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7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71화(71/482)
[ [공식] HS, 첫 방송 출연 ‘K-싱어스타’로 결정! 메인 심사위원으로서 활약 기대… ]김 실장은 쏟아지듯 보도되는 기사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 초대형 오디션 프로그램 ‘K-싱어스타’ 베일에 가려졌던 심사위원 정체가 HS로 밝혀져… ] [ K-싱어스타, 대망의 3차 예선전 시작! 서울 지역 심사위원으로 작곡가 ‘HS’ 깜짝 출격! ]스르륵, 스르륵-.
↳ 하,, 나 왜 경기도 사냐,,
↳ 하,, 나 왜 전라도 사냐,,
↳ 하,, 나 왜 부산에 사냐..
↳ 하,, 나 왜 제주도에 사냐..
↳ 하,, 나 왜 해외 사냐,,
↳ 하,, 나 왜 3차 예선 안 보러 갔냐..
↳ 윗댓이 제일 불쌍하네;
라임 맞춰서 주르륵 나열된 댓글들을 보며 피식피식 웃어 대기도 잠시.
[ 서울 3차 예선 보러 가서 HS한테 심사받고 온 ssul 푼다. +본문 링크 ]
스르륵, 스르륵-.
↳ 근데 또 헬멧 쓰고 온 거임?
↳ 엉,, 근데 이 정도면 진짜 하관에 뭐 문제 있는 거 아니냐;
↳ ㅇㅇ 방송에서 쓰고 나올 정도면 킹리적갓심 해봐야 함
↳ 그 헬멧 원래 주인이 남겼던 맨얼굴 간증도 있었지 않나?
↳ 솔직히 그건 알바일 수도 있잖슴,, 노이즈 마케팅,,
↳ 고글 올린 거 본 사람인데 못생길 수가 없는 중안부임
↳ 아냐 모르는거임 마기꾼 모르나?
↳ 진짜,,, 일단 까봐야 아는거라구
↳ 설마 본방가고 그러면 한 번 정도는 헬멧 벗어 주겠지!
↳ 맞아; 그러니 다들 싸우지 말고 그때 다시 얘기해
또다시 커뮤니티에서는 현승의 얼굴로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저 해프닝 정도로 웃고 넘길 수가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헬멧에 대한 언급이 계속될 거고, 그로 인해 논란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였다.
그때.
새로 업로드된 기사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독] HS, 예선전부터 ‘슈퍼패스’ 사용! 그 영광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어?”
─ 대망의 서울 3차 예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난 일요일, 서울 잠실체육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양한 실력자들이 유독 많았던 서울 지역 최종 예선전은 치열한… (중략)
특히나 심사위원으로는 요즘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작곡가 ‘HS’가 참석하여 화제다. 그는 작곡가로 데뷔 이후 연이은 히트를 기록한 작곡가로서… (중략)
특히나, HS가 최종 예선 심사를 진행하던 중 김광진과 이영아에게 악평받고 탈락 위기에 놓인 참가자를 ‘슈퍼패스’로 살려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중략)
초대형 전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K-싱어스타의 첫 방송일은 오는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로…(중략)
스크롤을 내려 기사 본문을 확인했지만, 첫 방송을 타기 전이어서인지 정작 슈퍼패스를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은 홍보성 기사에 가까웠다.
“방송 시작 전부터 어그로 되게 끄네.”
김 실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툭 내려놨다.
“현승아.”
그리고는 만화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현승을 넌지시 불렀다.
“혹시 슈퍼패스는 누구한테 사용한 거야?”
“어차피 지금 말해 드려도 모르잖아요?”
“아니, 어찌 되었건 탈락 위기인 사람이었다는 거잖아.”
“예, 그러니까 썼죠?”
김 실장은 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자신이 알고 있는 현승이라면 절대 쉬운 길을 선택할 리가 없다.
그러나 이건 방송이지 않나? 대중들이 보고 평가하는 방송 말이다. 슈퍼패스 같은 건 으레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야 할 때 사용하는 제도다.
근데 본 게임 시작 전부터 사용한다니?
분명 대중들은 방송이 시작되면 HS가 선택한 참가자라며, 그 참가자를 향해 많은 관심을 쏟을 거다.
그 참가자가 다음 라운드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 준다면야 아주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칫 HS의 안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화살이 역방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물론.
업계 사람으로서 바라본다면, 방송 전부터 연일 화제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현승의 이런 돌발 행동은 ‘HS’의 인지도를 높이기엔 아주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다만.
