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78)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78화(78/482)
“모두 자신의 배틀 상대 확인하셨나요?”
몇몇 참가자들은 김성준의 물음이 자신을 약 올리는 것 같아 눈초리를 세워 노려봤다.
‘하늘의 장난도 아니고…!’
어떤 참가자에게 있어선 마치 ‘불합격 통보’처럼 느껴질 수 있을 법한 대진표인 만큼 역정을 내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다.
그때
“이야-! 여기는 거의 죽음의 매치랄 수 있겠네요.”
김성준은 과장된 어투로 말을 이으며 HS 라인 모니터 앞에 걸음을 멈췄다.
“아-! 이번 K-싱어스타에서 가장 화제의 참가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둘이 이렇게 붙다뇨-!”
그리고는 이미 다 알면서 짐짓 모르는 척 최대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HS에게 슈퍼패스를 받은 윤제이 대 HS에게 제일 빠른 합격을 받은 강하준의 대결이네요-!”
김성준의 말에 다른 참가자들 또한 “오오-!”하며 작게 호응해 보였다.
정작 ‘HS에게 제일 빠른 합격을 받은’ 강하준은 차분한 얼굴을 한 채였다.
“강하준 씨, 하필 이번 라운드에서 윤제이 씨와 붙게 되었는데 심경이라던가 각오 한마디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성준은 그런 강하준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음, 심경이나 각오라…….”
“혹시 얘기해 주시기 곤란하신 걸까요-?”
“승부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덤덤하게 대답을 마친 강하준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걸음을 돌려 구석으로 향했다.
자신과 윤제이를 매치시킨 건 오직 시청률만을 고려한 제작진들의 짓궂은 계략이 담겨 있을 터.
그래.
어차피 시작된 판이라면 최선을 다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 내면 될 일이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남은 시간은 고작 3시간.
그 안에 자신에게 맞게끔 편곡도, 연습도 완벽히 해내야만 하므로 사사로운 일에 신경 쓸 시간 따위는 없었다.
상대가 누구던, 제작진이 의도는 알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은 살아남아 HS에게 인정을 받아 내면 될 뿐이니까.
‘꼭….’
강하준의 눈동자 위로 열망이 넘실거리던 찰나였다.
지이이이이잉-!
뒷주머니에 넣어놨던 휴대폰이 연신 울려 댔다.
[ 매니저 형: 윤제이랑 붙게 된 거야? ] [ 매니저 형: 이번 경연곡 같이 걷자 맞지? ] [ 매니저 형: 네 키에 맞춰서 편곡한 거야. ] [ 매니저 형: 같이 걷자_편곡본_.MP3 ]회사에서 붙여준 로드 매니저로부터 온 문자였다.
“아…….”
경연곡을 발표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벌써 편곡된 음원 파일을 보내왔다.
대체 어떻게 알았지? 스태프 중 사람이라도 심어 놓은 건가?
누가 문자를 볼 새라 주변을 살피고는 손으로 가리며 내용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래도 되는 건가?’
강하준의 엄지는 차마 음원 파일을 클릭하지 못한 채 액정 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있는 집 자제여서 남들보다 더 유리하거나 우호적인 조건을 지닌 채 시작한 적은 있지만, 단 한 번도 제 노력으로 마무리 짓지 않은 일이 없었다.
하물며 LS 엔터에서도 곧장 데뷔시켜 준다는 걸, 한사코 거절하고는 연습생의 길을 택했다.
물론.
다른 연습생들과 비교하면 아주 형식적이랄 수 있는 기간일 테지만, 그만큼 짧은 기간 안에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데뷔하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건 이미 시작된 경쟁에서 룰을 깨트리는 행위지 않나?
‘반칙….’
윤제이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든 참가자가 동일하게 3시간을 부여 받았다.
다만.
그들과 달리 자신은 소속 엔터사가 있다는 이유로 편곡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고스란히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쥐어진 셈이었다.
사실 엔터 소속 연습생은 참가하는 것조차 안 되지만….
