 대수롭지 않게 굴고 있다.
으레 저 또래의 남자들이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괜한 일에 더욱 열을 내고, 별일이 아님에도 용서를 못 하기도 하는 게 정상적인 모습이지 않나?
하물며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어른들조차 자존심 하나에 목을 매고, 밥그릇 하나를 두고 더럽고 추잡한 모습을 보여 가며 으르렁거리는 세계다.
대체 저 녀석의 여유로움과 의연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박 전무는 속으로 연신 감탄을 남발해 댔다. 다른 의미로 현승이 자기 팀이 아닌 게 아쉽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 녀석이 같은 팀이었다면 혼자 고군분투하지 않고, 조금은 맘을 놓은 채 등을 기대고 의지할 수 있었을까?
아니지.
이런 생각은 하면 할수록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다. 박 전무는 자꾸만 고개를 드는 생각을 멈추고자 테이블을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것 같은데 이만 일어나지.”
그리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덧붙였다.
“참, 일전에 편파적으로 심사 좀 봐 달라고 요청했던 건 없던 일로 해주겠나?”
“예, 어차피 들어줄 생각도 없었습니다.”
“가만 보면 참 자네도 한결같은 사람이야.”
현승이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음,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이윽고.
“녀석, 뻔뻔하기는.”
박 전무는 처음으로 현승을 보며 악감정 없이 피식 웃음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 * *
전국적으로 K-싱어스타 2차 예선전이 치러졌고, 드디어 마지막 3차 예선전의 날이 밝았다.
“선배님, 오랜만에 뵙네요!”
이영아는 예선장 안으로 들어오는 김광진을 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90도로 인사를 전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인 여성 대표 보컬리스트인 이영아에게도 김광진은 하늘 같은 대선배였다.
그래.
그는 무려 데뷔 40년 차가 넘어가는 한국 가요계의 살아 있는 역사랄 수 있었다. 그만큼 편하게 대하라 해도 대할 수가 없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게. 우리가 저번에 라디오에서 한 번 보고 못 봤지?”
“예, 라디오 다시 한번 꼭 좀 불러주세요.”
“에이, 우리가 모셔 와야지. 영아가 요즘 워낙 바쁘잖아?”
“선배님의 부탁이라면 다 제쳐 두고 나가죠.”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인사를 마친 둘은 심사위원 세 자리 중 두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어휴, 3차 예선전인데도 이렇게 많은 거야?”
김광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들추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니까요, 오늘 밤까지 해도 안 끝날 것 같은데요? 이거 진짜 오늘 안에 다 볼 수 있는 거 맞아요?”
그를 따라 이영아가 앓는 소리를 내며 스태프를 향해 투정을 부렸다.
“막상 왔다가 떨리고, 겁나고,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못 보겠다면서 도망치는 경우도 되게 많아서 괜찮을 겁니다.”
돌아온 답변에 이영아는 “아, 그래요?”하고 되물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슴 깊이 공감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이라면 절대 그럴 일은 없었을 거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못 보겠다며 줄행랑이라니.
“좀 한심하네.”
이영아는 도톰한 입술로 들릴 듯 말 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때.
김광진이 제 좌측의 빈자리를 툭툭 두들기며 물었다.
“여기 남은 한 자리는 누군가?”
이영아도 빈자리를 한번 봤다가 스태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서울 지역 예선전에 참가하는 심사위원이라면 본선까지 함께 합을 맞춰야 할 메인 심사위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누구인지는 대중도, 같은 심사위원도 알 수가 없었다. 물론, K-싱어스타 메인 심사위원 라인업 중 실루엣으로 가려져 있던 두 명의 심사위원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중 한 명은 제이블이라는 소문이 왕왕 들려오고 있었다.
“제이블인 거죠?”
이영아는 궁금함을 못 참고 떠보듯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아, 그게….”
그리고는 난처해하는 스태프를 보며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딱 끼운 채 닦달을 이어 나갔다.
“제이블 정도 되는 인물이 아니라면 지금 이렇게 제일 늦게 등장하는 거에 납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아, 그게 제이블 씨가 메인 심사위원은 맞는데 그분은 원진섭 씨랑 경기도 지역 심사를 맡기로 하셨어요.”
“그럼 대체 나머지 메인 심사위원은 누군데요? 어차피 곧 알게 될 거잖아요. 얼른 말해줘요.”