김 실장은 현승을 업계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흡사 사고뭉치인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처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결국 그 정도의 실력이었다는 거 아니야?”
“제 귀에는 좋은 악기였어요.”
“아니, 그래서 대체 누군데? 진짜 궁금해서 그래.”
이윽고.
현승이 읽고 있던 만화책을 탁 덮으며 씨익 웃어 보였다.
“30일 뒤에 공개됩니다.”
* * *
한편.
같은 동 시간대 기사를 확인한 제이블의 미간은 한껏 찌푸려진 채였다.
“하….”
요청한 것도 아닌데 제작진 측에서 먼저 메인 심사위원 5명 중 자신과 HS의 출연 여부는 극비에 부치며 세간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았던가?
첫 방송이 시작되기 3일 전 공식 기사화하기로 얘기도 이미 끝 맞춘 채였고, 자신의 소속사 측도 홍보 기사를 송출하지 않은 채 대기하는 중이었는데….
“이건 반칙이지.”
아마 HS가 별안간 슈퍼패스를 사용하면서 방송 시작 전 어그로로 활용하기 딱 좋으니 타이밍 좋게 칼을 꺼내든 모양인데, 그런 방송사 속사정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이블이 지금 이렇게나 짜증이 나는 건 딱 2가지의 이유였다. 하나는 자신의 출연 소식이 HS 관련 기사에 묻히고 있다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HS의 선택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도무지 말이 안 된단 말이지…….”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작진에게 요청하여, HS가 슈퍼패스를 사용했다는 참가자의 영상 클립을 미리 받아서 확인했다. 직접 제 귀로 들어보고 싶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자길래, 예선전에서부터 슈퍼패스를 사용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좋은 소리를 가졌나? 그마저도 아니면 LS 엔터 측에서 심어놓은 연습생?
궁금증 반 의구심 반을 품고 재생시킨 영상 속 여자는….
‘뭐야?’
자신의 거대한 궁금증을 단박에 무너트릴 만큼 그저 그런 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구태여 좋은 점을 찾아보자면 가진 목소리 자체는 매력적이랄 수 있었다.
다만.
기초적인 발성이나 딕션, 기교 어느 하나도 대단히 뛰어나다 할 수 없이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의 참가자인데 HS가 슈퍼패스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방향성은 두 개다.
LS 엔터의 연습생이거나, HS가 어그로를 끌려고 벌인 짓이거나.
아마.
방송을 잘 모르는 만큼 후자보단 전자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어디 한번 본선에서 보자고.”
제이블은 주먹을 꽉 말아쥔 채 작게 “윤제이….”하고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렇게.
HS와 제이블, 두 사람이 다시 한번 맞붙게 될 본선 라운드가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 * *
“뭐, 얼마나 올라가야 하는 거야?”
스태프들은 무거운 촬영 장비가 든 가방을 둘러멘 채로 가파른 골목길을 올랐다.
“하……. 저기요, 우리 잠깐만 쉬었다가 올라가면 안 돼요?”
“넌 방송일 한다는 놈 체력이 그래서 어디다 쓰냐?”
“그래, 좀만 참아. 주소 보니까 두 블록만 더 올라가면 돼.”
건장한 체격의 남자 스태프 얼굴 위로 짜증이 서렸다. 박 터지듯 진행된 예선전만으로도 살인적인 일정이었는데 숨 돌릴 틈도 없이 주요 참가자 인터뷰팀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니 짜증이 안 나겠는가?
하물며 지금 만나러 가는 참가자는 꼭 집을 배경으로 찍어야 한다는 각본 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가파른 달동네 골목을 오르고 있지 않나?
“와, 근데 진짜 여기 사람 사는 곳 맞아?”
그때 들리는 다른 스태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허름하게 녹슨 문이 보였다.
“안에서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 아아…. 그러네.”
“됐고, 문이나 두들겨 봐요.”
메인 작가의 닦달에 스태프는 철문은 두들기며 큰 소리로 “윤제이 씨, K-싱어스타 인터뷰팀에서 왔습니다.”하고 외쳐댔다.
쾅, 쾅, 쾅-.
살짝만 두들겨도 거센 마찰음이 골목 전체에 울려 퍼졌다.
“안에 없으신가? 분명히 이 시간쯤에 찾아뵙겠다고 미리 연락드렸는데….”
열리지 않는 철문을 바라보던 스태프가 당황하기를 잠시.