적어도 오디션 과정에 있어서는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올라서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래, 최소한의 양심이자 자존심이었다.
“후…….”
선택의 갈림길에 선 강하준이 복잡스러운 심경을 담은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던 찰나였다.
“여러분, 그럼 약 3시간 뒤 다시 뵙겠습니다-! 모두 건투를 빕니다-!”
돌아다니며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던 김성준이 큰 소리로 인사를 전하며 장내를 떠났다.
그래.
이제 정말 피 터지는 시간이 시작된 거다. 모두에게 쥐어진 3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 아니지, 생존 여부가 달라질 터였다.
털썩-.
강당 구석에 자리를 꿰차고 앉은 강하준이 다시금 휴대폰 잠금화면을 풀었다.
[ 매니저 형: 같이 걷자_편곡본_.MP3 ]바로 떠오른 마지막 문자 내용에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눈알을 굴려 대길 잠시.
자신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윤제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만.
예상과 달리 그녀의 얼굴 위로 미소가 한가득 담긴 채라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웃는 걸 본 적이 있던가?
비록 몇 시간이라지만 버스에서도, 내려서도, 강당에서도 웃음은커녕 울상을 한 그녀였지 않나?
저렇게 싱그럽게 웃는 걸 보면, 자신 있다는 걸까?
강하준은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실었다. 여기까지 와 놓고 왜 그리 말랑말랑한 생각을 품었던 걸까?
그래.
망설이는 순간, 지는 거다.
정신 차려야 해,
여긴 무기만 없는 전쟁터야.
강하준은 자신을 세뇌하듯 반복하여 중얼거렸다.
“이겨야지, 이겨야 해….”
정정당당하지 못하다고 한들 어떠하리? 잠시만 양심을 내려놓으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 오디션에 비단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엔터 소속 연습생들도 여럿 참가했을 텐데, 그들도 분명 자신이 속한 엔터사의 도움을 받지 않겠는가?
“잘 불러서 인정만 받으면 돼.”
이윽고.
강하준의 손가락은 거침없이 편곡된 음원 파일을 재생시켰다.
* * *
“아, 벌써 2시간이나 지났어.”
“뭐? 진짜?”
“왜 이렇게 시간 빨리 가냐.”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참가자들은 반복하여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배틀 라운드가 시작되기까지 딱 한 시간을 앞둔 채였다.
‘한 시간….’
강하준은 그 인파 속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자랑하며 연습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후….”
편곡은 원곡의 스타일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된 선이었다. 간단한 키 조정과 하이라이트를 더욱 고조시킬 애드리브 구간이 추가된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서지니의 여러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고, 제 노래를 녹음한 파일을 반복해서 들어가며, 자신만의 애드리브 라인을 갖춰 갔다.
그래.
비록 편곡은 회사에서 해 줬다고 한들, 실력은 자신이 펼쳐야 할 영역이다.
“아, 씨….”
평상시 남들 눈을 많이 의식하여 항상 언행을 조심하며 살아온 그에게 있어선 “아, 씨….”정도의 짜증 섞인 읊조림도 꽤 파격적이랄 수 있었는데.
강하준은 너무 몰입한 나머지 옆에 카메라가 있던, 말던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오만상을 찌푸리며 제 가슴팍을 팍팍 내려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후….”
어느덧 땀으로 흥건히 젖은 티셔츠가 찝찝하게 느껴지던 찰나.
‘윤제이는 잘 돼 가나?’
문득 떠오른 궁금증에 잠시 티셔츠를 펄럭이며 말리는 척 눈으로는 그녀를 찾았다.
“뭐야?”
인파 속에서 겨우 윤제이를 찾아낸 강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을 툭 내뱉었다.
‘아직도 저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는 아직도 편곡 작업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굳게 다문 입술은 뻐끔거릴 기미조차 없이, 기타만 튕겨 대며 바닥에 늘어놓은 악보 위로 무언가 끄적거리기만을 반복했다. 한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대체 어쩌려는 거지?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윤제이를 보고 있노라니, 자신의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편곡에 저리 시간을 쏟으면 대체 연습은 언제 하려고….’