스태프가 근방을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어, 그게… 작곡가 HS 씨입니다.”
이영아는 제 두 입을 틀어막으며 “진짜?”하고 되물었다. 요즘 방송사뿐만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HS의 존재는 늘 화젯거리였다. 그가 만든 곡이 전부 히트를 기록하면서 LS 측으로 곡 하나만 받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낸 가수가 한 트럭이라던가?
다만.
정작 러브콜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든지, 그에게 곡을 받을 예정이라는 가수는 없었다.
“언제 오려나아-?”
이영아는 HS가 늦게 오는 것보단 궁금증이 앞섰는지, 금세 밝아진 얼굴로 말꼬리를 늘려 보였다.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히키코모리라거나, 돌고래 수면법으로 수면을 취하다 보니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헬멧을 쓰는 거라는 둥….
여러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된 거다.
더군다나 이번 기회에 HS와 잘 지내게 된다면 곡 하나 정도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 결승전까지 함께 한다면 적어도 몇 달을 함께 하게 될 텐데 정 붙일 시간이야 충분하리라.
“흐음, 얼른 보고 싶네…….”
이영아가 머릿속으로 자신이 HS의 곡을 받아 화려하게 컴백하는 망상을 이어 나가던 찰나였다.
“어, 어? 막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
입구를 지키고 있던 막내 스태프는 헬멧을 뒤집어쓴 남자 하나를 몸으로 가로막았다.
“이크!”
그 모습을 발견한 조연출은 급하게 뛰어가 막내 스태프를 제지하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전했다.
“아, 오셨어요.”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이윽고.
“헬…멧?”
HS가 헬멧을 쓰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용으로 차출된 스태프들이 가득한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 저 헬멧 쓴 사람 HS 아니야?”
“대박, 대박! 맞는 것 같은데?”
“맨날 헬멧 쓰고 다닌다더니 사실인가 봐.”
“근데 왜 헬멧을 쓰는 거래?”
“내가 듣기로는 엄청난 주걱턱이라는데?”
“아냐, 얼굴에 되게 큰 반점이 있어서래.”
헬멧남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조연출의 뒤를 따라 심사위원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그가 걸음을 멈춘 건 김광진의 앞이었다.
“작곡가 HS입니다.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는 공손하게 악수를 청했다.
“예의에 벗어나는 건 알지만 피치 못할 사정상 헬멧을 착용하고 온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얼굴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고 들었어. 심사위원이 심사만 잘하면 되지 않겠나? 괜찮아, 괜찮아.”
김광진은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HS의 손을 꼭 잡은 채 손등을 두어 번 톡톡 두들겼다.
“그건 그렇고, 요즘 트렌드를 워낙 잘 아는 친구일 테니 심사도 기대해 보겠네.”
“뭐, 트렌드가 따로 있나요. 실력 있고 가능성 있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 태어나도 눈에 띄기 마련일 테니까요.”
“음, 그런가……?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인 것도 같군.”
둘의 대화 사이에 가벼운 너털웃음이 섞여 들던 찰나였다.
“HS 씨, 꼭 만나 뵙고 싶었는데 너무 반가워요.”
이영아가 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인사를 해 왔다. 그러나 HS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예, 저도요.” 하고 짧게 답한 뒤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뭐야……?”
그런 HS를 바라보던 이영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들릴 듯 말 듯 입안에서 말을 중얼거렸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조금 전까지 김광진에게는 공손하게 예우를 차리고 대화도 잘 섞던 놈이 갑자기 찬바람 쌩 부는 꼴이라니? 이건 아무리 봐도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느껴질 따름이었다.
“오늘 오시는 길이 많이 막혔나 봐요? 좀 늦으셨던데.”
“촬영 시작 전에 도착했는데, 뭐 문제 있을까요?”
자신의 비아냥에도 별 반응 없이 응대하는 HS를 보고 있노라니 헬멧을 확 벗겨 버리고 낯짝이라도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진짜, 확 벗겨?
이영아는 아까 전 머릿속으로 그렸던 자신의 화려한 컴백 무대를 되새기며 화를 삭였다. 참자, 참아.
그때.
심사장 안에 우렁찬 스태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프닝 장면 딸게요.”
하나!
둘!
셋!
그렇게….
착-!
초장부터 삐딱선을 탄 서울 예선 2차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