끼이익-.
천천히 철문이 열리고 여자 하나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아, 죄송해요… 헤드셋을 끼고 있어서 잘 안 들렸어요.”
잔뜩 음울한 기운을 풍기는 여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아주 작은 마당과 바로 이어진 현관문을 열자 단칸방 수준의 집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다는 못 들어갈 것 같죠?”
“어, 그냥 마이크 달고 카메라맨이랑 작가만 들어가자고.”
곧장 인터뷰 영상을 따기 위해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단출한 세팅을 맞췄다.
“윤제이 씨, 그냥 편하게 계시면서 질문에 답해 주시면 돼요.”
긴장감이 역력한 윤제이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채 정처 없이 주위를 살펴 댔다.
“네, 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메인 작가는 이런 사람을 데리고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할 수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전혀 죄송할 필요가 없어요! 괜찮아요, 괜찮아.”
물론 그렇다고 한들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실력은 그저 그래 보였지만,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아무래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꽃이랄 수 있는 건 화제와 사연 팔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이 사연 많아 보이는 여자가 바로 그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래, 지금 당장은 방송이 나가기 전이라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모른다지만 방송이 시작되면 분명 관심이 쏟아질 거다.
바로 작곡가 HS가 슈퍼패스로 살려 낸 기적적인 참가자니까.
더불어 3차 예선이 끝나자마자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점은 고아에 혼자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좀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애달픈 사연에 사람들은 감정이입을 하며 열광하기 마련이었다.
최대한 자극적이며 안타까운 사연 속 주인공으로 캐릭터를 잡아 놔야 혹시나 우승하게 되었을 때 더욱더 극적이고 짜릿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그래.
윤제이를 어떻게든 구워삶아 스토리텔링에서 쓰일 모든 재료를 얻어 내야만 한다.
“제이 씨. 꼭 카메라 안 보셔도 되고요. 그냥 편하게 친구랑 얘기하듯이 대답해 주시면 돼요. 알았죠? 어차피 막상 뭐 방송에 나가는 건 30초 내지밖에 안 되니까 정말 편하게 생각하시면 돼요.”
그렇게 욕망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
.
“윤제이 씨, 고생하셨어요. 본선 1라운드 때 뵐게요.”
그 말을 끝으로 철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하….”
그와 동시에 모든 사람의 입에서 참아 왔던 깊은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저렇게 말 느리고 웅얼거리는 사람은 처음 봐.”
“나도, 이렇게 진 빠져 보기는 처음이야.”
“저도 지켜보는 내내 속 답답해서 죽겠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게 익숙지 않았던 윤제이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애매한 답변만을 늘어놓았고, 의도치 않게 많은 이들의 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편집해서 사연 팔이로 쓰일 분량은 뽑아냈는데…. 말하는 속도가 슬로우 모션이야. 노래할 때도 느리더니.”
메인 작가 또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는지 제 가슴팍을 팍팍 두들기며 덧붙였다.
“쟤는 어떻게든 살려 주고 싶어도 스타성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안 되겠다.”
그 말에 조연출이 넌지시 되물었다.
“어떡하시려고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메인 작가는 까칠하게 답한 뒤 잠시 텀을 두고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건 HS랑 좀 엮어서 화제 좀 끌고, 역경과 고난을 이겨 낸 소녀 정도로 써먹긴 해야지.”
어차피 윤제이가 꼭 아니더라도 각별한 서사를 지닌 참가자나 화제성을 지닌 참가자는 많다. 그중 실력과 열정까지 겸비한 사람은 더 차고 넘칠 거다.
“그리고 TOP10 올라가기 전에 실력에 부딪혀 안타깝게 탈락한 걸로 마무리 짓자고.”
그래,
이미 메인 작가의 머릿속에서 윤제이는 한순간에 탈락 후보로 전락한 채였다.
* * *
윤제이의 유일한 친구랄 수 있는 김수빈은 슈퍼패스 소식을 듣자마자 집을 찾아왔다.
“아니, 좋아서 죽어야 할 판에 왜 죽상을 하고 있어?”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슈퍼패스로 본선 진출하게 되었다는 사람이 표정은 마치 1차 예선 탈락자의 얼굴을 한 상태라 의아스러울 따름이었다.
“왜… HS 님은 나를 슈퍼패스 시켜 준 걸까?”
그 물음에 김수빈은 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처음 윤제이의 노래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어떻게 저런 음색이 있지?
비록.
