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92)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92화(92/482)
TOP 11이라 불리는 열 한 명의 참가자가 만들어 갈 대장정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처음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람들은 시간이 되자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정말 미쳤다….”
현아와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K-싱어스타를 보기 위해 현아 집으로 모였다.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게, 다들 어쩜 이렇게 잘 부르냐?”
“무대만 보면 그냥 이미 기성 가수인데?”
한가득 시킨 야식을 곁들여가며 각 참가자의 무대에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난 이유주 좀 인상이 마음에 안 들더라.”
“안 그래도 태도 논란 있는 것 같던데.”
“그렇지만 예쁜 건 인정. 노래도 곧잘 하고.”
이번부터는 실시간 시청자 투표도 집계에 들어가는 만큼 보다 깐깐하게 무대를 살폈고.
“아, 김민지는 이번 무대 좀 아쉽다.”
“맞아. 좀 불안정해 보였어.”
“너도? 나도 듣는 내내 불안하더라.”
현아도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컨디션이 좀 안 좋았나 봐.”
비록….
전문가는 아닐지언정 무대가 좋았고, 별로였고 정도는 알 수 있었으니까.
“어? 윤제이 차례인가 봐. 진짜 기대된다.”
“얘는 TOP 11 올라올 자격 충분하지.”
“맞아, 얘는 점점 노래를 더 잘 부르더라?”
모두 무대가 시작되자 약속했다는 양 젓가락을 멈추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
집안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윤제이의 목소리만으로 가득 채워졌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흡입력 있는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헙.”
이따금 노랫소리 위로 감수성 풍부한 친구 하나의 울음 참는 소리가 들려왔고.
“와….”
한바탕 장내를 휩쓸고 간 그녀의 목소리가 끊기자 모두 참았던 숨과 함께 감탄사를 내뱉었다.
“미친, 미친, 미친, 진짜 욕 나오게 좋아….”
“흡, 끅, 난 슬퍼….”
“이상하게 윤제이 노래만 들으면 숨을 참게 돼.”
이윽고.
심사위원석으로 화면이 전환되고.
“꺄, HS 마이크 잡는다, 마이크 잡는다!”
“목소리도 좋아….”
“근데 대체 헬멧은 언제쯤 벗어 주려나?”
현아는 제 오빠 이름이 언급되자, 민망함이 밀려와 떡볶이 하나를 입에 넣은 채 오물거렸다.
“아, 맛있다…”
그리고는 괜히 딴청을 피우며 아닌 척 곁눈질로 TV 화면을 흘겨봤다.
헬멧을 뒤집어쓴 채 심사위원석 한자리를 당당하게 꿰차고 앉아 있는 남자.
그 남자는….
자신과 피를 나눈 친오빠이자 이번 K-싱어스타의 심사위원인 작곡가 HS였다.
현아는 제 오빠가 TV에 나오는 유명 인사라는 사실 자체도 신기할 따름인데.
─ 잘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렇게나 무성의한 심사평에도 참가자들이 연신 고개를 숙여 가며 감사함을 전하는 인물로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진귀했다.
그때.
“아, 진짜….”
휴지 한 통을 다 쓸 기세로 울던 친구가 겨우 눈물을 그치고는 입을 열었다.
“몇 초라도 괜찮으니까 HS가 헬멧 한 번만 올려 주면 소원이 없겠다.”
여자들끼리 모인 만큼 그녀의 한마디는 ‘HS’의 이야기를 시작시킬 촉매가 되어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진짜! 옳소! 한번은 벗어 줘야지! 국민청원 올려!”
“방송사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 거 아냐?”
“오, 똑똑한데? 내가 방송 끝나고 바로 올릴게!”
현아는 그런 자기 친구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애들아, 제발….’
제 오빠의 이야기인 만큼 민망해서 표정 관리가 어렵기도 했거니와, 자신이 아는 오빠는 절대 나서서 얼굴을 공개할 위인도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망할 것 같은데….’
특히나 제 친구들은 K-싱어스타를 보는 이유가 ‘HS’의 얼굴을 보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G(od)-HS’ 팬카페의 열혈 회원이지 않나?
‘나중에 욕하는 거 아냐?’