아까 지었던 미소는 그만큼 ‘같이 걷자’라는 곡에 있어서 자신이 넘쳐서가 아니었던 건가?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편곡을 선보여 주려고 저렇게 많은 시간을 녹여내는 거지?
설마 편곡할 줄 몰라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어깨너머 듣기로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거나 전공자는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고작 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남 걱정이나 하며 시간을 허비하기엔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그래.
오늘은 꼭 ‘HS’에게 악기로서 인정받겠노라고 결의를 다지고 나오지 않았던가?
‘내가 윤제이보다 더 좋은 악기라는 걸….’
이윽고.
강하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막바지 연습에 사력을 쏟아냈다.
* * *
피 터지는 배틀 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매치가 거듭될수록 탈락자는 점차 늘어만 갔다.
“<제이블조> 마지막 열 번째 탈락자는 이우정 님입니다. 너무나 아쉽지만, 이제 탈락자인 이우정 님은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셔야만 합니다.”
그들은 이제 이름 대신 ‘탈락자’라고 불리며 곧장 심사장에서 쫓겨나듯 나서야 한다.
하물며 마지막까지 카메라가 쫓아 붙는 바람에 마음 편히 속상해할 수도 없었다.
“잠시 쉬었다가 갈게요-!”
확성기로 울려 퍼진 한 마디에 이영아는 곧장 책상 위로 쓰러지듯 엎어졌다.
“휴, 계속 같은 노래를 20번씩 반복해서 듣다 보니 더 지치네요.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다들 편곡도 키만 조정한 수준이라 얼추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고….”
이영아가 기진맥진한 투로 중얼거리자, 김광진이 가볍게 어깨를 다독였다.
“거기다가 지금 이미 한 80명째 심사 본 거잖아? 같은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도 당연히 지치지.”
“무엇보다 일대일 배틀로 한 명을 꼭 떨어트려야 한다는 게 참 어렵네요. 탈락한 사람 중에 계속 눈에 밟히는 사람이 몇 있기도 하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원진섭은 지난 서류를 다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저는 영아 씨랑 반대로 둘 다 떨어트리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맞아요. 둘 다 아쉬운데 한 명을 꼭 붙여야 한다는 게 더 곤욕스럽더라고요.”
제이블은 격하게 공감한다는 양 고개를 세차게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그 말에 이영아는 “흐음-.”하고 작게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고개를 휙 돌려 HS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면 HS 씨는 어때요?”
“이하동문입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몸을 틀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둘 다 떨어트리고 싶었다고요?”
“예, 도긴개긴….”
“아쉬운 참가자는 없었고요?”
“예. 딱히?”
“이번 라운드에서만 별로였을 수 있잖아요.”
“뭐, 그렇죠.”
헬멧 안으로 HS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몰라도, 툭툭 잘라먹은 듯 돌아오는 짤막한 답변에 속이 터지려던 찰나였다.
“음….”
헬멧 안에서 HS의 고민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잠시.
“연습 시간이 얼마 안 돼서, 이번에만 실수로,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원래 이러지 않는데.”
“예? 뭐라고요?”
못 듣고 되묻는 이영아를 향해 HS가 고개를 돌려 단호한 투로 답했다.
“사실 그런 말들은 이곳에 온 이상 다 핑계잖아요.”
이영아는 별안간 HS와 고글 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직선으로 시선이 맞닿은 적이 있던가?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예선과 본선 그리고 오늘까지 총 3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거의 온종일 진행되는 촬영 내내 자신에게 시선은커녕 고개 한번 돌려준 적도 없었다.
‘더럽게 잘생겼네….’
이영아는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뺨을 붉혔다.
분명.
첫인상이 썩 좋게 기억될 만한 첫 만남은 아니었다.
서울 지역 최종 예선 때, 자신이 ‘다음 라운드 갈 실력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참가자에게 HS가 슈퍼패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안목과 함께 명성까지도 의구심을 품었다.