우중충한 분위기와 느린 어투 때문에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좀 루즈해 지고, 대중적이지 못한 장르의 음악을 한다는 게 걱정되긴 했다지만….
같은 뮤지션으로서 윤제이의 음색만큼은 탐이 날 만큼 매혹적이라 여겼다. 그래서 매번 옆에서 윤제이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를 팬의 마음으로 응원해 왔다.
오늘 또한 팬으로서 윤제이를 응원하기 위해 들른 참이고.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그저 네 잠재력을 알아본 거야.”
“그런 걸까…?”
“응, 유명 작곡가인 만큼 듣는 귀가 우리보다 훨씬 좋겠지.”
그리고는 윤제이를 설득하기 위해 부연했다.
“정아린 알지? 원래 LS에서 퇴출당할 뻔한 연습생이었는데 HS가 알아보고 성공시켰다잖아. 왜 너라고 제2의 정아린이 될 수 없겠냐?”
차분히 그 말을 듣고 있던 윤제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쩌면 이 기회로 오랜 지망생의 터널을 지나 빛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희망에 부풀어 오르던 그때.
윤제이는 별안간 최종 예선에서 슈퍼패스를 받은 다음 HS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슈퍼패스를 주는 대신, 다음 본선 라운드에서 제가 요청하는 곡을 완벽히 연습해 와서 불러주세요.”
그래.
슈퍼패스는 HS가 자신에게 일종의 거래로 건네준 셈이었다. 만약 다음 본선 라운드에서 그 곡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다면 결국 떨어지게 되겠지?
그럼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예선전부터 슈퍼패스를 사용한 HS를 실망하게 하는 것과 동시에 대중들이 그의 안목을 의심하고, 손가락질해 댈지도 모른다.
그럴 수야 없지.
윤제이는 퍼져 있던 몸을 일으키며 씩씩하게 답했다.
“그래, 우선 연습부터 하자.”
“잘 생각했어. 도울 수 있는 건 도울게.”
덩달아 몸을 일으킨 김수빈은 밝아진 윤제이를 바라보며 맘이 놓여 피식 웃어 보였다.
“고마워, 안 그래도 처음 불러보는 장르라 고민 많았는데.”
“뭔데? 새로 만든 자작곡?”
“아니, 자작곡은 아니고 HS 님이 요청한 곡이야.”
윤제이는 곧장 휴대폰으로 HS가 준 미션곡을 재생시켰다.
“음? 나도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찾아보니까 오래된 노래더라고.”
“오, 되게 소울풀하고 리드미컬하네.”
“그러니까, 그래서 걱정이야.”
그리고는 또 금세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이런 곡을 잘 듣지도 않을뿐더러, 불러본 적도 없잖아.”
“뭐, HS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너한테 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한 거 아닐까?”
김수빈은 그런 윤제이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덧붙였다.
“설마 너를 골탕 먹이려고 이 노래를 불러 보라 했겠어? 혹시 모르니까 한번 흥얼거리기라도 해봐.”
윤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를 따라 작게 콧소리로 흥얼거렸다.
“어…?”
김수빈은 어느 순간 스캣(scat)으로 변한 흥얼거림을 듣고 있노라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제이야! 이거야, 이거다!”
“뭐가?”
“너랑 진-짜 잘 맞을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윤제이는 놀란 눈치였다. 김수빈은 늘 자신을 응원하는 친구였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잘라서 똑 부러지게 얘기해주는 친구였다.
그런 칼 같은 친구가 저렇게나 들떠서 얘기해 주는 모습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직 허밍 정도로 불러 본 거뿐인데, 저렇게나 반응을 보여 주다니.
정말 이 곡과 자신이 잘 맞는 걸까?
그래.
제대로 부딪혀 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윤제이는 결심이 선 얼굴로 곧장 MR을 재생시켰다.
이내 리드미컬한 반주가 휴대폰 스피커를 타고
그 위로 윤제이의 음색이 미끄럼틀 타듯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아까와 달리 가사가 생겨난 노랫소리는 점차 생기가 더해지면서 좁은 단칸방을 풍부하게 채워 나갔다.
“수빈아…….”
중간중간 버벅거리는 소절도 있었지만, 첫 도전치고는 안정적으로 벌스를 끝 맞췄다.
이윽고.
들썩이는 입꼬리를 참으며 물었다.
“나…. 방금 좀 괜찮게 부르지 않았어?”
매사 초점 없이 멍해 보이던 그녀의 새까만 안광이 처음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