현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제 앞접시에 덜어져 있는 떡볶이를 괜스레 휘적거렸다.
‘우리 오빠 얼굴을 왜 이렇게 다들 궁금해하는 거야….’
안 그래도 요즘 커뮤니티에서는 얼굴 공개도 안 할 거면 대체 방송은 왜 나온 거냐는 불만의 말들이 이따금 올라왔기 때문에 수심이 깊어진 현아였다.
매일 홍보팀 직원이라도 되는 양 오빠와 관련된 기사나 커뮤니티와 팬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체크하는 입장으로서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는 일이었다.
“현아야, 너는 오빠 얼굴 안 궁금해?”
“응? 오빠 얼굴…?”
여기서 말하는 ‘오빠 얼굴’은 매일은 아니어도 평생을 봐 온 진짜 제 친오빠의 얼굴일 터였다.
그러니, 궁금할 리가 있겠냐고.
하지만 이런 사실을 말했다간 극성인 친구들에게 붙잡혀 취조당할 게 뻔하지 않겠는가?
“뭐, 궁금하지…?”
“근데 예전부터 현아는 HS 얘기만 나오면 조용해지더라?”
“내가? 그랬나?”
“응, 현아, 네가! 이상하게 꿀 먹은 벙어리가 돼 버리잖아.”
한 친구의 예리한 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잠시.
“응, 팬카페 회원치곤 너무 소심하게 덕질 하는 거 아냐-?”
다행히 친구들은 자신을 ‘소심한 팬’ 정도로 치부하는 모양이었다. 뭐, 잘된 일이랄까.
“어? 야! 강하준이다-!”
그때 별안간 한 친구의 외침으로 단박에 화제가 전환되었다.
“와, 오늘 강하준 리얼 뱀파이어 공작 같다.”
“엉, 얼굴 열일한다. 진짜, 진짜.”
“처음 생방송인 만큼 제대로 칼 갈았나 봐.”
비단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현아도 넋을 놓은 채 강하준의 얼굴에 바라보았다.
‘정말 소심한 팬일지도….’
주변에 티를 내진 못했지만, 요즘 현아는 강하준이란 남자에게 흠뻑 매료된 채였다.
‘강하준 오빠… 파이팅!’
현아는 시작된 강하준의 무대를 바라보며 속으로 열성적인 응원을 이어갔고.
‘와, 아이돌 저리 가라네….’
이번 라운드부터는 무대 스케일도 커진 만큼 화려한 특수조명과 댄서가 대동 되어 정말 그의 데뷔 무대라도 보는 착각에 휩싸였다.
‘춤선 진짜 미쳐….’
이내 퍼포먼스로 무대를 꽉 채워 가는 강하준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았다.
‘울 오빠 일등해. 꼭 해.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리고는 까먹을세라 시청자 투표도 참여했다.
짝짝-!
무대가 끝나자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쳐 댄 현아가 민망하게 손을 내려놓았다.
“와! 아… 흠, 흠.”
“이제 보니 우리 현아가 HS가 아니라 강하준 팬이었네.”
“아, 아냐. HS 팬이지.”
“부정하지 마. 솔직히 강하준이면 인정이다. 보내줄게-!”
친구가 제 어깨를 두들기며 “맘껏 좋아하도록!”하고 덧붙인 말에 현아의 두 뺨이 가을철 잘 익은 홍시처럼 달아올랐다.
어느덧.
무대가 끝이 나고, 강하준은 꽤 긍정적인 심사평들 덕분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나.
머지않아 제 오빠가 마이크를 잡은 순간….
─ 이번 무대에서는 퍼포먼스 비율이 너무 높은 탓에 보컬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욕심이 좀 과하셨던 건 아닐까 싶네요.
한순간 표정이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변해 버렸다.
아니.
오빠는 성격이 왜 저 모양일까? 예쁘게 좀 말하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걸까?
[ 진짜 이 세상에서 오빠가 제일 미워 ]
잔뜩 심통이 난 현아가 곧장 제 오빠에게 짜증 담긴 문자를 보내려다 손을 멈췄다.
‘아니다.’
얼마 전, 제 오빠가 가장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경각심을 새겼지 않았던가?
특히나 제 오빠가 듣는 귀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건 여러 차례 증명된 일이다.