‘매스컴에서 하도 띄워 주는 걸 보면, 일부는 거품이겠지.’
또한.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눈치 보지 않고 유유자적 구는 모습이 제 눈에는 풋내기가 기고만장을 부리는 거라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HS가 선택한 참가자가 비약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그를 달리 보게 되었다.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바라본 그는,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심사를 진행할 때면 참가자에게 제법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피드백을 건네곤 했다.
물론.
가망성조차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단호하기가 날카로운 칼날 같았지만….
“이미 이런 공개 오디션을 보러 왔다는 건 정글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꼴인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건 핑계인 거죠. 눈앞에 먹잇감이 있다면 죽자 살자 덤벼서 사냥해야 하지 않겠어요?”
HS는 옆자리에 앉은 자신에게만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조곤조곤 덧붙였다.
“이 정글에서 본인이 살아남으려면 말이죠.”
이영아는 지금 카메라가 돌아가는 촬영지가 아니었다면 여가수의 체면이고, 뭐고 혀를 내둘렀을지도 모른다.
HS에게 관심을 가진 이후로 담당 PD를 조르고 졸라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20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나.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눈빛이나 고저 없이 내뱉는 말들을 듣고 있노라니.
‘아무리 봐도 방송물 오래 먹은 사람 같은데….’
모쪼록 이영아에게 ‘HS’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람일 따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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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1 배틀 라운드도 마지막 순서만을 남겨 놓은 채였다.
“윤제이 VS 강하준이라…….”
원진섭은 꽤 흥미로운지 “크-.”하고 아저씨스러운 추임새를 넣어가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 순서라 그런가? 기대되는 빅매치네요. 뮤지션 VS 아티스트의 승부 같은 느낌이랄까?”
“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느낌이야. 나도 이 두 사람 언제 나오나 기다리긴 했어.”
“안 그래도 첫 방송 나가고 나서 이 두 사람이 지금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더라고요?”
원진섭과 대화를 이어 나가던 김광진은 HS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결국 그 두 사람을 각각 예선, 본선에서 찍어 낸 사람이 HS 아니던가? 역시 듣는 귀가 남다른가 보군.”
“과찬이십니다. 무엇보다 강하준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스타성’은 뛰어난 친구였잖아요.”
“그건 그렇지. 근데 생각해 보니 그럼 결국 오늘 두 사람 중 하나는 탈락이라는….”
말끝을 흐린 김광진은 아쉽다는 듯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때.
“죽음의 ‘HS조’ 중 가장 빅매치랄 수 있는 강하준 VS 윤제이의 일대일 배틀 바로 시작합니다-!”
뜨거운 조명 아래로 마이크를 잡은 김성준은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윤제이 참가자는 잠시 무대 사이드에서 대기해 주시고, 강하준 참가자는 바로 무대 준비해 주세요.”
그의 말에 따라 윤제이는 강하준을 남겨놓은 채 사이드에 배치된 의자로 향했다.
‘와, 무대 위에 올라와서 보니까 세트장이 더 크네….’
의자를 꿰차고 앉은 윤제이는 눈알을 굴려 가며 천천히 주변을 살펴 댔다. 곧 강하준이 노래할 무대 앞으로는 꽤 가까운 거리에 심사위원석이 배치된 채였으며….
뒤로는 스무 개 남짓의 의자가 정갈하게 깔려 있었다. 하나, 의 20명 중 앞서 치러진 배틀에서 총 9명의 탈락자가 자리를 떠나면서 자리는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9명의 참가자는 마치 영화라도 보러온 양 여유로운 얼굴을 한 채 강하준의 무대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시간이 짧았는데 준비는 잘하셨어요?”
제이블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물어 오자, 강하준은 “네, 최선을 다했습니다.”하고 간결하게 답했다.
그러나 화제의 인물인 만큼 몇 마디를 더 나눈 다음에야 마이크를 고쳐 잡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머지않아.
준비된 음원이 잔잔하게 흘러나왔고.
“와아….”
강하준의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남은 생존자들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호응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