‘오빠 말이 다 맞겠지.’
이내 현아는 썼던 문자를 지우고 인터넷 창을 켰다. 아마 커뮤는 벌써 지금 생방송으로 난리가 났겠지?
다행히.
제 오빠(현승)와 관련하여 안 좋은 글은 없는 듯 보였다. 대신 참가자별로 무대에 대한 평들이 줄지어 올라왔고.
현아는 그중 자신의 요즘 최대 관심사인 ‘강하준’이란 키워드가 적힌 게시물을 클릭했다.
「 강하준 오늘 헤메코 완벽해. 걍 뱀파이어 그 잡채; 무대매너나 퍼포먼스, 시선 처리가 그냥 진짜 현역 아이돌이라 해도 믿겠어;; 어디서 이런 요물이 굴러왔지? 」
스르륵, 스르륵-.
↳ 야 애들아;; 벌써 뉴튜브에 강하준 영상클립 올라옴;; 개빨라;; 바로 무한 재생 가보자
↳ 근데 솔직히 이번 무대는 HS 말대로 너무 퍼포먼스 위주라 가창력은 잘 모르겠음.
↳ 어차피 입증된 가창력인데 모 어떰? 원래 경연이라는 게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함 아님?
↳ 아 몰랑 걍 잘생겼어 그럼 장땡이지 ㅎㅎ 근데 애들아 너희 시청자 투표는 하고 떠드는 거지?
↳ 당연하지ㅋㅋㅋ 이미 방송 시작하자마자 가족들 폰 다 동원해서 문자 보냄
이내 현아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TV 속에는 TOP 11의 주인공들이 무대로 올라와 있었고.
─ TOP 8에 진출할 합격자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들 심경이 복잡하실….
목청껏 인터뷰를 진행하는 MC의 옆으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애들아 오늘 라운드 누가 1위 할 것 같음?”
그때 친구 하나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고.
“근데, 어차피 우승은 강하준이라는 말이 있던데?”
“우승은 우승이고. 오늘 1등 할 것 같은 사람 말이야.”
“디아이지 오늘 선곡 괜찮게 한 것 같지 않아?”
“이유주도 새로운 모습 보여 준 것 같아서 좋던데.”
나머지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모아 제 의견을 잔뜩 늘어놓았다.
“난 오늘 강하준 무대가 뮤지컬 같아서 보는 맛이 있더라.”
“엥? 그래도 윤제이 노래가 제일 감동적이지 않았어?”
“맞아, 강하준이랑 윤제이가 제일 좋기는 했어. 리얼 인정.”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야, 애들아. 우리도 이거 방청객 신청해서 가 볼까? 진짜 실제로 한번 들어 보고 싶지 않아?”
“안 그래도 알아봤는데 최종 라운드까지 죄다 신청 마감했더라. 암표는 진짜 비싸.”
“인기 진짜 좋기는 한가 보다. 그래서 암표가 얼마 정도 하는데? 나 이번에 알바비 받는데….”
한참을 떠들고 있노라니, 대화 주제는 K-싱어스타 방청객 암표 가격으로 흘러갔고.
어느덧 화면 상단에 투표 마감까지 5초 남았다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채였다.
─ 5
─ 4
─ 3
─ 2
─ 1
─ 실시간 투표가 끝이 났습니다.
MC의 부연에 다들 말을 뚝 멈추고는 곧장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 집계된 투표 결과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하여 총 1위부터 8위까지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현아는 마치 강하준이 제 오빠라도 되는 양 간절히 두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부처님, 알라님, 조상님….
정말 나중에 아빠랑 오빠한테 효도할게요, 방도 잘 치울 거고요, 착한 일도 많이 할게요.
평상시에는 찾지도 않던 신을 속으로 부르짖던 찰나였다.
─ 그럼, 이제! TOP 11 라운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MC의 격양된 목소리로 팽팽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어 갔고.
─ 8위부터 공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일까?
─ 총점 8위를 차지하며 다음 생방송 라운드에 진출할 TOP 8의 주인공은…!
현아는 난데없이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고.
보통.
경험상 이런 예감은 항상 엇나간 적이 없었다.
그래, 딱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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